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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매번 글 쓸 때마다 오랜만이네. 우흐흣.
며칠 전에 겪은 에피소드 들고왔으.
내 몬생긴 스승은 내가 쪼금이라도 노는 꼬라지를 못 본다. 얼핏 뜬금없이 얘기 하기를 '나는 못 노는데 니가 논다고 심술부리는 게 아냐.' . .. ...그런 거였으. 무튼 내가 오랜만에 쫌 쉴 시간이 아주 약간!! 생겼는데, 그 시간에 수필을 써내라시는-_-. 스승 그림자도 밟지 않는 거라니까.. 힘없는 내가 약자지.. 궁시렁궁시렁대다 일기 한 편 썼다. 그걸 좀 수정해서 올려본다.
애증, 오늘따라 저 단어가 착착 감기네.
짤방의 사진이 오늘의 주인공들. 왼쪽이 랑이, 오른쪽이 애증의 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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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에 교육받을 일이 있어서 다녀오기로 했다. 하루 일정을 마치고 어슬렁어슬렁- 고향에 도착했다. 집에 들어가니 굉이 둘이 반긴다. 아빠는 모임 때문에 늦게 들어오신다 했고, 엄마는 친구분들과 꽃구경을 갔다가 내일이나 온다 했다. 집 냉장고를 뒤적이다 허탕. 조금 남아있는 내 물건들을 싹 쓸어 챙긴다고 분주히 움직였다. 그런 나를 졸졸 쫓아다니던 굉이 두 녀석이 몸을 이리저리 부빈다. 옷을 타고 어깨에 오르면서 나를 방해하기 시작했다. 이 녀석들이 애정표현을 할 땐 몸에 크고 작은 상처를 낸다. 아프다며 떨궈놔도 다시 달려든다. 하는 수 없이 큰 방에 잠시 가둬두기로 했다. 짐을 대충 정리해서 구겨 넣고, 버릴 건 버리자 할 일이 없어졌다. 녀석들은 서로 물고 빨고 핥으며 엎치락뒤치락, 정신이 없다. 밀쳐내도 엉겨 붙는 녀석들이 귀여워 햇빛도, 바람도 좋으니 광합성 하자며 외출을 준비했다.
두 녀석을 이동장에 같이 넣자 무거워서 들 수가 없다. 하는 수 없이 밖에 나가기를 싫어하는 한 녀석은 집에 두고 둘이서 외출하기로 한다. 부주의한 언니가 이동장을 들고 이리저리 부딪치자 긴장을 했는지 평소에는 잠시도 가만있지 않는 녀석이 꼼짝 않고 몸을 웅크린다. 공원에 도착하면 풀어줄게 조금만 참으라며 서둘러 공원으로 향했다. 벤치에 자리를 잡고 녀석을 이동장에서 꺼냈다. 우린 나란히 앉았다. 녀석은 볕이 좋은지 내 옆에서 몸을 한껏 늘어뜨린다. 난 내일 있을 교육 관련 책자를 들여다본다. 무료해질 땐 잡다한 이야기를 두서없이 흘려보낸다. 녀석은 옆에서 가만히 앉아 있다. 듣는지 어떤지는 상관없다. 너는 그냥 그렇게 있으면 됐다.
그러다 사단이 났다. 한 꼬마가 ‘우왓! 고양이닷!’ 하고 소리를 지르며 달려왔다. 이 녀석, 발딱 일어나 그대로 도로로 달려갔다. 깜짝 놀라 녀석을 쫓아갔다. ‘둥아! 위험해, 이리와!’ 하고 부르자 나를 돌아보던 녀석, 잠시 망설이다가 차 한 대가 바로 옆을 지나가자 그대로 사라졌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멍청하게 서 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정신을 차리고 수색을 시작했다. 공원 근처를 샅샅이 뒤졌다. 담벼락부터 시작해서 주차장, 건물 복도, 마당 뒷 곁, 차 밑 등등 숨을 수 있는 장소는 모조리 헤집고 다녔다. 이 녀석이 갈만한 곳을 추리하며 보이는 곳과 보이지 않는 곳, 눈에 띄는 곳과 눈에 띄지 않는 곳을 녀석의 이름을 부르며 찾아다녔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들고 묻기도 하고 '이 동네에 무서운 고양이가 많아서 빨리 찾지 않으면 위험해요'라는 경고도 들으며 부지런히 움직였다. 그렇게 두 시간을 헤맸다. 지나가는 행인들의 고양이를 봤다는 제보도 들었다. 세 번을 쫓아갔으나 둥이가 아니다. 수색을 시작한 지 세 시간이 넘자 공원으로 돌아왔다. 혹시 다시 돌아오지 않았을까 해서. 그런데 왠걸, 나와 같이 있던 그 벤치 근처에 그녀석이 앉아 있는 것 아닌가. ‘둥아!!’ 하고 달려가자 그 녀석은 도망가려 했다. ‘둥아!! 가지 마, 언니야!!’ 하자 뒤를 돌아 가만히 나를 쳐다본다. 나는 조금씩 다가갔다. 그 녀석은 조금 더 물러난다. 다가가면 물러나고, 다가가면 물러나고. 그렇게 몇 분을 씨름하다 녀석이 식당 담벼락을 타고 올라갔다. 옆에서 지켜보던 식당 아주머니가 ‘이 근처 길 고양이가 얼마나 많은데.. 아가씨 고양이 맞아요?’ 하고 묻는다. 나는 ‘우리 집 고양이예요!!’ 라고 흥분해서 대답했다. 그렇게 녀석과 대치한 지 한참이 되자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렇게 긴장하며 나를 쳐다보는 녀석이 생소했다. 시간은 저녁 8시를 넘겼다. 설마.. 해서 핸드폰 불을 켜 녀석을 비췄다. 맙소사, 둥이가 아니다.
'넌 나랑 왜 밀당 했던 거니...' 그 고양이 욕을 한 바가지 하면서, 덤으로 둥이 욕도 한 바가지 하면서 다시 길을 따라 걸었다. 길에서 죽어가는 녀석을 엄마가 거뒀다고 했다. 다시 자기 집으로 돌아간 걸까. 집에 오는 게 싫은 걸까. 놓아 주어야 하나, 다른 길고양이가 녀석을 해치면 어쩌나, 집에 길들여진 고양이가 밖에서 잘 살아갈 수 있을까, 여태 접종했던 병원비도 좀 아깝네.. 라는 생각을 하다 병원에 가서 물어보기로 했다. 찾아야 하는 범위도 넓었고 막막했다. 병원 선생님은 고양이 경우는 전단지밖에 방법이 없고 찾기 힘들거라 했다. 결국 녀석이 좋아하는 낚시 방울을 사들고 병원을 나왔다. 방울을 흔들며, 이름을 불러대며 녀석이 사라진 장소로 돌아왔다. 포기 하지 말자, 마음을 다잡고 다시 공원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때, 꽃덤불 사이로 하얀 물체가 움직였다. 서둘러 다가갔다. 이번엔 확실히 녀석이다. 웅크리고 있는 자세도 녀석이고, 다리의 얼룩 모양 역시 둥이다. 반가운 마음에 좋아하는 방울도 흔들어가며 녀석에게 다가갔다. 녀석이 나를 빤-히 쳐다본다. 드디어 찾았다는 생각으로 다가가니, 녀석이 나를 뒤로하고 도망갔다. 나를 보고도 등을 돌렸다.
시간은 이미 밤 열시다. 난 자야했고, 먹어야 했다. 추웠고 발이 아팠다. 결국 돌아다니기를 포기하고 공원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다시 찾아온 것을 보면 녀석은 공원 위치를 알고 있다. '돌아올거다'라는 확신으로 기다렸다. 어디서 고양이 소리만 나도 쫓아가보고, 사람들이 제보하면 확인해보고, 집에 가서 옷도 좀 껴입고 혹시 집 근처로 돌아왔나 해서 샅샅이 뒤졌다. ‘이렇게 누군가를 찾아 헤맸던 적이 있었던가?'하는 생각이 든다. 현관문을 열어 놓으면 수시로 집을 뛰쳐나갔던 녀석인데, 혹시 밖이 그리웠나. 이제 집을 버리기로 결심한건가. 집에 돌아가서 뭐라고 말하지라는 생각도 이어졌다.
새벽 한시, 녀석과의 이별을 생각했다. 그리고 나의 이별들을 생각했다. 짧게 살아오면서 이별이 많았다. 그 이별들에 나는 무례했고 무심했다. 모든 이별들을 그렇게 흘려보냈다. 나는 아직도 어리다.
결국 녀석은 새벽 두시가 넘어 다시 공원으로 빼꼼히 돌아왔다. 공원 문 앞에서 녀석이 들어오는 것을 봤다. 기쁘지도 않았고, 이름을 부르지도 않았다. 다가가지도 않았고 그저 그 녀석과 헤어진 벤치에 앉아 조용히 바라보기만 했다. 녀석은 멈칫 멈칫 다가왔다. 그리고 앉아 있는 내 다리에 몸을 부볐다. 난 몸을 일으켰다. 돌아가고 싶다. 쉬고 싶었다. 녀석을 이동장에 넣지도, 안지도 않았다. 다만 녀석이 따라올 수 있도록 이동장을 들고 집으로 천천히 걸었다. 녀석은 그렇게, 제 스스로 집으로 왔다.
나와 떨어져 있는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진 모른다. 다행히 몸을 씻기며 살펴보니 다친 곳은 없었다. 실컷 바깥 구경을 했으리라. 몸을 말려주자 아빠 옆으로 기어들어가 자는 것을 보고 문을 닫고 나왔다. 랑이가 내 옆에서 자려고 자리 잡자, 둥이랑 아빠랑 자라며 방에 집어넣었다. 지금은 너희랑 자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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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기분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