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이다. 겨울이 성큼 다가와 있다. 일상에는 작은 변화 들이 있었다. 겨울에 대비해 털모자와 긴팔 티를 두벌 샀다. 그리고 게으른 나는 어울리지 않게도 부지런히 거리를 걷고 취재를 하고 컴퓨터에 앉아 씨름 중이었다. 본격적 신춘문예의 계절.
두편의 단편을 끝내고 점심을 막 끝낸 후. 다음 편을 쓸 준비를 하고 있다. 12월 초까지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취재갔던 남영역과 기타 장소들을 다니고 검색을 하고 책을 읽고 사람들의 삶을 만들어 내고 지우고 냉정한 일상들.
내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는 시간들.
나는 죽음에 관한 다섯편의 소설을 쓰고 있다. 밀린 숙제를 하듯이 시간과의 싸움. 미리 준비한다고 될 것도 아니지만 늦은 시작이 조금은 아쉽다. 그래도 할말이 생겨서 하는 것은 그것의 고통에 비한다면 축복인지도 모른다. 단지 너무 늦은 축복은 내 탓이 아니다. (내 탓이다.)
죽음에 관해 쓰기로 한 것은, 아니 죽음에 대해 쓰고 있는 건. 과연 스스로의 의도 였을까 ? 스스로 드는 의문. 하나의 단편은 오래 전부터 쓸려고 작정한 것이었다. 그 요소에는 죽음이 있긴 하였다. 그러나 다른 글들은 왜 죽음이 그려지는 것이 되었던가. 잠재의식 이던가. 결국 다양한 삶의 형태의 죽음들을 모으는 작업이 되어 버렸다. 의도 했던 하지 않았던.
쓰다 보면 그것이 내가 쓰고 있는 것인지. 글속의 그들 삶에 끌려 내가 기록하는 것인지 모를 때가 자주 있다. 나는 그것과 매일 치열한 싸움을 한다. 단지 삶을 기록하는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어떤 때는 너무 처절한 분노나 냉소가 자리 할때가 있다. 하지만 냉정해 지자고 다짐한다. 그들 속으로 너무 깊이 침투하고 동화 되고 나면 글은 신변잡귀의 이야기가 되어 버리고 만다.
참으로 많은 죽음들이 우리 곁에 있다는 결 세삼 다시 경험하는 요즘이다. 안타깝고 슬프고 때론 애처로운 것. 그러나 반대로 그 원초적 욕망은 매력적이기도 하다. 매우 아름다운 처녀를 처음 만난것 처럼. 그 아름다운 처녀의 꼬임에 넘어갈 때 사람들은 죽음을 스스로 택하기도 한다.
어느 뉴스에도 오늘 죽은 사람들의 소식은 아주 다양한 형태로 스치 듯 소개 되곤 한다. 세세하고 농밀한 죽음의 기록들은 찾기 힘들다. 그래서 내가 죽음을 소재로한 다섯편의 글을 쓰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그걸 내것으로 그리고 보여 주고 싶은 지도 모르겠다.
많이 소진 되는 기분이다. 소멸해 간 사람들처럼 소설을 쓰는 것은 나를 조금씩 갉아 먹는 행위 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사라질때 까지 조금씩 조금씩....
다시 용기를 내고 힘을 끌어 내서 정해진 시간안에 모든 걸 해내길 바라며 다들 건필 해라. 안녕. 후에 보자.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