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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 내 몸뚱아리에 수년간 호의호식했던 질병을 반절이나마 떠나 보낸 뒤에야 봄이 왔다. 동네의 가까운 냇가에서 우연히 마주친 싸리꽃을 보자마자 문득 나는 화산여행을 떠나기로 마음 먹었다. 왜 그랬을까?
화산 아래 동네 어귀에는 여기저기 당선사례용 플래카드가 나부끼고 있었다. 제주는 아이엠피터나 「만엽」의 새로운 지평을 연 돌dol의 고향이 아니었던가. 휘파람새가 방풍림 사이를 높나드는 사이로 모처럼 소슬한 아침바람이 불어 오더라.
산에 오르고 나서야 영실과 어리목 쪽 등산로는 정상등반이 왜 제한이 되었는지 알겠더라. 요런걸 만든 뒤에야 다시 정상등반로가 열리겠지. 그러고 나면 성판악과 관음사 쪽이 교대로 휴식년제를 가질 것이고 그 사이에 이런 보호목책을 그곳에도 만들겠지. 이미 만들어졌나? 오죽하면 까마귀들이 도망갈 생각을 않고 먹이 던져주기만을 기다리는다?
노루도 보았지만 사진이 없어졌다. 신기타. 산방산 아래서 가뭄에 콩날 때조차도 못 보던 돌고래 이래 두번째 사진기가 윙크한 셈 친다.
날씨는 끝끝내 아주 좋은 편이었다. 조금 아쉬운 건 중산간 아랫쪽으로 옅은 구름이 나즈막이 깔려 있어서 바닷물이 반짝반짝하는 모습은 좀처럼 보기 힘들었다. 사진기술이 꼬져서 그렇지 사방의 오름들은 그 조신한 자태가 절색인 날이었다. 한편으로는. 아~ 어쩌면 싸리꽃 때문이 아니라 문경새재용 오름들 때문이었던가. 기억의 감정이 또 다른 타협을 하자고 칭칭댄다.
아파트들이 어깨 높이를 자랑해대던 도회지로 가끔 출근하던 때를 떠올리긴 했었다. 문경새재 성벽에서. 성벽과 고지는 군사요충지로 이용되곤 하였다. 항파두리성에서 삼별초가 최후의 항전을 할 때도 물론 그랬다. 허나 왜구들조차 태평양전쟁 끝물 때 이곳 제주에서 최후의 결전을 흉내낸답시고 오름이란 오름은 다 파헤쳐 동굴진지를 만들었다 하니 가관도 아니었다. 한라는 풍수지리학상 우산방산 좌일출봉이다고 주장하고잡다. 우도는? 몰라. 암튼 그쪽 해안절벽에도 왜구들이 인조동굴을 파제껴가며 최후의 결전 의지를 불태웠다고 한다. 당시 75,000명이 이 작은 섬에 집결도 했고. 왜구본토 히로시마에 원폭이 떨어지면서 백일몽이 되었다지만. 어쨋든 꼬시다.
성산일출봉에서 바라본 한라산 쪽 오름들이다. 음. 날씨가 역시 안 좋았따. 고 말하고 싶다. 한라산에서 보면 동남쪽이 되겠네. 조금 더 위로 비껴 올라가면 용암동굴인 만장굴이 한라산 동남 방향으로 뻗어 있다. 만장굴은 전지구적 용암동굴 역사상 최장 동굴을 자랑한다. 왜구들 동굴진지가 이 근처에도 있었던 걸로 봐서는, 동굴 일부만 개장되는 것이라든지 벽에 금이 가는 모습 등이 왠지 자꾸 의심스럽다. 석굴암 훼손사건도 앞장섰던 새끼들이니까.
일부 관람 가능한 만장굴 내부조차도 저런 금이 많았다.
어느덧 난 이제 그 봄날의 싸리꽃과 만나러 온 철쭉꽃 감상에 접어 들었다. 수년 동안 내몸 속세의 병마 너머로, 예이츠의 뺨을 찰랑대던 이니스프리 물소리, 혹은 이어도로 노저어 가던 탐라인들의 구슬픈 합창이거나 간에, 이젠 꿈인지 환청인지도 분간이 잘 안되더라. 6월말까지 견디기엔 대부분의 철쭉꽃들에겐 사력을 다해야 할 것 같은 모습들이었다. 속세의 수명을 오륙년 내지 아니 조금 더 욕심부려 십년 가까이 유지하려는 내모습과 참 닮았더라. 아, 다른 희망을 보고 싶던 차다.
그러고 보니 구름이 모이고 흩어지는 간단한 이치와, 구상나무들이 생사를 어깨동무하고 나란히 서있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이 여행의 목적지가 보이는 듯 했다. 그리고 내가 왜 이 화산을 그토록 좋아했는지도 조금은 알 듯 하더라.
결국 어려울 건 없었다. 싱겁게 끝난 셈이다. 간명. 그렇다. 생사가 그것도 이렇게 희극으로 간단히 끝날 수 있다는 것이 역시 대견했다. 화산은 손 한뼘잽이 속살을 보여 줬다. 도살장을 끌려가는 송아지가 부러워했다는 제비도,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으로 녹아난 멕시코인들이 아메리칸드림이라는 미명하 벌써 조국을 절딴냈다는 비웃음거리도, 일본제국주의의 100년 유산을 즐기는 왜구들도, 내 찰나만 남은 목숨줄거리엔 그저 색다른 먼지일 뿐이었다.
오르는 길인지 내려가는 길인지, 아니면 지난 봄인지 겨울인지 아래와 같은 일들이 또 지나갔다. 그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그 중 그 산아래 약천사라는 절에 일타의 일갈 소리는 꽤 우렁찼다. 그러고 보니 중문관광단지 대포동의 주상절리나 그 절에서 만난 중국관광객들이 꽤 많았던 것 같다. 하긴 가는 곳마다. 기우겠지만 원희룡은 중국인들에게 땅을 함부로 팔진 말아라. 이번 선거는 인물론이었지? 아마도.
ps...백록에 선녀들이 목욕하러 내려올 때 신선들이 몸을 피해 놀다 갔다는 방선굴 사진 올려놀 테니까 몇명의 신선 쌍판이 나부끼는지 한번들 찾아 봐라.(觀, 볼 관)
ps2...2014년 상반기에 전국민을 상대로 대한민국 정부가 친 가장 큰 사기 구호가 뭔지들 아는가?
---------> 무사귀환을 기원합니다.
가는 절마다 또 걸려 있더만... 때론 헷갈린다. 절에서도 설마 그런 뜻으로? 아니면 저런 뜻이겠지? 아니면...음. 개뿔?
- 종, 땡그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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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