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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뉴스페이스
부끄러워 이 문제만큼은 글을 쓰지 않으려 했습니다. 다름 아닌 무상급식 문제입니다. 한 때 국정의 중요한 자리에 있었고, 그 때 제대로 처리되지 못했으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죠. 죄진 심정으로 입을 닫고 있는 것이 맞습니다. 그러나 무상급식 관련 주민투표가 현실화되면서 결국 참지 못하고 쓰게 됩니다. 옳고 그름의 문제는 짚어야 되겠다 싶어서 말이죠.
무상급식의 문제는 그냥 말 그대로의 무상급식, 즉 돈 받지 않고 밥 차려주는 문제가 아닙니다. 밥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반대 하시는 분들! 제발 그렇게 말씀하지는 말아 주십시오. 왜 돈 있는 사람들에게까지 돈 받지 않느냐고 간단하게 이야기 하지 말아 주십시오. 문제의 본질이 그게 아니라는 걸 잘 아시잖습니까?
그럼 뭐가 더 문제냐고요? 굳이 이야기할 필요 있습니까? 급식문제 아래 아이들의 자존심과 자긍심의 문제가 있지 않습니까? 어른들이 지켜 주어야할 소중한 가치죠. 누가 급식비를 내고 누가 내지 않는지 아이들이 모르게 하면 된다고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시는 거 아니시죠? 부모가 돈을 내는지 안 내는지 아이들이 모를 리 없죠. 또 아이들 사이에 이런 저런 이야기가 돌 수도 있고요.
존 롤스의 정의론을 잠시 빌려 볼까요? 우리가 부자가 될 지, 아니면 가난하게 살지 모른다고 가정해 보죠. 그 때 우리는 이런 문제에 있어 어떻게 합의 할까요? 부모 잘못 만난 것도 자기 복이니 없으면 없는 대로 자존심 구기고 살도록 놔두자고 할까요? 아니면 없이 산다고 해도 최소한의 기는 살려 두도록 해야 한다고 할까요?
다시 묻습니다. 굶지 않도록 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자존심과 자긍심을 살려 두느냐 마느냐를 묻는 겁니다. 또 우리 누구도 어떻게 살게 될지 모른다는, 소위 ‘무지의 베일(veil of ignorance)’ 속에 있다는 가정 하에서 묻는 겁니다. 이 때 이루는 합의가 ‘정의’입니다. 스스로에게 물어 보십시오. 우리 모두 아무 것도 가지지 않은 상태에서 내일 내 형편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가정 속에서 한번 물어 보십시오. 자녀분들의 얼굴을 보면서 말이죠. 아마 정의로운 답을 하게 되실 겁니다.
돈이 없으면 돈을 더 거둬서라도 해야지요. 잘 사시는 분들이 좀 더 내시면 됩니다. 꼭 급식비로 내어야 내는 겁니까? 세금으로 내건, 기부금으로 내건 급식비만큼 더 내시면 되죠. 무슨 세금이 되었건 세율을 조금이라도 올리자고 제안 하시면 어떨까요? 잘 사는 분일수록 많이 내게 되실 겁니다. 그렇지 않아도 OECD 국가 중 국민의 조세부담률이 가장 낮은 국가 아닙니까? 기죽지 않고 자라는 아이들도 일종의 공공재라 조세로 부담해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급식비에 대한 논쟁은 단순히 보편적 복지냐 선별적 복지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야당도 이것만 가지고 싸우지 마십시오. 지나치게 복지 담론에만 갇혀 있으니 이 문제도 밥값을 받느냐 마느냐, 가계 부담을 줄이느냐 마느냐의 문제로 축소되는 겁니다.
이것은 정의의 문제입니다. 정의로움과 정의롭지 못함의 싸움입니다. 다시 한 번, 내가 어떻게 살지 모른다고 가정해 보고, 또 다수의 아이들이 돈을 내고 밥을 먹는 가운데 내 아이와 손자 손녀가 그 돈을 내지 못한 채 얻어먹을 수 있다고 가정해 보십시오. 우리는 어떠한 생각을 하게 될까요? 자식을 사랑하는 만큼 불안해지고, 불안한 만큼 생각도 더 정의로워 질 겁니다. |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