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유권자가 아니라서 해당사항이 없지만 박원순이 서울시장이 되었으면 한다. 여기엔 박원순 개인의 능력에 대한 판단도 들어가 있고 그가 차지하는 역할에 대한 고려도 포함되어 있다.
박원순에 대한 평가
인간 박원순에 대해선 모른다. 그의 개인적 성품이라든가 그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어느정도 까지를 생각하고 있는 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다만 그가 80년대 후반부터 해 온 참여연대, 아름다운 재단, 아름다운 가게, 희망제작소까지의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결코 평범한 수준은 아니구나! 라는, 아니 대단한 일들을 해냈구나! 라는 찬사를 보낸다.
이번에 서울시장 후보로 나오네 마네 한 이석연을 기억할 것이다. 이 자가 경실련 출신이다. 시민단체 초창기에 참여연대와 경실련이라는 쌍두마차가 있었다. 박원순이 참여연대를 이끌었고, 이석연이 경실련을 이끌었다. 참여연대와 경실련이 그후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모두들 알 것이다. 박원순이 곧 참여연대였다. 참여연대를 믿을 수 있으면 박원순도 믿을 수 있다.
아름다운 재단, 아름다운 가게, 희망제작소. 현재도 마찬가지이지만 당시에 대단히 파격적인 생각이었고 또한 이것이 성공하리 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정부나 재벌의 재정적 도움을 받지 않고 시민들의 회비로 운영할 수 있으면 족하다고 생각하던 시절. 활동가들이야 최저생계비에도 못미치는 생활비를 받든 말든 사명의식 하나만을 강조하던 시절에 박원순은 '기부'와 '용역'이라는 한 차원 높은 가치를 끌어들였다. 여기에서 그가 정부와 손을 잡고, 재벌과 손을 잡는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여기에서 말하는 정부란 김대중정부 후반기와 참여정부에 해당될 것이다. 정부의 여력이 안되는 영역을 시민단체에 용역을 준다? 혹시 이 개념에 대해 모르고 엉뚱한 얘기를 늘어놓는 이가 있을 수 있을 지 모르지만 복잡하고 방대한 영역을 다루는 현대국가에서 필수적으로 행하는 일이다. 쥐새끼 처럼 자격도 능력도 안되는 것들에게 돈을 주는 게 문제지 시민단체에 용역을 주는 것은 전혀 문제될 게 없는 정부활동이고 시민단체의 활동이다.
재벌과 손을 잡는다? 지금은 뜸하지만 이전에 한동안 기업의 사회참여에 대해 논의가 된 적이 있었다. 벌지만 말고 사회에 기부좀 하라! 라는 '자유'민주주주의를 울부짖는 꼴통들에겐 청천벽력같은 소리이겠지만 실지로 기업들이 사회공헌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활동들을 했었다. 박원순은 이 지점에서 재벌과 손을 잡은 거다. 서로의 이해가 맞아떨어졌다. 이게 잘못인가?
그리고 감히 조국같은 자를 박원순과 비교하지마라. 그저 학생운동 좀 하고 사노맹과 관련해 감방생활 조금 한 거 외엔 교수로서 입지다진 게 전부인 조국과 학생운동으로 시작해 법조인이 되었지만 인권변호사로 진로를 바꾸고 시민단체라는 새로운 영역에서 일가를 이룬 박원순을 조국같은 자와 동급으로 취급해? 지적 수준이 의심된다.
- 다르다와 틀리다를 구분할 수 있어야 된다-
김대중과 노무현이 정치를 바꾸는 데 한평생을 바쳤다면 박원순은 시민단체라는 새로운 영역에서 그 고유한 본질을 지키고 활동영역을 넓히는 데 평생을 바쳤다. 그리고 성공했다. 대단한 업적이다. 서로의 영역이 달랐지만 서로 존중해 줄 가치를 가진 이들이라고 할 수 있다. 노무현이 살아 계신다면 박원순에 대해 뭐라 평가했을까? 평생 교수라는 울타리에서 세상물정 모랐던 정운찬부류의 자들과 같은 평가였을까? 난 아니라고 본다. 노무현이 추구했던 정부운영과 박원순이 가고자 했던 시민단체의 영역의 한 지점에서 그들은 만났었다.
중도세력을 잡는 자가 이긴다
참여당이 그토록 민노당과 통합을 하고자 했던 이유가 뭘까? 첫째, 대안이 그것 밖에 없어서. 둘째, 중도세력을 흡수해 민주당과 딴당에 휘둘리지 않을만한 세력을 만들기 위해. 내가 볼 때는 첫째와 둘째 모두 해당사항이다. 첫째 대안이 없었다. 참여당이 갈 길이 그것밖에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측면이 강했고 둘째의 선택도 대단히 매력적인 조건이 되었다.
반딴당, 비민주라는 제3세력은 엄연히 존재한다. 안철수가 언급했고 참여당이 가고자 했던 길이다. 다만 문재인이 있는 혁신과 통합이 현재 정확히 어떤 스탠스인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무당파로 불리는 제3세력은 존재하고 이들이 응집력을 가질 수 있는 세력으로 존속할 수 있느냐는 향후 정국전개에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는 점이다.
겉으로 드러난 현상일수도 있지만 예전에 비해 지역감정에 대한 논의가 별로 없다. 워낙 반딴당, 반쥐새끼에 대한 이슈가 모든 걸 덮어버려서 일수도 있지만 여하튼 현재로서는 논의의 초점이 제3세력의 존재가능성과 연결되어 있다.
제3세력의 존재. 똑같지는 않지만 김대중정부엔 확실히 역할을 했었고 참여정부 탄생때에도 일부 작용했다. 둘 다 충청도라는 지역적 변수였지만. 이번엔 지역적 변수가 아닌 기존 정치권에 대한 반감이라는 전혀 다른 각도에서 그 움직임이 포착된다. 또한 그 이전의 독자적이고 고립적인 움직임과는 다르게 새로운 정당을 통한 제3세력의 존재가능성도 있다. 참여당이 여기에 참여할 가능성도 있고.
박원순은 이러한 움직임에 중요한 변수가 된다. 만약 박원순이 서울시장에 당선된다면 그 움직임은 구체화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제3세력의 존재는 흐지부지 되고, 통합과 혁신도 애매한 입장에 처해지고, 참여당도 갈 곳을 잃어버리게 된다. 민노당과의 재논의? 꿈깨는 게 좋다. 이미 타이밍을 잃어버려 혹시나 된다고 해도 그 폭발력은 없다. 또한 사사건건 발목을 잡을 그 찌질이들 데리고 일 못한다. 꿈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박영선에 대한 개인적 평가
난 솔직히 별로다. 개인적 역량에 대해선 높이 평가한다. 하지만 그녀속에 드리워졌던 정동영 그림자. 난 잊지 못한다. 이번 선거에서 정동영과 갈라졌다는 얘기가 있지만 아직 확인된 것도 아니고. 설사 그렇다고 해도 당분간은 별로 달라질 것 같지 않다.
또 한가지는 그녀가 민주당 소속이라는 점이다. 그녀가 서울시장에 당선되었을 때 민주당은 그냥 민주당일 뿐이다. 세력의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완전히 마이너스다. 제3세력은 흩어진다. 내년 총선을 기점으로 다시 뭉칠수도 있지만 한 풀 꺽인 상태에서 다시 모인다는 것은 힘든거고. 안철수에 대한 역할기대도 완전히 접어야 한다. 또한 3세력의 흩어짐은 문재인에게 좋을 게 하나없다.
만약 박영선이 서울시장에 당선되었을 경우 어떻게 될 거 같나? 민주당은 기고만장해질 거다. 지금이야 비민주를 중심으로 한 세력이 어느정도 폭발력을 가지고 있는지 몰라 타협적인 자세를 취하지만 한 풀 꺾였다고 판단되면 무대포로 밀고 들어올 것이다.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야권통합. 이게 그들의 유일한 무기가 될 것이다. 그리고 끝이다.
민주당이 감히 힘으로 몰아부치지 못할 만한 힘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대화가 되고 타협이 이루어질 거다. 그래도 쉽지 않을 건데 힘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면? 게임은 하나마나다.
마지막으로 참여당이 할 일은? 없다. 당분간은 남들이 어떻게 노는 지 구경이나 하는 수밖에.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