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전화 한통이 왔다. 두근두근. 혹시 당선된건가? 신문사란다. 올것이 온 건가? 중복투고 하신건 아니죠?... 물론 아닙니다요. 그리고 연락이 없다. 기다리다 지쳐 어제 확인 전화를 했다. 본심에 오르긴 했으나 다른 당선작이 이미 통보 되었단다. 낙선한걸 돌려 말하는 놈. 지랄은...
그럼 씨부랄 왜 어제 전화 했냐? 약올리냐? 니미럴, 이라고는 못하고 "알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라며 떨리는 두손으로 공손히 전화를 끊었다. 나머지 두곳도 발표가 있었다고 한다. 물론 어디에도 이름은 없었다.
어제 - 어제가 맞지? - 한강에 갔다. 강바람이 졸라 매섭다. 한파란다. 어쩐지 사람이 없더라... 나는 왜 한강에 간것일까. 낙심한 마음을 달래려? '무명의 작가 지망생, 공모 낙선에 낙심한 나머지 한강다리에서 투신' 이란 뉴스는 어디에도 실리지 못할 뉴스다. ㅋㅋㅋ 그래서 뭐 했냐고? 그냥 걷다가 왔지. 뭘. 알면서.
씨부랄, 많은 것들에 화가 났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기형적인 등단 시스템을 토로하고, 심사를 했던 한 소설가의 소설을 내가 한번도 본적 없단 이유로 나는 그를 '듣보잡'으로 낙인찍으며 쌍욕을 했다. "너 같은 듣보잡 꼰대가 우리 문학을 개같이 만드는 거야 에이 좆같은 소설 꺼져 씨발" 라는 욕지거리는 소음도 되지 못하고 내 안에서 소멸했다. 침전하는 것은 날개가 없었다.
손이 단단하게 얼어 있다. 몸을 녹이고 마음을 녹인다. 취하도록 술을 마시고 싶다. 근데 술을 못 먹는다. 난... 시발 도대체가 할 줄 아는게 없다. 술도 못먹지. 객기로 다리에서 투신할 용기도 없고, 가장 재수없는 부분은 이런 상황을 담담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흔들리는 거. 씩씩대며 응모한 소설을 다시 읽는다. 퇴고하면서도 수십번도 더 읽어 본 소설. 얼굴이 화끈거린다. 그랬구나... 그랬어. 오만한 새끼... ㅋㅋㅋ
몸을 녹이려 한강근처, 한시간에 오백원 밖에 하지 않는 다는, PC방에 갔다. 습관처럼 박봉팔닷컴의 기사들을 읽어 나간다. ㅋㅋㅋ 용석이 형아 인터뷰 기사도 흥미롭게 읽고 봉팔러들의 재미난 글들을 천천히 읽는다. 댓글을 단다. 졸라 재미있다. 역시 라는 생각과 함께 문득 우울해 진다. 그리고 좁은 방에 돌아와 잠이 들었다.
깨어 보니 크리스마스 이브란다. 그게 나와 무슨 상관? 젠장할 크리스마스. 담배를 피우러 나온다. 아직은 어스름한 창으로 눈이 쌓여 있다. 내일은 예수가 태어난 날이란다. 크리스마스? 뭐 나는 그냥 산다. 글을 쓸때가 즐겁냐고? 아니 괴롭다. 아니 즐겁다. 아니 괴롭다. 아니 고맙다... 고마워. 드디어 미쳐가는 구나. ㅋㅋㅋ 날이 이미 밝았다. 더 자야 겠다.
생각해 보니. 나는 위로를 받고 싶었는지도 몰라. 이런 글도 결국 그런거겠지란 생각에 이르니 좀 쪼팔려. 위로란게 연민이잖아. 어제는 무턱대고 짜증이 나더라구. 그리고 초라해 지고...
댓글에 [팔할] 말대로 그런 생각도 했던것 같아. 존재자치를 의심하게 되는거. 근데 또 다른 한편으론 아직은 위로받고 싶구나. 다시 시작할 무언가를 찾고 있단 생각도 들더라구. 그러면서 드는 생각. 나는 최선을 다한건가? 진짜 최선이냐? 라구... 근데 진짜 최선이었다면 이런 한심한 글도 못 쓸꺼야. 나는 어느새 적당히 타협한 건지도 몰라.
그래서 자신에게 실망하고 있어. 좋은 글을 쓰고 싶단 욕망은 내 것인데... 어느새 타인에게 독자에게 심사위원에게 투정하고 있었구나. 알아봐 달라고... 그런 소설을 쓰고 있었구나. 솔직해 진다는 거 정말 어려워... 겨울을 보며 나에게 너는 진정 솔직하니 라구 자꾸 물어봐. 너는 솔직하니. 꾸미지 말고 숨지말고 당당할 수 있니? 나는 아직도 답을 못하겠어. 솔직하냐는 물음에 고개를 돌려... 우물거려... 아직은 그래.
위의 자윤의 형아의 '귀농밥상' 글을 보는데 눈물이 나는 거야. 모르겠어. 그냥 눈물이 나더라구. 그냥 그랬어. 그리고 생각했어. 나는 아직 갈길이 멀구나. 이눔아.
간단한 물음에도 대답을 못하겠더라구. 솔직하지 못하기 때문이겠지. 훌훌 옷을 벗어버리고 싶어. 모두 벗어버리고 태초의 나에게 묻고 싶어. 너는 누구니? 너는 무엇이니?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