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원을 찾아서 (달리) ▲
세계경제는 지난 50년간 약 7배의 성장을 하였고, 우리나라 일인당 국민소득은 지난 40년간 약 280배의 성장을 하였다. 현재 우리나라의 국민 행복지수는 OECD 34개국 중 32위 정도의 바닥을 기고 있다. 자살, 빈부격차 지수 및 사회갈등 분열현상, 그리고 황폐화되는 개인적 삶 등 사회병리학적 소견을 더하면 절대다수를 위한다는 양적팽창의 그림자가 대강은 그려진다.
절대적 계측으로 세상을 평가하던 시기를 넘어 인류는 상대적 과학이론까지 고안해 냈지만, 현대경제학에도 그 혜택이 과연 닿았겠는가. 경제학의 과학화를 150여년 전부터 표방한 마르크스 경제학이 왕따를 당했다고 하더라도, 현존 주류경제학은 과연 실물 과학이론의 속도를 잘 따르고 있는가. 고전적 시간계량과 유사개념의 양적팽창경제와 허수의 돈 쏟아붓기가 초래하는 빈부격차 및 노동 소외현상은 차치하더라도, 상대적 시간개념으로 마무리할 미래의 싹조차 이미 짓밟고 있는 듯하다.
점수 (漸修)
돈수 (頓修)
중국의 한 ㅡ 수.당 사이엔 위진 남북조라는 오랜 분열과 전쟁의 시기가 자리잡고 있다. 지치고 기댈 곳 없던 민초들에겐, 그것이 종말론이 되었든 일말의 지푸라기 건덕지라도 잡고픈 시절이었다. 당시 사회이념 지표였던 유교, 도교, 불교 등은 권력자들의 입맛에 맞게 이미 각색 취사 선택되었다.
출가하거나 속세를 일탈할 배짱조차 없었던 민초들에겐 점수(漸修)란 또한 그림의 떡이었다. 경전을 읽을 시간도 철학의 원리를 알 턱도 없었다. 후한말 황건적의 난 배후였던 오두미교는 곡식 오두만 내면 가입할 수 있는 서민적 도교 단체였다. 더구나 천년의 영생을 산다는 신선술과 부적이 곁들여졌으니 말세를 맞이하는 희망종교로서는 더할 나위 없었다. 황제들은 천상노군으로 승천한 노자의 가호를 받을 수 있었고, 인과응보를 내세워 혼란기를 악용하였음은 물론 해탈과 내세에서의 행복한 윤회로 사탕발림하였다.
도교와 비교되는 격의불교 수준으로 혼란기를 뿌리내려야 했던 불교는, 주술과 호국 도우미로서 왕권강화의 언저리에 주로 있었다. 토착신앙, 신비주의, 도교 등과의 구분 능력조차 달릴 수 밖에 없었는지, 교종의 점수(漸修)방법 중의 하나인 말법(말세)론이, 무법천지였던 당시 상황과 어느 정도 죽이 척척 맞기도 하였다.
그 와중에도 잘난 지배층들은 왕을 전륜성왕으로 귀족들은 미륵으로 둔갑시켰다. 말세를 건지기 위해 보살수행처이던 도솔천에서 땅위로 강림하면 <미륵하생>이요, 자신들이 미륵으로 승천하면 <미륵상생>이 되었다. 교종의 철학은 지배층의 철학에 어느덧 복무하고 있었다. 그러니 경전을 읽을 시간은 고사하고 읽을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민초들은 미륵을 무조건 믿을 수 밖에 없었다. 미륵의 천국신앙과는 다른 지상낙원의 아미타신앙이 민초들에겐 아무래도 초간단 점수(漸修)로선 그만이었다. 무아일여에서 아미타불 열번 염불이면 10억 서방정토에 태어날 수 있다고 하니.
▲ 살바도르 달리 - 바르셀로나 뮤지엄전시
엔트로피(무질서도)가 증가하여 극평형에 도달하면서 그 커지는 쪽으로 시간의 방향성이 일방적으로 결정된다는 고전법칙은, 그 이론적 측면상 상대법칙으로 극복되는 중이다.
그 중 인체와 관련된 상대적 시간연구 중. 포유류는 상대적으로 비슷한 수명(시간)을 갖는 바, 수명 100년의 코끼리와 수명 몇 년의 쥐는 상대적으론 동일한 시간의 길이로 각자의 생을 산다는 것이다. 코끼리와 쥐는 심장박동 20억회, 호흡수 5억회 정도라는 동일 횟수를 보이면서.
시간심리학에서도 체온상승시 시간 인지과정의 속도가 빨라진다는 등 비슷한 증거물들을 잇달아 내 보였다. 쥐의 입장에선 100년을 향한 시간지연이자 몇년짜리 길이단축인 것이다. 외부사건(교통사고 등)이 보여주는 속도의 지체(내 안의 생체시계 속도증가)와, 노년기 외부세월 속도빨라지기(내 안의 생체시계 속도저하)등의 연구예는, 인간의 의식에 좀 더 가까운 시간의 모습을 보였다.
융은 정신은 시공간에 존재하면서 시공간을 초월하는 존재라고 주장하였다. 그는 의식을 넘어선 무의식 차원에서 시간과 공간을 부숴 버렸다. 과거, 미래가 혼재하며 인과론이 마구 뒤섞여진다는 동시성 이론을 내보였다. 상대성 이론과 우연히 조우하는 그의 역사적 모티브는 생략해도 무방할 듯하다.
단순 양적팽창에 골몰하는 현대경제학은, 앞뒤가 없고 위아래가 없으며 분별조차 없다는 돈수(頓修)를 주장하고 싶겠지만, 점수(漸修)라도 제대로 갔으면 한다. 한번의 눈깜박임, 생각, 하루, 일년에도 생로병사가 있는데, 욕망과 물신의 덩어리인 자본엔 생로병사가 없겠는가. 그 종말이야 언젠가 오겠지만, 인간의 지배욕망은 다른 옷을 걸치고 다른 계절의 길목에 이미 서 있을지도 모른다. 오늘이 을에겐 종말이지만 갑에겐 천국으로 느껴질 수 있듯이, 한편으론 오늘의 을이 내일의 갑이 되지 말라는 법 또한 없으니까.
오늘 주류경제학은 자본권력자들의 입맛에 알맞게 각색 취사 선택되었다. 그 범위는 거의 90%를 넘으리라고 본다. 나머지 중 90%는 청개구리의 변장술 위로 구조주의의 근엄성을 흉내내고 있다. 그리고 그 나머지의 90%는 혼미한 골방 속을 헤매고 있다.
주류경제학은 소위 현대과학 발달에 의한 생산성의 증대가, 극 엔트로피 평형을 달리며 양적팽창의 외피를 걸칠 수 밖에 없다는 자기최면에라도 빠진 듯하다. 빈부격차와 노동소외 즉 노예 대량생산 시대의 기로에 선 인류가, 우주팽창, 우주식민, 유전자뻥튀기, 로봇대량생산 포스터 앞에서 설레는 마음으로 서 있을지도 모른다. 내일도 모레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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