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신분을 거의 밝히지 않는 대다수의 회원과는 달리 나는 당당히 나의 신분[백수]을 밝혔다.
백수는 돈이 없지만 시간이 많다. 그런데 대다수의 백수는 그것을 향유하지 못한다. 불안감 때문이겠지. 이상한 일이다. 그나마 자기가 갖고 있는 게 그건데, 그거마저 불안 때문에 포기해버리면 백수에다가 알거지가 되는 것이다.
여하튼 난 지난 몇 년간(몇 년간이나 쭈욱) 돈과 시간이 극단적으로 반비례했다. 중국은 그런 점에서 괜찮다. 입장권을 사야 하는 곳은 살인적인 물가이지만, 그렇지 않은 곳, 특히 '중국-조선' 접경지대 같은 곳들은 거의 완전 깡촌이기 때문에, 얻어자는 건 정말 쉽고, 담배값, 교통비 빼고는 돈이 거의 들지 않는다. 게다가 걷는 것도 뭐 걸어다니면 된다.
꼭 그런 것 때문은 아니다. 조중접경 지역은 뭐랄까, 모호한 매력이 있다. 무슨 매력이었는지는 중국 돌아가서 외장형 디스크를 찾으면 찬찬히 이야기하도록 노력해보겠다...
나는 대여섯 차례에 걸쳐서, 때로는 한번에 전부, 때로는 특정구간만, 저 노란 선을 돌아다녔었다. 두만강, 폭이 좁은 곳은 3미터 정도 밖에 안 된다.
오늘은 '방천'이란 곳부터 시작하겠다. 중국의 최동남단, 북한의 최동북단(나진선봉하고 직통으로 이어지는 곳), UNDP 통해서라도 어찌 한번 발 끼어보려고 재정비시작 들어갔던 러시아의 하산, 이 세 곳이 함께 있다. 한 지점에 세 나라의 국경이 마주한다는 뜻. 한 8번 정도 갔었는데, 날 좋을 땐 동해가 보인다.
그리고 가는 도로가 다 바뀌었다. 원래 저기로 가는 길은, 연길-훈춘-방천, 이렇게 가는데 비포장에다가 총체적으로 개판이었고, 도착해도 무슨 관광지 분위기는 전혀 나지 않는 곳. 그냥 군사기지 비슷한 곳이었다. 장택민이 국경의 중요성에 대해 써놓기도 했었고, 또한 청말 현 중국국경을 만들어 낸 인간의 동상도 근방에 있으며, 안중근 의사가 잠시 머물렀다고 하는(이토 히로부미 암살 훈련을 했다고 뻥쳐서 한국 사람들 돈 뜯는 듯한) 곳도 있다. 하지만 지금 사진이 얼마 없으므로 다음 번에..보충 하겠음. 오늘은 1탄 이니까 산뜻하게.
철조망 너머가 바로 러시아.
얼마전까지 이 곳엔 나무들이 둥둥 떠다녔다. 북조선이 목재 팔아먹는 것이다. 나무를 동여매어서 뗏목을 만들고 그걸 강에다가 띄어서 팔아먹는 방식이지. 지금은 없다.
북쪽은 국경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중국은 가급적 강변에 고가건물을 설치하는 것을 자제해왔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 및 중국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이곳에 '고층 조망건물'을 세우고, 공원을 만들고 있다. 조중관계의 변화는 이런 곳에서부터 발견된다.
위에서 설명한 기타 곳들은 다시 사진 올리도록 하겠음. 중국이 방천에 기간시설 많이 듬뿍 하고 있는 이유는, 꼭 장지투(장춘-지린-투먼 중심 동북개발전략)나 나진 선봉을 염두에 두고서만은 아니다. 일정한 정서적 공유기반이 있었던 이전 지도부에서, 90년대 부터 급격히 '무너지게 두진 않지만 그렇다고 손해보진 않아' 라는 실용주의(ㅋㅋㅋ) 노선이 정착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기야, 전자가 후자를 추동하고 후자가 전자를 추동하는 것이겠지.
그럼 또 봐요
[이 게시물은 관리자에 의해 2012-05-02 01:44:07 생활에서 복사 됨]
[이 게시물은 관리자에 의해 2012-07-29 02:43:34 정치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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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염엄씨 북녘땅을 바라보는.. 
...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