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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잊지 못할 선생이 둘 있어. (어투상, 존칭은 생략할께)
초등 6학년때 담임이랑 고등 2학년때 국어 담당.
#1.
초등때 담임은 정년퇴임을 1-2년을 채 남기지 않은, 그야말로 할배 선생였지
참, 대쪽같은 양반였어. 하지만 한없이 인자하기도 했지. 나한테 잘해줬어.
그러다 어느 날. 교내 백일장이 열렸어.
난 오만 잡 미사여구란 여구는 다 끌어다 '걸작' 하날 써냈고.
(당근) 나는 떨어졌지. ㅡ_ㅜ
헌데, 그 할아버지 선생이 유독 내게만 다가와 그러더라구.
"OO야, 글은 솔직하게 쓰는거야. 그게 가장 좋은 글이야."
햐. 그 말은 나한텐 정말 충격였어. 얼마나 울었는질 몰라.
그래서일까. 그 교내 백일장에서 1등 먹은 친구 녀석의 시,
첫 문장을 난 아직도 잊질 못해.
이때부터야.
내 사는 꼬라지가 교만과 허영으로 얼룩진다 싶을 때.
내 하는 짓꺼리가 초연치 못하고, 속물스럽다 싶을 때.
나는 '주문처럼' 그 첫 문장을 중얼거리곤 해.
우리 동네는 모두 장사를 합니다.
이 할아버지 선생. (스승님) 그가 내게, 인생 제 1장을 가르쳐 준거지.
#2
고 2때. 그러니까, (한창 공부에 찌들어 죽어갈 무렵인게지)
무덥기 그지없는 어느 여름 늦오후에, 국어 수업을 하는데?
햐. 반 아이들의 3/4 이 다 엎드려 자고 있는거야. 게다가
애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30대 초반의 노처녀 여선생조차
같이 축축 늘어져 수업을 하는둥 마는둥 하더라고. 그러다?
수업 종료벨이 울리니까, 선생이나 애나 다 벌떡 깨어나대.
마침 그날따라 눈이 말똥거렸던 내 눈엔... 그 풍경은 뭐랄까.
홍상수 감독의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같이 다가왔달까?
무어라 말할 수 없는, 우리네 교육의 '비애' 가 느껴지더라구.
그래서 내가 씁쓸하게 웃으며, 내 옆 짝꿍에게, 기지개를 켜며
일어나앉는 반 아이들을 쓰윽- 가리키며, 나직히 말했어.
"이럴꺼라면 진작 종이 칠 것이지..그치. 풉?"
종이 쳐셔야 애들이 정신을 차리니까? 종이 진작 쳤더라면,
수업이 잘 됐을텐데... 머 이런 의미로 던진 농담였어.
근데 그걸 그 여선생이 들은거야.
이 여자가 다짜고짜 나를 불러 세워 추궁하기 시작했어.
내가 내 나름의 해명을 했지만, 먹히지 않더라.
보아하니 이 선생, 애들한테 받은 스트레스를
나한테 풀겠단. 뭐 딱 그런 마인드, 더라구.
한시간여를 세워 놓고 조용조용한 어투로, 날 인간 말종 취급하더니.
휑-하니 나가버리대. 차라리 개같이 패버리던가.. 그러곤 어떻게 된줄 아니?
이 여선생. 3일간 수업을 안들어왔어.
나 같은 개쓰레기 학생 종자들 보기 싫다며.
반장이 찾아가 몇번을 싹싹 빈 뒤에야, 겨우 들어왔지.
이 여선생으로 인해 당시 내가 받은 상처와 교육자에 대한 회의는
상상을 초월해. 내가 언젠간 찾아가 이 여선생을 만나 볼꺼야.
복수? 앙금? 아니야 풉... 그런 걸 뭣하러 남겨 뒀겠니? 난, 다만.
이 여자(이젠, 같은 사회인으로서)를 만나 차 한잔 건네고 싶을 뿐이야.
차 한잔. 차 한잔...
허나 쨌건 이 여선생도, 내게 인생 제 2장을 가르친 셈이긴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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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애도 머잖아 초등 상급생이 되고, 중.고교생도 될테지.
나는 내 경험에 비춰, 내 아이에게 어떤 얘기들을 미리 해줄 수 있을까.
시시콜콜 이 선생, 저 선생, 얘길 해주며, 하나하나 코치해 주면
내 아이의 미래가 더 순탄해질까.
미래가 뭐냐. 모르는 거야. 미지(未知)
의도하는 게 아니라, 의도되지 않는 것.
난 내 아이가. 그것을 직접 알아내길 바래.
자빠지든 처박히든. 사골같은 찐한 눈물로 긴긴밤을 뒤척이든 말든.
그러다 보면 언젠간, 술 한잔 따라주며 얘가 내게,
엄마, 인생은 말야? 가르쳐줄 날 오지 않을까.
나는 정말 그 날을 기다려.
인생 제 3장은 딸애' 에게서 배우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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