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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죽으신 후
나는 남들이 하는 식으로 두세번의 기제사를 올렸다.
엄마가 있어서 이기도 하지만 어릴 때 부터 보아온 관습 때문에 당연히 했다.
그런데 제사상을 차려 놓고 술잔 올리고 일어섰다 엎드렸다를 두번 씩 하였는데
도무지 아버지는 아무리 생각해도 거기에 없었다, 내가 뭐하고 있나 싶어서
제사를 폐지했다. 그러고 스무해가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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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릴 적의 설날은 즐거웠다.
도시에서 버스를 타고 두시간을 가는 거리, 읍소재지 부터는 자갈 비포장길을
터덜거리며 먼지를 흩날리고, 다리가 없는 석계라는 곳을 지날 땐
버스가 강을 건너야 했으니 바퀴에 강물을 뭍히고서 이십분을 더 간 것이다.
마당에는 멍석이 깔리고, 갓을 쓴 큰아버지가 총 지휘를 하시며
직접 농사를 지어 준비한 음식, 나무로 된 작은 그릇들,,,
생선은 미리 큰아버지가 손수 읍내 장에가서 사 놓으신다.
친척집이 그 동네에 다 모여있으니, 제사 끝나면 동네를 다 돌아다니며 세배한다.
가난해서 새뱃돈은 거의 없다시피하고 쌀과자 등을 내 놓는다.
도시의 집으로 돌아와서 외가에 가면 사정은 좀 다르다.
신식의 도시 살림을 하는 외삼촌 집에 가면 역시 가난하지만
새뱃돈 수입이 짭짤했다. 주로 십원 짜리 지폐를 받았다, 운 좋으면 오십원 짜리.
그거 가지고 딱지도 사고 팽이치기와 구슬치기도 하고 장난감 사서 놀았다.
고모, 당숙, 종고모 집이 버스 세정거장 안에 다 있어서 수금하러 다니기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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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설날의 기억 중에서 가장 오랫동안 내게 영향을 준 것은
이십대 후반의 큰집 형수님이 초등학생인 나에게 '도련님'이라고 부른 것이었다.
나에게는 엄마같은 등급으로 보였던 덩치도 훨씬 큰 새색시가 도련님이라 부를 때
내가 무슨 과거 급제를 한 것처럼 마음이 뿌듯했다고 고백하는 바이다.
호칭 뿐만아니라 밥상 서열에서도 한 갓 새며느리 나부랭이와는 비교가 안될
대접을 받았던 것이다!
이제 환갑을 한참 넘긴 그 형수님은 아직도 나를 도련님이라 부르지만
그 꼬마의 해괴한 뿌듯함은 오랜기간 지속되었고 그 도그마가 깨어진 것은
근래에 들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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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살면서 설날에 고향에 가는 내 심리는 이런 것이었다.
1. 남들이 다 가니까 아무런 선택이나 판단 없이 당연히 가는 것
2. 고향에 가면 엄마도 보고 큰집에도 가보고 친척들 만나면 반가울 거라는 생각
3. 어제도 퇴근하다 술마시고 놀았는데 집에서 쉬면 좋겠지만 그럴수는 없지
4. 애들 데리고 드라이브 삼아 가는 것도 교육상 나쁠것도 없을 거고,,
5. 뭐 소풍삼아 간다 셈치지뭐,, 애들 할아버지 산소도 알려주면 좋은 거고,,
6. 아이들의 당숙과 육촌들도 알아 둬야할 테고,,
이렇게 해서 남들 처럼 막힌 도로를 기어서 가는 것을 좋은 추억 꺼리라도 되는 양
고속도로에서 군것질해가며 간다.
큰집에 가면 형수님이 방긋이 웃으며 "도련님 오셨어요?" 묻는다.
어깨가 으쓱하다. 명절 차례의 주요 참석인사가 도착하셨으니 조카들도 다 나오고.
멀리서 운전하고 와서 피곤할 테니 빈방을 안내하며 좀 쉬라고도 한다.
방을 궁디가 델 절도로 뜨끈뜨끈하게 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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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집 안에 돌아다니는 조카들, 누나 동생 형님 등등 걸리는 데로 말을 건다.
몇학년 올라가냐, 많이 컸네, 숙녀티가 나네, 햄버거 먹지말고 살 좀 빼,
결혼할 상대는 정해 놨냐, 아니 아직요, 온갖 거지같은 말들을 주고 받은 후
내가 간 곳은 부엌이었다!
온갖 크고 작은 소쿠리ㅋ, 쟁반이며 냄비와 고기, 오징어, 문어, 떡, 돔배기ㅋ
고구마찌짐, 두부, 탕국, 가래떡, 연뿌리, 온갖 과일과 밤 대추, 묵, 당면, 고사리,
평소에 보이지도 않던 그 큰 소쿠리들은 다 어디서 온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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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는 정신 차릴래
형수님이 나에게 "도련님 오셨어요?"라고 반가워 기절할 듯이 웃으며 인사해도,
반가운 것은 10분이며, 앞으로 이틀간 살인적인 "임시민속식당"의 주방장으로서
한 무리의 손님을 받은 것외에 무슨 의미가 더 있는지,,
나는 형수님을 놓아드리기로 했다.
미풍양속이네 전통이네 지랄하면서 언제 까지나 욹어맬 것인가.
그동안 고지식한 보수꼴통 집안에 와서 생활을 지키며 고생할만큼 했다.
그동안 욹어먹을 만큼 욹어먹었다. 고마묵자.
나는 제사와 명절을 모두 폐지한다.
집안? 친척? 조상? 부모?
형수님에게 고마움을 진정 느낀다면, 진정으로 애틋하게 위하고 싶다면
"명절임시민속식당"에 가지 말고 비수기에 양말 한 켤레 사들고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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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엄마 제사 방식.
그 도시에 갈 때마다,
봉산육거리에서 변호사 골목을 따라 칠성시장으로 엄마 손잡고 갔던 길을
엄마 생각하면서 걷기.
엄마하고 함께 어린이날 갔던 달성공원
함께 난간에 나란히 서서 공작새를 바라보던 바로 그자리에서 공작새 보기.
지금은 주인이 바뀌었지만 옛 모습이 다행이 남아 있는 나를 낳은 옛 집.
그 집 주위를 한 바 퀴 돌고 이사 다녔던 집 앞에 가보기.
엄마가 즐겨 다녔던 칠성시장 생선 가게 구경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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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버지 제사 방식
나는 어릴 때 아버지 회사에 함께 출퇴근 했다. 동촌에 있는 석유회사에
함께 출근해서 아버지는 일하고 나는 회사 정원(꽤 넓었다)에서 메뚜기 잡고,,
함께 퇴근했던 동촌역 근처 갈대가 많이 있는 그 길을 걷기.
동촌 다리를 건너 아버지가 애용하시던 단골 방석집 앞에 가보기.
(아버지는 술과 여자 노름을 좋아하셨다)
아버지가 장구를 그 멋진 체구에ㅋ 목에 걸고 신나게 치고,
회사 동료들과 술집 아줌씨들이 돌아가며 장단에 맞춰 춤추고,,
놀이가 끝나면 기다리고 있던 내게 아버지의 친구와 술집 여자들이 용돈을 준다.
그 놀이의 장소를 산책하기.
내 제사 방식은 이런 것이다. 얼굴도 모르는 할머니 할아버지한테는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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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즈 노래 중에 In my life를 늘 듣다가 어느날 문득 가사가 귀에 들어 왔어.
< In my life >
1절
There are places I remember
All my life though some have changed
Some forever not for better
Some have gone and some remain
All these places have their moments
With lovers and friends I still can recall
Some are dead and some are living
In my life I loved them all
후렴
Though I know I'll never lose affection
For people and things that went before
I know I'll often stop and think about them
In my life I love you more
ㅋ 얘들도 내랑 어찌나 취미가 비슷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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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
울 엄마가 그렇게 하심.
그것을 결정하려면 집안내 반발이 적어야 하는데..
울 엄마가 이제것 울 아버지 집안으로 시집와서부터 헌신하신것에 대해 불만 제기할 사람이 단 한명도 없음.
난 이제껏 울엄마처럼 그토록 낮은 자세로 공손하게 조상에게 절 올리는 사람 아즉 몬 봤음.
경이롭기까지.
진심이 담기지 않으면 나올수 없는...
심지어 진심을 가지고 있다고해서도 나올수 없는..--;;
모두 다 알고 있기때문에...엄마한테 불만 제기 못함..ㅋㅋㅋ
보통사람들은 전통이란 이름하에 자기가 그것을 바꾸는것에 대해 불안해 하는데..
울엄마나 울 아부지처럼 평생을 진심으로 하신분들은 반발없이 바꿀수 있지...
울아버지는 더더더더였다면...울 엄마는 확 줄여!로 바꾸는것이 다르지만..--;
여튼...이제껏 6번 지내는거 아부지 돌아가시고 난 후에 3번으로 줄이고...
작은아버지가 쬐까 불만이시긴 하지만..
울엄마한테 꼼딱 몬하심..ㅎㅎㅎ
알고 봤더니 그동안 떨어져 모셔졌던 산소까지 산 한곳에다가 수목장으로 다 해놓으셨음.
더 줄이려고도 하셨는데..
울 올케언니가 또 이런걸 좋아하네...?....--;;
그래서 이정도 선에서 마무리하심.
다음세대를 생각하는 윗세대라고나 할까...
아..울 엄마 너무 멋지심.
내가 울부모님한테 받은 지원의 10분의 1만으로라도 지원 받으셨다면..
진짜 세상을 멋지게 사셨을텐데...
시대복도 타고나야...흐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