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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치님의 통합 반대 논리에 전서구님의 답변 형태의 글입니다.
저도 만약 통합반대에 대한 논리를 개발 하라 하면 수십 가지는 만들어 낼수 있을겁니다.
그럼에도 통합에 대한 대의를 반대의 논리 수십 가지가 결국 내 안에서
이겨내지 못합니다.호치님의 반대 논리가 틀리지는 않을겁니다.
애초에 진보통합 논의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역사의 대의에 충실한가?
충실하지 못한가에 대한 문제 였기에 존재 하고 있는 모든 문제에도 불구하고
서로 조금씩 다르 더라도 다름을 극복하고 진보/복지국가에 대한 열망 그리고 극단적 지역정당을
극복하고 당원이 주인되는 정당의 대의가 더 크기 때문에 진보 통합에 대한의 대의가
더욱 간절하고 소중하게 다가 선다고 봅니다.
문제가 있으니 피하고 리스크가 있으니 도전하지 말자는 논리는 결코
대의에 충실 할수는 없다고 봅니다.
당의 진로 토론방글 수 1,088Tag ListClassic BoardWeb ZineGalleryContributors개와 늑대의 시간 ①호치
푸른 이끼로 뒤덮인 고택을 보고 재개발을 떠올리는 사람이 있는 반면, 유장한 역사의 숨결을 읽는 사람도 있습니다. 당의 진로에 대해서도 ‘비가 온다’는 현실론으로 해석하는 사람이 있고, ‘비가 와야 한다’는 규범론으로 접근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모두에게 옳고 이로울 수 있는 가치를 선택하고 실천할 수 있어야한다는 겁니다. 즉 ‘진보통합’이라는 ‘어떤 현실’이 아니라 ‘국민의 이익’이라는 ‘전체 현실’의 관점에서 접근해야한다는 것이 제 입장입니다. 그래서 저는, ‘어떤 현실’을 ‘전체 현실’로 믿는 확증편향을 경계하고, 진보통합의 문제점과 그 대안을 제시해보고자 합니다.
지금은 ‘개와 늑대의 시간’입니다. 어슴푸레한 저녁 즈음, 개인지 늑대인지 잘 분간이 안 되는 시간이 개와 늑대의 시간입니다. 흰빛 속에 있는 검은색은 회색 속에서보다 더 검으며 작은 동그라미와 붙어 서있는 큰 동그라미는 혼자 있는 것보다 더 커 보입니다. 찬성은 반대가 있으므로 더 힘이 있으며, 반론이 있음으로써 정설이 어째서 옳다는 검증이 가능합니다. 경쟁자를 물리치고 표에 의해 뽑힌 모임의 대표가 무투표 당선보다 우러러 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이러한 관점으로 너그러이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문제점 1 – 가치통합이 되겠는가
① 이념 격차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는 물론, 권영길 원내대표도 최근 “진보대통합의 길에 백의종군하겠다”고 선언한 상황입니다. 이분들의 진정성을 의심하진 않습니다. 그러나 진보신당과의 통합조차 용이하지 않은 상황이고, 정강정책 속엔 여전히 ‘민중’ ‘해방’ ‘제국주의’ 등의 구시대적 이념이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특히 사적소유권을 제한하며, 생산수단을 사회화한다는 부분은 그들이 얼마나 극단적으로 ‘자유주의’의 대척점에 서있는지를 확인시켜 줍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정강정책을 꼭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헌법 제119조 2항입니다. 그 어떤 이념도 헌법보다 우위에 있을 수 없습니다. 논란의 핵심인 FTA 문제도 그렇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개방이 꼭 번영을 가져다주진 않지만 개방 없이 번영을 이룬 나라는 없었다”고 했습니다. 또한 ‘국가권력과 시장권력이 사람의 가치를 사이에 두고 균형을 이루는 것’이 노무현 정신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자유는 ‘권리의 균등’이고, 평등은 ‘기회의 균등’입니다.
설령 얼음을 깼다 해도 어떻게 녹일 것인가의 문제가 남아있습니다. 차이를 넘어서 공통된 정신의 내재율이 흐르게 하지 못하면, 대한이 소한 집에 놀러갔다가 얼어 죽는 상황에 직면하게 됩니다. 해금(解禁)도 사회구성원의 가슴속 해금이어야 하고, 교복자율화도 의식의 자율화여야 진정한 뜻을 가지듯이, 진보통합이 되기 위해선 겉은 물론이고 속까지 어느 한 구석 맺힌 데 없이 풀려 있어야합니다. ‘과거를 묻지 마세요’가 되기 위해선 물리적 결합이 아니라 화학적 결합이 되어야합니다. 겉만 대패질하는 통합은 오래 가지 못합니다. 아무리 길고 훌륭한 쇠사슬이라도 고리 하나가 망가지면 못씁니다. 물론 진보진영은 참여당과 얼마든지 파이를 키워서 나눠먹을 수 있는 관계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닙니다. 화학적 가치통합의 분위기가 조금 더 무르익은 후에 통합해도 늦지 않습니다. 지금은 통합효과를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는 ‘단기적 연합, 장기적 통합’의 관점이 가장 현실적이라는 생각입니다.
② 코아비타시옹
대통령과 총리가 각각 바깥주인과 안주인을 맡는 프랑스의 좌우동거정부를 ‘코아비타시옹’이라고 합니다. 한 나라 두 정상인 셈입니다. 흔히 프랑스 정치체제를 이원집정부제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다릅니다. 총선 결과에 따라 권력의 무게중심이 대통령 또는 총리 어느 한 쪽으로 쏠릴 뿐, 권력이 분산되는 경우는 없습니다. 여대야소면 대통령에게, 여소야대면 총리에게로 권력이 이동합니다. 여소야대일 경우 대통령은 그저 얼굴마담으로 전락합니다. 반대의 경우엔 총리가 얼굴마담이 됩니다. 이처럼 코아비타시옹은 권력의 상호견제 효과보다 대통령과 총리 사이의 잦은 충돌로 국력을 낭비하는 역효과를 초래합니다.
지금과 같은 형편(당력)에서 진보통합이 되면 참여당은 사실상 민주노동당에 ‘흡수’되는 모양새가 됩니다. 당연히 보스 중심의 계파가 형성될 것이고, 정책역량이나 원내의석 하나 없는 우리로선 들러리 역할에 머물게 됩니다. 유시민 대표님도 ‘얼굴마담’ 이상의 행동반경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입니다. 잦은 계파충돌로 당력을 낭비하는 ‘진보의 코아비타시옹’이 벌어질 겁니다. 두 개의 복숭아가 세 명의 선비를 죽이는 비극이 벌어질지도 모릅니다.
지금의 진보통합은 사랑의 열매가 아니라 즉물적 조건의 타협입니다. 그저 표에 대한 콩깍지만 보입니다. 그것을 전략적 파트너십이라고 한다면 할 말 없습니다. 상호신뢰, 개방적 소통, 공동목표, 확고한 결속이 없는 파트너십은 위험이 따르고 유연성이 줄어들게 됩니다. 이럴 때 우월적 위치의 계파가 흔히 사용하는 전략이 ‘선의의 무시’(benign neglect)입니다. ‘불간섭’ ‘방임’ 정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선의’에 무게중심을 두느냐, ‘무시’에 무게중심을 두느냐에 따라 상황은 극과 극을 달립니다. 선의 없는 무시 전략은 사실상 ‘악의의 무시’로 돌변합니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는 프랑스 68세대의 자조처럼, 결과가 선의를 배반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릅니다. 저는 이것을 염려합니다.
③ ‘1+1 > 2’의 효과를 낼 수 있는가
독일 심리학자 ‘링겔만’의 줄다리기 실험을 소개합니다. 줄다리기에 임하는 사람들이 혼자 할 때는 100% 최선을 다하지만, 두 명일 때는 93%의 힘만 발휘하고, 세 명일 때는 85%, 네 명일 때는 겨우 49%의 힘만 사용하더라는 것입니다. 집단이 커질수록 개인의 노력은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특히 전혀 다른 시스템과 마주하게 될 우리 당원님들이 ‘나 하나쯤이야’ ‘내가 아니어도’라는 의식에 사로잡힐 확률이 높습니다.
통합수임기구에서 논의되겠지만, 당헌 당규 정강 등의 조율과 힘의 균형, 당직 배분, 공직 후보자 선출, 시스템 융합의 과정은 결코 용이하지 않을 겁니다. 소수 중심의 간부정당, 계급패권, 경직된 외곽단체들 또한 통합의 걸림돌입니다. 그들이 쉽게 양보할 리 없고, 노무현 정신이 끼어들 여지도 없습니다. 표의 확장성도 0.5 수준이 최대치가 될 겁니다. 합쳐지는 수만큼 이탈자의 수도 많을 것이고, 이념의 필연적 충돌에 상당수의 국민이 등을 돌릴 겁니다. 계파간의 비난·방어·경멸·담쌓기의 수순이 벌써부터 눈에 보입니다.
혼자 달리는 것보다 이인삼각 달리기가 어렵습니다. 부딪히고 넘어지고 쓰러지고 엉킵니다. 충돌이 생겼을 때도 맞추고 나누고 조율하고 오해 풀다 시간 다 갑니다. 때로는 더 느리고 속 터집니다. ‘함께’가 주는 달콤함도 있지만, 그만큼 어려움도 있습니다. ‘함께’인 것이 중요하다면 함께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하지만 쉽지 않아 보입니다. 한 몸처럼 어깨동무를 하고 한목소리로 구령을 외치면서 상대 페이스를 배려하는 시스템이 되려면 아직 멀었습니다. 곳곳의 인계철선을 걷어내는 작업이 우선입니다. 우리는 이를 한낱 거미줄 정도로 여기고 있지는 않은지 걱정입니다. 이익이 작고 해악이 커서 오래되면 그 해악을 감당할 수 없게 됩니다.
④ 대중적 진보정당
'catch-all party'는 2차 세계대전 후 이념의 틀에서 벗어나 대중적 지지를 호소하게 된 서구의 정당을 가리키던 말입니다. 특히 유럽에선 지지기반이 진보세력에 국한돼 있던 사회당이 지지층 확대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분열된 대중을 통합하는 역할을 한다는 시각이 있는 반면, 다양한 이해관계를 반영해야 할 정당정치의 근본취지를 훼손하기도 합니다. 좋게 보면 대중정당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잡탕정당인 셈입니다.
지금의 정치구도는 진보와 보수의 대결이 아닙니다. 민주와 반민주의 프레임입니다. MB정권의 신종 독재가 맹위를 떨치면서 그만큼 민주적 가치의 방어가 절박해졌습니다. 민주주의 수호와 인권 등 이제는 더 이상 외치지 않아도 될 것으로 여겼던 ‘철 지난’ 가치들이 당대의 현안으로 돌아온 셈입니다.
그 와중에 유탄을 맞은 것이 진보정당들입니다. 진보적 가치의 각론을 놓고 싸워야 하는 마당에 사회는 1980년대로 퇴행해 버렸습니다. 반MB의 틀 속에서 진보가 배제된 것입니다. 이 틀 속에서 과연 ‘대중적 진보정당’이 얼마나 호소력이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리버럴이 프로그레시브에게 “힘을 합치자”라고 말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나는 이명박이 싫어요’가 아니라 MB정권을 질적으로 능가하는 정책비전이 있어야 합니다. 그게 우선입니다. 그저 좋은 것은 위대한 것의 적입니다.
⑤ 계급정당의 한계
소비자들은 값 싸고 질 좋은 물건을 찾아 매장을 순례하고, 대형할인매장들은 이런 소비자들의 압력을 협상의 지렛대 삼아 공급자들을 압박합니다. 어디까지가 소비자권이고 유통권인지 구별하기는 어렵습니다. 쥐어 짜인 공급자들은 최저임금제에 반발하고, 비정규직 채용을 선호합니다. 그러면서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강화되고 노조의 권한은 약화됩니다. 그런데 소비자의 대부분은 노동자입니다. 우리는 이렇게 다양한 권리(지위)와 의무로 엮여있습니다.
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사람들은 그저 저축자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주식투자와 펀드 열풍이 저축자를 투자자로 바꿔놓았습니다. 증권회사들과 기관투자자들은 더 높은 수익을 요구하며 기업들을 감시합니다. CEO들은 오로지 회사의 주가를 높이기 위해 매진합니다. 원가절감, 구조조정, 파견근로자와 아웃소싱, 공장의 해외이전 등이 대표적 경영수단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투자자의 대부분은 회사원ㆍ노동자ㆍ소비자입니다. 일자리를 찾아 헤매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본질적으론 시민입니다. 어느 상황에선 정치적 시민이고, 어떤 자리에선 경제적 소비자입니다. 상황에 따라, 입장에 따라 얼마든지 이해관계는 충돌할 수 있습니다.
관점에 따라, 서있는 위치에 따라 이득이 달라지는 세상입니다. 사용자일 때 생각, 노동자일 때 생각, 소비자일 때 생각, 투자자일 때 생각, 실업자일 때 생각은 각기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고 공통의 이해관계를 공론의 장을 통해 만들어 나가는 것이 공화국입니다. 그러면서 시민사회를 만들었고, 자유 시장을 형성했고, 민주공화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민주노동당은 지나치게 계급의 입장에 서서, 지나치게 좁은 시각으로, 경제적 이해관계라는 관점에서만 세상을 해석하는 게 아닌지 염려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시민은 정치ㆍ경제ㆍ도덕적 시민권을 복합적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납세의 부담자요, 다른 편으로는 세금의 이득을 누리는 수익자입니다. 저축자요, 투자자이면서 노동자요, 소비자입니다, 기업가요, 회사원입니다. 우리의 사회적 지위와 권리와 의무는 이토록 복합적입니다.
⑥ 비난에 대한 맷집
참여당이 창당될 당시 쏟아진 언론의 비난을 기억하실 겁니다. ‘지분정치를 위한 선거용 가설정당’ ‘급조된 포말정당’ ‘야권분열의 공적’이라는 비난이 빗발쳤습니다. 깨어있는 시민의식으로 모인 정치결사체가 아니라, 정신 못 차린 정치꾼들의 삼류 지분정치라며 길길이 날뛰었습니다. 김해선거 후에는 분열세력이라는 훈장까지 달았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창당명분을 앞세워 분연히 맞섰습니다.
그런데 진보통합이 논의되면서 또다시 ‘선거를 노린 1회성 정치’라는 비난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선거 때마다 고질병처럼 도지는 군소정당의 이합집산이라며 낄낄댈 것입니다. 이념의 틀에 갇힌 진보학자들은 ‘가짜 진보’라며 끊임없이 생채기를 낼 것이고, 먹잇감을 발견한 보수언론들은 승냥이처럼 물어뜯을 것입니다. 이러한 비난들에 맞설 맷집이 과연 참여당에 있는지 심히 염려스럽습니다.
■ 문제점 2 – ‘리스크’가 고려되었는가
① 위험내성
위험(risk)은 '나쁜 결과가 나올 가능성'입니다. 그냥 확률이 아니라 특별히 '위험'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그것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안 좋은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투자위험은 손실을 볼 확률이요, 연애위험은 딱지를 맞을 가능성입니다. 바람직한 일이 일어날 가능성에 대해선 위험이란 말을 쓰지 않습니다. 누구나 스스로에게 닥칠 위험을 관리합니다. 투자를 어디에 얼마나 할지, 다음 대통령은 누구를 뽑아야 할지를 두고 마음속의 확률을 계산합니다. 그 '안 좋은 결과'의 확률이 어느 정도이고, 자신이 감내할 수 있는 위험이 어디까지인지를 두고 고민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위험은 저마다 처한 상황에 따라 평가가 다릅니다. 100억 재산가와 1억을 가진 사람에게 1000만원의 손실이 갖는 의미는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이처럼 각자가 감당할 수 있는 위험의 범위를 '위험내성'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지금 위험을 무릅쓰고 통합의 길로 가려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웬만한 실패쯤은 감수할 만한 위험내성을 갖춘 걸까요? '안 좋은 상황'에 대한 대비책은 있나요? 그 ‘안 좋은 상황’이 과연 위험내성 범위 안에 있나요? 위험이 이미 내성의 범위를 벗어났거나 한계점에 다다르진 않았나요?
② 선택의 위험
한 가지 위험을 줄이면 다른 위험이 커지는 사례는 주변에 많습니다. 지하철은 대체로 안전한 교통수단으로 꼽히지만 때때로 큰 사고가 나기도 합니다. 만일 심각한 지하철 사고가 일어난 뒤, 안전도를 높인다며 운행속도를 줄이고 배차간격을 넓힌다면 이용객 수는 줄어들 것입니다. 서둘러 출근해야 하는 사람들은 지하철 대신 다른 교통수단을 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다른 교통수단들은 대체로 지하철보다 사고위험이 큽니다. 지하철의 사고위험을 줄이는 정책이 다른 교통수단에 의한 사고위험을 늘리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선 결국 어떤 위험을 더 크게 볼 것인지를 선택해야합니다.
그런데 발생될 가능성을 전혀 모르면 위험도 없습니다. 그저 불확실할 뿐입니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내리는 결정은 무모할 수밖에 없습니다. 흔히 ‘위험을 무릅쓴다’고 할 때의 위험은 불리한 결과의 발생확률을 사전에 가정하고 하는 말입니다. 위험을 무릅써서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결과가, 그 과정에서 치를 것으로 예상되는 대가보다 크다고 판단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제발 위험을 무릅쓰더라도 불확실한 것을 얻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일은 없어야겠습니다.
③ ‘헤쳐모여’가 되는가
우리는 진보통합 후의 내분으로 인한 ‘갈라서기’ 위험을 무릅써야합니다. 만약 민주노동당이 참여당과의 진보통합 후 ‘국민의 이익’ ‘시대적 요구’라는 명분을 앞세워 민주당을 포함한 야권대통합으로 선회한다면 우리는 또다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됩니다. 우리처럼 감정의 골이 깊지 않은 민주노동당으로선 민주당이 제시하는 더 많은 파이를 거부하기 어려울 겁니다. 진보통합 외곽의 민주당과 친노인사들, 시민사회단체의 압력도 만만치 않겠지요. 시속 200㎞나 되는 공을 가장 구석진 자리에 무지막지하게 날리면서 '서비스'한다고 말하는 테니스의 모순을 뼈저리게 겪을지도 모릅니다.
계급기반의 민주노동당은 늘 그 자리에 있고, 늘 특정지역에서 소수의 국회의원을 탄생시킵니다. 더 확장되지도 않고 더 줄어들지도 않습니다. 수틀리면 언제든 그 자리에 ‘헤쳐모여’가 가능한 정당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헤쳐모여’가 불가능합니다. ‘노무현’만으로 입당한 70%의 신생당원들은 야권대통합으로 인한 내상을 더 이상 버텨내지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정치인 유시민’은 물론이거니와 참여당도 사실상 ‘소멸’입니다. ‘위험의 선택’이 ‘선택의 위험’을 부르는 형국이 되는 겁니다. 전체 유권자를 2천만 명으로 가정했을 때 참여당 지지율이 5%면 100만 명의 국민이 참여당을 지지한다는 추산이 나옵니다. 따라서 당의 진로는 진중하고 또 진중해야합니다.
④ 침묵의 카르텔
어떤 사람이 ‘남자로 위장하고 군에 입대한 여자’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친구가 물었습니다. “사내 녀석들과 함께 옷을 갈아입기도 하고 샤워도 해야 텐데 여자라는 걸 눈치 채지 못할까?” “눈치는 채겠지만 그걸 입 밖에 내는 바보가 있을까?”
침묵의 카르텔을 은유하는 우스개 한 토막입니다. 침묵의 카르텔은 특정 집단이나 이익단체에 유리하거나 불리한 문제가 생겼을 경우, 같은 구성원들이 입을 다물거나 서로 비판하지 않는 일종의 담합현상입니다. 보고도 못 본 척, 알고도 모르는 척함으로써 문제 자체를 덮어버립니다. 저는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의 침묵의 카르텔을 경계합니다. 민주당을 포함한 야권대통합에 대한 참여당의 완강한 저항을 예상하고, 먼저 민주노동당과 참여당 통합 후, 야권대통합을 수면 위로 부상시킬 확률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미 되돌아갈 길이 없는 참여당을 향해 진보언론의 박수효과와 ‘국민의 이익’을 앞세워 압박하면 우리로선 속수무책입니다. 맑은 하늘에 숨어 있는 청천난류인 셈입니다. 여느 때 같았으면 지금의 진보통합 논의에 대해서도 야권분열이니 뭐니 콩팔칠팔 떠들었을 그들이 왠지 조용한 것도 수상합니다.
⑤ 내부 리스크
사실 이 부분이 가장 고민스럽습니다. 유시민 대표님과 집행부 모두 통합으로의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황에서, 혹여 당원 투표로 부결된다면 이후의 참여당은 어떻게 될지 막막합니다. 리더십에 대한 치명상은 물론이고 집행부 존립 자체까지 흔들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제발 이쯤에서 멈췄으면 좋겠다는 게 저의 솔직한 심정입니다. 대.박은 하늘의 뜻이지만 쪽박은 사람의 일입니다. 대.박은 하늘이 내리지만 쪽박은 사람이 막을 수 있습니다.
친노인사들과 시민사회가 광범위하게 참여하는 진보통합이 아니라면 사실상 배전의 효과를 얻기 어렵습니다. 친노인사들이 민주당 쪽으로 기울어있는 것도 난제입니다. 과도한 자기 확신과 성공에 대한 자만심을 버립시다. ‘양’이 ‘질’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오월동주도 언제 뒤집힐지 모릅니다. 통합하지 말자는 게 아닙니다. 아직 때가 아니라는 겁니다. (그 이유는 대안으로 말씀 드리겠습니다) 이익은 잠깐이지만 후회는 평생 갑니다. 그러므로 이익의 방법을 논하기보다 후회하지 않을 방안을 논하는 게 맞습니다. 제 아무리 뛰어난 정치인이라도 무오류는 있을 수 없고, 그 어떤 위대한 이론도 인간 사회의 일부분만을 설명하며, 그마저도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이론에 의해 대체됩니다. 원칙보다 처한 상황에 유리하도록 움직이는 ‘상황주의’는 생명력이 길지 않습니다. 급격한 타협은 어쩌면 생존의 격동보다 더 큰 재난을 초래할지도 모릅니다.
⑥ 종국의 역선택을 극복할 수 있는가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관계는 한마디로 ‘적대적 공존’입니다. 서로 상대방을 적으로 규정하고 강하게 대립하지만 둘 사이엔 일종의 묵계가 성립돼 있습니다. 서로 적대하되 궤멸에까지 이르게 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적당한 선에서 적당한 정치적 이익을 나눠먹자는 겁니다. 이것이 양당제의 독버섯입니다. 어차피 여당독재나 야당독재나 거기서 거기니까요.
때문에 과연 새로운 통합정당이 그 적대적 공존을 견제할 만큼의 세력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의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상황이 여의치 않습니다. 단순 산술로도 통합정당의 지지율은 민주당의 절반에도 못 미칩니다. 설령 통합정당 후보가 민주당 후보를 꺾고 단일후보가 된다손 치더라도 본선에서 또다시 민주당 지지자들의 역선택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대선을 앞둔 상황에선 더더욱 기승을 부릴 겁니다. 결국 기존의 경쟁적 단일화 방식과 별다른 차이가 없습니다. 바로 이점이 우리가 배태하고 있는 또 다른 화근입니다.
■ 문제점 3 – 무엇을 했는가
① ‘정치인 유시민’의 싸움
우리는 지난 수개월 동안 창당 1년 평가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갖가지 시행착오들이 지적되었고, 앞으로의 과제도 다양한 관점에서 제시되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폐부를 찌른 것은 ‘독자적 색채가 없다’는 지적이었습니다. 한나라당은 북한과 싸우고, 민주당은 독재와 싸우고, 민주노동당은 외세와 싸운다는데 도대체 우리는 무엇과 싸우고 있냐는 지적이었습니다. 정치집단의 정체성은 그들이 싸우는 상대가 누구냐를 통해 드러납니다. 싸움의 대상을 선명하게 부각시킴으로써 정당의 존재이유를 알리고 지지층을 결집해 나갑니다.
아무와도 싸우지 않는 정당은 아무도 지지하지 않는 정당이라고 보면 틀림없습니다. 리더가 먼저 싸워야 할 이유가 있는 대상과 싸우는 모습을 보이면, 처음엔 구경꾼이 모여들고 마침내 그들이 같이 싸우기 시작합니다. 이것이 정치고, 그래야 역사가 바뀝니다. 노무현 대통령도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싸우면서 남들도 같이 싸우도록 만든 승부사였습니다. 그런데 대표님은 ‘당의 부족한 역량과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없다’는 이유로 통합의 길로 나섰습니다. 실망입니다. 박정희와 전두환에 의해 그렇게 오랫동안 정치권에서 추방되었다고 사람들이 김대중 대통령을 잊었나요? 연거푸 선거에서 떨어졌다고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인생이 끝났던가요? 도리어 그럴수록 사람들은 그분들을 더욱 애틋하게 가슴에 품지 않았던가요?
② 불의와 싸우십시오
MB와 싸운다고요? 잘못된 프레임입니다. MB는 모든 야당들이 함께 싸우고 있습니다. 그 틀 안에서는 대표님의 존재가치가 점점 희석될 수밖에 없습니다. 대표님은 민주당 대표가 아니라 참여당 대표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야 합니다. 새로운 시대는 새로운 싸움에 의해 시작됩니다. 누구든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겠다는 사람이라면, 오늘날 우리 모두를 괴롭히는 온갖 사회적 질병의 근원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드러내고 그것과의 싸움을 시작해야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말씀하셨던 ‘지사적 기개’를 온전히 물려받은 분이 바로 대표님이십니다.
한때 대표님이 시대의 아이콘이 된 것은 항소이유서에서 인용한 ‘슬픔도 노여움도 없는 자는 조국을 사랑하고 있지 않다’는 말 때문이었습니다. 지금은 국가의 정의를 외치고 계십니다. 정의의 대척은 불의입니다. ‘국민과 법 위에는 아무것도 없게 하겠다’고 왜 더 크게 소리치지 못하십니까. ‘이 땅의 모든 시대적 불의와 싸우겠다’고 왜 앞장서지 않으십니까. 정의의 아이콘이 되는 길을 왜 포기하려 하십니까. 다시 역사가 용기 있는 자를 부르고 있습니다. 어떤 불의와도 싸우지 않겠다는 사람은 틀림없이 정의를 원치 않는 사람입니다. 싸워야 할 때 싸우는 것, 그것이 ‘정치인 유시민’에 딱 맞는 옷입니다. 그러한 대표님의 모습을 잠시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저는 온몸에 전율이 흐릅니다.
③ 스스로 일어서자
우리 참여당은 ‘소멸하기 위해 급조된 잉여정당으로서 예정된 미래를 향해 가는 것’이라는 비난을 들으면서도 당당히 창당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그 비난대로 가고 있고 ‘선거를 앞둔 정치거래’라는 비난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 얼마나 울분 터지는 일입니까. 제2의 창당선언도 사라지게 생겼고 ‘노무현 부채 승계’도 불투명합니다. 시대흐름을 재조직하겠다는 포부, 좋은 것을 골라 키워가는 재편육성의 일성은 어디로 갔습니까.
당원들 모두 정말 열심히 뛰었습니다. 그러나 좀 더 효과적으로, 좀 더 영악하게 뛰지 못했습니다. 무엇보다 ‘또 하나의 야당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의문을 확고한 정체성과 차별화된 정책노선으로 뒷받침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한 것이 뼈아픕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이제야 참여당에 대해 조금씩 인지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인 겁니다.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무한한 확장성을 가진 정당입니다. MB정권에 넌더리나고 무능한 민주당에 신물 난 사람들, 정의에 환호하는 젊은 층을 흡수할 수 있는 당은 참여당밖에 없습니다. 건강한 견제세력이 될 수 있습니다.
참여당은 무능하지 않습니다. 다만 결집시키고 활용하는 데에 서툴렀을 뿐입니다. 잡초는 저절로 자라지만 화초는 가꿔야합니다. 희망이란 어려움을 삭제하는 것이며, 절망이란 어려움을 불가능으로 낙인찍는 것입니다. 지금부터라도 우리의 시간을 선용하지 않는다면 우리 자신이 건널 다리를 파괴하는 것과 같습니다.
■ 문제점 4 – 통합정당에 ‘노무현’이 있는가
① 노무현의 정치역정
노무현 대통령은 탈권위, 탈지역, 소수와 약자 배려를 주창하며 이 땅의 문화적 야만에 저항하고, 주류의 폐쇄성을 거슬러 사회적 소통의 장을 열고자 했던 정치인이었습니다.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겠다는 다짐을 정치신념과 브랜드로 키웠습니다. 때로는 파격과 변조도 있었지만 정상 도전에 성공했습니다. 노무현 시대를 열었습니다. 짧지만 강렬했습니다. 사람다운 냄새가 났던 16대 대통령 ‘노무현’은 그렇게 ‘사람 사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권위를 멀리하고 역사의 부름에 언제나 자기의 전 존재를 걸고 치열하게 응답했던 소수의 사람들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이 시대의 모순에 정면으로 맞선 투사였습니다. 배운 것 없고 가진 것 없는 이들을 위한 서민 대통령이었습니다. 모든 권위를 내던지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고자 했던 사회개혁가였습니다. 대통령 후보가 되어 최고 권력을 장악하는 데 걸린 8개월의 시간은 역동적인 ‘누벨바그’의 총결이었습니다. 학벌은 낮았지만 학식은 높은 학자군주였습니다.
② 노무현 정신
노무현 대통령은 대화와 타협의 민주주의, 관용의 정치, 규칙과 승복의 정치, 인권과 평화를 지향했습니다. 국민과 가장 가까웠던 대통령이었습니다. 민주주의에 대해서도 “한국사회를 더욱 선진적인 민주국가로 만들려면 더 자유스럽고 평등한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며 시민의 ‘동행’을 요구했습니다. “경쟁은 낙오자를 만든다. 낙오자 역시 시민이다. 그 시민이 예속, 종속의 지위로 빠지지 않게 만드는 게 민주주의다”고도 했습니다. “승자라도 패자를 지배하지 않고, 예속되지 않게 하는 것이 정치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국민과 함께하는 민주주의, 더불어 잘사는 균형발전사회,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 시대’를 3대 국정목표로 세우기도 했습니다. 통치의 효율성을 포기하면서까지 민주적 가치실현을 위해 전면전을 벌였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늘 우리에게 말을 걸어왔습니다. 말 꺼내기 힘든 환경에서도 늘 말을 했습니다. 우리가 오랫동안 들었던, 텔레비전만 켜면 정치인들이 늘 해댔던 공식적인 말, 판에 박힌 말, 하나 마나 한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공격받고 오해받았지만, 그게 그분이 말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우리는 그분 덕분에 조금은 더 쉽게 말할 수 있었고, 더 많이 말할 수 있었습니다. 봉하마을이 저항과 분노를 상징하는 ‘실패의 역사’로 기록될까 봐 솔직히 두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분의 죽음을 가지고 싸우지 않을 겁니다. 단지 그분의 치열한 정신으로 포괄적 승자들과 치열하게 싸울 겁니다. 민주주의가 무심히 곁에 있던 그때가 눈물 나게 그립습니다.
③ 통합정당에 노무현 정신이 녹아들 수 있는가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대통령과 민주노동당 지도부와의 치열한 정책토론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 정책토론의 내용을 언론으로부터 접하고, 개혁과 진보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 대통령은 민주노동당이 개혁정책이라며 요구한 분배우선주의와 부유세, 아파트 원가공개를 거부했습니다. 시장과 국가가 균형을 이루는 개혁노선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민주노동당은 자신의 진보를 개혁이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역사 속에서 개혁의 대상으로 판명 난 영국 구 노동당의 이상주의에만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됩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우리 사회의 고질화된 지역·계층·이념의 분열과 갈등을 치유하여 화합의 계기로 승화시켜 달라는 화두를 던지고 저만치 갔습니다. 참여정부가 실천하고자 했던 권력의 민주화, 국가균형발전, 선진통상국가는 기존의 진보와 보수의 이분법을 넘어선 것입니다. 특히 선진통상국가를 위해 FTA를 강행한 것은 민주노동당 노선과 극단의 대척점에 있습니다. 전통적인 이념적 이분법에 익숙한 사람들은 노무현 정신이 적잖이 불편할 겁니다.
화해와 통합도 본질적으로는 더 팔뚝 굵은 자들, 스스로 주류라고 믿는 자들이 진실로 자책하며 먼저 손 내밀어야 모든 허물과 업장을 멸할 수 있습니다. 먼 길입니다. 그래서 조급해하면 지칩니다. 환멸하고 외면하게 됩니다. 노무현의 죽음이 상징하는 한 시대의 종언, 그 상실을 인정하는 데서부터 재건이 시작됩니다. 그 조각들을 모두 맞추어야 비로소 노무현이라는 시대의 퍼즐이 완성됩니다. 희망이 더욱 단단해져야 하겠습니다.
P.S. 대표님이 올리신 발제문은 ‘국민참여당은 꿈을 실현할 역량이 있는가’와 ‘기존의 연대연합노선을 그대로 밀고 갈 수 있는가’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독자노선’으로 최대한 후보를 내서 완주한다면, 내년 총선에서 국민으로부터 영원히 버림받을 것이라고 염려하셨습니다. 이에 대한 대안을 월요일쯤 올려보겠습니다. 약 2개월 간 대안에 대해 고민하고 또 고민했습니다. 글이 너무 길어지는 탓도 있지만, 단 며칠 동안이라도 더 고민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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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서구 2011.06.24 16:17:59 (121.*.*.*) 월요일이 기다려지는 이유가 하나 더 생겼습니다^^
다음 주 월요일 두번 째 글이 올라오면 이 글이 독자를 지향하는 분들의 대표 발제문으로 공지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장문이고 정성을 들여 쓰신 글인데 제 생각하곤 거의 모든 꼭지에서 갈리더군요.
총체적인 반론을 쓰고 싶었지만, 시간 상 읽으면서 꼭지별로 쓴 의문을 그대로 올립니다.
본문이 너무 장문이다 보니 매우 긴 댓글이 될 것 같은 데 다른 분들 양해 바랍니다.
개와 늑대의 시간 ①호치
=>어떤 사안에 대해 ‘다름’이 있을 수 있음과 ‘다름’의 존재가 다른 ‘다름’을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 더 부각시켜 줄 수 있음을 진지하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하지만 현실 정치에서도 이 논리가 전부 타당한 것인지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예로 드신 투표와 무투표, 또 다른 표현으론 경선과 추대라고 할 수도 있는데 현실 정치에서 과연 그런가요?
■ 문제점 1 – 가치통합이 되겠는가
① 이념 격차
=>민주노동당은 최근 강령 개정을 통해 ‘사회주의’적 문구를 삭제하고, 새로운 진보정당의 노선을 ‘진보적대중정당’으로 확정했습니다.
보다 구체적인 정강정책은 예전 진보정당들의 것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새 진보정당에 참여하는 제 정당, 단체, 세력의 합의에 따라 새로 제정 되어야 하는 겁니다.
모든 일이 단계적, 순차적으로만 진행 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단기적 연합, 장기적 통합’은 바람직한 연착륙 방안이지만, ‘순간적 통합’이라는 비상착륙도 정치의 한 방법 아닐까요?
화학 반응은 일단 두 물질을 섞어야 일어나는 것 아닐까요?
② 코아비타시옹
=>새 진보정당 내에서도 계파가 생기고 참여당이 당내에서 소수 계파로 남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하지만 통합 이후 상황은 바로 총선입니다.
현재 진보진영 내의 지형은 총선의 결과에 따라 상당한 변동이 생길 겁니다.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출신이 다른 당원들의 동질감이 확대되고, 그 만큼 계파 의식은 둔화되고, 현실적으로 참여당 출신이 약진할 가능성도 있지 않겠습니까?
③ ‘1+1 > 2’의 효과를 낼 수 있는가?
=>줄다리기 경우는 보장하건데 기우입니다.
왜냐하면 줄다리기판을 얼마든지 더 만들 수가 있거든요.
집단이 커질수록 개인의 노력이 줄어든다면 거대정당들은 어떻게 봐야 합니까?
④ 대중적 진보정당
=>대중적진보정당의 뿌리가 말씀하신대로 서구의 'catch-all party'에 있든, 진보정당이 말하는 통일전선에 있든 중요한 것은 지금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정당인가? 를 먼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명박 정권으로 인하여 민주와 반민주의 구도로 퇴행했다는 주장은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그런 요소가 없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근본적인 구도에 변화가 생겼다고 보지 않습니다.
6.2지방선거를 계기로 ‘복지’가 화두가 되어 근본적 변화를 이끌고 있는 구도는 진보 대 보수, 또는 복지 대 성장으로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2012년 권력교체기의 중요성을 감안해서 민주 대 반민주의 구도를 단기적 주요 구도로 보더라도, 민주연합의 한 축을 진보진영이 담당하고 있는 것은 엄연한 현실 아닌가요?
⑤ 계급정당의 한계
=>당사자인 진보정당들이 그 한계에 대해 절실히 느끼고 있을 것 같습니다.
대중적진보정당이 그 한계를 넘기 위한 가장 적절한 정치적 노력 아닐까요?
⑥ 비난에 대한 맷집
=>다른 길로 가면 매가 덜 할까요?
대중적진보정당으로 가는 것이 혼자 맞을 매를 나눠 맞는 길 아닐까요?
맷집이 없으면 호구라도 착용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 문제점 2 – ‘리스크’가 고려되었는가
① 위험내성
② 선택의 위험
=>독자노선의 위험성도 경험과 예측을 논거로 충분히 ‘합리적’으로 설명 되었다고 봅니다.
리스크 논리로만 보면 위험이 확실한 길로 가야 할까요 위험이 불분명한 길로 가야 할까요?
(여기에 대안 있다고 하셨으니 기대하겠습니다)
③ ‘헤쳐모여’가 되는가
=>진보정당들이 ‘야권단일정당’으로 가게 되면 우리는 현실적으로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가야 합니다.
진중한 선택이 선택 자체를 포기하는 것임은 아닙니다.
진중하게 선택하기 위하여 몇 달을 토론하고 거의 실현 불가능하게끔 만들어 놓은 의결에 도전하는 것입니다.
④ 침묵의 카르텔
=>카르텔이 되었던 국민 여론의 변화에 따르던 진보정당들이 ‘야권단일정당’하게 되면 우리도 가야 합니다.
단일정당 내 ‘진보정당정체성유지제도’를 최대한 활용하여 정체성을 유지하며 가야 합니다.
진보정당들이 민주당과 단일정당을 한다는 것은 ‘천지개벽’ 같은 환경 변화가 있을 때만이 가능한 것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민주당을 믿지 못해도 그때는 국민과 진보정당들을 믿고 가야 합니다.
⑤ 내부 리스크
=>통합수임기구가 전당대회를 통과하는 일은 정말 기적에 가까운 일입니다.
부결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봅니다.
부결 되었다고 지도부가 치명적 타격을 입는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전당대회 전까지 통합과 독자의 의견들이 발전적이고 건설적으로 스와핑을 해야 합니다.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당헌당규에 입각해서 결과에 따르고 소수 의견을 존중해주는 정당문화를 우리가 선구적으로 개척해야 합니다.
창당의 대의를 잊지 않았다면 국민참여당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⑥ 종국의 역선택을 극복할 수 있는가
=>동의합니다.
문제는 독자로 갔을 때 그 위험이 현실화 될 개연성과 홀로 견뎌야 할 부하가 더 커진다는 것입니다.
■ 문제점 3 – 무엇을 했는가
① ‘정치인 유시민’의 싸움
=>그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민주당과 싸웠죠.
정확히 말하면 생존투쟁이었습니다.
국민의 눈높이로 보면 꼴사나운 집안싸움처럼 보였을 겁니다.
그 싸움을 아직 평가하긴 이르다고 봅니다.
② 불의와 싸우십시오
=>대체로 동의합니다.
덧붙이자면 정의의 대척점에선 불의와 싸우고, 자유의 대척점에선 구속과 싸워야죠.
싸움의 방법과 유시민의 이미지 설정은 더 연구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③ 스스로 일어서자
■ 문제점 4 – 통합정당에 ‘노무현’이 있는가
① 노무현의 정치역정
② 노무현 정신
③ 통합정당에 노무현 정신이 녹아들 수 있는가
=>대중적진보정당 안에서 참여당의 창당정신 구현이나 노무현의 부채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노무현대통령도 가장 아쉽게 생각했던 진보진영과의 불화를 종식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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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