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에서야 집 TV가 케이블 방송이 된다는 걸 알았다. ㅎㅎㅎ tvN이 뭔 방송인지도 노근 기자가 가르쳐줘서야 알았으니......
처음 부분을 좀 놓쳤는데, 패널이 30명도 넘게 나온 거 같았다. 질문과 대답이 모두 2분 정도로 제한을 주고 있고, 토론자도 즉각 대답을 해야 하는 방식이라서 어지간히 토론에 능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흐름을 못 탔을 것이다.
일 대 다의 토론이라서 실질적으로는 토론이 아니라 거친 형태의 응답형 대담과 유사했다. 사람에 따라서 중간중간 2회 정도의 공방이 가능하지만, 그럴 경우에도 유대표가 아닌 상대는 반론이 아니라 질문을 하는 수준이라서, 실질적인 토론으로 보기는 어려웠다. 게다가 20대의 토론자들이라서 그런지 핵심을 짚지 못하거나 엉뚱한 소리를 하는 경우도 있는 듯하다.(물론 중늙은이 정치인들도 대다수가 헛소리를 하기는 한다. ㅎㅎㅎ)
원래 유시민의 토론 스타일은 개념을 규정하고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이 분명해서 논점을 뚜렷하게 밝힌다. 그래서 쟁점이 번지거나 상대에 의해서 물타기되는 상황을 정확하게 짚는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토론자와 상대방, 그리고 청중까지도 지금 현재 무엇이 문제인지를 함께 재각성하는 순간을 만들어낸다. 빛나는 논리와 통찰력, 그리고 순발력이 있어야만 가능한거다.
오늘 [끝장토론]에서는 토론 형식의 조잡함에도 불구하고 이런 장점이 여전히 드러났다. 대학생들의 질문에서 사실 확인을 제대로 안 된 부분은 즉각 짚어냈고, 포괄적인 질문에 대해서는 그 영역을 좁혀서 제한된 시간 안에 할 수 있는 내용을 전달했다.
예컨대 유시민의 통상국가론을 한미FTA 찬성 논리로 그대로 대응시킨 질문이나 손학규 대표에 대한 자질 시비와 같은 엉뚱한 질문이 이어졌는데, 유대표가 즉각 교정해줬다. 지속가능한 복지를 재원 조달과 연결해서 불가능하다는 논조 역시 현재 우리의 복지 수준과는 관계가 멀다라는 점도 지적해줬다. 쌀과 콩을 섞어 놓고 쌀이라고 우길 때, 쌀은 쌀이고 콩은 콩이라는 점을 물 흐르듯이 설명한다.
대학생들이 가진 어수선함과 성급함은 유시민의 대답 속에 들어있는 내용적 함의를 잘 파악하지 못하는 순간들로 왕왕 나타났다. 정당 민주주의의 성격을 설명할 때도, 정치란 뭔가를 토로할 때도, 정치인의 변화란 뭔가를 설명할 때도, 과연 청중들이 제대로 이해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백지연의 개입이나 제스츄어가 거슬릴 때도 있었다. 유시민의 응답이 너무 철학적이라든가, 용어가 너무 어렵다라는 멘트는 불필요한 것이다. 정치인과의 토론이 철학과 정치가 빠진다면 왜 해야 하는 것인가? 분위기를 뛰우려는 의도는 알겠지만서도 말이다.
마지막에 유시민이 대학생들에게 던진 질문들은 국가와 나, 그리고 아버지의 문제였다. 그 질문의 순간 유대표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그 세 질문 속에는 젊은 청년이 이 순간 자신에게 던질 수 있으며 자기의 정체성을 성찰할 수 있는 근본적인 요소들이 다 있었다. 그런데 대학생들의 대답들은 나같은 시청자가 보기에는 너무나 실망스러웠다.
첫 번째 질문은 OOO군은 대한민국에 태어난 것이 자랑스러운가, 그저그런가, 그렇지 않은가였다. 소위 진보신당의 지지자였을 그 대학생은 전혀 대답하지 못했다. 두 번째 질문은 OOO씨는 지금 자신의 삶을 자기가 계획한 대로 살고 있는가, 그렇지 못하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였다. 환경 때문에 살지 못한다고 대답했다. 세 번째 질문은 OOO씨는 아버지와 관계가 어떠한가 였다. 좋은 관계이며 대학에 와서 서로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는 대답이었다.
굳이 비교하자면, 홍준표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다고 한다. "왜 20대는 한나라당을 싫어하느냐?" ㅎㅎㅎㅎ
내 보기에 대학생들은 마니 답답했고..
아마도 대표님 말씀의 의미를 제대로 간파하지 못하는 거 같았다.
맞다.. 유대표님은 그들이 상대하기엔 넘 버거운 상대였다.
마지막에 질문 젤로 많이했던 황귀빈인가 뭐시긴가.. 암튼~
젤 먼저 유대표님이랑 악수하려고 쪼르르 달려나가는 모습이 쫌 우꼈다는..
저도 그 채널이 어디 있는지 몰라서 헤메다가 10 : 40이 넘어서야 채널 찾아서 보게 되었는데, 유시민...평상시 소신과 생각이나 철학이 아니면, 나올 수 없는 답변들을 즉각즉각 하는데, 그 차원이...역시나...신뢰할만한 멋진 사람이라는 생각이 절로 나더군요.
유시민의 첫번째 질문을 제가 받았다면, 저의 대답은 '대한민국에 태어난 것을 매우 만족하며, 그 이유는 좋은 가족을 둔 것을 제외하면...이 사회가 완벽한 사회가 아니고, 불완전하고 고쳐야 할 점이 많기에... 내가 뭔가 해나갈 목표를 설정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을 수 있고, 그걸 하기 위해 또 노력할 꺼리들이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답했을텐데...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