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급적 눈팅모드로 지내려고 하는데.. 노근 슨상의 글이 또 나의 쓸데없는 글질 욕구들 자극한다. 쓰고나서 후회 할텐데...
유교는 종교인가? ???
내생각은 이렇다. 종교였다. 근데 신앙화 되었다. 그래서 망했다. 망해도 싸다.
일단 종교라는 말이 너무 고생을 한다. 형이상, 형이하라는 개념도 그렇고..하느님이라는 개념도 그렇고... 이런 단어들 서양문화랑은 전혀 상관없는 단어들이다. 원래 주역 같은 동양고전에서 나온 말들이다. 기독교를 포함한 서양 문화가 밀려 올때 적절한 단어가 없어서... 또는 아예 의도적으로 원래 동양사상을 설명하는 단어들을 차용했다. 그리고 지금은 객이 주인을 몰아낸 상황이다. 거기엔 그들의 유입이전에 이미 신앙화 된 유교 자체의 탓도 크다.
기독교는 종교가 아니라 신앙 정도면 족하다. 동양사상이 정립되던 춘추전국시대에 비슷한 사상이 있었다. 묵자라고... 묵자의 사상은 사상전쟁에서 도태되었다. 이유가 있다. 신을 섬기는 것 보다 사람이 전체로서 '사람들'을 섬기는 것이 더 고급개념이니까. 물론 신앙인들에겐 펄적 뛸 얘기다.
신을 상정한다는 것, 고정불변의 절대진리를 상정한다는 것 지배계급에겐 아주 기분 좋은 일이다. 자기(들)을 신이나 절대진리와 등치시키면 아주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다. 그 쪽은 인도가 대선배다. 그래서 사상형성단계의 역사발전과정이 유산한 인도와 유럽은 그 사상이 유사할 수 밖에 없다.
서양철학의 핵심은 사실 유럽본토가 아니라 힌두철학에서 다 뽑을 수 있다. 브라흐만-아트만의 개념과 상관관계를 이해하는게 핵심이다. 그래서 존재론이 중심인 서양철학은 결국 신학일 수 밖에 없다. 이건 근대철학도 마찬가지고... 데카르트나 칸트나 신의 개념을 도입하지 않으면 구라빨이 제대로 진행이 안된다. 칸트는 무슨 '요구되는 신'이라 했었나? 니체는 '초인'? 암튼... 아무리 신에게서 발버둥쳐봐야 결국 이름만 다른 신학이다. 후세가 오해를 하는 것이 아니라 오해를 하게 만든거지. 다분히 의도적으로... 그니까 오해가 사실은 제대로 이해다.
개인적으로 부처가 윤회라는 틀 자체를 완전히 깔끔하게 부정하지 않은 것을 한계라고 보는데... 공자는 죽은 다음이 있다 없다 딱부러지게 규정하지 않았다. 이게 잘한 건지 역시나 한계인지는 아직 정확한 판단이 서질 않는다. 공자는 죽은 다음은 관심없다고 했는데... 이런 무관심이 대놓고 반대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 대응이라는 견해도 있다. 반대를 위해 우주론, 존재론으로 파고들면 결국 그 안에서 맴맴돌다 흡수된다는 거다. 불교가 힌두교에 흡수되었듯.
아무튼 위에 언급한 묵자는 유일신적 하늘을 상정했는데... 하늘 아래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니 일단은 괜찮아 보이기는 한다. 이런 구호가 유일신교의 매력이라면 매력이다. 묵자사상은 경쟁에서 도태되었는데... 유럽에서는 유일신교 기독교가 짱먹었다. 그러니 기독교 이후의 유럽을 보면 유일신교 신앙이 과연 애초 주장한대로 세상을 구현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일단 유일신 신앙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당사자가 바로 황제다. 인간은 평등하다는 이론으로 호족을 제압할 수가 있다. 콘스탄티누스가 기독교를 국교로 정한 속 마음이다. 또는 아예 그리이스 동방정교마냥 황제가 최고 사제직을 대행할 수도 있다. 일타쌍피. 어느 경우든 사제직 그 자체는 건재하다. 서유럽에선 중세로 넘어가면 왕권이 사제들의 권력에 당했다. 결국 백 투 더 인디아 꼴이다.
종교재판, 화형, 돌팔매... 역사 속에서 그리고 현재에도... 신앙적 성격이 강한 국가에서 익숙한 모습이다. 융통성이 없다. 내게는 별로 달갑지 않은 세상이다.
중국의 유교도 한나라에 황제국가가 형성되면서 동중서에 의해 1차 오염되었다. 순자는 사람이 노력하면 하늘도 어쩔 수 없다고 했는데... 동중서에 와서는 하늘이 인간에게 상벌을 내리는 인격신 비슷한 존재가 되어 버린다. 일단 로마의 기독교와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역사 발전 배경에.. 당연히 비슷하게 나타나는 거다. 똑같이 판박이는 아닐지라도 말이다. 이걸 이건 이래서 저건 저래서 다르다고 계속 뭉게고 반대하면 전체를 못보고 놓치는 부분은 더 많아진다.
2차 오염은 위진 남북조 시대... 이건 이전에 올린 글에서 몇번 반복했고... 이런 과정을 거쳐 나타난 성리학이야 말로 신앙화된 유학의 절정 아닌가? 과부에게 수절을 강요하는 대철학자 정이천. 송의 성리학은 우리나라에서 더욱 신앙화 되었다. 힌두교의 브라흐만-아트만 논쟁이나 성리학의 이기논쟁이나.. 결국은 신학이다. 송의 신학은 우주론인데... 조선의 신학은 결국 인성론 탈을 쓴 존재론까지 왔다. 브라흐만에서 아트만으로...
조식보다 이이가, 이이보다 이황이 더욱 신앙스러운데... 현실에 보탬이 된건 의병장 제자들을 키운 조식이다. 이황의 남인 계통이 나중에 기독교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데... 성향상 아무래도 수월했을 거다.
기존의 신앙적 성리학으로도 모자라 조선말에 김일부가 정역을 창안했다. 이 양반의 생각은 공자의 유학에서 종교성을 강조하는 거다. 아니나 달라... 이후 정역이 누구에게 이용되었나? 증산도를 비롯한 사이비 민족주의 신앙들로 부터다. 증산도 안 겪어 보았으면 말을 말자. 전통의 탈을 뒤집어쓴 개독이 다름아니다.
사실 제일 즐겨 읽는 유학경전이 주역인데... 읽으면서 조심 또 조심한다. 중심을 잃고 여차하면 힌두교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들까봐.
종교란 좋은 말씀이고 그 말씀의 가르침 정도면 족한 것 같다. 개인적 사회적으로 강요되어서는 안된다. 그럼 더 이상 종교가 아니라 신앙이 된다. 공자님도 못알아먹는 애들에겐 가르치지 말라했지 돌로 쳐죽이라 하지 않았다.
사람사는 세상에서 사람들 사이의 문제를 고민하자.. 이게 공자의 참뜻, 유학의 참뜻이라고 본다. 기본적으로 천착해야 할 책은 역시 논어인 것 같다. 백투더 공자. 이게 유학의 나아갈 길이 아닐까?
|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