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넓은 시각에서 새로운 진보정당건설을 바라보아야합니다.
우리는 많은 정당의 탄생과 소멸 그리고 원칙 없는 이합집산을 지켜보아 왔습니다. 때문 에 국민참여당을 만들고 참여하면서 많은 당원들은 우리 당이 '내 생애 마지막 정당' 이 되기를 기대했을 것입니다. 화려한 성과는 없었지만 우리는 희망을 잃지 않았고 어느 당과도 비교할 수 없는 열정과 헌신으로 당을 지키고 조금씩 발전시켜왔습니다.
그런데 창당 2년이 채 되지 않아 국민참여당의 간판을 내리고 다른 정당, 다른 정치 세력과 하나의 정당을 하자는 것을 받아들이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지난 몇 달 동 안 우리는 이 문제를 고민하고 토론하고 또 논쟁해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오해도 생기고 상처도 주고 받았습니다. 머리로는 동의가 되지만 아직도 마음은 흔쾌하지 않은 분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결정을 해야 할 시기가 왔습니다. 호흡을 가다듬고 보다 큰 안목을 가지고 판단해야 합니다. 비록 작은 정당 이지만 우리의 결정이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한국정치의 미래를 좌우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우리의 정치적 운명을 스스로 결정해야 합니다.
정당은 자신의 가치를 대중 속에서 실현하는 능동적 주체입니다. 자신이 믿고 있는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라면 그리고 국민의 요구, 시대적 과제에 부응하는 것이라면 어떠한 변 화도 두려워해서는 안 됩니다. 당의 진로에 대한 논의가 우리끼리 독자적으로 정당을 해나갈 수 있느냐 없느냐의 수준에서 물러서는 안 됩니다. 우리의 가치를 지키고 확산시켜 나가는 일인가? 국민의 요구에 부응한 일인가? 오로지 이런 원칙에서 판단해야 합니다. 이 두 가지를 실현하는 최선의 방안을 찾아가는 것이 정당의 소명입니다.
우리 당의 창당은 한국 정치의 근본적 변화가 요청되는 시기에 이루어졌습니다. 국민의 정치의식은 더 없이 고양되고 정치혁신에 대한 요구는 강렬한데 민주당과 진보정당 모 두가 스스로 혁신하지 못하는 오랜 구조적인 정체에 빠져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새로운 기치를 내걸고 창당했습니다. 우리 당의 창당과 작은 성과가 바로 이러한 시대적 요구의 일정한 반영이었고 한편으로는 우리 당의 존재와 활동이 정치 혁신과 개 편을 가속화하기도 했습니다. 거대하고 역동적인 변화가 시작되고 있고 우리는 그 한 복판에 당당한 주체로 서 있는 것입니다.
이명박 정권 4년은 국민의 정치의식을 변화시켰습니다. 민주주의의 소중함과 복지확대의 필요성, 비정규직 차별철폐 등 진보적 주장에 공감하는 국민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 다. 안철수 현상에서 보여 지듯이 기존 정당과 정치의 혁신을 압박하고 정권교체를 위해 야권이 연합이던 통합이던 후보를 단일화하고 더욱 단단하게 연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 습니다. 진보, 혁신, 연대의 시대적 가치에 부응하는 최선의 방안을 찾아내는 것은 야권에게 그리고 우리에게도 벅차지만 피할 수 없는 과제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1. 어떤 정당을 만들고자 하는가?
1) 현대적이고 대중적인 진보정당을 만들자는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정당을 대중적 진보정당 때로는 현대적 진보정당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공동체의 가치에 동의하는 정치세력이라면 누구라도 함께 할 수 있는 정당을 만들자는 것입니다. 현대사회의 다양성을 반영하고 새롭게 등장하는 문제를 해결 해 나가는 정당을 만들어 가자는 것입니다. 진보적인 성향의 국민 으로부터는 물론 중도 적인 국민의 지지도 받을 수 있는 대중적인 진보정당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 당이 추구해온 정당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2) 양당의 통합을 뛰어 넘는 새로운 정당을 만들자는 것입니다.
우리 당과 민주노동당이 주축이 되어 한편에서는 합리적이고 진보적인 새로운 세력을 참여시키고 한편에서는 과거의 경직성과 편협성을 털어나가자는 것입니다. 두 당이 통합 한다는 것은 그동안 정치 참여를 주저해왔던 많은 사람들에게 문을 여는 것입니다. 법률 적으로는 양당의 통합이고 양당의 자산과 부채를 승계하는 것이지만 정치적으로는 새로 운 정당을 만드는 것입니다. 참여하는 세력의 폭이 넓어지면 정책도 정치문화도 바뀌어갈 것입니다.
3) 우리 당의 가치를 확산하고 그 목표를 실현해 가는 정당입니다.
우리 당이 추구하는 가치를 우리는 노무현 정신이라고 불러왔습니다. 사람마다 조금씩 표현도 다르고 또 강조점도 다르고 우선순위도 다를 것입니다만 탈권위주의 정치, 원칙 과 상식의 정치, 대의를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는 정치, 지역주의를 극복하는 통합의 정 치, 시민주권시대에 부응하는 참여민주주의 정치, 합리적인 진보의 정치라고 말할 수 있 습니다. 앞의 세 가지는 매우 소중한 정치도덕의 문제이지만 다른 정치 세력과의 차이를 규정짓는 정체성의 문제는 아닙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역주의 극복, 참여민주주의, 합리적인 진보정치를 우리 당의 핵심 가치로 내세웠던 것입니다.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우리와 함께 하려는 진보정치세력들이 자유, 평등, 정의, 평화, 생태의 가치를 기본적으로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또한 지역 주의에 반대하고 참여민주주의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진보의 가치 실현을 위해 가장 낮은 곳에서 헌신해왔습니다. 우리는 이를 인정하고 존중하고 또 배워야 합니다. 지향하는 가치와 당을 운영하는 원리가 같다면 같은 당을 하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2. 새로운 진보정당에 부여되는 역사적 임무는 무엇인가?
1) 힘 있는 진보정당으로 정치 대혁신을 이루어 내자는 것입니다.
정당의 목표는 집권을 통해 그 가치를 정책으로 구현해 나가는 것이지만 동시에 바람직한 정치 제도와 문화와 구도를 만들어 가는 것, 즉 정치혁신 또한 그에 못지않은 중요한 임무입니다. 민주정치에서 정권의 교체가 당연한 것이라면 당장의 집권보다 정치의 혁신 이 보다 중요하다고 할 것입니다. 이것은 바로 노무현대통령이 꿈꾸어 왔던 것이기도 합니다.
한국 정치는 소선거구제와 지역구도에 기반한 두 개 정당의 독점이 보장되는 체제입니다. 이는 지역주의를 온존시키고 생산적 정책 경쟁을 소홀히 하고 자기혁신를 거부하면 서도 기득권을 유지할 수 있는 토대가 됩니다. 또한 정치개혁을 꿈꾸는 군소정당이나 진보정당의 진출을 결정적으로 가로 막고 있습니다.
그러나 양당이 스스로의 기득권을 버릴 것을 기대 할 수는 없습니다. 그 독점 구조를 흔들 수 있을 수 정도의 유력한 제3의 정치세력을 만들어 낼 때만이 한국정치의 근본적인 혁신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쉽게 단언할 수는 없지만 2012년 대선을 전후해서 매우 급격한 변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를 촉진시켜내고 보다 발전적인 방향으로 이끌어갈 건강한 주체가 필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소선거구제를 개혁할 수 있으 면 다당제로 갈수 도 있고 건전한 보수 진보의 양당체제를 만들어 가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도 있습니다.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목표는 정치의 판을 흔들고 한국정치를 근본적으로 혁신하자는 것입니다.
2) 2012년의 승리에 한걸음 더 다가가는 길입니다.
2012년의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야권의 연대는 필수입니다. 그러나 지난 경험은 제1야당 민주당과 다수의 군소 진보정당의 연합에는 극복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는 교훈을 주 고 있습니다. 후보 결정 과정에서 제1야당의 패권적 태도 자체도 문제이지만 경쟁력 있 는 군소정당의 후보로 단일화가 이루어지더라도 제1야당이나 다른 정당의 적극적인 협 력을 이끌어 내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이는 민주당의 도덕성의 문제라기보다는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따라서 이를 완전히 해결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보다 단단한 야권연대를 이뤄내고 새롭고 참신한 후보를 단일 후보로 만들어 내고 당선시키기 위해서는 진보적인 정치세력의 최선의 그리고 강력한 결합 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민주당과 새롭고 보다 힘 있는 진보정당과의 연합은 연대의 수준을 높이고 총선과 대선 승리의 결정적 원동력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3. 당내에서 제기되는 몇 가지 의문과 쟁점
1) 민주노동당은 혁신의 의지가 있는가? 먼저 혁신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민주노동당이 참여정부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또 앞서 말했듯이 민주노동당과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가 아주 가깝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시각에서는 이념적 경 직성과 계급적 편향성이 아직도 남아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민주노동당의 혁신이 먼저 이루어져야 바람직한 통합이 가능하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의 다수의 지도부와 당원의 절대 다수는 참여당과의 통합을 지지하고 있고 이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동안 형성되어온 타성의 극복이 하루 아침에 이루어질 수는 없을 것입니다. 지난 몇 달간의 우여곡절은 이를 해결해나가기 위한 불가피한 진통의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10년 만에 스스로의 강령을 바꾸고 비판의 대상인 참여당과의 통합을 추진하는 것 자체가 강력한 혁신의 의지를 보여 주는 것입니다. 통합으로 혁신이 완성되는 것은 아닙니다만 통합은 곧 혁신의 절반 아니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 것입니다.
그래도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합의 했던 5.31 합의문의 정책강령을 보면서, 또 당시 이를 존중한다고 밝힌 우리 당의 방침을 두고서 걱정을 하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이 에 대해서는 민노당 이의엽 정책위의장이 우리 당의 라디오 방송에 출연하여 "문구 수 정은 당연하다...앞으로 명쾌하고 유연하고 대중적으로 가다듬어야 하고 보완해야 한다"는 발언을 한 바 있음을 다시 확인해 드리고자 합니다.
우리 당의 통합 수임기구가 구성되면 강령정책과 당의 운영방식에 대해 민주노동당과 공식적인 협상이 시작될 것입니다. 어떤 부분은 수정되어야 하고 또 어떤 부분은 통합 후에 더 논의 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당헌과 당의 운영방식에 대해서는 민주노총, 전농 등 배타적 지지단체가 대의 기구를 파견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하는 등의 쟁점이 있지만 두 당이 기본적으로 매우 유사한 운영체제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2) 꼭 지금 통합해야 하는가? 시기상조가 아닌가?
새로운 정당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나 지금은 시기상조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민노당의 혁신 의지를 신뢰하기 힘들고 우리의 준비도 부족하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시기를 놓치면 통합의 문제는 2012년 대선 이후에나 논의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총선 이후에 대선을 목전에 두고 당의 통합을 실행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때 각 정당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는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분명한 것은 모두가 어렵게 어렵게 통합을 추진하고 있을 때 우리가 이를 거부한다면 민주노동당은 다시 과거의 민주노동당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고 민주당의 독주는 더욱 더 심각해 질 것이라는 점입니다. 우리 당이 독자적으로 의미 있는 정치적 성과를 내는 것도 자신할 수 없습니다. 모두의 준비가 충분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지금의 시기를 놓치면 우리의 정치구도는 다시 후퇴하고 경직되어 갈 것입니다.
3) 당 지도부가 일방적으로 통합 논의를 이끌어 온 것은 아닌가?
당 지도부가 미리 통합을 확정해 놓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절차는 지켰지만 당원의 의사에 충분히 귀 기울지 않았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당 지도부의 다수가 통합을 통한 새 진보정당 건설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당원 토론을 시작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최종적인 결론을 가지고 있던 것도 아니고 협상의 결과가 어떠하건 무조건 통합을 하겠다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당원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보장하고 반대의견을 충분히 들은 후 다수 당원들의 뜻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야말로 참여민주주의의 정신이라고 할 것입니다.
물론 충분한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아쉬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문제에 관한 당원들의 어떤 의사 표현도 방해 받은 적이 없고, 정보의 제공도 충실히 이루어졌 습니다. 독자의 길을 주장 하는 분들이 토론회에 초청하면 이를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우리 당이 구상하는 정당의 모습에 대해서도 아주 상세한 의견을 제시해 왔습니다. 임시당원대회 개최가 결정되었기 때문에 당연히 지금까지보다 더욱 심도 깊은 본격적인 토론이 시작될 것입니다.
우리 당의 당헌에 의하면 전 주권당원의 과반수가 투표에 참여하고 그 3분의 2가 찬성해야 합당이 승인됩니다. 다른 정당에선 찾아 볼 수 없는 매우 엄격한 규정입니다. 지금 까지 어떤 투표에서도 주권당원 과반수가 참여한 적이 없습니다. 다수 당원 스스로의 적 극적인 동의 없이 지도부의 의지만을 가지고 합당이 이루어지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더 구나 다른 사안이라면 몰라도 당의 통합문제를 결정함에 있어 무조건 당 지도부의 의사 를 따를 주권당원은 없습니다. 당 지도부에 의해 당원의 의사가 왜곡되지 않을까 하는 것은 지나친 기우입니다.
이제 결단의 시기가 임박했습니다.
충분히 토론하고 또 토론하고 심사숙고하고 또 심사숙고해야 합니다. 찬성도 하고 반대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모두가 빠짐없이 참여해야 합니다. 다른 것도 아닌 당의 운명과 한국정치의 미래를 결정하는 일입니다. 당원 한분 한분에게 도 중요한 정치적 결단입니다. 당원 다수의 의사에 따라 당의 운명을 결정해야 합니다.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당 지도부는 어떤 결정이든 당원의 뜻을 따를 것입니다. 무상급식투표거부와 비교할 일이 아닙니다.
혹시라도 과정상의 아쉬움 때문에 판단이 흐트러져서는 안 될 것입니다. 낯선 환경에 대한 불편함과 새로운 도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시대의 소명을 외면해서도 안될 것입니다.
여러 가지 우려되는 점도 많습니다. 아직 부족한 부분도 많습니다. 통합이 이루어 진다 해도 갈등과 진통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은 우리가 겪어내야 할 것들입니다.
어떤 길이 우리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실현해 나가는 길인지 국민의 요구에 다가가는 길인지는 분명합니다. 한국정치의 혁신과 2012년의 승리를 위해서 무엇을 해야하는지도 분 명합니다. 우리 당에게도 혁신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노무현의 깃발을 부여잡고 지키는 것만이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는 것은 아닙니다. 만에 하나 깃발을 반쯤 내리게 되더라도 그 뜻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도전이라면 피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제 그간의 마음의 불편함과 작은 걱정들을 툴툴 털어버렸으면 좋겠습니다. 무엇 보다 우리 스스로를 믿어야 합니다. 격랑이 몰아치는 거친 정치대혁신의 바다로 거침없이 그리고 당당하게 나아갑시다.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