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조승수, 통합이 목적인가 분열이 목적인가
조승수 의원(전 진보신당 대표)이 10월 6일 진보신당을 탈당했다.
그는 "내가 이 당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다는 판단으로" 탈당하며, "달라진 상황과 조건이지만 새로운 통합진보정당 건설은 결코 유보할 수 없는 과제"라고 밝혔다. 노회찬, 심상정 전 대표가 포함된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통합연대(통합연대)'를 중심으로 민주노동당과의 통합을 재추진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조승수 의원이 9월 29일 <한겨레21>에 말한 내용을 볼 때, 그가 단결의 정신으로 진정성 있게 통합에 임하는 것인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한겨레21>(2011.10.10 제880호)에 따르면, 조승수 의원은 "국민참여당 문제는 양보할 수 없다. 최악의 경우 '1+1'이 1이 아니라 4가 되는 것까지도 각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후맥락을 살펴보면 그가 말한 4는, 진보신당이 소위 독자파와 통합파로 분열된 것에 더해 민주노동당마저 소위 당권파와 비당권파로 나뉠 수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 그런 분열상이 발생하더라도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은 기어이 반대하겠다는 것이다.
조승수 의원의 발언은 민주노동당과 진보진영에 대한 협박이다. 그러나 그런 협박정치가 더 이상 통하리라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이미 확인된 바, 민주노동당에는 국민참여당과 합당을 포함해 대통합을 바라는 당원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노동계에서도 진보신당의 통합세력을 고려해 참여당 문제에 신중히 접근해왔지만 참여당과의 통합을 지지하는 기층의 분위기는 확산 추세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지지부진한 협상 과정을 지켜봤던 평당원들 속에는 더 이상 상층부 인사, 명망가들 위주의 통합 논의를 두고 보지만은 않겠다는 각성도 높아지고 있다.
조승수 의원이 끝까지 국민참여당을 배제해야 한다는 논리와 주장에 대한 의구심은 증폭되고 있다. 통합은 진보의 덩치를 키우고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진영에서 국민참여당과의 통합 논의가 활발해지고 대통합을 도모하려는 시도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조승수 의원이 진보대통합의 흐름에 함께 하고자 한다면, 시대와 대중의 요구에 따른 진보진영의 새로운 모색과 노력을 겸허히 인정하고 또한 통합의 상대방을 존중해야 마땅하다.
사실 조승수 의원이 참여당과의 통합이 절대적으로 옳지 않다는 신념을 가졌다면 구태여 진보신당을 탈당할 필요도 없다.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대체로 참여당과 통합에 긍정적이라는 점, 대의원과 당원들 다수가 참여당과 통합을 지지하고 있다는 점, 이게 엄연한 현실 아닌가. 참여당 배제를 신념화한 사람이 왜 진보신당에 발 딛지 않고 굳이 대통합 흐름의 내부로 들어와 기어이 자리를 잡으려 하는지 의문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지금 세간에는 조승수 의원을 비롯해 진보신당의 전 상층부 인사들이 어떤 신념 문제 때문이 아니라 지분 확보 문제 때문에 참여당과 통합을 반대하는 것이라는 의심이 파다하다.
대중의 눈은 정확하며 대중의 심판은 냉정하다. 진보통합의 유일한 심판관은 오직 대중이다. 조승수 의원이 참여당 배제를 전제 조건으로 내걸고 통합에 참여하려 한다면 대중에 의해 즉각 배격당하게 될 것이다. 문제는 조승수 의원이 이런 상황을 뻔히 알면서도 자기 입장을 굽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기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더 심한 분열이라도 일으키겠다는 의도를 공공연히 입에 올리는 조승수 의원, 그 협박정치의 끝은 어디인가.
조승수 의원은 사실 무엇을 양보할 수 없다거나 누구를 배제하자는 식의 주장을 할 처지도 못된다. 조승수 의원을 비롯해 진보신당 통합파 인사들의 지도력은 땅에 떨어진 상황으로 보인다. 통합을 바라는 진보신당 당원들조차 소위 ‘노심조(노회찬·심상정·조승수)’만 바라보고 맹목적으로 따라가지는 않겠다는 분위기가 생기고 있다. 통합연대의 규모도 초라하다. 그리고 통합에 합류하길 바라는 진보신당의 상당수 당원들이 조승수 의원의 생각과는 달리 참여당과의 통합을 반대하는 것도 아니다.
조승수 의원이 허심하게 통합의 대의에 몸과 마음을 실으려는 것이 아니라 또 다시 분열의 축이 되어 통합에 난관을 조성한다면, 스스로의 정치생명을 단축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조승수 의원은 지난 시기 ‘종북주의’를 선동해 민주노동당을 분열시킨 장본인이다.
과거 보수정권의 ‘친북좌익 척결’의 구호는 오늘 한상대의 ‘종북좌익과 전쟁’ 구호로 되살아나 진보세력을 정조준하고 있다. 보수세력과 공안기구가 진보를 종북으로 몰아 탄압을 강화하는 배경에는, 진보세력 내부에서 벌어진 종북논쟁과 그로 인한 분열상이 하나의 원인을 제공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조승수 의원은 지난 날 종북 선동에 대해서 명백히 사과하지도 않았고 과거의 잘못된 언행을 바로잡지도 않았다.
조승수 의원은 왜 자신이 진보판 ‘철새 정치인’의 운명에 처했는지 아직 깨닫지 못하는 것 같다. 대중은 본성적으로 단결을 지향하며, 지금 통합과 연대를 향한 대중의 의지는 확고부동하다. 대중의 요구와 의지로 전진하는 진보대통합의 광활한 대지에 협박과 아집의 정치, 분열의 정치가 설 자리는 더 이상 없다. 조승수 의원이 끝내 ‘참여당 배제’를 틀어쥐고 이파 저파로 나눠 분열을 조장한다면 영원히 분열주의자의 낙인을 지우기는 어려울 것이다.
2011년 10월 13일
희망정치연구포럼(대표 황선)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