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저녁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한 호프집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홍명길 국민참여당 강서지역위원회 청년위원과 김현철 민주노동당 강서지역위원회 사무국장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양지웅 기자
"민주노동당은 계급정당인 줄 알았다"(홍명길·참여)
"참여당은 민주당과 무슨 차이가 있나? 사실 좋게는 안봤다"(혜람아빠·민노)
"답답하고... 불안하고... 말은 하고 싶은데 말도 못하게 하고..."(류양선·참여)
"통합이 지나치게 상층부 중심으로 흘러가니 당원들이 참여할 공간이 없다"(김현철·민노)
민주노동당과 참여당 당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애초 취지는 '당원들이 말하는 진보대통합'이었으나, 민주노동당과 참여당, 진보신당이 한 자리에 모이기는 쉽지 않았다. 어느 지역은 민노·진보 양당이 사이가 좋지 않고, 또 어느 지역은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섭외가 되지 않았다. '우리가 말하기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 진보대통합이 지나치게 상층부 중심으로 흘러가다 보니 당원들이 참여할 공간이 없어져서 생기는 문제다. 이유야 어떻든 통합 과정에서 보여준 폐쇄성은 당원들 입에 재갈을 물린 셈이 됐다.
23일 저녁 화곡동 인근 호프집에 민주노동당과 참여당 당원들이 모였다. 섭외가 늦어진 탓에 진보신당 소속 당원들은 시간을 맞추지 못해 함께하지 못했다. 이들은 서로가 생각하는 진보대통합을 말했다. 화제는 6·2지방선거부터 4·27재보궐선거, 현재 진행중인 주민참여예산제 관련한 연대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갔다. 이들은 서울 강서·강동지역 당원들로, 최근 주민참여예산제 관련해 연대를 모색하고 있던 차였다.
 홍명길 국민참여당 강서지역위원회 청년위원이 23일 저녁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한 호프집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말하고 있다. ⓒ양지웅 기자
"계급정당인줄 알았다", "노빠, 유빠당 아니냐"
이들은 대화를 통해 서로의 편견을 고쳐나갔다. 무더위의 찬 맥주가 이들의 대화를 거들었다. "민주노동당은 계급정당인 줄 알았다"는 참여당 당원은 "아무래도 민주노동당은 민주노총 등 노동자 중심의 정당이라는 이미지가 있어 계급정당이라는 인식이 먼저 든다. 하지만 지역에서 자주 만나다 보니 꼭 계급정당이라고 말하기 어렵겠더라"고 말했다. '계급정당'의 숨은 함의는 매우 조직적이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참여당과 다른 모습을 상상했다는 의미다. 반대로 참여당에 대해 "소위 무슨무슨 ''빠'들만 모인 정당'이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지켜보니 꼭 그렇게 설명할 이유는 없겠더라"는 의견이 오고 갔다.
진보대통합에 참여당이 포함되는 문제에 대해 여전히 경계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 당원은 "사실 (참여당에 대해) 좋게 보지는 않았다. 집권하기 위해서는 손을 잡아야 하고, 그 때문에 참여당과 통합을 지지하는 것이지 파병이나 FTA등 앙금이 여전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와 진보진영이 가장 크게 대립했던 것은 평택 미군기지 이전 문제와 이라크 파병, 한미FTA 등의 정책문제다. 민노·참여 양당 당원들은 인터넷 홈페이지나 페이스북 등 커뮤니티에서 이와 관련한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한편으로 참여당이 다소 억울할 수도 있는 문제다. 차기 대선주자로 급부상 하고 있는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나 한명숙 전 총리 등 참여정부 인사들은 유시민 대표 이외에도 많지만 유독 유시민 대표와 참여당이 모든 문제를 덮어쓰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소 억울할 수도 있겠다'는 질문에 '과오를 품고 가자는 것에 동의를 했기 때문에 일종의 '숙제'라고 생각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유 대표가 "참여정부의 부채만 계승하겠다"고 말한 것에 대한 해설인 셈이다. "정권교체만 된다면 나는 참여당이 먼지처럼 거품처럼 사라져도 좋다고 생각한다"면서 논란이 되고 있는 참여정부의 정책에 대해 "사과하고 말고의 문제라기 보다 머리를 맞대고 복안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우선이고 우리당의 과제다"고 전했다.
통합이 이루어지면 참여당이 민주노동당에 흡수되는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대의기구를 1대1로 구성한다 하더라도 참여당 당원과 민주노동당 당원 숫자의 차이를 좁히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같은 문제에 대해서도 정권교체를 위한 참여당의 역할이 그런것 이라면 흔쾌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이 오갔다. 통합정당이 출범한다면 진성당원제에 입각해 민주당과 한나라당식 계파정치와는 다르지 않겠나는 기대다. 그것이 '시민주권'을 강조한 노무현 정신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말이다.
공통분모는 '진성당원제'
진보대통합 논의가 지나치게 상층부 중심으로 흘러가는 경향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할 말은 많은데, 말은 못하게 하니... 답답하죠. 기다리라는 말 이외에 희망적인 메시지도 없고..." "지역에서도 자연스레 당원들끼리 만나서 토론하고 했으면 좋겠는데... 지나치게 상층부 중심으로 흘러가다 보니 당원들이 참여할 공간이 없어요" "진보대통합 이야기가 나오면서 지역위원회 업무인 당원 확대 사업들이나 내부프로그램 진행이 한 동안 멈춰섰어요. 통합논의가 지지부진 해지며 다시 진행하고 있긴 합니다"
 국민참여당 강동지역위원회 사무국장인 개미 씨가 23일 저녁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한 호프집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말하고 있다. ⓒ양지웅 기자
통합이 진도를 나가지 못하자 당원들은 서로 조심하는 모양새다. 손 잡고 미래를 얘기해야 하는지, 아니면 정책 사업을 함께 진행해야 하는지, 당원 배가 사업등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두 윗 선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같은 상황이 이미 8개월 째다. 침묵을 강요당하는 참여당이나 협상 결과를 지켜보는 민주노동당이나 답답하기는 매한가지였다.
이들은 참여당과 민주노동당의 공통점으로 '진성당원제'를 꼽았다. 참여당과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은 모두 '진성당원제'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 이는 민주당과 한나라당 등 기존 보수정당과 가장 두드러지는 차이점이다. 당직과 공직을 당원들의 투표로 선출하는 구조다. 민주당과 통합할 수 없는 이유로 '진성당원제'를 꼽기도 했다.
"지역에서 열심히 터 닦던 사람이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전략공천'이라며 사람을 내려보내잖아요. 말이 전략공천이지 돈 내면 다 할 수 있다는 것 아닙니까" "민주당은 2000원이면 진성당원 되는데, 100명 가입시키는데 2백만원이면 돼요. 진성당원이라고 볼 수 있나요" "민주당과 통합하라고 하는데 민주당은 노무현을 탄핵시켰지 않습니까. 어떻게 함께 하겠습니까"
'진성당원제'를 근간으로 하고 있는 참여당과 민주노동당은 보수정당의 폐해인 '낙하산 공천'이나 '계파정치'등이 구현되기 어려운 구조다. 당원들은 이를 자랑스러워 했고, 통합을 한다고 하더라도 당원민주주의에 근간한 정당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있었다. 우려의 목소리는 그다지 높지 않았다. 참여당 당원들은 민주노동당을 보면서 '많이 배운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당원들은 모바일과 인터넷에 익숙한 참여당 당원들에 대한 부러움의 시선이 있었다.
"민주노동당을 통해 많이 배웁니다. 번개를 치면 한 10명 금세 모이는데, 전단지 나눠주라 하면 뻘쭘해서 다들 물러서거든요. 민주노동당을 통해 지역에 뿌리를 내리는 법을 배웁니다. 아직 지역기반이 없는 작은정당이어서 배울것이 많아요" "참여당은 인터넷이나 모바일 활용율이 높은 것 같아요. 그런것을 좀 배우면 좋겠는데. 민주노동당의 조직력에 인터넷·모바일 등을 이용한 홍보가 결합되면 대단한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 같은데..." "요즘 사람들은 할말은 해야 존재감을 느낍니다. 적절한 비유는 아닌데, 민주노총도 조합원 가입방식을 보면 가입원서 한장 쓰면 총회 있기 전에 문자한 번 오는게 다예요. 활동가들이 말을 걸어주지 않으면 말 할 공간도 없어요. 이런 구시대적 방법은 좀 바뀌어야 합니다"
이들은 밤늦게 진보신당 당원들을 만날 수 없다는 말을 접하자 아쉬움을 털어 놓았다.
"꼭 물어보고 싶었는데 아쉽네요. 이념이 문제인건지, 통합을 하자는 건지 말자는 건지 결론이 나야 하는 것 아닌가... 시간만 끌어 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닌데... 답답하네요" "차라리 안되면 안된다고 누군가 말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쓸데없는 기대를 하지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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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