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잠을 설쳤다. 홍준표가 끊임없이 꿈에 왔다 갔다 했다. 장화를 신었다, 벗었다, 하면서 내 주위를 끊임없이 돌았다. 홍준표가 너무 고마워서 꿈에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그러고 보니 갑자기 박근혜가 떠올라서 너무 고마워졌다. 연달아 안철수가 떠올라서 민주당을 청소하느라 고생했던 그의 노력을 잊어서는 안된다는 생각까지.... 홍준표가 대표가 되고 연일 상종가다. 왜 자유 한국당이 없어져야 할 정당인지를 그는 몸소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그는 자신의 지역구로 대구를 생각하고 있다고 알려지고 있다. 조원진의 탈당으로 사고 지역구가 된 지역구를 자신이 먹겠다고 침을 흘리고 있다. 조원진이라면 친박의 핵심인데, 그의 입당을 타진하지 않고 스스로 입성을 노리고 있다. 홍준표의 원래 지역구는 동대문이었다. 동대문에서 낙선한 그는 경남도지사로 내려간다. 그리고 다시 정치권으로 복귀, 동대문으로 돌아가지 않고 가장 먹기 쉬운 자리를 노리고 있다. 과연 조원진이 호락호락 먹힐 것인가? 홍준표를 대표로 내세운 것은 어찌 되었건 자유 한국당을 한번 살려보라는 간절함이 있었을 텐데, 결국 홍준표는 자신이 살 수 있는 방법을 찾느라 당을 돌볼만한 기력이 남아있지 않다. 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나는 이명박 때가 가장 절망이었다. 지난번 촛불집회 때 사람들이 왜 그렇게 많이 나갔었는지 아직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명박 때가 박근혜 때보다 훨씬 개판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놈은 선거에 디도스 공격으로 중앙선관위 홈페이지를 엉망으로 만들었었고, 앞으로 뒤로 대놓고 돈을 훔쳐먹었으며, 무엇보다 선량한 전직 대통령을 억지로 공격함으로써 죽음에 이르게 했다. 정치의 엄청난 후퇴를 감내하게 만든 것이다. 이런 놈이 대통령을 해도 줄곧 여당을 찍던 국민이었다. 사실 그런 온갖 범죄의 중심에 대통령이 있음에도 국민들은 꼼짝하지 않았다. 그런데 최순실이 뭘 대단한 일을 했다고, 박근혜가 무슨 대단한 일을 했다고 갑자기 국민들이 흥분했다. 그리고 박근혜를 몰아냈다. 최순실이 등장했음에도 문재인은 '탄핵'이라는 말을 못했다. 문재인만이 아니라 그 당시 야권에서는 함부로 '탄핵'을 입에 올리지 못했다.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틈을 보이면 보수언론과 종편들의 공격으로 상황이 다시 뒤집힐 수 있다는 것을. 노무현은 같지도 않은 일로 탄핵을 당했지만, 박근혜는 탄핵을 100번은 당해도 당연한 일을 하고도 탄핵당하지 않았다. 야권에서도 명예로운 퇴진을 주장하기까지 했다. 나도 함부로 공격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박근혜는 당당했고, 보수언론과 종편은 위세가 대단했다. 결국 박근혜는 끊임없는 거짓말과 버티기로 상황을 타계하기로 결정하고 국민들의 화를 끝까지 돋우는데 성공한다. 그 이후 탄핵과 대선. 참 생각하면 꿈만 같은 일들의 연속이었다. 이명박의 불법에는 그렇게 관대하던 국민들이 박근혜에겐 왜 그렇게 화가 났을까? 이상득이 비서 집에서 현금이 몇 억씩 쏟아져 나와도 관대하던 국민들은 왜 갑자기 최순실의 몇 백억에선 그리 화가 났었을까... 이리저리 분석은 할 수 있겠지만, 전체적인 맥락은 참 묘하다. 정치라는 것이 그렇겠지. 최순실의 등장, 박근혜의 몰락, 홍준표의 등장, 자유 한국당의 몰락이 역사의 필연적인 순서에 의해 진행되는 것 같아 뉴스에 등장하는 홍준표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씩'웃음이 난다. 큰 상이라도 주고 싶은 심정이다. 지금의 정치지형을 만든 것은 김영삼의 3 당 합당이었다. 결국 김영삼 키즈로 불리는 홍준표의 등장으로 이 3 당 합당의 정치지형이 마감되는 시점에 와있다. 역사라는 것. 역사의 도도한 흐름이라는 것. 나 같은 필부가 알기에는 너무나 어려운 것이다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