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가 인재근 여사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단다, 또 송호창도 지지했다며, 드디어 안철수가 반한나라당의 편에 서서 정치행위를 시작했다고 민통당이나 범야권 지지자들도 난리다. 그러나, 진정으로 안철수가 인재근 여사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것인가? 또 지지했다면 어떠한 정치적 입장에서 지지했는가?
일단, 안철수가 인재근 여사나 송호창 민통당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는 워딩 자체가 정확하지 않다. 안철수는 자신이 할 수 있는 한에서 김근태 전 상임고문을 먼저 떠나보낸 그의 배우자 인재근 여사를 위로와 격려를 한 것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인재근 후보 캠프 측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김근태 고문과 안 교수 사이에 왕래가 있었고, 자연스럽게 인 후보와도 알게 되었다"면서 "안 교수가 지난해 김근태 고문 장례식장에 왔을 때, 그리고 인 후보 총선출마 선언 이후 인 후보와 통화했을 때 말씀하셨던 내용을 트위터에 옮긴 것"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안 교수에게 허락을 받아 공보물에도 같은 내용의 글을 실었다"라고 덧붙였다. "
출처: 안철수 교수, 인재근 후보 공개 지지
"송 후보 역시 같은 날 자신의 트위터에 "내가 아는 송호창은.. 늘 함께 하는 사람이며, 온유하고 다정한 사람이다. 아울러 공동체에 대한 선의와 넘치는 사랑을 주체하지 못하는 사람이기도 하다"라고 평가한 안 원장의 말을 실었다."
출처: 안철수, 잇단 野 후보 지지 표명에…야권 '기대감'
장례식장에 찾아가서 위로하고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한다는 인재근 여사에게 덕담 차원에서 한 말일 뿐이고, 그것을 선거에 사용해도 좋으냐고 물었는데, 아니라고 말할까? 개인적인 친분으로 선거에 출마하는 이에게 비공개적이고 개인적으로 격려한 것을 사용해도 좋다고 용인한 것 자체가 "공개적"인 야권 지지라고 부산을 떨어도 좋을 일인지 모르겠다.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안 원장의 기본적 스탠스(입장)가 새누리당을 심판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새누리당을 과거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그런 부분이 확인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후보에 대한 개별적 지지이긴 하지만 새누리에 대한 지지는 없었다"면서 "새누리당을 심판받아야 할 세력으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와 정치적인 궤를 같이 하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박 대변인은 또 "향후 무당층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안 원장 지지세력에게 (하나의) 신호를 주는 것이라고 본다"고 내다봤다.
통합진보당 관계자도 "안 원장이 우리 당 후보를 개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히지는 않았지만 야권연대로 보면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출처: 안철수, 잇단 野 후보 지지 표명에…야권 '기대감'
그러나 백번 양보해서 안철수가 지금 미디어 앞에 나와서 그렇게 공표를 했다고 쳐도 안철수의 그와 같은 행위가 정녕 반MB 또는 반한나라당이란 정치적 포지션에서 기원한 것일까? 아니다.
안철수는 지난 서울시장 재보선 초기, 더 이상 한나라당 세력에게 미래를 맡길 수 없다고는 했지만, 그 선거 이후 모든 입장이 한층 더 애매모호해졌다. 아니, 정확하게 안철수는 지금까지 MB에 대해, 그리고 그의 정치세력인 과거의 한나라당, 지금의 새누리당 그리고 박근혜에 대해서 단한번도 명시적으로 NO라고 말한 적이 없다.
개별적인 친분관계로 야권의 총선출마 후보 몇 명에게 개인적으로 지지의사를 표시하고 그것의 사용을 용인했다고 해서 그가 진정으로 야권이나 지지자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반MB, 반새누리, 반박근혜 "진영"에 선 것은 아니다.
사실, 안철수가 자신이 지금 민통당이나 야권 지지자들의 바램처럼 반MB, 반새누리, 반박근혜 "진영"에 서있다는 것을 선언하고 증명하기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다. 지금 당장, 어쩌면 본인도 대상이었을지 모를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한 자신의 입장과 그 주도세력에 대한 명징한 비판만 하더라도 충분하지 않은가?
그런데, 안철수는 언제나처럼 돌아돌아 자신의 정치적 의사가 무엇인지 해석해야 할 수준의 개별적이고 극히 밀실적인 언행들만 일삼고 있을 뿐이지 않은가?
게다가 오히려, 안철수가 진정 공개적 천명한 자신의 정치적 스탠스라는 것은 야권이나 지지자들이 바라마지 않는 반MB, 반새누리, 반박근혜가 아니라 특정 진영의 논리에 기대지 않는 공동체의 가치라고 하지 않았는가?
"안 원장은 "만약 정치를 하게 된다면 이것 하나는 확실하다"며 "특정한 진영논리에 기대지 않고 공동체 가치를 최우선적으로 삼겠다, 공동체 전체의 가치를 저버리는 판단은 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정치에 대한 제 입장"이라고 말했다."
출처: 안철수 "공동체 위한다면 정치도 감당하겠다"
"특정한 진영의 논리"에 기대지 않는 것이 진정한 언론사를 지향하는 박봉팔닷컴의 가장 핵심적인 가치판단 기준 중 하나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MB정권 5년과 새누리당 집권 4년의 실정과 폭정에 침묵하는 것까지를 용인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야권이나 한경오가 미루어 짐작하거나 야권 지지자들이나 반MB 중도 부동층 유권자들의 기대말고 안철수가 직접 자신의 입으로 말하는 워딩 속에서 과연 민간인을 불법으로 사찰하고 언론사를 사찰하고 정치인과 기업인을 무차별적으로 사찰하며 자신들의 정권 연장에 방해가 되는 이들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는 행위를 서슴없이 저질렀을 뿐만 아니라 그 사실을 은폐하고 관련자들을 매수해가며 검찰의 수사와 법원의 사법적 판단에 까지 영향력을 행사해온 부도덕한 권력에 침묵하는 것 역시 "진영논리"를 벗어난 것이라 볼 수 있는가?
아니, 민간인 불법사찰 문제의 본격적인 폭로가 최근이라 하더라도 그 동안 MB가 수없이 자신의 임기 동안 독단적이며 폭력적으로 결정하고 실행에 옮겨왔던 수많은 정책들과 고환율 드라이브로 얻은 수익을 고물가에 고통받는 국민들에게 분배하지 않고 수출재벌들을 살찌우데만 쏟아버린 경제정책들에 대해 안철수가 NO라고 본인의 입으로 말한 적이 있는가?
이 모든 것들에 대해서 침묵하면서 안철수 본인이 기여하겠다는 "공동체의 가치"는 과연 무엇인가?
오히려, MB에게, 새누리당에게, 박근혜에게 NO라고 말하지 않으면서 개인적 친분이 있는 몇몇 야권 총선 출마자들에게 비공개적이며 극히 개인적으로 지지의사를 밝히며 야권과 지지자들을 애매한 해석의 공간으로 몰아넣고 있는 안철수의 최근 행위들은 오직 대선 국면에서 야권과 그 지지자들은 물론 현재의 여권까지 자신의 영향력 하에 둔 채 대선에 뛰어들어 정권을 잡고서 향후 "사회통합"이라는 이름으로 면죄부를 줘야 할 정치세력을 위한 계획된 정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금번 19대 총선에서 여든, 야든 압도적으로 국회 의석을 점할 수 없다면, 그리고 비록 야권이 과반의석을 획득한다고 해도 결국, MB와 대주주만 바뀐 과거 한나라당인 새누리당의 그 동안 실정과 폭정의 진실들을 드러내고 개혁하는 법안을 아무리 제출한들, 국회에서 별의 별 난장판을 겪고 통과한 법안에 대해 멍청할 뿐만 아니라 무능력한 야권이 자신들 입장에서 아전인수로 해석해온 안철수에게 대권을 상납하였음에도 인준을 거부한다면 어찌할 것인가?
명백한 불법과 폭력과 거짓이 난무한 권력에 대해 명시적으로 NO라고 말하지 않고서 "공동체 가치", "사회통합"의 견지에서 정치를 하겠다는 안철수의 워딩에 일희일비하는 현재의 야권이나 그 지지자들의 모습이 너무 웃기기도 하지만 안스럽지 않은가? 너무나 무책임할 뿐만 아니라 그 어떤 역사의식도 없이 "공동체 가치"를 함부로 입에 담는 안철수에게 휘둘리고 있는 대한민국이 너무 불쌍하지 않은가?
야권은, 안철수의 행위를 안전인수로 해석하며 화를 키우지말고 지금이라도 분명하게 그의 정확한 정치적 스탠스를 물어야 한다. 여냐 야냐가 아니라 과거 MB와 여가 해온 일들에 대해서 어떤 입장인지 물어야 한다.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해서 물어야 하고, 검찰의 수많은 정치행위에 대해서 물어야 하고, 선관위의 편파적이며 이해할 수 없는 선거관리에 대해서 물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안철수의 구름잡는 워딩들을 맘대로 해석하다가 대권이라도 잘못 넘겨주는 날에는 "착한 이명박"에게서 '못된 이명박' 그 이상의 재앙을 대한민국이 감수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범야권은 총선의 의석 몇 석에만 정신팔지 말고 안철수에게 지금이라도 정확하게 물어야 한다.
너는 누구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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