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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와 현대아산 현정은 회장이 26일 방북길에 올랐다. 두 사람은 26일 오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영구를 찾아 조문을 한 후 27일 귀경할 예정이다. 그러나 두 사람의 방북 조문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의 어정쩡한 ‘선별’ 조문 방침에 대한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한나라당 ‘묵묵부답’

통합진보당은 26일 긴급성명을 통해 정부의 선별 조문 방침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통합진보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서거 정국을 남북 간의 화해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새로운 전기로 만들어야 한다”며 “민간 차원의 조문단 구성과 조문을 위한 방북을 긴급히 제안한다”고 밝혔다.

통합진보당의 이런 입장은 시민사회나 민주당의 입장과 일맥상통한다. 기왕에 조문을 허용할 것이라면 어떤 제한도 없이 풀어놓아서 이번 김 위원장 서거 정국을 남북관계의 전기로 삼자는 것이다. 야권과 시민사회의 입장은 국민여론의 지지도 등에 업고 있는 상태다.

정치권 내에서 조문에 대해 아예 발언 자체가 잘 나오지 않는 곳은 한나라당이다.

한나라당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21일 민주당 원혜영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남남 갈등, 국론 분열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정부가 조문단을 파견하지 않기로 했으므로 이런 문제에서는 정부의 기본 방침과 다르게 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박 비대위원장의 입장 탓인지 한나라당에서는 조문을 가자는 이야기도, 가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도 나오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원혜영 대표는 “정당을 주축으로 하는 국회는 민간과 정부의 중간 입장에서 능동적으로 선도할 수 있다”면서 아쉽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정부 내 강온파 갈등 여전...‘철학 없는’ 대통령은 절충 선택

한나라당이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이나, 정부가 이도저도 아닌 ‘선별’ 조문 허용 방침을 정한 데는 정권 내부의 강온파 갈등이 깔려있다.

이번 조문 정국에서도 류우익 통일부 장관이 조문 허용을 주장한 반면, 원세훈 국정원장과 김관진 국방장관은 허용 불가를 고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이한 것은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으로 현 정권 내내 강경론을 주도했던 김태효 비서관이 최근 급성맹장수술로 회의에 불참했다는 점이다. 가장 강력하고 일관된 매파로 알려진 김 비서관이 NSC회의에 불참하면서 온건파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결국 모호한 선별 조문을 결정하게 된 것은 ‘철학 없는’ 대통령이 참모들의 견해 차이를 절충한 결과로 보인다.

문제는 이런 절충이 누구에게도 환영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당장 북은 조평통 성명을 통해 이명박 정부가 민간의 조문을 가로막고 있다고 비난했고, 보수층 역시 이희호 여사의 방북에 대해 못마땅한 눈치가 역력하다. 이 정부가 내년을 남북관계의 전환점으로 삼는데서 이런 모호함은 발목을 잡을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통합진보당은 26일 긴급성명에서 “상충된 행동 때문에 정부의 진정한 뜻이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다”며 “정부가 통합진보당과 종교단체, 시민사회의 조문을 위한 방북을 허용한다면, 이 같은 내외의 의구심은 명확히 정리될 것”이라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