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사상가들에게는 그가 일관적으로 취하는 스탠스가 있다. 일관적이지 않은 스탠스를 취하는 놈은 없다고 봐도 된다. 정똥이 사상이 엄는 것처럼 ㅡㅡ 그만큼 일관성 중요하다.
사상가의 신념은 목숨만큼 소중한 것인 경우가 다반사. (물론 초기와 후기의 사상이 달라지는 사람도 있긴 하다.)
자신의 이론을 정립한 철학자가 어떤 스탠스인지를 파악하는 것은 그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주기에 철학 공부하는 사람에게는 중요한 팁이 되어줄 수 있다.
그리고 이걸 파악하는거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먼저 노근이의 글이든 서양철학서든 뭐든 읽어라. 그리고 무슨 무슨 주의자에 해당하겠는지를 가만히 생각해보라.
시작의 단계에 있는 분들은 이걸 파악하는 노력을 지레 겁먹지 않았음 좋겠고 햇갈려도 계속 구상해보면 좋겠다. 당연히 처음엔 햇갈리는거다. 나는 지금도 햇갈린다. ㅎㅎ
예를 들어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스탠스를 잡아보자.
플선생은 주지주의자, 이상주의자, 절대론자정도 되시것고
아선생은 주지적 주의주의자, 현실주의자, 목적론자, 행복주의자, 절대론자정도 되신다.
이 스탠스는 그 사상가의 일생을 관통하는거다. (포스트 모던 이전의 사상가들은 거의 100프로라고 보면 되고 포스트 모던 이후의 애들은 지 꼴리는대로 사유하는 주의라 아닌 경우도 있고 머 글타.)
플선생이 주지주의라는건 지식(이성)을 강조하는데서 그렇고(서양의 이성론적 전통을 세움)
이상주의자라는건 그의 형이상학인 이데아론을 통해 알 수 있다. 그리고 설정한 세계도 현상계와 이데아계 두 개이며 참을 이데아에서 구하고.
절대론자라는건 이 세상에 보편 타당한 진리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플선생에게 있어 그것은 선의 이데아이다. 그리고 선의 이데아를 추구하는 인간은 연재물에 설명한대로 지혜-용기-절제-정의가 조화를 이룬 인간이고.
아선생이 주지적 주의주의라는건 역시 이성의 전통을 강조한다는 주지주의에 의지를 강조하는 그의 특이성을 결합한 스탠스다. 아리스토는 알면 행한다에 반대하고 알고 그걸 실천하려는 현실적 의지가 있어야 된다는 입장이다.
현실주의자라는 건 세상을 두 개로 나누지 않고 현상계에 실재가 존재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의지를 강조한것도 그렇고.
목적론자라는건 아선생이 모든 것에는 목적이 있다고 보았고 인간의 목적은 행복이라는데서 알 수 있다. 행복은 쾌락이 아니라 이성의 관조에 따르는 삶이고. 행복주의자인건 목적론자에서 유추할 수 있겠지?
절대론자라는 건 역시 소크라테스-플라톤이라는 위대한 스승의 영향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 절대적 진리를 옹호하는 사람이라는거다. 다음편에서 자세히 소개하겠다.
무튼 이렇게 두 사람의 스탠스를 잡을 수 있다.
플라톤을 단지 절대론자-주지주의-이상주의자라는 단어로 규정했을 뿐인데 그를 이해하는데 상당한 정보를 제공해준다.
이래서 필요한 작업인거다.
이걸 할 줄 알게되면 철학이 보이고 쉬워진다.
플라톤에게 정의가 어떤 건지를 물었는데 저 관점에서 일관성을 유지한 플선생의 입장을 노근이가 대신 대답해보면 플의 정의는 소크라테스를 죽게하지 않는게 정의인거다.
아테네 시민들과 타협 같은거 없다.
플은 천재다. 우경화된 시민들의 정의에 대한 의견 따위 아마 안받을거다. 센델처럼 설득할라고도 안할거고.
장담한다. (너무 건방진가? ㅋㅋ)
한마디로 절대적인 정의이다.
이 사람이 사주덕(지혜-용기-절제-정의) 중에서 지혜-용기-절제는 인간이 가진 영혼의 세 부분에서 그 기능이 역할을 탁월하게 하면 나오는 덕이다.
근데 정의는 인간이 가진 어떤 부분에서 흘러나오는 덕이 아니라 세 덕이 조화를 이룰 때 득템할 수 있는 덕이다.
플은 아마 당시의 시대적 상황(소크라테스를 죽게 만들고 상대적 진리관에 병이 들어 신음하는 아테네)에서 사회의 조화-안정을 추구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 조화와 절제가 강조되는 사상이 이론화된거다.
그리고 좆망한 아테네 현실과 다른, 자기가 생각하는 사회의 모습에서 정의를 찾았던거다.
그리고 그것은 아마 플라톤에게는 절대적인 것이었을거고. 그러니 이상국가로서 '정의로운 국가'를 강조하는거고. (이 형은 국가에 대한 분석에서 출발해 내가 앞 글에서 설명한 내용을 서술하고 인간을 거기에 대입시키는 방식으로 '국가'를 썼다. 그만큼 정의로운 국가가 간절했던거다)
플라톤에겐 철인이 소크라테 같은 사람을 죽이지 않는 통치를 하는 국가가 정의이다.
위에 설정한 플의 스탠스를 가지고 노근이가 미루어 짐작하는 대답이니 다른 생각이 존재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여기에 철학하는 재미가 존재한다.
언제 내가 플라톤의 입장에서 대답을 하는 기회가 있을건가! 미치도록 신나는 일이다.
사유한다, 철학한다는 것에 이런 매력이 담겨 있는거다.
센델이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에서 말하는 거는 좀 교묘한 면이 있다.
임마는 우리 진보자유주의자들과 통하는 면이 많은 아저씨다.
센델의 스탠스는 흔히 알려진게 '공동체주의'이다.
임마는 아마 첨부터 지가 생각하는 정의를 설정해 놓았을거다.
이명박식 정의가 아니라 노무현식 정의에 끄덕일 그런 설정이라는데 내 모든 뽕을 건다.
근데 소크라테스의 엘렌쿠스처럼 여러 사례를 들고 각자 다른 철학적 입장에서 취할 수 있는 입장들을 소개한다. 그리고 옹호도 하고 비판도 한다. 그러며 은근슬쩍 독자에게 묻는데 독자가 센델 자기가 생각하는 정의에 고개를 끄덕이게끔 모는 재주가 탁월하다.
괜히 하바드 교수 아닌거다.
이런 입장에서 보면 센델도 상황 타협적인 정의론인거처럼 보이기에 상대론자인가... 싶지만 절대론의 냄새가 폴폴 나는거다. (현대사회에는 절대론자 거의 없다. 다 포스트모던이고 상황맥락을 강조하는 추세다. 그치만 저런 절대론의 냄새 풍기는 센델이나 롤즈 같은 애들이 나는 좋더라)
그니까 플이나 센델은 자기가 확립하고 싶은 보편적인 정의가 있다.
그 내용은 서로 다르다.
하지만 확실히 통한다.
그리고 거기에 상식이 통하는 인간들은 끄덕일 수 있다.
내용이 서로 다르기에 상대론으로 읽을 수 있지만
오차범위 내에서 통할 수 있는 정의들은 귀여운 절대론으로 봐줘야 한다는게 내 생각이다.
그런 생각 안하고 정의를 취미생활로 보는 아해들에게는
상식에 호소하는게 젤 좋은 방법이라 여겨진다.
실제로 우리 애들 가르칠때도 "태어났을 뿐인데 인생의 경주에 출발선이 차이가 나는건 정의가 아니가" 요론거 묻는게 젤 확실하더라.
다 정의롭지 못하다고 한다. 걔네도 정의롭지 못한거 알거다.
근데 그거 격차 줄이는거 계란으로 바위치기니 해도 안 되니 개소리 씨불일거다.
주디를 잡아 째버리면 좋겠지만 걔네도 데려 가는게 사람사는 세상 향하는 길 아니것냐.
니가 안 된다 생각드는 그 길을 가는 것은 그것이 안 될 것 같고 힘들어 보이지만 그걸 향해 나아가는게 무의미한 일은 아니라는 믿음이 있으니까 그런다 정도로 말해주는게 좋을 것 같다.
그걸 또 무의미하다고 미친 태클질 하는 애는 도저히 생각이 다르고 내가 할 수 있는 관용의 범위에 벗어나는 놈이다.
노근 / 노근정도의 열정이면 당연히 철학도와 철학자의 차이점을 안다고 본다.
철학도는 철학자가 되기 의한 입문이다.
누구나 철학도가 될 수있지만 누구나 철학자가 되기는 어렵다.
철학이란 무엇인가?
셀수 없는 정답이 나올수가 있다
내가 보는 철학이란? 누군가 나에게 우리의 삶으로 축소시켜서 생각할 때 단 한마디로 표현하라고 숙제를 준다면.
난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
" 세상의 삶의 바다에 홀로 저어가는 배위에 있는 나에게 수많은 등대와 항구를 넘어서 오직 하나 흔들림 없는 단 유일의 좌표 북극성 "
표현이 멋지구나. 나도 고맙다.
글고 철학도와 철학자에 관한 너의 구분도 적절하다고 본다. 우리는 철학자들의 사상에서 철학함을 배워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지. 근데 우리가 고유 이론을 세워 철학자가 되는 수고로움까지 갈 필요는 엄을 것 같다. 걍 철학도로 살아도 훌륭할거 같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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