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민주노동당을 애정어린 눈빛으로 바라본 외부인입니다. 지난 보궐선거 때는 김선동 후보의 당선을 위해 순천의 지인 한분 한분께 전화를 드렸고, 지난 지방선거 때는 민주노동당 단일 후보 당선을 위해 각 지역의 지인들께 호소하였습니다. 제1당 구실을 제대로 못해주는 민주당과 대등한 모습으로 승리하였다는 기쁨에 야권 단일 후보로 나선 김선동 후보의 당선을 누구보다 기뻐하였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이런 정당과 함께해서 정말 강하고 대안 있는 대중 정당이 가능할 것 같다는 꿈을 꾸기 시작하였습니다.
하지만 지난 일요일의 민주노동당 대의원대회는 적지 않은 실망감을 안겨다 주었고 민주노동당(사실 당의 오류이기도 하지만 권영길 등 구 지도부와 민주노총의 오류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의 오류와 한계를 너무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먼저, 과거를 불문하고 5.31 합의문에 동의하는 세력은 모두 통합의 대상임을 확인한다 하였지만, 참여당에게는 혹독한 반성을 요구하였습니다. 반면, 민주노동당을 친북세력이라 비판하며 당을 내분의 도가니에 빠트렸던 노회찬과 심상정 같은 분들에게는 너무도 관대하였습니다. 그분들은 당을 사분오열의 위기 상황으로 만든 채 신당을 창당하고 이제 그 신당마저 자신의 정치적 이해와 맞지 않는다하여 뛰쳐나온 사람들입니다. 또한 진보신당은 민주노동당에 비해 당세가 허약하기 짝이 없지만 진보통합을 국민의 요구라고 민주노동당을 압박하며 50%의 지분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진보통합이라는 대의 앞에 지분이라는 속물적 이익을 요구하는 것은 어찌보면 그들이 그렇게 신자유주의자라고 비판했던 사람들 - 대의보다 눈 앞의 정치적, 경제적 이익을 좇았던 그런 사람들의 모습과도 너무 비슷합니다.
하지만 참여당 유시민 대표는 아무런 대가도 지분도 요구하지 않고 양심의 자유에 반하면서까지 참여정부의 과오를 여러번 사과했습니다. 저는 사실 유대표가 참여정부의 과오를 반성해야 하는 주체인지 의문이기도 하였고 유대표를 지지하는 사람으로서 보궐선거 이후에 많이 초라해진 모습을 보며 이런 반성까지 해야 하나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유 대표는 참여정부의 내각 중 일원이라며 속된 말로, "닥치고" 사과하더군요.
그런데 지난 과오는 전혀 아랑곳 않고 동등한 지분 요구만 하며 민주노동당을 어렵게 만들어 놓은 사람들은 도대체 반성이라는 것을 하기는 했나요? 아님 적어도 백의종군하는 겸손한 자세는 보였나요? 아직도 그 사람들은 자기 지분을 확보하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용서는 하되 잊지는 말자. 그래서 통합할 수 없다."는 말이 얼마나 자기 합리화에 불과한 허황된 변명인 줄 아십니까? 정말 권영길 전 대표의 말씀대로 정말 잊을 수 없어서 통합할 수 없다면 앞으로 진보정당은 한 걸음도 새 세상으로 나아가지 못할 것입니다. 남북의 분단상황을 즐기는 반통일 무리들이 "북한을 용서는 하되 잊지는 말자. 그래서 통일할 수 없다."라며 자기 기득권 포기를 거부할 때, 권영길 전 대표께서는 무엇이라 반박하시겠습니까?
아울러,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의 비민주적 언사 또한 당 또는 민주노총의 한계로 지적됩니다. 조직의 근간은 기층입니다. 조합원 없이 조합이 운영될 수는 없고, 당원 없이 당이 굴러갈 수는 없습니다. 진보를 자처하는 분들이 설마 이 상식을 부정하지는 않겠지요. 하지만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일반의지를 전혀 반영하지 못한 채 민주노총 위원장의 입장에서 배타적 지지의 철회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그 또한 자신의 입지만을 고려하여 일반 기층 조합원의 의사를 무시한 독단적 행위임이 분명합니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현재의 민주노총에 민주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을까요?
더불어,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의 우월적 지위의 남용 또한 당의 한계로 지적됩니다. 김영훈 위원장은 민주노동당 대의원의 일원으로서 발언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당의 공식 행사에 민주노총의 위원장으로서 그 지위에 기반하여 대의원을 압박하였습니다. 그렇다면 내년 총선 때 각 정당 소속의 단체장들이 그 지위에 기반하여 선거에 개입한다고 했을 때 김영훈 위원장은 어떻게 반박하시겠습니까?
마지막으로, 과거 학생운동 향수에 젖은 과도한 엘리트주의도 당의 발전을 해치는 요소입니다. 어떤 대의원께서는 한진중공업 조합원들은 모두 김진숙 지도위원이 내려오기를 바라지만 그 생각은 틀렸다는 예를 들며 다수 당원들의 생각이라 할지라도 옳지 않을 때가 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분의 말씀을 들었을 때 참으로 충격이기도 하였고, 이런 엘리트의식에 젖은 분들이 당 간부라는 생각에 참 민주노동당의 미래가 걱정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면 민주노동당은 향후 선거 때에는 절대 "국민의 선택"을 바라지 마십시오. 그 다수 국민들의 선택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늘 국민의 선택과는 무관하게 자신이 옳다 생각하는 것만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오세훈이 철저한 자기 신념에 따라 무상급식을 반대한 것은 어떻게 비판하셨습니까? 사실 무상급식의 찬성과 반대는 논리적으로 어느 쪽이 더 우월하지 않습니다. 다수 대중의 선택에 따라 결정할 문제인 것이었죠. 앞으로 국민이 싫어해도 민주노총 간부가 원하면 하시고, 국민이 싫어해도 대의원이 원하는 것을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