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내용이야 모르지만 민노당이 참여당과의 합당을 부결한 이유를 나는 나름대로 '다름'에 대한 불인정에 있다고 본다.
'너는 나와 다르다'기 때문에 같이 갈 수 없다. 진보가 분열로 망한다는 속설의 근본 원인중 하나로 들 수 있다. 이것이 다르기 때문에, 저것이 다르기 때문에..... 등등 한 인간의 마음도 하루에 열두번 씩 오락가락 하는 판국에 이거 다르고 저거 다르고 따지고 들면 세상을 혼 자 사는 게 낫지 뭐하러 단체를 만들고 정당을 구성해! 그러니 언제나 소수에 머물면서도 자위한다. 지들 잘났다고!
저항권과 시민불복종
위정자가 국민의 뜻을 무시하고 지꼴리는 대로 국정을 운영할 때 크게 3가지의 대처방법이 나온다.
하나는 저항권. 다른 하나는 시민불복종. 또 다른 하나는 악법도 법이다.
저항권이라 함은 폭력을 수반한 민중들의 저항을 의미하고, 시민불복종이라 함은 비폭력을 통한 항의이고 악법도 법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가진자들의 주메뉴다.
세번째는 의미없는 것이고 박원순에 대해 이해를 하려면 첫째와 둘째의 차이에 대한 알아야 한다.
한국역사중 국민들은 두번의 저항권행사를 했다. 4.19헉명과 6.10항쟁. 87년체제가 들어서고 김영삼정권 들어서면서 더 이상의 저항권은 행사되지 않았다. 대신 비폭력이라는 즉 촛불집회로 대표되는 시민불복종운동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폭력과 비폭력. 저항권과 시민불복종의 근본적 차이다.
참여연대에 대한 이해
한국역사는 87년체제를 기점으로 변한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폭력에서 비폭력으로 항의의 수단이 대체된다. 또 한가지는 저항권으로 대표되는 시기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인권이라든가 생존권 등을 대상으로 했다면 비폭력으로 대표되는 시민불복종의 시기엔 인간의 고유한 권리로 이해되는 기본권을 넘어 사회권적 기본권이라고 하는 환경권과 공동체라는 좀 더 넓은 의미로 바뀌어 간다. 이 시기가 참여연대가 탄생한 시점이다.
따라서 대상이 바뀐다. 전자가 기층민중을 중심으로 한 운동이었다면 후자는 소위 말하는 중산층을 주 타겟으로 한다.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욕구가 생존욕구라는 가장 밑바닥에서 자기실현욕구라는 가장 최상위의 욕구까지 단계를 이루고 있다고 한다. 그 사이에 타인으로부터 인정을 받고 싶어하는 욕구도 있다.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는 소위 말하는 중산층이 바라는 욕구, 즉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존재하고 싶다는 욕구에 대한 대응으로서 시민단체가 탄생할 수 있게 된 거다. 때문에 그 수단이 폭력이 아닌 비폭력수단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이후의 과정은 모두가 알 것이다. 여기에서 한가지 주목해야 할 것은 '비폭력'이라는 경계다. 87년체제 이전의 시대에 길들여져 있고 저항권이라는 매력에 빠져 있는 이들에게 시민단체의 활동은 일종의 '사이비'로서 인식된다. 목숨거는 싸움에서 시시한 애들 놀이정도로. 노동자, 농민이라는 기층이 대상의 전부인 이들에게 중산층이라? 자신들과는 다른 세상이다. 지금이야 대부분 그렇지 않지만.
다름에 대한 인정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민노당이 참여당과 합당을 거부한 이유? 노무현에 대한 핑계는 접어두고 본질적으로는 다름에 대한 불인정이다. 참여당의 스펙트럼은 다양하다. 또한 성향도 자유주의자라는 표현대로 자유분방한 편이고. 반면 민노당에서 이번 통합에 반대표를 던진 이들은 '노동자'라는 기층에 뿌리를 두고 있다. 여기를 벗어나면 자신들의 존재의의가 사라진다고 믿는 족속들이다. 다시 한번 위로 올라가면 이들에게는 오직 저항권이 전부고 시민불복종은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그들로서는 타협할 수 없는 경계다. 그러니 말도안되는 결정을 하는거지. 물론 참여당 입장에서 볼 때.
이들과 결합한다? 쉽지도 않겠지만 혹시나 된다고 하더라도 사사건건 부딪칠 거다. 서로 기준점이 다른데... 무슨 말을 하고 행동을 같이해? 안되는 건 안되는 거다.
박원순에 대한 이해
박원순은 87년체제 이후 중산층이라는 새로운 영역에서 활동을 해 온 사람이다. 크게 보면 사회개혁이라는 큰 틀에서 동일성을 찾을 수 있지만 좁혀서 기층과 중산층이라는 한계를 두고 평가한다면 다르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다름이 근본적인 차이를 만들 수는 없다. 이것이 근본적인 차이라고 한다면 세상에 같이 일할사람 아무도 없다.
또한 박원순의 활동영역이 환경이라든가 사회적 기본권과 관련이 되어 있기 때문에 이념적으로만 본다면 거부감이 있을 수 있다. 재벌에게서 돈을 받는다? 일단 거부감이 드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박원순의 입장에서는 전혀 문제될 게 없다. 부정한 방법을 동원한 것도 아니고 자신의 사사로운 개인적 이익을 위해 축적한 것도 아니고 사회구성원으로서 소득의 재분배라는 가치의 실현이라는데 명분상 얼마나 좋아. 누이좋고 매부좋고. 일이란 이렇게 하는거다.
인권과 생존권을 비롯한 가장 기본적인 인간의 권리를 다투는 영역과 그보다 한 차원 높은 즉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다르다. 그러나 어디에 중점을 두고 있느냐의 다름이지 근본적인 차이는 아니다. 근본적인 차이점이라 함은 그런 상황에서도 '악법도 법이다'고 외치는 무리들이다. 이들은 다름이 아니라 '틀리다'로 접근해야 한다. 이들은 제거의 대상이지 손을 잡을 수 있는 상대방이 아니다.
연대 혹시 연합의 대상은 '틀림'이 아닌 '다름'을 인정할 수 있으면 모두다가 고려대상이 되어야 한다. 지꼴리는 대로 다름을 틀림으로 인식하는 족속들은 나두고.
너무 이념적으로만 접근하지 말자. 큰 틀에서 보자. 너와 나는 다르다. 하지만 다름을 인정한다. 좋잖아. 제발 진보신당이나 민노당 찌질이들의 수준만은 되지 말자. cool~~~~~~~~~~~~~~~하게 행동하자.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