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겪은 해병대… ‘해병대에게 구타는 일상이었다’
(서프라이즈 / 화씨911 / 2011-07-14)
군대의 기억은 누구에게나 애잔할 것이다. 배고프고, 춥고, 힘들고, 누군가가 보고 싶고, 그래서 부대를 가로막은 철조망 바깥으로 나가고만 싶은 그런 기억들로만 남아있을 것이다.
나도 그렇다. 지금은 구타가 사건이고 폭행이고 죄로 문책을 받지만 내가 입대한 해병대는 당시 그것이 일상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도 추억이라고 회상한다. 지금 이런 말을 하면 욕을 바가지로 먹을 것을 알면서도 추억으로 회상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오늘(14일) 유낙준 해병대 사령관이 강화 해병부대의 총기사건, 포항 해병대원의 자살사건, 김포 해병원사의 자살사건 등 물밀듯이 터지는 사건들을 감당하지 못하고 사퇴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그가 전날까지 “책임질 있으면 책임지겠다” 정도의 언어유희로 사건의 핵심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오늘 김포에서 원사라는 계급의 간부가 자살한 사건이 터지자 견딜 수 없었던 모양이다. 늦었지만 잘한 일이다.
각설하고…. 해병대의 구타가 문제가 되고 있는 지금, 나는 내가 사랑하는 해병대가 사회로부터 지탄을 받은 것에 마음이 아파 최대한 해병대를 옹호하는 글을 두어 편 올렸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나의 해병대 옹호글에 되려 지탄을 했지만 그래도 내가 보았고 느꼈고 또 사랑했던 해병대가 지탄을 받는데 대한 안타까움이 그런 글을 올리게 했음도 밝혀둔다.
그렇다면 나는 해병대에서 구타당하지 않았을까? 나에게 해병대란 멋있고 자랑스럽고 기강 있는 군대로만 기억될까? 전혀 아니다. 내가 기억하는 해병대는 그와는 정반대다. 나에게는 정말 기억하기 싫은 해병대 시절의 구타흔적이 남아있고 그 때문에 지금도 일상생활도 불편할 때가 많다. 지금부터 그런 기억의 조각들을 맞춰본다.
지금은 해병대 훈련소가 경북 포항의 제 1사단 내에 있으나 이곳으로 훈련소를 옮기기 전까지 해병대 훈련소는 경남 진해에 있었다. 이름하여 진해교육기지사령부라는 곳인데 경남 진해시 경화동에 위치했다. 또 이 훈련소에서 훈련을 받은 모든 해병들이 필수적으로 거친 유격 훈련장인 벽암지교육대가 지금은 경남 창원시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마산에 상남훈련장이란 이름으로 존재했다.
예나 지금이나 해병대는 지원 군대다. 특히 하사관은 따로 지원자를 모집하여 선발했다. 지금은 알 수 없으나 당시는 입소 자체가 개별입소였기 때문에 지원하여 합격 및 입소통보서를 받으면 그 통보서와 함께 열차운임 후불증이란 것도 함께 동봉되어 있었다. 각자의 고향 집에서 진해까지 가는 철도운임을 국가가 부담한다는 후불증이다. 나도 이 후불증을 내고 진해까지 기차를 공짜로 타고 갔다.
입소 전날, 진해 경화동 여인숙 등 숙박시설은 그야말로 만원이었다.
6~70년대의 해병대 하사관 지원자들은 ‘모두다 동네에서 문고리 정도는 잡고 흔들던 왈패’로 정의했다. 그들이 입대하여 힘든 훈련을 받으며 견디는 과정에서 생긴 ‘깡’까지 겹쳤으니 당연히 얻은 별명이 ‘개병대’였을 것이다. 사실 이 ‘개병대’라는 말은 일반 해병 수병들을 향한 말이 아니라 하사관들을 일컫는 용어다. 이들이 입소 직전에 모인 곳이니 밤새 곳곳에서 술판이 벌어지고 혹자들은 또 멱살잡이도 하고, 그러다가 입소 동기인 것을 알게 되면 서로 웃고 화해하다가 밤을 지샜다.
해병대 하사관학교 생활은 구타와 함께 시작되었다.
하사관학교 교관들은 이런 것들을 환하게 알고 있었다. 입교 전날 교관이나 간부들이 경화동 숙박촌을 암행하고 입교 대상자들의 전날 상황을 파악하기도 했던 모양이었다. 그렇게 파악된 정보들이 훈련기간 중 모두 구타의 조건이었으니 말이다.
입교일 아침 일찍부터 교육기지사령부 6정문 앞에는 전날 술에 취해 소란을 피웠던 장정들이 모두 벌건 눈을 하고 도열했다. 그때까지는 민간인이었으니까. 8시 정각이 되어 도열이 끝나자 교관들은 이런 우리 무리를 정문 안으로 인솔했다. 하지만 맨 마지막 장정의 정문통과가 끝나자 바로 머리 위에서 몽둥이들이 날아다녔다.
“너희들은 이제 민간인이 아니다”
이 말이 곧 구타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였다. 곳곳에서 “억, 어쿠, 악”하는 소리들이 남과 동시에 몽둥이, 주먹, 발이 날아다녔고 몇 분 전까지 앙앙불락 하던 장정들은 여기저기서 쓰러지기에 바빴다.
이유도 없었다. 잘못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 그냥 “눈깔아” “어깨 펴” “깡패야?” “머리 봐라” “복장 봐라” “똑바로 서” 소리만 사방에서 들리고 그런 말과 동시에 퍽퍽 소리와 함께 “억” “어쿠” “아이고” 하는 소리들이 섞이면서 30분 정도의 매타작이 끝났다.
이윽고 상사 계급장을 단 사람이 나타나서 명단을 나눠주고 그 명단을 받은 교관들의 호명에 따라 대열이 정리되었다. 아주 간단한 중대 및 소대편성은 그렇게 완료되었다. 호명에 따라 불린 장정들은 자신을 호명한 교관들의 인솔에 따라 편성된 중대 및 소대가 사용하는 막사로 이동했다. 구타가 일상인 해병대 하사관 후보생 시절의 시작이었다.
밥도 구타와 함께했다.
하사관학교의 기억 중 가장 오래 남은 기억이 밥 때문에 맞은 기억이다. 지금에야 자유배식, 1삭 3천, 영양, 칼로리 등을 따지지만 당시 우리에게 밥이란 생존력을 키우는 도구였다.
거의 매번 식사시간은 1분, 길어야 3분이었다. 때론 30초가 주어지기도 했다. 교관은 식사정렬이 끝나 식판을 앞에 두고 후보생이 모두 착석하면 거의 매번 “식사 시간은 1분”라든지 “오늘은 3분”,특별한 날엔 “30초”를 외쳤다. 그리고 식사 시작을 지시하고 정확히 자신이 애초 제시한 시간이 지나면 식사 끝 호루라기를 불었다. 교관의 호루라기에 맞춰 수저를 놓지 않거나 식판을 들고 있는 훈련병은 밥이 입에 가득 담긴 그대로 교관의 주먹이나 발길질에 입에 물려 있던 음식들이 튀어나왔으며 그대로 고꾸라졌다.
나는 이런 고통을 잘 견뎠다. 어차피 배고픈 삶을 살다가 입대했으므로 배고픔 정도야 이골이 나 있었다. 하지만 이런 나도 어느 날인가 너무도 배고픔을 참기 힘들어 짧은 식사 시간 때문에 먹지 못한 밥을 버리기 전 식판에 기술적으로 남겼다. 그리고 식판 세척 시간에 식판에 남은 밥알과 배추 이파리를 재빨리 입에 우겨넣다가 곧 교관에게 발각되었다. 그날 아침 그 식판을 들고 가슴과 배를 구타당할 때는 정말 죽고 싶었다. 그래도 견뎌야 했다. 하지만 후렴으로 식사 후 휴식시간 내내 연병장을 도는 기합을 받았다.
빵도 구타와 함께했다.
우리 하사관 후보생들은 입교와 동시에 가진 현금을 모두 훈련소에 위탁했다. 그리고 그 위탁 된 현금액수에 따라 매주 토요일 훈련소 px(매점)에서만 통용되는 군표를 받았다. 일주일에 한 번 받은 군표를 가지고 매일 오후 과업이 끝난 뒤 저녁 순검 준비시간까지 주어지는 약 30분의 자유 시간을 통해 매점에 가서 빵을 산다. 언제나 허기진 후보생들이지만 거기서도 빈부의 격차가 있었다.
입교 시에 적은 돈을 맡긴 나는 중대장, 소대장, 교관 등을 위한 상납용으로 단체 거출당한 비용, 운동화, 실내화, 츄리닝, 도복 등을 구입하는 비용 등으로 갹출 당하고 난 뒤라 받을 군표가 없었다. 따라서 자유시간이 매우 괴로웠다.
빵을 좀 후하게 산 동기에게 얻어먹으면 좋은데 빵을 많이 산 동기라고 배가 고프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이런 애들이 빵을 빼앗기지 않기 위하여 가는 곳이 변소였다. 변소에 앉아 그 지독한 냄새를 감수하고 빵을 우겨넣는 것이다. 빵이라고 질은 좋은가? 그 이름도 유명한 해병대 곰보빵이다. 딱딱하고 씹어도 넘어가지 않는, 그래도 이를 우겨넣고 이를 빼앗으려는 애들은 변소를 돌며 씹는 소리가 나는 문을 열어 재끼다가 싸움이 난다.
어느 날 입교 후 친하게 된 동기가 빵을 좀 많이 샀다. 그리고 그 중 후하게도 4개를 나에게 주었다. 함께 변소로 가서 그 빵을 우겨넣고 있는데 이를 빼앗으려는 놈이 있었다. 그러다가 싸움이 났다. 하지만 이 싸움의 뒤끝은 엄청난 매타작으로 돌아왔다. 그날 빵을 산 모든 동기들, 변소에서 빵을 먹은 동기들 모두 불려나가 “너희들이 개 돼지냐?”는 지적과 함께 먹은 빵이 올라와서 다 토하도록 두들겨 맞았다.
훈련도 기합도 구타가 일상이었다.
제식훈련, 총검술, 집총체조, 도수체조, 태권도, 육상수영 등이 해병대 하사관학교 기초 8주 훈련과정이다. 그러나 이때를 기억하면 실제 훈련받은 시간보다 기합을 받으며 구타당한 시간이 더 많았던 것 같다. 또 기초과정이 끝나 상남으로 가서 1주일 기초 유격훈련을 받았는데 육상PT, 외줄타기 두줄타기 세줄타기 레펠 하강 산악구보 등의 유격훈련도 구타가 없으면 안 되었다.
오죽하면 ‘꼴아 박아(원산폭격)’자세에서도 잠이 왔을까? 쪼그려 뛰기나 푸샵 같은 것은 기합도 아니었다. ‘쥐잡기’도 기합이 아니었다. 쥐잡기를 하다 채인 엉덩이는 내 엉덩이가 아니었다. 그냥 교관이나 조교들의 장난감 축구공 정도라고 해도 과한 말이 아니었다. 터지고 깨지고 피가 엉겨 붙어서 옷이 살갗에서 떨어지지 않아도 어떤 훈련에서든지 낙오란 곧 고문관이 되는 거였기에 고문관이 되지 않으려면 뛰고 구르고 맞아도 이를 악물고 더 악을 써야 했다.
그렇게 길었던 1주일이 지나 다시 진해로 돌아와서 각개전투, 예비사격(육군용어로 PRI훈련), 실탄사격, 침투사격, 바다수영, 전투수영 등의 실전에 필요한 훈련과정 2주를 거친 뒤 마지막 1주는 수료준비 종합점검 기간이었다. 이때를 돌아봐도 맞은 기억만 있다. 특히 사격장에서의 구타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실탄이 장전된 총을 잘못 다루면 타인의 생명을 손상시킨다는 두려움을 가지라는 의미인지 사격장의 기합과 구타는 사실 상상을 불허했다. 각개전투나 침투사격 훈련 시 수류탄 투척 훈련도 마찬가지였다.
이때는 기합도 구타가 없으면 심심했다. 침투사격장의 웅덩이나 흙탕물에 젖은 몸뚱이를 향해 교관들은 일상 소지품인 5파운드 곡괭이 자루나 3파운드 곡괭이 자루로 어깨건 팔이건 엉덩이건 가리지 않고 날렸다. 그도 없으면 개인화기인 M1 소총을 빼앗아 거꾸로 들고 개머리판으로 사정없이 갈겼다. 철모를 쓴 채 머리를 개머리판으로 맞으면 머리가 띵해 한동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어도 참아야 했다.
순검(육군 용어로는 점호)시간은 그야말로 지옥이었다. 준비에서부터 종료까지 ‘해병대 순검은 산천초목도 떤다’는 말 그대로 전 중대가 비상이었으며 지적을 받은 소대나 분대, 또는 개인이 당한 구타나 기합을 글로 쓸 수가 없다. 당직 교관의 기분에 따라 식기세척 상태, 총기소지 상태 검사는 물론이고 심지어 자세까지 문제를 삼고 구타로 이어졌다.
“나와”…“엎드려” ->이건 엉덩이를 5파운드 또는 3파운드로 때리겠다는 거다.
“박아”…“자세 봐라” ->이는 원산폭격을 시킨 뒤 엉덩이나 배를 발로 차겠다는 거다.
“빠져가지고”…“똑바로 안 서?” ->이건 얼굴 등을 주먹이나 손바닥으로 때릴 때다.
“차렷”…“열중쉬어” ->이는 배, 가슴 등을 주먹이나 발로 때릴 때다.
한번 시작하면 최소 5분, 어떨 땐 한 사람에게만 10여 분의 구타도 이어졌다. 곡괭이 자루로 시작하여 주먹과 발로 끝나는 구타는 훈련기간 12주 내내 이어졌다. 그래도 우리 동기들은 12주 후에 서너 명의 낙오자(유급자)만 빼고 자랑스런(?) 해병대의 단풍하사 계급장을 달았다.
이후 정식 하사관으로 임관하기 위해 또 16주 동안 구타가 일상인 교육을 받아야 했다. 이 16주의 기억은 정말 상상하기도 싫다. 특히 이 16주 훈련기간 안에 편성된 공수교육, 또 상륙훈련인 LVT 탑승 및 하차훈련, 침투훈련인 수색교육까지 포함된 훈련기간 등은 죽어도 좋다고 생각했다. 수시로 터지는 교관들의 매질에다 숨 쉴 틈도 없는 몰아치기 훈련 때문에… 터지고 까져서 쓰라린 몸뚱이를 바닷물에 담그면 그냥 바다에서 나오기가 싫었다.
이미 지난 12주 교육은 말 그대로 기초교육이었을 뿐, 구타도 훈련도 그 강도를 글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배가 아파도 배가 고파도 다리를 절어도 고막이 터졌어도 ‘유급’이라는 한마디가 내 육체를 담금질했다. 그리고 나는 해병 하사관이 되었다.
지금도 나는 날씨가 우중충하면 몸이 아프다. 고막도 정상이 아니어서 작은 소리는 잘 듣지 못한다. 이는 아마 나뿐이 아닐 것이다. 수많은 하사관 후보생들이 그런 과정을 거쳐 수료하고 하사 계급장을 달았으니까…. 영화 ‘실미도’의 상황은 70년대 초반 해병대 하사관 학교의 실제 상황이었다. 영화 ‘화려한 휴가’ 속의 삼청교육대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실무에서 초급 하사관은 맞고 때리는 것이 일과다.
임관 이후라고 다른가? 대원들이 기합이 빠졌다고, 선배 밥상에 고추장이 없다고, 고등어 통조림이 왜 빠졌느냐고, 축구에서 졌다고, 전투체육인 해병복싱 시간에 일반병에게 맞았다는 이런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구타는 빠지지 않았다. 특히 점검에서 지적사항을 받았을 경우 같은 공적인 문제까지 겹치면 구타는 상상을 불허한다.
초급 하사관 생활이란 것이 365일 휴가나 외박 기간을 제외하면 거의 매일 본부중대 뒤의 땅굴이나 통신창고, 목욕탕 뒤에서 기수별로 집합 당해 기수빠따로 시작, 주먹질 발길질을 당하고 나야 하루 일과가 끝날 수 있었다. 나이 60이 넘었어도 40년 가까이 된 당시의 기억 중에 잊지 못할 이러한 구타사건은 이루 셀 수가 없다.
이런 일상화 된 구타를 참지 못해 자살한 해병, 탈영한 해병, 휴가나 외박 후 미귀환 해병, 심지어 이번 강화 총기사건 같은 총기탈취 후 탈영하려다 탄약고에 수류탄을 까 넣어 폭파시킨 해병, 술 먹고 자해한 해병, 구타 도중 더 맞기 힘들어 하극상을 저지른 해병, 이런 해병들의 일탈까지 하사관들은 책임져야 했고 그 대가는 더욱 심한 구타로 돌아왔다.
미안하다 후배 해병들이여, 그러나 이제 그 악습을 벗어 던져라
인간은 누구나 존엄한 인권을 갖고 있다. 하지만 내가 해병대라는 이름으로 현역복무를 하던 때 해병대에서 인권이란 말은 사전에나 있던 말이었다.
가끔씩 지시사항으로 ‘구타금지’가 하달되고, 새로 대대장이나 연대장 또는 여단장이 부임하면 ‘복무지침’으로 아예 ‘구타금지’가 각 내무실이나 본부 사무실 등에 게시되지만 그것은 그냥 치장일 뿐이었다. 그런데 이런 악습들이 지금까지도 해병대 내에 존재하고 있었다면 이는 지금 해병대를 지휘하는 전 간부들이 그 책임을 져야 한다. 유낙준 해병대 사령관이 책임을 지고 사퇴의사를 밝힌 것은 늦었지만 잘한 일이다.
유낙준 사령관만 옷을 벗을 것이 아니라 책임선상에 있는 모든 간부들은 그 책임에 대한 응당의 대가를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도 계속 이런 불미스런 일이 일어날 개연성이 있기 때문이다. 문제의 소지를 알면서 해결하지 못한 군대, 이런 군대는 절대로 강군이 될 수 없다.
내가 복무하던 시절의 해병대는 대원들 스스로 그 같은 악습이 강군 해병대의 전통으로 알고 감수했다. 또 어쭙잖게도 그런 전통을 자랑했다. 그래서 휴가나 외박 중 만난 타군들을 깔보고 멸시하고 사회인들에게 ‘개병대’라고 불리는 것도 자랑스러워했다.
하지만 나는 지금까지도 해병대가 지난 악습들을 그대로 답습하면서 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음이 괴롭다. 나도 그런 악습을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계승시킨 것 같아서 너무도 후배 해병들에게 미안하다. 그런데도 또 해병대가 멸시를 받는 것이 더 괴로운 것은 내가 타고난 해병이기 때문일까? 그래서 더 괴롭다.
하여 부탁한다. 후배 해병들이여. 이 못난 선배들이 남긴 구타에 대한 악습은 이제 떨쳐내라. 강군 해병대란 구타로 만들어진다는 우습지도 않은 생각들도 접어라. 강군은 강한 훈련으로 만들고 강한 훈련이라도 구타 없이 시킬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라. 당신들은 할 수 있다. 나는 그것을 믿는다. 당신들은 해병이기 때문이다.
화씨911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