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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가 자신이 20대였던 당시를 회상하며 올해 임진년을 맞이한 청년들을 만나러 나섰다.

서울대 재학 중이던 1985년 제5공화국 당시 일명 '서울대 학원 프락치 사건'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것에 대한 '항소이유서'를 통해 사회 모순을 꼬집어 세상에 이름을 알렸던 유시민 대표. 그는 13일 저녁 연세대에서 열린 청년유니온 주최 '청년들과 유시민의 2012 항소이유서'라는 강연을 통해 자신의 경험에 비춰 청년들과 현 시대에 대한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나눴다.

“1980년대와 오늘날의 공통점은 특수계급이 있다는 것”

유 대표가 20대 청년의 눈으로 본 1980년대 대한민국 모습과 30여년이 지난 오늘날 청년들이 바라본 대한민국의 모습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유 대표는 "진실을 말하면 달라진 점도 있다“면서도 "두 시대의 공통적인 현상은 특수계급이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대표는 이날 강연을 통해 두 시대를 오고가며 각 시대에서 보이는 '특수계급'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1985년 당시 항소이유서를 썼을 때 20대 청년이었던 제 마음 속에 가장 깊게 들어와 있던 존재는 바로 특수계급으로서의 군사독재와 그것에 기생한 특권층이었다"고 밝혔다.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 특혜를 받아 부를 축적한 재벌, 출세만을 바라보는 지식인과 고위직 관료들, 그 '특수계급'들이 대한민국을 지배하면서 민중을 착취하고 억압하고 있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유 대표는 오늘날 대한민국에는 이와 다른 형태로 특수계급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헌법과 법률 위해 군림하는 특수계급이 있고 헌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특수계급이 있다"며 이들을 비정규직·특수고용직·계약직 노동자라고 일컬었다.

이와 반대로 재벌가, 검사, 거대 언론사 사주 등은 헌법과 법률의 적용을 거의 받지 않는 또 다른 '특수계급'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들을 "이명박 대통령을 만들어낸 배후에는 선출되지도 않고 선출될 필요도 없으며, 임기도 없고 무한정 권력을 누릴 수 있는 특수권력"이라고 비난했다.

이날 강연을 들기 위해 모인 청년들은 세월이 지난 만큼 세대 차이가 나는 유 대표의 말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표했다.

ⓒ양지웅 기자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청년유니온 기획강좌 '청년들과 다시 쓰는 유시민의 2012 항소이유서'에서 강연하고 있다.

‘너는 왜 따로 노냐. 큰물에 가서 사람들과 어울려 놀아야지’

한 때 '잘나가던' 정치인이었던 유 대표 역시 특수계급 못지않은 특권을 누릴 때가 있었다. 유 대표는 2000년대 들어선 참여정부 시절 자신이 "우리나라 권력 서열 100등 안에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집권당 국회의원이자 최고위원에서 국무위원, 보건복지부 장관까지 지내면서 '대통령 경호실장'이라는 말까지 들어왔다.

하지만 유 대표는 “그때를 돌아보면 집권 여당 최고위원으로서 하루하루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고 털어놨다. 청년실업, 비정규직 문제 등 해결을 요구하는 것들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는 반면 이것들을 ‘완수’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괴로움 때문이었다.

유 대표에게는 또한 마치 ‘새마을 지도자가 패티김 디너쇼에 가서 10만원짜리 스테이크를 먹는’ 것과 같은 낯설고 불편한 나날들의 연속이었다. 그는 “집권당 국회의원이 되면서 자연인으로서 접촉할 수 없었던 상위 0.00001%를 만날 수 있었다. 그러면서 점점 서민과는 멀어졌다. 근묵자흑이다”며 “우린 그런 사람 아닌데, 이런 삶을 살아왔다는 게 이해가 안 됐다”고 고백했다.

그랬던 그가 통합진보당으로 왔다. 여전히 ‘너는 왜 따로 노냐. 큰물에 가서 사람들과 어울려 놀아야지’라는 말을 듣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아닌 진보당을 택했다. 유 대표가 이런 선택을 하게 된 것도 바로 오늘날 특수계급 때문이었다. 그는 지난해 4.27 보궐선거 때 울산 현대 중공업 공장 앞에 유세 지원을 나갔다가 ‘진보통합을 해야겠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전했다.

ⓒ양지웅 기자

유 대표는 “분명 야당을 찍을 텐데 퇴근을 하는 노동자들이 유세에 대해 반응을 하기는커녕 정말 조용히 지나갔다”면서 “(알고 보니) 회사 쪽에서 비디오로 노동자들을 다 찍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혀 청중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는 “뒤통수를 망치로 얻어맞은 듯했다”며 “정치적 의사표현이 헌법에 보장됐음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이 이를 누리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는 곧 자본의 힘이었고, 그 자본은 특수계급이었던 것.

이러한 경험들은 유 대표가 정치를 통해 무엇을 얻으려고 했었는지를 다시 상기시켜주는 계기가 됐다. 참여정부 때 이루지 못해 빚을 졌던 것을 갚기 위해서는 진보통합으로 가야겠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후 실제 진보통합을 이룬 유 대표는 “민주노동당이 지난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단순히 주장하고 위로하던 진보정치를 넘어서 결과로 책임지는 진보정치 하겠다는 의사 표명을 한 뒤 이를 위한 여러 시도를 했다”며 “지난 정부를 운영해본 사람들이 몇 명일지라도 결과로 책임지려는 진보진영에 가담하는 것이 그들의 노력을 성과 있게 하는데 도움 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고 조심스럽게 털어놨다.

“이준석, 평균 청년이 아닌 20대 MB”

1시간가량 진행된 유 대표의 강연이 끝나자 그에게 기대감을 내비치는 한편 의구심을 드러내는 청년들의 질문들이 쏟아져 나왔다. 어쨌든 그에 대한 관심은 높았던 것.

청년들이 모인 만큼 이날 빠지지 않고 화두로 떠오른 것은 오는 4월 총선을 겨냥한 ‘청년 비례대표’였다. 최근 한나라당 비대위원 중 청년 대표로 일컬어지는 이준석 위원과 민주통합당의 청년 비례대표 선발전과 관련해 유 대표는 “최근 청년층 투표율이 높아지면서 모든 정당들이 청년실업 문제 등 청년들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하고 정치에 청년을 참여시키려고 하고 있다”며 “각 당에게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준석 위원에 대해서는 “평균 청년이 아닌 20대 MB이다”며 “여기서 미스(실수)가 났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청년 비례대표에 대한 통합진보당의 계획에 대해서는 “청년 비례대표를 당선권 안에 배치하는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며 “한다면 정당정치의 기본을 살려가며 할 것”이라고 밝혔다. 10개의 비례의석을 얻을 수 있다면 20대의 비례대표는 남녀 각각 한명씩 두 명을 뽑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덧붙였다.

유 대표는 청년 비례대표의 의미에 대해서 “새로운 세대 문화가 정치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 통로가 있어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청년 비례대표”라며 “청년들도 나이 많은 사람 못지않게 잘 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장되면 경쟁 속에서 청년들이 많이 진출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지웅 기자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가 김영경 청년유니온 대표와 함께 12일 오후 서울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청년유니온 기획강좌 '청년들과 다시 쓰는 유시민의 2012 항소이유서'에서 강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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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청년유니온 기획강좌 '청년들과 다시 쓰는 유시민의 2012 항소이유서'에서 강연을 마친 뒤 참가자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양지웅 기자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청년유니온 기획강좌 '청년들과 다시 쓰는 유시민의 2012 항소이유서'에서 강연을 마친 뒤 참가자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