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멘호테프 4세의 두 딸들, 아마르나
[봉팔 세계사] 3. 고대 이집트(2) 죽은 자들의 도시인 네크로폴리스, 피라미드 건설을 위한 임시 거주도시까지 얘기했으니 이제 산 자들의 도시 이야기를 해보자. 힉소스인도 몰아내고 군사강국으로 발돋움하던 신왕조 시대 파라오들은 그간 약화된 왕권도 강화하고 중앙집권체제를 추스리면서 황금시대를 열어가는데... 왕권을 강화해도, 예전 왕이 가졌던 그 신성이 회복되기는 어려웠지. 신왕조 시대에 들어서는 스핑크스와 오벨리스크가 피라미드가 아니라 신전 입구에 놓였던 것만 봐도 말이야. 바야흐로 신관의 시대.
신전 건축
신왕조 시대의 전성기인
제18왕조와 제19왕조 때 신전이 많이 지어지는데, 건축주의 어떤 의도가 넘치고 넘쳐서 그게 건축물에도
심하게 드러나는 형태가 돼. 과시 욕망이랄까. 호루스, 이시스, 아문 등 신도 다양해졌으니,
신전도 종류가 얼마나 많아졌겠어? 여러 신을 한꺼번에 모아놓는 복합단지가 생겨날
정도였지.
테베 근처에 있는
카르낙Karnak과 룩소르Luxor
에 수세기에 걸쳐 신전이 들어섰어. 이 신전단지를 한마디로 말하면, ‘과장된 분위기’. 피라미드와는 정반대의
분위기지.
<일리아드>에서, 아가멤논이 아킬레스 데려오라고 오딧세우스를
보내잖아. 전에 뺏아간 여자도 돌려주고, 이런 저런 선물도 주겠노라며
전쟁에 나가자고 청하니까, 자기 맘에 드는 여자 빼앗아 간 것에 마음이 풀리지 않은 아킬레스가 안 간다고
버팅기면서 이렇게 말하지. “아가멤논이
얻게 될 재산의 열 배 스무 배를 준다 해도, 테베를 준다 해도 ....내 마음을 설득할 수 없다...”
이때 아킬레스가
테베를 어떻게 묘사하냐면, “집집마다 보물이 가득 차 있고 일백 개의 성문이 있어 그 문마다 이백 명의 전사들이
말과 전차와 함께 달려 나온다는...”
이집트 도시 테베를
설명할 때, <일리아드>에서 아킬레스가 이렇게 말했다며 자주 인용되는 부분이야. 문이 백 개나 있다는 게 그 당시에
지중해까지 알려졌었다는 거지~. ‘성문’이라고 번역했던데,
도시 성문이 아니라 신전의 ‘탑문’ 을 가리키는 것 아닐까? 도시 성문이
백 개가 있었을 리가. 신전이 워낙 많았으니 그 탑문을 보고 백 개의 문이 있다고 하지 않았을까?
아몬 대신전, 콘수 신전, 아부 심벨의
대신전, 하트셉수트 신전 등 으리으리한 이 신전 건축을 눈여겨 보면 흥미로운 부분이 있어.
1) 먼저 신전의 공간구성
우리나라의 산자락에
있는 절과 비슷하다고 보면 돼. 산문을 지나 골짜기로
걸어 들어가면, 일주문을 지나고,
천왕문을 지나고, 불이문을 지나면서 마침내 부처님을 만나잖아. 지루한 줄 모르는 길. 신에게 가는 마음을 준비하는 길. 문 하나를 지나면, 산을 배경으로 공간이 펼쳐지고, 다시 문 하나를 지나면, 좁은 계곡에 물이 흐르고, 문
하나 더 지나면 편안한 뜰. 편안한 산. 그렇게 공간 안에서 넓어졌다
좁아졌다 하는 경험. 감정도, 사고의 폭도 같이 이완하고 긴장하고 다시
이완하고.
이집트 신전도 이렇게
축을 따라 성소santuary까지 이어지거든.
나일강을 삶의 터전으로 해서 그런지, 일직선 축을 따라 가는데, 성소에 다가갈 수록 빛과 공간을 이용해서 신성을 강조한다는 점을 눈여겨 보자.
2) 신전 건축의 표준형 하나를 뽑아보자면 이런 순서가 되는데
[탑문-열주마당-열주 홀-성소]
▲
카르낙 신전
외국 말도 많고, 재미없을 수도 있는데, 현대
건축용어뿐만 아니라 흔히 쓰는 일반명사도 있으니까, 아, 여기에서 온
거 구나 하는 정도로 보면 되겠다~. 대부분 그리스 말임. (알렉산더
대왕 이후에 그리스말로 정리 됨.)
(1) 탑문(pylon, 파일론)
신전의 주 입구를
지나면 다시 여러 개의 탑문을 지나는데 이를 파일론이라고 함. 문은 문인데, 양쪽에 탑 모양으로 서 있는 탑문. 탑문 앞에 오벨리스크와 스핑크스가 놓이기도 함.
우리나라의 산사로
따지면 ‘산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세속과 신성을 나누는 경계이면서 상징적인 방어 기능을 지님. 
▲룩소르 신전의
탑문. 오벨리스크는 원래 쌍으로 놓이는 건데,
하나는 파리 콩코드 광장에 있음. (자기 자리를 잃고 객지에 나가있는 오벨리스크는 이탈리아에 가장 많다.)
헤로도투스가 이집트를
여행하고 이 ‘뾰족 기둥’을 헬라어로 ‘오벨리스코스’이라 부른 데서 이름이 유래.
성경에서 우상 숭배 하지 마라는 대목들에 나오는 ‘주상’이 바로 이 오벨리스크임.
▲ 시드니 하버
브리지의 파일론
▲ 고압송전 철탑, 교통 콘cone도 파일론이라고
함.
(2) 열주 마당(peristyle, 페리스타일)
탑문을 지나면, 안마당(court)이 나오는데,
이 안마당은 기둥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열주 마당이라고 함. 봉헌물을 배달하고 사제들이 만나는 장소. 안마당이 기둥으로 둘러싸여있고, 하늘은 열려있을 때, 페리스타일이라고 하는데, 그리스를
거쳐 로마시대 주택의 기본 형태가 되니까 잘 봐두시기 바람. (peri주위,둘레 + style 기둥) 메소포타미아 주택의 기본형도
안마당(중정) 주택이라고 했잖아. 다른 점은 기둥으로 둘러싸였느냐 아니냐.
그리고 또 중요한
것. 여기에서 여러 기둥 장식이 발전한다는
것.
▲ 룩소르 신전의
페리스타일 
▲ 폼페이 주택의
페리스타일
(3) 열주 홀(Hypostyle hall, 다주식 홀)
‘스타일’이란 말은 ‘양식’이라는 뜻으로 쓰이잖아.
근데 이 ‘스타일’의 원래 뜻은 ‘기둥’. 고대 건축에서는 ‘기둥’이 ‘양식’이었으니까. ‘기둥’을 어떤 모양, 어떤 방법으로 하느냐가 어떤 ‘양식’인지를 말하게 된 거지.
“어떤 기둥(style) 모양이야? 연꽃이야 파피루스야?” = “무슨 양식(style)이야?”
▲
<이집트 기행, 카르낙 유적>, 야콥 야콥스
야콥스(Jacob Jacobs, 1812-1879)라는 벨기에 화가가 이집트에 가서 카르낙 신전의 열주 홀을 보고 그린 그림.
‘하이포스타일’은 ‘기둥으로 받쳐진’(hypo 아래 +
style 기둥)다는 뜻. 아직 '아치'가 없었기 때문에 지붕을 지지하려면 많은 기둥이 필요했겠지. 페리스타일을 지나면 이렇게 기둥으로 천장을 떠받친 거대한
방이 나오는데 이를 ‘열주 홀’(하이포스타일 홀)이라고 함. 방안에 빽빽하게 기둥이 있는 상태. 하늘을 기둥이 받친다는 이집트의 믿음이기도 하고, 이집트인들이 ‘공간’을 다루었다는 걸 알 수 있지.
(공간을
다룬다는 말은, 보통 건축을 크게 ‘형태’냐 ‘공간’이냐로 이야기 많이 하거든. 공간미와 형태미로 대비시키기도 하고. 피라미드나 메소포타미아의 지구라트는 ‘공간’이라기 보다는 ‘형태’라 할 수 있겠지. 형태가 아니라 공간을 다루려면, 공학기술과
재료변화가 필요하거든. 시대별로 ‘형태’를 중시하던 때가 있고, ‘공간’을 중시하던 때가 있고. 둘이 일치할 때도 있고. 건축사는 어찌 보면 이 두 가지, ‘공간’이냐 ‘형태’냐의 변증법이 아닐까 생각. )
신전이 권력의 중심이
되어가면서 이 열주 홀이 ‘방비’의 기능을 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외부 침입자가 들어오기 어려운 구조로. 기둥 하나가 무너지면 건물 전체가 무너지고 깔려버리잖아. 마치 삼손이 신전을 무너뜨릴 때처럼.
▲ 카르낙 신전의
열주 홀. 기원전
1350-1280년 건설. 높이가 24미터인
기둥 134개로 채워진 공간.
▲
<에드푸의 호루스 신전>, 영국 화가 데이비드 로버츠의 그림, 1839
▲ 열주 홀(좌), 이스라엘 벤구리온 Ben Gurion 국제공항 제3터미널(우)
 ▲ 열주 홀 모델 클리어스토리 (clearstory, 높은 창, 高窓)
이 열주 홀에서
‘클리어스토리’라는 게 나오는데, 닫힌 공간에 살짝 빛 구멍을 내어서, 어슴푸레한 빛이 들어오게 만드는 거야. 유적지에는 지붕이 온전하게 남아있지 않은데, 저 기둥들 위에 닫힌 형태로 지붕이 있었다고 보면 돼. 그리고 그 지붕 바로 아래에 클리어스토리가
있었고. 마치 빛길을 따라가는 듯한 극적인 효과가 나는 거지. 
▲ 최초로 클리어스토리를 쓴 건물은 아몬 신전(카르낙)의 열주 홀 교회에서 측랑을
따라 걷다보면 기둥 위로, 높이 나 있는 창문
있지? 그걸 ‘클리어스토리’라고
하거든. 주변 지붕보다 높게 나 있는 채광창을 일컫는 용어가 되었음. clear (빛) + story (storey, 층) 
▲
교회의 클리어스토리
▲
클리어스토리, 텍사스 오스틴 시청사.
▲ 클리어스토리, 고창.
새 수도 아마르나
아멘호테프 4세는 왕위가 어울리지 않았던 파라오였다. 전쟁보다 예술을 더 좋아했고 이집트 문학에서 가장 유명한 시를 썼으며 아내인 네페르티티를 깊이 사랑하여 네페르티티가 딸만 일곱을 낳았어도 끝까지 두 번째 아내를 얻으려 하지 않았던 로맨티스트였다. 그는 아몬 사제들의 아성인 테베를 벗어나기 위해 테베에서 북쪽으로 500킬로미터 떨어진 현재의 아비도스에 새로운 수도 아케트아톤(아마르나)을 건설하고 자신의 이름조차 아크나톤('아톤의 영광')으로 바꾼다. 그리고 기존의 아몬-라 신앙을 배척하고 유일신으로서의 태양신 숭배 즉 아톤 신만을 숭배해야 한다는 일신교 정책을 전격 선언했다. 그는 이집트의 모든 공공장소에서 아톤을 제외한 모든 신들의 이름을 지워 없애라고 명령했다.ⓒ 박봉팔
이집트에서 발굴된
도시 중에 아마르나 (또는 아케트아톤)라는 곳이
있는데, B.C.1350년경 카이로 부근에 건설된
도시였어. 제 18왕조의 아크나톤(아멘호테프 4세) 왕이 종교개혁 해보려고 테베에서 수도를
옮긴 곳인데, 맨땅에 새로 지은 신도시였어. 그러면서 내세운 게 아톤
신. 아마르나는 아톤 신을 위한 도시였지.
왕이 된지 5년인가 6년인가 되던 해에
새 수도 건설 첫 삽을 떠서, 치세 9년쯤에 도시 건설 완료했다고 하거든.
마음은 얼마나 급했을까? 빨리 지으려고 건물 대부분은 흙벽돌로 쌓고,
흰 색으로 마감했다는군. 주요 건물 몇 개만 특별히 그 동네에서 나는 돌을 썼고.
이렇게 어떤 목적을
갖고 신도시를 건설한 경우가 이집트 역사에서 흔치 않은데, 신도시라면 네크로폴리스거나 피라미드 노동자 집단 거주지거나
그랬으니까. 그런데 이 종교개혁은 실패하고 20년도 안 되서 다시 테베로
수도가 옮겨가 버렸어. 아마르나는 버려진 도시가 됐고 그래서 도시유적이 그런대로 남아있게 된 거고.
(다른 고대이집트 도시들은 지금까지 계속 거주해오고 있어서 옛 도시형태를 밝혀내기가 어려움.) 
▲
아마르나 지도
나일강을 따라서
남북으로 길게 형성되었어. 피라미드가 있는
묘역단지 및 궁전과 사원이 있는 도시 중앙부분은 어떤 질서를 가지고 계획되었는데 그 밖에는 되는대로 생겨먹은 도시야. 워낙 서둘러 지은 이유도 있겠지. 그래도 고고학자들이 밝혀낸 바로는, 사회적 신분이 높은 계층이 도로변에 집을 짓고, 그 다음 계층이 그 뒤쪽에, 그 다음 계층이 그 뒤쪽에, 이런 식으로 집을 지었대. 포장도로라던가 배수라던가 하는 건 없고.
이 도시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세계 최초의 입체교차로. 
궁궐이 도로 양쪽으로 나눠져 있는데, 왕이 땅에 발을 딛지 않고 공공건물에서 개인건물로 다닐 수 있도록 만든 것.
왕실도로를 일반도로에 육교로 교차시킴. 끝.
[이 게시물은 관리자에 의해 2012-03-27 17:25:23 문예·과학에서 복사 됨]
[이 게시물은 관리자에 의해 2012-05-02 04:56:00 월간박봉팔닷컴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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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