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이제 명확해지지 않았는가? 민주주의가 확대되는 시대에, 대중과의 열정적 만남에 실패하는 세력과 정당, 인물은 설 자리가 없다. 물론 여기에는 중요한 전제 하나가 있다. 그 대중이 요구하는 바가 역사의 올바른 방향을 가리킬 때이다.
그런데 지금 대중들은 바로 그 방향을 정확하게 짚고 있다. 대중과 함께하자는 것이다. 그것이 때로 잘못되거나 또는 오판일 수 있으나, 그래도 여전히 대중과의 거리감을 좁히고 머리를 맞대고 가슴을 마주하자는 것이다. 거기서 교감이 생기고 토론이 이루어지며 생각의 진화가 가능해진다.
진보정당은 지금 어떤 형편인가? 안철수 현상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는 그 순간에 진보정당의 통합은 일차적으로 좌절되었다. 그 한 축인 진보신당은 이제 정당으로서의 실체조차 찾아보기 어려운 지경에 빠졌고, 한때 대중의 인기를 모았던 유력 정치인들 역시 대중의 뇌리에서 사라졌다.
진보정치세력과 정치인의 정치적 존재감의 소멸은 그 만큼의 진보적 영토가 없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과연 이걸 바라고 여기까지 온 것인가? 이렇게 되니까 행복한가?
나는 진보대통합의 과정에서 진보신당의 자세에 지속적인 비판을 해왔다. 비판을 듣는 입장에서는 많이 섭섭하고 불쾌하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어떻게 되고 말았는가? 이에 실패하면 진보신당의 정치적 가치와 실체는 해체되고 말 것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봐라, 내가 뭐라 했니?” 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참담한 결말이 보이는 길을 선택한 것을 다시 반복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려 함이다. 진보신당의 통합파는 진보대통합의 길에 다시 들어서려 노력하고 있다. 좋은 일이다. 그러나 여전히 참여당 문제를 놓고 반대하고 있다. 이런 자세는 아마도 계속 스스로의 대중적 가치와 진로 모색에 장애를 설치하고 말 것이다.
진보정치세력의 폭을 자꾸 좁히고 좁혀서 수를 줄이는 방식으로 진보정당의 결속력을 지켜내려는 것은 대단히 어리석지 않은가? 어떻게든 수를 늘이고 대중적 지지의 동력을 강화하는 것이 진보정당의 원칙이자 전략 아닌가?
“하지만 그 수에 포함되는 세력이 진보세력이어야지 자유주의 세력이면 안 된다”라는 논리가 있다. 이건 정말 말이 안 되는 이야기다. 진보세력 통합에 함께하겠다면 이미 진보세력화된 존재이지 다른 뭐가 되겠는가? 진보진영의 영토 안에 발을 들여놓고 같이 하자는데 너 옛날에 이랬잖아, 하고 거듭 거듭 심사하듯이 대하는 것은 독선 아닌가?
기존의 진보세력 우선 논리는 진보의 재구성이라는 진보대통합의 기본과도 어긋난다. 그건 진보세력 내부의 기득권을 먼저 갖추고 그 틀 위에서 다른 세력을 관리하겠다는 방식이라는 오해를 살 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 그렇게 되고 말 수 있다.
자유주의 세력이라는 건 또 뭔가? 자본주의의 모순을 은폐하고 대중 자본의 입장에서 문제를 해결하려 든다? 천만의 말씀이다. 참여당이 어디 그런가? 또, 민노당은 얼마나 자본주의의 근본적 모순을 해결할 수 있는 수단과 권력이 있는가? 권력의 영토를 하나씩 늘여나가면서 할 수 있는 것부터 할 수 있는 것만큼 하는 것 아닌가?
자본주의를 해체하고 대안의 체제를 만들지 않는다고 자본주의 이후에 대한 이상과 역사를 포기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또한 굳이 참여당이 자유주의라고 한다면 참여당이 보수적 자유주의인가? 진보성을 갖춘 자유주의 아닌가? 이 역시도 민주노동당을 비롯해 기타 진보적 시민사회세력과 하나가 되면서 또 다른 경로의 진화를 이뤄나가게 마련이다.
세상에 고정된 것은 없다. 기존의 모습을 끝까지 계속 가져갈 수 있는 인간과 세력, 조직도 없다. 때로 굴절되기도 하고, 때로 반성하기도 하고, 때로 후퇴하기도 하고 또 때로 진전하기도 하는 법이다. 이런 걸 담아내면서 하는 것이 정치고 정당 아닌가?
서로 다르게 살아왔다가 하나가 되는 과정도 쉽지 않고, 또 그렇게 하나가 되어 가는 과정도 간단치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것도 못하면서 남북통일은 어찌 하누?
진보신당은 진보대통합의 길에서 스스로 몸을 뺐다. 어떻게든 같이 하자고 했는데 안 된 것이다. 누구를 탓하겠는가? 이제 민주노동당이 대답할 차례다.
한나라당이건 민주당이건 이 나라 정당들 모두가 다 지리멸렬 상태다. 대중들의 외면 속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 안철수 하나를 기존의 정치세력 어느 하나 이기지 못하고 있다. 안철수 현상에 대한 비판적 논의 이전에 이런 현실은 정당정치의 대중적 기반에 대해 철저한 반성과 성찰을 요구하는 대목이다.
이 시대의 진보는 집권이다. 집권하고도 논의는 계속된다. 논의를 완료하고 그 토대 위에서 뭘 하자는 것은 완벽주의의 망령이다. 그런 건 현실로도 존재하지 않는다.
서로 차이가 있다 해도 동지가 되자는 상대에게 손을 내밀고 환영해도 모자랄 판에 이러니저러니 하는 것은 정치적 포용성 이전에 정치력에 고장난 걸 보여줄 뿐이다. 참여당이 민주노동당과 동지가 돼서 한 솥밥을 먹자고 한다. 반가운 일 아닌가? 골치 아플 일도 있긴 하겠지만.
그래도 동지가 늘어나니 그런 속에서 새로운 지혜와 능력이 생겨날 것이다. 진보신당 통합파와 손을 잡고 참여당을 밀어내는 형태는 절대로 취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걸어온 길이 조금씩 차이가 있다 해도 가야할 길이 같다면, 그리고 같다고 믿고 동지가 되자고 하는 이들이 있으면 뜨겁게 껴안고 함께 갈 일이다.
아리랑 아리랑 다같이 아리랑, 아리랑 고개를 넘어가보자
가다가 힘들면 쉬어 가더라도 손잡고 가보자 같이 가보자.
이렇게 “홀로 아리랑”이 아니라 “진보 아리랑”을 불러봄이 어떠한가?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