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이면 구의원 생활 1년이 된다. 우리 지방자치의 현주소를 좀 더 실증적으로 보게 되면서, 그동안 가졌던 편견과 낭만이 사라졌다. 지방자치가 미시적으로 보면 4년마다 크게 바뀌고 있음을 확인한다.
지방선거를 치른 지 1년이 지났다. 구의원 생활도 7월이면 1년이 된다. 내놓을 성과는 크게 없지만, 작은 결론이 내려졌다. 지방자치에 뛰어들기 전 지방자치에 대해 품었던 편견을 버렸고, 낭만도 사라졌다는 게 조그마한 보람이었다고 자평해본다.
바로 1년 전만 해도 지방자치에 대해 편견과 낭만이 있었다. 편견은 우리 지방자치가 아직도 어설프고, 때론 엉망이라는 수많은 보도와 소문이 만들어준 일종의 인상비평적 각인이었다. 일부 지방의원이나 지방 공무의 전근대적이고 저급한 행태, 각종 부정부패와 연루된 보도와 소문이 지방자치를 사시(斜視)로 보게 했던 게 사실이다. 우리네 지방자치가 아직도 이 같은 사시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임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1년을 지내보니 그런 세간의 시선과 평판이 상당 부분 과장되고 일방적이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자방자치 20년의 축적이 결코 허비가 아니었다. 지방자치 구성원(의회와 집행부)이 만사에 주민 우선을 행동 규범으로 삼고 있음을 보고 느꼈다. (좋은 의미에서든 아니든) 주민 눈치 보기에 그만큼 민감해졌다는 얘기다.
이런 배경에는 지방자치 구성원의 의식 수준이 조금씩 진보를 이룬 덕도 없지는 않지만, 주민의 감시와 비판이 점점 매서워지고, 참여가 활성화된 덕분일 것이다.
토호세력 존재 찾기도 힘들어져
지역별 편차가 있지만 지방의회 구성원의 연령대도 갈수록 젊어지고 있다. 광주 서구의 경우 구의원 13명 중 1954년생인 내가 가장 노령(?)이다. 30, 40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정당별 구성도 8:4:1(민주:민노:참여당)로 다양하다. 여성 의원이 5명이나 된다. 초기 지방자치 시작 때 일반적 비판의 표적이던 이른바 토호세력의 존재를 찾기도 힘들어졌다.
이런 변화는 2006년 지방선거와 비교해도 꽤 큰 차이를 보여준다. 구의회에서 실력을 발휘했던 의원이 광역의회로 진출해 투혼과 열정을 바쳐 활동하는 사례도 늘었다. 자치단체장들도 개혁과 혁신의 아이돌이 여기저기 등장하고 있다. 우리 지방자치가 거시적으로는 여전히 미숙하고 미흡하지만, 미시적으로 보면 4년마다 족적이 크게 바뀌고 있음을 확인한다.
반면 지방자치에 대한 낭만은 사라졌다. 무슨 낭만이냐고 의아해할지 모르겠다. 1991년 첫 지방자치가 시작되면서 우리 뇌리 속에 심어졌던 서구적 지방자치의 잔상이다. 역사적인 지방자치의 출발을 계기로 각종 매체가 독일·네덜란드 등 지방자치의 모범 사례를 다큐멘터리나 뉴스 특집으로 앞을 다퉈 소개했다. 자기 생업이 끝난 지방의원들이 어스름녘에 자전거를 타고 마을 공회당이나 조그만 사무실에 모여든다. 오순도순 동네일을 협의하고, 주민과 토론이 벌어진다. 주민과 지방의원 사이에는 사랑과 신뢰가 넘친다. 이런 패턴의 목가적 장면이 지방자치의 모델로 종종 소개되었다. 여기엔 커다란 의사당과 안락한 의석, 주먹질이나 머리띠 두른 지방자치는 없었다. 의정비나 해외연수 시비도 없다. 공천을 둘러싼 흑막도 없다. 희생과 봉사, 그리고 명예가 풀뿌리 민주주의, 지방자치라는 낭만(?)을 심어주었다.
하지만 한국의 지방자치 현장은 그게 아니다. 여간한 기초의회라도 수천억원이 넘는 예산을 다뤄야 하고 공무원 수백 명을 상대한다. 갈수록 다양화·고도화·전문화하는 복지 법무 회계 감사를 도와줄 인력도 시스템도 없다. 지난 1년 현장에서 본 우리 지방자치는 이제 제 길을 찾아 들어섰지만 여전히 미답의 길을 가고 있다. ‘편견’과 ‘낭만’이 배제된 한국적 모델을 찾아나설 때라는 생각이 든다.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