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터의 프지직한 소리가 방안에 울린다. 작은 진동과 함께... 막 고심하던 소설의 퇴고를 끝내고 프린터 되는 시간. 커피를 한 잔 마신다. 그리고 이 곳에 글을 남긴다. 새벽 세시 사십분이 막 지나고 있다.
마지막이란 말은 어울리지 않을 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뭐 대단하고 비밀스런 거사를 치는 것도 아니다. 그저 대단치도 않을 지망생의 단편소설이 세상으로 머리를 비집고 산고 끝에 조용히 태어난 새벽. 나는 의기양양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담담하지도 못한 채 어디가로 소식을 알려야 겠단 생각을 잠시 한다. 어디로? 누구에게? 이 새벽에 깨어 있는 누군가에게 조용히 말해 주고 싶었다. 담담한 목소리로,
"음, 나 지금 소설을 한편을 썼어. 아침이면 내가 마지막으로 공모하는 소설이 될 것 같아. 그래서 나는 지금 허허한 기분이야. 그래서... 그래서... "
봉투에 넣어진 원고는 이름 모를 어떤이의 손에 들려지는 상상. 읽혀 지고 그대로 쓰레기통으로 버려 지는 상상도 해본다. 그럴 수도 있을 거라고 나는 막 초라한 순간을 벗어나 나는 자유로운가? 모르겠다. 한발을 내 딛는 거라고 나는 고집스럽게 주문을 외우고 있었던가도 지금은 아리송한 기억일 뿐이다.
한가지 고백(?)을 하자면, 많은 시간과 기운을 소비한 중편소설이 있었다. 그 원고는 끝내 신춘문예 공모에 응모하지 못했다. 아니 하지 않았다. 뭐 대단한 자존심이 지켜낸 거라 말하고 싶은 건 아니지만, 그런 결정에 스스로 후회 하지는 내게 자꾸 물어 보게 되었다. 무지한 놈이라 하면서도, 그게 무슨 소용인지도 잘 모를 결정을 했다. 작은 변명을 하자면, 중편소설을 공모한 신문사는 공교롭게도 동아일보 뿐이었다. 웃기는 사실은 동아일보의 중편소설 부문 당선금은 신춘문예에서도 가장 큰 금액이었단 사실. 여타 신문사의 당선금에 비하다면 몇 배의 해당하는 것이다. 이천만원. 욕심이 생겼던가? 욕망은 작은 곳에서 비롯되곤 한다. 나도 그러했고, 퇴고를 하던 중 내가 웃기고 있단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번 공모에 응모하지 않았다. 고백이라고 하기도 웃긴 이 사실들을 갖고 나는 몇 일을 고민하고 있었던 거다. 도서관에서 혼자 웃다가 주변 인간들의 곱지 못한 시선을 느끼고서야 당황 스럽던 기억.
간단히 말하자면 떡줄놈은 생각도 않는데 홀로 김칫국물을 마신꼴. 딱 어울리는 표현이다. 웃지마라. ㅠㅠ 난 심각했단 말이다.
어찌 어찌 하여 나의 신춘문예 시즌은 이렇게 끝나가고 있다. 야구선수들도 시즌이 끝나고 나면 기분이 이러 할까? 허허한 마음에 잡다한 감정들이 혼재되어 있는 것.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도 있다고 하면 알런가. 모를런가.
무거운 어깨를 털어냈다고... 날이 밝아지고 나면 나는 말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허나 날이 밝기 전에 이런 맘 이 있었다고 그랬다고 그러했다고 남기고 싶었다. 처음 한 글자를 타이핑하던 때를 기억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