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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강전에 이어서 또 승부차기까지 가는 명승부를 펼쳤지만 이번에는 축구의 신이 우리를 외면했다. 그러나 졌지만 참 잘 싸웠고 최선을 다하는 혼을 담은 축구는 그 어떤 드라마보다 더 극적이고 감동을 준다는 것을 이번 청소년 대표팀이 보여주었다. 어제 경기는 혼란스러운 국내 사정으로 제대로된 연습 구장에서 훈련을 하지도 못했다는 이라크 선수들의 투혼과 스타 선수는 없지만 팀으로 똘똘 뭉쳐진 어린 태극전사들의 투혼이 엮어낸 너무나 아름답고 감동적인 경기였다.
이미 이라크는 아시아예선전에서 두 차례 대결을 펼친바 있다. 그때도 두 번 다 비겼다. 당시에도 이라크는 우리보다 더 뛰어난 공격력을 보여주었지만 우리 선수들은 조직적인 플레이로 비길 수 있었다. 어제 경기도 양상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선수 개개인의 자질을 놓고 볼 때는 분명 이라크가 조금 더 나았다. 특히 이라크의 왼쪽 윙백 알리 아드난 선수는 그 레벨에서 세계적이었다. 전후반 내내 이 선수를 막지 못해서 한국은 고전했는데 전반 강상우 선수를 일찍 교체하고 이광훈 선수를 투입한 이유 역시 이 선수에 대한 대비였다.
경기는 다 아는 바와 같이 이라크가 선취 득점하면 바로 따라붙고 그렇게 전후반 2대2로 비긴뒤에 연장에 접어들었다. 두 팀 모두 바로 이전 경기에서 연장전까지 치른 뒤라 연장전에서는 조심스러운 경기를 펼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라크에 비해서 한국 선수들이 오히려 연장에서는 몸놀림이 더 가벼웠다. 연장전에서는 한국이 공격의 주도권을 잡고 몇 차례 득점 찬스를 맞이했으나, 안타깝게 놓치고 말았다. 이때 결정지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하고 후반 14분 결국 문전 혼전중 어이없이 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모두가 한국의 패배를 받아들일때쯤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다. 이광종 감독은 이날 한국에서 가장 좋은 활약을 펼친 권창훈 선수를 빼고 정현철 선수를 투입하고 결국 이 선수의 발끝에서 극적인 동점골이 터져 나왔다.
이광종 감독의 신의 한수 였다.
비록 승부차기에서 졌지만, 우리 어린 태극전사들은 너무나 잘 싸웠다. 그리고 이렇게 훌륭한 팀을 만든 이광종 감독 명장임에 틀림없다. 이 보다 더 우수한 선수들을 가지고도 그간 세계대회에서 어처구니 없는 패배를 많이 당하곤 했는데 국내 감독들의 수준도 많이 높아졌다. 이번 대회의 가장 큰 성과는 이광종 감독의 발굴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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