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테르담 중앙역에서 구교회 담벼락 아래 홍등가를 지나, 차이나타운 가는 길목에 이런 건물이 있어요.
니우마르크트(Nieuwmarkt)를 내다보는 이 카페의 이름은 인 더 바흐(In de Waag), 계량소에서라는 뜻.
시 계량소에서는, 상품을 저울에 달아서, 장부에 기입하고, 계량 수수료를 받았는데, 이 수수료는 오늘날 부가가치세라고 할 수 있겠다. 수수료를 좀 내더라도, 시에서 공식적으로 이렇게 계량을 해주면, 서로 믿을 수 있잖아? 정직한 상거래를 낳고, 믿을만한 무역도시로 크는 데 도움이 됐겠지?
어느 도시나 이런 계량소를 둘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중세 유럽에는 영주나 군주에게서 도시특권을 부여 받는
도시들이 있었는데, 도시마다 이 특권이 다 있었던 건 아니고, 주로 저지대(베네룩스) 와 독일에서 나타났던 시스템. 한자도시를 중심으로 도시가 발전해서 그렇지 않을까 짐작해 봄.
도시 특권의 내용
- 시장권 : 시장을 열 수 있는 권리
- 통행료 징수권 : 외부인 통행료
- 도시 성벽 건설권
- 화폐 제조권
- 계량권
- 특정 물품 거래권 : 포도주, 목재,
귀리, 소금, 가죽, 모직 등
- 행정 분야 : 귀족이 아니라도 신망 받는 시민이 도시 행정에 참여할 수 있었다. 법정과 자치법규를 운용했음.
영주들이 이
도시 특권을 시민에게 그냥 하사한 건 아니고, 돈을 받고 파는 시스템이었는데, 도시 행정에서 상업, 세무, 법원 기능을 돈 받고 떼줬다고 보면 되겠다. 돈이 궁해진 영주는 특권을 팔아서 자금 조달을 했지만 동시에 권력도 파는 것. 저지대에서는 이런 과정을 거쳐 권력이 봉건 영주에서 시민(부르조아)으로
이동했다.
도시 특권의 하나인 이 계량권한은 11세기에서 15세기에 전성기였고, 16세기부터 신규 특권부여는 줄어들다가 19세기 근대국가가 수립되면서 막을 내린다.(네덜란드에서 도시특권이 있었던 도시는...세어보다가 말았는데 100개가 넘는 듯.)
저지대에서는 도시 특권이 있어야 비로소 ‘도시’라고 불렸다. 그 크기는 상관없었다. 인구가
40명이라도, 도시 특권이 있으면 그들은 ‘시민’이었고, 시민은 이를 자랑스러워했다.
저지대의 도시에는 도시 중심부에 계량소 건물이 그대로 남아있는 곳이 많은데, 그 중에서 네덜란드 도시 몇 군데입니다.
[하를렘(Haarlem)의 계량소]
빨간 덧문이 달린 건물이 시 계량소
16세기 건설. 지금은 카페가 됐다.
천정에 저울이 그대로 매달려 있음.(모조품 아님)
카페 입구에서 저 부인이 내다보는 것은
이런 풍경.
강에 오가는 요트 구경. 큰 배 오갈 때마다
다리가 올라가거나 돌아가는 것 보는 재미가 있다.
[하우다(Gouda)의 계량소]
▲ 하우다의 마르크트에 있는 시청사
▲ 시청사를 마주보고 선 계량소 건물
▲ 공사용 비계가 서있는 건물이 계량소다.
지금은 관광안내소와 계량소 박물관임.
▲ 건물 전면의 부조. 치즈 덩이를 달고 있네.
▲ 하우다 치즈
[델프트의 계량소]
▲ 교회, 시청사, 계량소는 어딜가나 마르크트에~
(왼쪽의 시청사 뒤에 계량소가 있음)
▲ 16세기 건설. 지금은 카페 ‘더 바흐(De Waag)’.
(역시 안에 저울이 있음)
[레이던의 계량소]
계량소는 대체로 운하에 면해있다.
(한쪽은 마르크트, 다른 쪽은 운하)
이 건물은 17세기에 새로 지은 것. 지금은 공연장.
건물 전면의 부조
계량소 주변에 '생선시장(vismarkt), '버터시장(botermarkt)'라는
이름이 길에 남아있음.
회비 납부 계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