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효~~ 힘들다. 린이가 중3이라 진학 결정을 해야 하는데 막상 원서 쓸때가 되니 무지 고민이 되는구나.
린이가 기타를 잡기 전 계획대로라면 지금쯤 과학고에 원서 내고 무지 공부 열심히 하고 있었을 텐데... 초등학교 때는 린이가 수학, 과학에서 학교를 대표하는 영재 취급을 받았거든... 과학고에 진학해서 이 나라의 과학수준을 한단계 높일 원대한 꿈을 안고 있었는데...
근데 초등학교 졸업선물로 기타 하나 사준 것이 이렇게까지 삶의 진로를 바꿀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
클래식 쪽은 싫대고, 실용음악과를 간다는데.. 음악에 실용이라는 이름을 붙인 게 도대체 누구야?? 이름도 맘에 안들고... 학교에 대한 정보를 아무리 모아봐도 한숨밖에 나오지가 않는구나.
아무리 내려놓으려 해도 내가 가지고 있던 사고의 틀이 너무나 견고한가봐. 하긴 봉팔이를 비롯한 봉팔러 일부 아저씨들 보면 나보다 더 견고하긴 하더라만... 그들에 비하면 그래도 난 말랑말랑하지.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 잘 하는 것 하면서 사는 게 사람들의 꿈 아냐? 그치? 자기가 좋아하는 거 하게 놔두련다. 하다 부딪치면 돌아설 수도 있겠지. 그래도 해보지도 않고 꿈만 꾸다 말아버리는 것보다는 훨씬 좋을 거라 생각해. 부딪치고 깨진 만큼 더 성숙해질테니까. 나도 그 모습 아프게 지켜봐야겠지.
이렇게 밤새 마음을 내려놓았는데도 아침이 되면 어느새 내려놓았던 것들이 마음에 다시 들어와 있다. 그리고 또 고민을 하지...
돌이켜보면 나도 어렸을 땐 정말 많은 꿈들을 꾸었었는데, 그런 것들이 어떻게 해야 실현이 되는 건지 가르쳐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난 그러지 말아야지 다짐을 했어. 아이들이 꾸는 꿈이 현실이 되도록 도와주겠다고...
내 딸은 미술을 해. 그림을 잘 그려서 아주 어렸을 때부터 신동이다, 천재다 하는 소리를 귀에 달고 살았지. 그래서 일찌감치 미술로 방향을 잡고 예원학교, 서울예고 나와서 지금은 서울대 미대 1학년이야.
근데 얘가 대학에 합격을 하고 룰루랄라 하고 있는데 어느 날인가는 막 울어. 왜 그러냐고 했더니 자기가 왜 지금 여기에 있는지 모르겠다고, 무엇이 자기를 여기로 끌고 왔는지 모르겠다는 거야. 자기가 무얼 선택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고...
"니가 배가 부르긴 불렀구나. 뭐가 문제인데?!" 어이가 없지. 일찌기 재능을 발견해서 잘 키워준 엄마에게 날마다 엎드려 절을 해도 시원치 않을 마당에... 기가 탁 막히더라. "그래 뭐가 하고 싶은데?"
지는 가수가 되고 싶었데...
그동안 쌔빠지게 미술을 가르쳐서 미대 보냈더니 우리 딸은 가수가 되겠단다. 학교 작곡동아리에서 밴드 보컬 하면서 자작곡도 만들어서 발표하고 그러더라.
아이들을 키우면서 인간의 삶,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은 삶인가에 대한 생각을 참 많이 하게 되고 또 많은 것을 배우기도 한다.
아이들 키우는 거, 그들의 진로를 함께 고민하고 이끌어 주는 거 정말 어렵다. 아니 이끌어 주기는 커녕 요즘은 아이들에 의해 내가 바뀌는 편이다. 우리 집엔 꼰대짓을 하는 사람이 없어서 애들의 생각이 너무 자유로워.... 그래서 더 어려운가?
옛날 우리 밴드에서 기타하던 꼬마애가 서울예대 실용음악과 삼수해서 기어코 들어가더라.
갔다고해서 무조건 잘된다는 인생의 보장따위는 어디에도 없지만 이제 앞으로의 시대야말로 컨텐츠를 만드는 사람이 앞서나간다고 생각한다. (사실 언제나 그렇다)
설마 밥 굶을까봐 그러냐. 그것만 아니라면 창조하는 인생이 얼마나 아름다우냐.
조금은 고달플지도 모르지만 그것 조차도 아름답게 만드는 능력을 가지면 될 것 아니냐.
휘린/
내 조카 함 봐봐.
초딩때 영재 소리 좀 들음.
중딩때 공부 담 쌓고 책만 봄.
고딩. 외고 입학. 1년 뒤 중퇴.
학원 같은 데 안다니고 집에서 기타치고 밥하며 지냄.
(아,기타는 그냥 둥기둥둥 하는 수준임)
올해 수능 보거덩.
뭐가 될지 아무도, 자기도 모름.
어딘가에 열정이 있다는 거 자체가 눈부시다
는 말 하려고 했는데 쓰고보니 내 조카놈 좀 갑갑하네 ㅋ.
(뭔가에 재능은 있는 것 같은데 본인도 아직 못찾고 있는 상태를
지켜보기만 해야하는 것도 참...글커덩)
나 서울공연예전 실용음악과 00 학번임. ㅋ 학장이 서울팝스오케스트라 지휘자 하성호 라는 개객기였는데 학교 세워서 서울예전, 재즈아카데미 등 교수진들 인맥 써서 쫙 끌어와놓고 (그래서 교수진은 괜찮았어 나름) 그렇게 학교 띄워서 팔아먹었고.. 나 휴학하고 공익-_-하는동안 학교 망했고.. 일부 교수님들하고 선배들이 거리에서 학교 정상화 투쟁한다고 데모하고 길거리 공연하고 몇년 싸운 끝에 결국 지금은 한종예대에 통폐합된걸로 알고있음... 근데 이제와서 학적 찾기엔 사는게 너무 멀리 와버렸고 ㅋㅋ
벌써 10년도 넘은 얘기라 요즘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 다닐때 생각하면 진짜 박봉팔회장 말이 맞아;
거기 가봤자.. 어차피 배우는건 똑같아.. 다만 학비가 더 비싸냐 레슨비가 더 비싸냐의 차이?
그리고 이미 언더에서 활동하는 애들이 인맥 쌓으러 오는 경우도 상당히 많고,
집은 잘 사는데 대학을 못 가서 밀리고 밀려, 그나마 간판이나 따려고 들어온 애들도 상당히 많고. 그랬다.
박봉팔회장 말대로, 그냥 일반 대학 가서도 밴드할수 있어 내동생처럼...
지나고나서 따져보니 오히려 동생 쪽이 훨씬 더 다양한 선택의 기회와 넓은 시야가 보장되었던것 같아.
차라리 그냥, 음악과 아무 상관없는 학과라 해도 대학에서 학생들끼리 밴드 동아리 하고 공연하고.. 그렇게 아마추어 시절부터 거쳐서 가는게 낫지..
실음과에서는.. 진짜 실전경험 쌓으려면 당장 마플 같은데 가서 공연 뛰든지 (진짜 실력있는 애들이나..)
...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