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비준저지 야당공동결의대회 마치고
의원회관 도서실에 잠시 들렀다가 신간코너에 꽂힌 책 한 권을 빌려왔습니다.
< "기억하라, 우리가 이곳에 있음을"- 칠레, 또 다른 9.11>(서해문집, 2011. 9)
광범위한 경제개혁, 구리 산업을 비롯한 주요 산업 국유화, 강력한 토지개혁, 이웃 사회주의 국가와의 연대, 부의 재분배를 공약하고 칠레 대통령에 당선된,
선거를 통해 집권한 최초의 사회주의자.
집권 3년만인 1973년 9월 11일,
칠레 대통령궁에서 미국의 지원을 받은 피노체트의 쿠데타에 맞서
65세의 나이에 직접 총을 들고 싸우다 사망한 사람.
역자 정인환은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기억해두고 싶습니다.
1973년 9월 11일 라디오를 통해 방송된,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의 마지막 육성 연설.
그는 자신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정의를 갈구하는 인민의 의지를 옮기는 통역사 구실이 전부였던" 사람.
그는 자신이 한 일을 이렇게 내보입니다.
"여러분께 헌법과 법률을 준수할 것이라 다짐했으며 바로 그 일을 했다"
이런 일은 다시 없겠지만, 없어야겠지만,
"역사는 우리 편이다. 인민들이 역사를 만들어나갈 것이다"는 그의 말,
기억해두고 싶습니다.
절망의 끝에서도 우리는 희망을 갈구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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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이 그토록 소중히 생각하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제 목숨을 내놓겠습니다. 자기들에게 부여된 사명을 내팽개친 세력, 약속을 저버린 세력, 군의 원칙을 깨뜨린 세력에게 남은 건 치욕 뿐입니다.
깨어 있어야 합니다. 경계를 늦추지 마십시오, 절대 가벼이 움직이면 안 됩니다. 학살은 피해야 합니다. 하지만 소중한 가치는 지켜야 합니다. 존엄하고, 보다 나은 삶을 여러분 스스로의 노력으로 만들어나갈 수 있는 권리를 지켜내야 합니다.
이번 쿠데타를 부채질한 자칭 민주주의자들에 대해서도 한마디 하겠습니다. 스스로 인민의 대표자로 행세하면서도 그들은 혼란에 빠졌고, 결국 칠레를 벼랑 끝으로 내모는 우를 범하고 말았습니다.
인민의 가장 신성한 권리의 이름으로, 조국의 이름으로 호소합니다. 신념을 잃지 마십시오. 범죄행위도, 탄압도 역사를 되돌릴 수는 없습니다. 어렵고 고통스런 시간도 결국은 지나갈 것입니다. 쿠데타군이 우리를 끝장낼 수도 있겠지만 미래는 인민들에게 달렸습니다. 노동자들에게 달렸습니다. 인류는 더 나은 삶을 향해 진보해왔습니다.
동포 여러분, 쿠데타군이 라디오 방송을 끊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제가 여러분 곁을 떠나야 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도 전투기가 상공을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총탄 세례를 퍼부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억하십시오. 우리가 여기에 있다는 사실을. 적어도 이 나라에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알아야 하는 이들이 있다는 점을 말입니다. 저도 그렇게 하겠습니다. 인민이 부여한 대로, 제 양심이 시키는 대로 인민의 대통령으로서 존엄한 제 직무를 끝까지 수행해나가겠습니다.
(방송 끊김)
어쩌면 이게 여러분께 전하는 마지막 연설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미 공군이 라디오 포르탈레스와 라디오 포르포라시온의 송신탑을 폭격하기 시작했습니다. 슬프다기보다는 저들의 기만에 분노를 느낍니다. 칠레를 방위하겠다던 맹세를 배반한 군부에 도덕적 처벌이 뒤따르기를 기대합니다. 메리노 제독은 스스로 해군참모총장 자리를 꿰찼습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인민연합정부에 충성을 다짐했던 멘도자는 경찰총장에 임명됐습니다.
이 모든 상황을 놓고 볼 때, 제가 노동자 여러분께 드릴 말씀은 단 하나뿐입니다. 저는 절대 사임하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확신합니다. 오늘 우리가 수많은 칠레 인민들의 고귀한 의식 속에 뿌린 씨앗은 결코 영원히 묻혀 있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쿠데타군이 무력을 장악했으니 우리를 박살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사회적 진보를 막아낼 수는 없을 겁니다. 범죄행위나 무력으로도 막을 수 없습니다. 역사는 우리 편이며 인민이 역사를 만들어나갈 것입니다.
조국의 노동자 여러분, 그동안 보내주신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정의를 갈구하는 인민의 의지를 옮기는 통역사 구실이 전부였던 제게 무한한 신뢰를 안겨주셨습니다. 저는 여러분께 헌법과 법률을 준수할 것이라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바로 그 일을 했습니다.
이 결정적 순간에 여러분께 마지막으로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이번 사건을 교훈으로 삼아주십시오. 외국 자본과 제국주의가 반동적인 무리와 연합해 군부로 하여금 헌법이 보장한 바를 존중해온 전통을 깰 수 있는 분위기를 조장했습니다. 쉬나이데르 장군과 아라야 사령관은 칠레군의 전통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다가 희생됐습니다. 두 사람을 쫓아낸 반역의 무리들은 지금 자기들의 막대한 재산과 특권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 권력을 찬탈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조국의 겸허한 여성 동지들께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인민연합 정부를 믿어주셨던 여성 농민들, 인민연합 정부를 위해 더욱 힘써 일해준 여성 노동자들, 인민연합의 보육정책에 관심을 보여줬던 모든 어머니들께 감사드립니다. 이 땅의 모든 애국적 전문 직업인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여러분들은 전문가 집단 내부에서 터져나오는 온갖 선동, 자본주의 사회가 전문직업인들에게 주는 온갖 특권을 지키기 위해 혈안이 된 학교에 맞서 올곧게 싸웠습니다.
노래로, 흥겨움과 열정으로 투쟁을 지원했던 젊은이들에게도 인사를 전합니다. 칠레의 남성들에게도 안타까운 인사를 전합니다. 노동자와 농민, 지식인 모두 앞으로 파시즘 치하에서 탄압을 당하실 겁니다. 쿠데타 발발과 함께 이미 몇 시간 전부터 현실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목소리를 높여야 할 의무를 지닌 이들이 침묵하는 사이, 교량을 파괴하고 철로를 끊어버리고 원유와 가스파이프 라인을 파괴한 테러리스트들에겐 역사의 심판이 뒤따를 것입니다.
라디오 마가야네스도 당연히 재갈이 채워질 것입니다. 제 나직한 금속성 목소리도 여러분께 더는 전달되지 못할 것입니다. 괘념치 마십시오. 여러분은 계속해서 제 얘기를 들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언제나 여러분 곁에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적어도 조국에 충성하려 노력했던 한 존엄한 인간으로 저를 기억해주십시오.
인민 여러분, 스스로를 보호해야 합니다. 하지만 절대 희생되지는 말아 주십시오. 저들에게 뿌리째 뽑혀선 안됩니다. 대신 저들의 모욕을 참지도 말아주십시오.
조국의 노동자 여러분, 저는 칠레와 칠레의 운명에 대한 믿음이 있습니다. 반역이 우리에게 강요한 이 잿빛으로 쓰디쓴 순간을 이겨낼 누군가가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께서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머지않은 장래에 자유로운 인간이 더 나은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당당히 나아갈 드넓은 거리가 열리게 될 것임을.
칠레 만세! 인민 만세! 노동자 만세! 이게 제가 남기는 마지막 말입니다. 저는 제 죽음이 헛되지 않을 것임을 확신합니다. 최소한 제 죽음이 범죄자와 비겁자, 반역자는 처벌받아야 한다는 도덕적 교훈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