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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버지는 지독히도 나랑 다른 사람을 항상 찍는 분이다. 우리나라 나이 드신 분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그냥 당연히 그 쪽을 찍어야 된다고 생각하시는 듯 하다. 옳고 그름을 가지고 자식들이랑 여러번 충돌이 있었으나 여전히 완고하시다. 우리 아버지는 공산당을 싫어하신다. 그것도 아주 싫어하신다. 독실한 종교인이시기에 마르크스의 "종교는 아편이다" 라는 말도 아주 걸리적 거리는 것 같고, 그것보다는 6.25를 겪은 개인적 경험이 가장 큰 경험인 것 같다.
6.25를 얘기하면 공산당에 대해서 욕을 아주 많이 하시지만 그 중에서 항상 빠지지 않는 레파토리가 평등을 주장하면서 동네에서 머슴 살던 사람들을 위원이네 뭐하 하면서 높은 자리 시켜놓았더니만 정말 가관이더라는 얘기가 가장 실감나는 얘기다. 마을에서 사람취급 받지 못하던 것들 한자리 시켜놨더니만 마을 양반집마다 완장차고 다니면서 하는 짓거리가 아주 볼만하더라는 얘기. 사실 여부를 내가 알 수는 없고.
요즘 이한구를 보면서 나는 아버지가 말하던 머슴을 떠올렸다. 자신의 소신을 내세우는척 하면서 앞잡이 짓을 하고 그러면서 나름 자신은 당당함을 지니고 있는 모습이 참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완장이 사람에게 저렇게 자신감을 불어넣기도 하는구나 하는 완장의 위대함. 보통은 공천관리위원회가 있으면 대변인이 있어서 대변인이 발표를 하는 것이 그동안의 관행이었는데 이한구는 그런 관행도 없애버렸다. 모든 발표를 스스로 해서 권위를 지키기보다는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한다. 역시 주제가 안되는 사람들을 중요한 일을 시키면 전체적인 판을 보기보다는 자신을 내세우려고 하는 경향이 강한데 이한구가 정확히 그렇게 움직이고 있다.
이번 공천을 보면서 야당에서는 최고위원 정청래, 오영식, 전병헌이 잘려나갔다. 새누리당에서는 대표 김무성이 경선으로 내몰렸다. 원내대표였던 유승민에 대해서는 설이 분분하지만 아직 자리가 확실하지 않은 것 같다. 대표와 최고위원은 각 당에서 대의원들이 선출한 최고 권위있는 자리다. 원내대표는 각당에서 의원들이 뽑은 그당의 얼굴인 것이다. 그 사람들이 모두 잘리거나 경선에 내몰림으로써 공천관리위원회는 스스로 그 당의 이념이나 그 당을 구성하고 있는 구성원들과는 괴리가 있음을 증명하고있다.
선출받은 권위를 선출받지 못하고 임명받은 권위가 밀어내고 있는 모습이다. 야당의 경우 심각한 내상을 이미 받았다. 박근혜와 가장 각을 세웠던 정청래를 애초에 잘라냈고, 모두가 당을 떠날때 떠받치고 있던 동교동계의 막내로 불리는 전병헌을 잘라냈다. 당을 끊임없이 떠날까 말까 고민하던 박영선을 단수추천했고, 통합여행을 떠난다며 끊임없이 당을 흔들어대던 이종걸을 공천했다. 당을 떠난 김한길과 박지원을 위해서는 그들의 지역구를 비워두고 기다리고 있다.
비례대표만 네번이라는 진기록을 가지고 있는 김종인이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정말 순수함일까? 지독한 때묻음일까? 무서운 칼을 휘두루기에, 야당의 상황이 여의치 않기에 모두가 입을 닫고 있음에 자신의 위치를 오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스스로 일회용임을 내세울 때 가치가 올라가고, 조금이라도 스스로의 뒤를 생각할 때 노숙자가 될 것임을 잊지 말기 바란다.
임명된 권위는 거기까지다. 행정의 달인이라 불리었지만 결국 쉽게 날라갈 수 밖에 없었던 고건이 있었고, 지금은 어찌 한번 해볼까 하고 대통령 자리를 노리고 있지만 잠시후면 날라갈 반기문이 그것을 증명할 것이다.
김종인의 시대는 김영삼의 경제교사가 끝이었다. 준비없는 세계화를 부르짖어서 IMF 맞고 망했을때 그의 시대는 지났다. 지금은 잠시 권력의 공백을 메꾸어 주고 있을 뿐이다. 지금 욕심을 부리게 되면 그것은 노욕이 되고 그의 마지막은 사람들의 손가락질이 될 것이다. 적당하게 자신의 위치를 지키는 것이 그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역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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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