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주의자의 단상과 그들이 현사회에 득세할 수 있는 이유
부제 : 종교와 노동 제일주의의 유사점
일신교를 믿는 사람들은 자신의 신을 믿고, 찬양하고, 숭배하고, 갈구하고, 거기에 희생하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않는 것 같다. 그들은 자신이 믿는 신의 존재를 증명하고, 신의 의지를 해독하고, 나아가 그들이 주장하는 신의 법을 다른 사람도 따르도록 강요하는 일에 집착한다. 그 사람이 진정으로 종교를 원하는지의 여부는 상관이 없다. 그 자체로 볼 때 일신교는 역사 속에서 일으킨 수많은 전쟁과 마녀사냥, 피의 십자군과 살인에 대한 변명으로서 역할해왔다.
신자들은 언제나 지상의 문제에 대한 신의 말씀에만 관심을 가진다. 아주 먼 옛날 사람에게 전한 말인 십계명이나 신이 남긴 흔적으로 간주되는 중요 유물에만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성서 이야기와 같은 문자적 유물도 이에 해당한다. 신자들도 인간이기 때문에 창조주의 승인을 얻어 그들의 편견과 욕망을 합리화하는데 필사적이다. 그들은 또한 질서를 어지럽히고 일탈하는 관습, 특히 성적인 풍습을 처벌하기 위해 신을 활용한다. 편리하게도, 창조주는 다른 말이 없다.
그러나 일신교의 신은 육체적인 쾌락행위를 즐길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이고 누구와 몇 세에 어떤 법적 제도하에서 즐길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떤 생식적 결과를 가져와야 하는지 등에 관해 굉장히 엄격한 법을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은 인간이 자신의 계획에 맞춰 살도록 하기 위해 자신의 대변인을 통해 일을 한다. 신의 대변인들은(목사, 신부, 랍비) 다른 사람들보다 신과 직접적인 연락성은 더 많이 가지고 있으며, 하등하지만 교화시켜야할 어린양들보다 자신들이 훨씬 더 신들과 잘 소통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들의 직무는 무엇이 합법적이고 아닌지를 기술하고 재기술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인간은 불확실성보다는 확실성을 더 좋아한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분명한 지도편달을 더 좋아한다. 그리고 이성의 더딘 진보에 의지하기보다는 신의 계시에 의지하기를 더 좋아하도록 설계되어 있는 것 같다. 다른 사람의 믿음이나 다른 사람의 행동은 불안을 낳는다. 민주주의 조차도 불만스럽다. 민주주의는 전지전능한 신 혹은 적어도 지상에서 성스러운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신의 권위를 부여받은 대표자들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에게 권력을 주기 때문이다.
종교적 근본주의자들은 우리들에게 아주 오래전에 소멸했거나 사라진 고답적 의식의 경계지대를 경험한다. 이 근본주의자들은 현대인이 접근하기 힘든 신에 대한 숭배나 무아지경처럼 퇴화해버리고 흔적만 남은 종교적 황홀경을 경험한다. 이성과 논리를 넘어선 상태가 이들에게는 오히려 정반대이다.
나는 스스로 어느정도 깨달음을 얻었다고 생각할 때까지는 장난으로라도 교회에 가 볼 생각이 없다. 교회를 가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일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아직은 종교적 황홀경에 쉽게 빠질 수 있다. 진보적 지식인이 되고 싶어하는 표면 아래에 잠복해 있는, 울며 소리쳐 기도하려는 또 다른 자신에게 굴복할 수 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가 생각하는 것만큼 강하지 않다. 일종의 집단최면과도 같은 것에 걸리면 신자들은 정서적으로 해방되는 감정을 경함한다.
만약 이러한 숭배문화에 함께 참여한다면 언제나 이 놀라운 마약을 흡입할 수 있다. 어떤 때는 약발이 점점 떨어지기도 하지만, 이 약의 효과를 경험한 많은 사람은 계속해서 이 약을 찾는다. 별로 돌을 던지고 싶지는 않다. 이런 사람들 중에는 일자리가 열악하거나 아예 없는 경우가 많다. 노동은 길고 수입은 적다. 카드는 항상 연체 중이고, 세금에 시달린다. 노동자는 물론 중산층에게 조차도 힘겨운 잔인한 현실 앞에 종교는 큰 위로가 된다.
부자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물론 물질적으로는 풍요롭다. 그러나 왠지 항상 불안하고 쫓기고 있는 느낌이다. 자신이 제대로 살고 있는지 누군가가 옆에서 평가해줬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들도 교회에 간다. 회개를 하면 다시 사회로 돌아갈 힘이 생기는 것 같다. 즉, 일주일 중에 6일간 좆나게 죄를 짓고, 일요일에 기도하면서 돈 좀 내면서 지난 6일간의 죄를 '퉁'치고 '방까이'하는 것이다. 종교는 어떤 제도도 마련해줄 수 없는 소속감을 제공한다.
포용의 온기 속에서 느끼는 소속의 쾌감에 비해 이성은 그다지 매력을 주지 못한다. 이성적이게 된다는 것은 너무나 시일이 오래 걸리고, 또 귀찮다. 그냥 종교의 매력 속에 푹 빠져버리면 삶이 편해진다. 숭배문화의 안으로 모여든 사람은 다함께 옹기종기 모여 앉을 때 일시적으로나마 그들과 생각이 다른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들을 밀어내려는 힘이 느껴질 때 이들은 이 나라가 힘들게 쟁취한 민주적 제도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제도가 그들에게 해준 것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누가 정권을 잡든 사회가 이들에게 제공하는 것은 거의 없다. 주는 것이 있다면 고된 노동이며 그마저도 없을 때는 철저한 불안뿐이다. 신정정치는 이들에게 아주 적절할 것이다. 감사할 따름이다. 그러니 신앙이 없는 자들은 아무런 권리가 없다. 그렇게 그들은 자기 편이 아닌 자들을 배척해버리고, 종교의 테두리에 들어오지 못한 이들을 타자로 만들어 배제시켜버린다.
종교와 진보는 실제보다 일견 위대해 보이는 경향이 있다. 기독교와 맑스주의는 우상을 타파하라고 하였다. 하지만, 이 땅에서는 그들이 타파되어야 할 우상이 되고 말았다.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