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반인종주의가
친유대주의, 친이스라엘 아니다.
프랑스가 인종주의를 다루는 태도는 매우 엄격하다.
인종차별적 행동이나 발언을 하면 사회적 비난뿐만 아니라, 법적으로 제재도 한다.
사회적으로 널리 알려진 사람일수록 그 잣대가 까다롭다. 프랑스의 인종차별금지법은
인종차별과 증오, 폭력 등을 조장하는 행위를 처벌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이 행위에는 ‘발언’도 포함된다.
디자이너 존 갈리아노가 해고된 것은, 사회적 물의를 빚었기 때문이다. 갈리아노의 나찌 추종, 유대인 혐오 발언은 프랑스
사회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의 인종차별적 발언이었다. 유대주의에 반대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인종차별적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갈리아노 뿐만 아니라 여러 사회 인사들이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처벌을 받았다.
향수 제조자 겔랑은 흑인을 ‘니그로’라고 비하한
정도로 역시 유죄판결을 받았다. 본인은 ‘저급한 농담’이었다고 사과했으나, 겔랑 가게에는 시위대가 몰려들었고 제품 불매운동이 벌어졌다. 국민전선의 대선 후보 르펭도 인종차별 발언으로 수 차례 유죄판결을 받았다. 르펭과
친한 브리짓 바르도도 마찬가지다.
의사표현의 자유가 다소 제약되더라도 이렇게 인종주의를 엄격하게 다루는 것이 프랑스 사회다.
인종차별방지법이 따로 있을 만큼, 인종차별이 암암리에 일어나며, 인종적 편견을 지닌 이들이 많은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종 편견이 있더라도 그것을 드러내는
것은 상식에 어긋나는 일로 간주된다. 갈리아노처럼 술자리에서 뱉은 말로도 법의 규제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법이 있다는 것은, 적어도 그 사회가 인종 불평등을 인식하고 바꿔나갈
의지가 있는 것이라 본다.
2. 툴루즈 총기사건은
반유대주의, 인종주의적 범죄다.
툴루즈 총기 사건의 용의자 모하메드 메라는 반유대주의자이며 극단 이슬람 신도다. 자신이 촬영한 비디오에 알 카에다 신분임을 밝혔으며, 근래에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서
훈련을 받았다는 보도를 믿지 않더라도 말이다. 프랑스 경찰특공대에 사살되었으니, 그가 이슬람 국제 테러조직과 연관이 있는지, 범죄 배경과 동기를 밝힐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용의자 메라는 범행 장소로 유대인 학교를 골랐고, 어린이들을 겨냥했으며 범죄
장면을 촬영했다.
프랑스는 유럽에서 이슬람 숫자가 가장 많은 나라이지만 반유대주의가 테러로 이어질 만큼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렇게 명백한 반유대주의 테러 사건에 대해 온 국민이 경악하고 우려하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
툴루즈 사건은, 반 유대정서가 표출된 것이다. 없어진 줄 알았는데 잠재되어 있었구나 하고, 온 프랑스가 목도하며 경악한 것이다.
3. 이스라엘의 만행
총기 사건 용의자가 프랑스 국민이듯, 툴루즈에서
희생 당한 유대인들도 프랑스 국민이다. 팔레스타인 어린이 학살에 대한 응징을 프랑스 내 유대인 어린이들에게
하는 것이 정당한가? 툴루즈의 유대인들과 이스라엘 정부의 만행과는 관계가 없다.
프랑스군 아프간 파병, 팔레스타인 어린이 학살,
프랑스 정부의 반이슬람 정책에 대해 툴루즈에서 일어난 복수는 정당한 것인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저지르는 만행은 못 본 체 하고,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벌이는 제국주의적 만행에는 동참하면서,
자국 내 이민자가 저지른 반인종주의 범죄를 테러로 규정하는 것이 “프랑스의 이중잣대”라면, 프랑스에 사는 유대인을 이스라엘의 만행과 바로 연결시키는 것은 또 다른 인종주의적 시각이다.
4. 사르코지의
총풍 활용
툴루즈 총기난사 사건은 한국 총선에 비유하자면, 수원 살인 사건 이상 가는 선거용 호재요, ‘총풍’이었다.
이번 대선 캠페인에서 사회당의 올랑드 후보가 당선 유력해지고, 좌파연합의 멜랑숑
후보가 부상하자, 사르코지는 극우정당의 르펭 후보 지지자들을 끌어와야 하는 입장에 있다. 그래서 선거이슈를 현실적인 경제문제에서 감정적 문제로 전환시키려고 애썼는데, 그 와중에 툴루즈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호재를 호재로 활용하여 반이슬람, 반이민자 정서를
부추겼다.
그러나 잘 들여다보면, 르펭과 사르코지의 대응이 같은 것은 아니다.
르펭은 이 사건의 책임을 이민정책에 물으며, 반이슬람을 주장하지만,
사르코지는 이민자 문제와 이 사건을 바로 연결시키지는 않는다. 반이슬람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며 반테러를 프랑스적 가치와 공화국의 힘으로 내세우고, 국민 단합을 호소한다. 르펭의 지지자를 끌어오려고 다소 극우쪽으로 기울었다가, 다시 중도 우파 성향 지지자들에게 눈을 돌리고 있다.
메라의 시신이 알제리에서 거부당하고, 툴루즈 시장도 미적거리자 사르코지는 “그도 프랑스 국민이다. 프랑스 땅에 묻게 하자.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말자.”며 논란을 정리했다.
좌파 지지층이 탄탄한 프랑스 사회는 이 ‘총풍’에 크게 휘둘리지는 않았다. 툴루즈 사건 뒤로 사르코지의 지지율이 몇 퍼센트 올라갔으나,
결선투표 예상 지지율은 여전히 올랑드 후보가 앞서고 있다. 우파의 공세에 맞서 좌파도
결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권자들을 경제문제에서 눈 돌리게
하고, 감정적으로 휩싸이게 하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 이민과 치안문제가
선거쟁점으로 부상한 것이다.
다행인 것은 좌파 정치세력이 우파의 비열한 포퓰리즘에 말려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꾸준히 그들의 정책 프로그램으로 맞서고 있다. 그 정책 프로그램이 복지정책, 부자증세에 기반하고 있으나, 그것은 그들의 원래 정책인 것이지, 터져 나온 이슈에 맞서는 포퓰리즘은 아니다.
프랑스는 유럽나라들 가운데에서도 ‘프랑스적 가치’라는 다소 국가주의적인 구호를 앞세우는 나라다. 그 ‘프랑스적 가치’ 중에서 관용의 미덕은 약해지고 ‘경계’를 지키며 문단속을 하자는 배타성이 커지고 있는 중이다. 잠재되어있던 인종차별주의와 이슬람
혐오증을 극우 정치인들이 정당화시켜주고 있다. 경제문제를 희석시키려는 계산이 어느 정도는 맞아들어가는 것이다.
5. 프랑스 국민의
선택
사르코지의 안보장사는 성공할까?
브루킹스 연구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툴루즈 사건이 이민과 치안 문제를 부각시키고
있어서 르펭과 사르코지의 맥락과 맞아떨어지긴 하나, 큰 영향은 없으리라 전망한다. 유권자들에게는 이민자 문제보다 더 절박한 쟁점이 많기 때문이다. 프랑스 유권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쟁점을 물었더니, 이민자 문제는 가장 후순위였다. 1) 실업문제(73%) 2) 교육(56%) 3) 건강, 의료(55%) 4) 임금, 구매력(54%) 5) 공공 부채 축소(53%) 6) 직업 안정성(52%) 7) 범죄(43%) 8) 이민자 문제(36%)
물론, 이런 분석 하나로 프랑스 국민의 반응을
온전히 예측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사건 용의자 모하메드 메라는 프랑스 사회의 희생자라는 시각도 있다. 32시간의 대치 끝에 사살된 다음 날,
노르망디 지방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메라를 위한 1분 묵념을 제안했다.
20명의 학생들 중 16명이 동참했고, 4명은
이에 항의해 교실을 나갔고, 당국에
알려지게 되었다. 프랑스 신문 Paris-Normandie에 따르면,
이 교사는 메라는 프랑스 언론과 사르코지에 의한 희생자라고 했다.
문제는 우파 정치인들이 이 사건을 선거에 이용하고 증오를 부추기는 것이다. 포퓰리즘과 본질 흐리기
전략이다. 프랑스 사회가 그 전략에 말려들지 않고,
‘프랑스적 가치’를 얼마나 지켜낼 지가 이번 프랑스 대선의 핵심인 지도
모른다.
프랑스 정부에 대해 비판할 수 있는 점은, 사건 배경 등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채 이슬람 테러조직과 관계있다고 몰아가고, 결과적으로 툴루즈 사건을 선거용으로 써 먹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중잣대라면 프랑스가 아니라 이스라엘이다.
[이 게시물은 관리자에 의해 2012-07-29 02:43:34 정치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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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