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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연재소설- 대통령의그늘8 <나라를 주무르는 손들>
글쓴이 :  적단                   날짜 : 2011-07-02 (토) 02:47 조회 : 8232 추천 : 18 비추천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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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라를 주무르는 손들 -

그 다음 날인 3월 17일, 남산의 북동쪽 자락에 위치한 고구려호텔 22층, 2년 전 미국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묵었던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에 삼송 그룹 구조조정본부 소속 전무이사인 이기용이 도착한 시각은 정확히 오후 6시 30분이었다.

식사 후의 모임이므로 준비할 것은 별로 없었지만 철저한 사전 점검을 신조로 하는 그룹 비서실의 체질을 이미 습득한 그로서는 최소한 30분의 시간적 여유를 필요로 했다.

그는 미국대통령이 앉아서 한국 정부와 맺을 조약을 검토한 적이 있는 책상위에 서류가방을 올려놓고 실내를 주의 깊게 둘러보았다. 행사라고 볼 수도 없는 모임이었지만 수많은 횟수의 의전을 주관하면서 생긴 습관이었다.

넓은 실내의 벽은 실크로 착각할 만큼이나 섬세한 흰색 계통 무늬의 벽지로 도배되어있었고 천장에는 화려한 모양의 샹들리에 두 개가 매달려있었다. 가구는 모두 원목소재에 중후한 느낌을 주는 갈색 계통의 색상이 입혀져 있었다. 그가 가방을 놓아둔 책상의 앞쪽으로는 원목 소재의 긴 탁자와 그것을 중심으로 고전적 디자인의 안락의자 8개가 놓아져 있었다. 그리고 역시 같은 계통의 분위기를 내는 두 개의 장식장이 창의 반대쪽 긴 벽과 침실로 통하는 문 옆에 각각 하나씩 놓여있었다. 그중 긴 벽 쪽의 것은 정확하게 말하자면 아래위가 나뉘어져서 위쪽에는 술잔들을 아래쪽에는 술병들을 진열하게 되어있는 홈 바였다. 거기에는 충분한 수량의 잔들과 각종 고급 양주들이 이미 진열되어 있었다. 그 외에도 소품들과 꽃꽂이가 된 수반들이 적절히 배치되어 방의 품격을 높여주고 있었다. 르노아르 풍의 유화가 걸린 다른 한 쪽 벽에는 이방의 집기가 아닌데 오늘밤의 행사를 위해 임시로 차출당한 다과 테이블과 다섯 개의 단순한 모양의 예비용 의자가 놓여있었다. 다과 테이블에는 커피와 홍차 그리고 스낵 몇 가지가 준비되어 있었다. 모든 것이 그가 지시한 대로 되어 있었다. 또한 역시 지시한 대로 호텔 직원은 눈에 띄지 않았다.

통유리 창밖으로는 짙어지는 어둠과 보조를 맞추어 서울의 야경이 막 전개될 참이었다. 방음이 완벽한 실내에서 보는 풍경은 평화롭고 고요하기 그지없다. 그가 사무실이 있는 시청 앞 삼송그룹 본관을 나서면서 부딪치며 헤쳐 나와야 했던 군중의 바다도, 그들의 함성도 그 곳에는 없었다. 문득 그는 조금 전에 자신이 목격한 광경이 환영이었던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중후하고 세련된 양복 차림의 남자들이 하나씩 또는 두세 명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는 한쪽으로 비켜서서 들어서는 모든 사람들에게 일일이 가볍게 고개를 숙여서 인사를 하였다. 그중에는 공손하게 머리를 낮추어서 인사를 받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하찮은 사람을 대하듯 건방진 태도로 인사를 받기만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그는 이 모든 사람들 중에서 실제로는 이 나라에 손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는 삼송그룹의 중추신경에 해당되는 부서를 맡고 있는 자신이 가장 힘이 센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들어선 사람들은 서로 인사를 나누고 스스로 차를 따라 마시면서 잡담을 나누기도 하였다. 술을 마시는 사람도 있었다. 시중을 들어주는 사람은 없었다. 평소 사람들에 의해서 떠받들어지는데 익숙한 그들이었지만 그들 중 아무도 다른 사람의 도움을 기대하지 않았다. 한 나라를 움직이는 사람들답게 그들의 행동은 하나같이 자연스럽고 품위가 있으며 당당했다.

대머리가 벗겨지고 얼굴에 기름기가 번들거리는 사람이 그 보다 좀 젊어 보이고 머리숱이 많은 사람을 비서처럼 거느리고 들어서자 그는 말없이 일어나서 문을 잠갔다. 올 사람이 다 왔기 때문이었다. 문을 잠그고 자리로 돌아오면서 이기용은 엉뚱하게도 몇 년 전 미국에서 일어났던 9.11 테러 사건을 떠올렸다.

'만일 폭탄이 터져서 나라의 운명을 바로잡겠다는 결의에 찬 여기 있는 사람들이 다 죽는다면 국가에 큰 손해가 될까? 아니면 오히려 이익이 될까?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진정 나라를 위해 이 자리에 온 사람은 몇이나 될까? 최소한 부지런히 오느라 대머리에 땀방울이 맺힌 저 사람 하나는 평소의 언행으로 보건데 확실히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있는 것이 맞는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아니다. 나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가치가 국가는 분명히 아니다. 그렇다면 내 개인의 영달을 위해서 이 머리 빠개지는 일들을 하고 있는 것인가? 그것도 분명 아니다. 그렇다면 나는, 그리고 소위 보수라고 불리는 내가 속한 그룹의 사람들은 누구를 위해, 무엇을 지키기 위해서 이렇게 여기서, 그리고 또 다른 곳에서 머리를 맞대야 하는 것일까?'

실내에 있는 사람은 그를 포함해서 모두 11명이었다. 세 사람의 50대를 제외하고는 모두 60대로 보였지만 이미 70대에 들어선 사람이 두 명 있었다. 맨 나중에 들어선 두 사람이 보수 세력의 정신적 지주로 일컬어지는 조일신문의 김달중과 그의 후계자라고 할 이근일이다. 오늘 모임을 소집한 측이다. 김달중은 빈자리가 하나 남은 안락의자에 앉았고 이근일은 잠시 두리번거리다가 겸연쩍은 표정을 짓고는 뒤쪽에 배치된 예비용 의자에 앉았다. 안락의자에 앉은 인사는 8명 이었다. 김달중 외에 삼송 그룹의 구조조정 본부장 이혁수, 중심일보 회장 홍숙현, 극동일보 논설고문 최만호, 검찰의 최고 원로로 꼽히는 검찰총장 출신의 김계춘, 아직도 국정원의 인맥으로부터 극비의 정보를 제공받고 있다는 안기부 출신의 정영근, 5선 의원으로서 일국당의 원로이자 실세인 박호태, 한국방송 앵커 출신으로 호남의 영향력이 드센 인천의 지역구에서 3선에 성공했고 평판이 좋은 이은성이 그들이었다. 예전에는 힘이 막강한 그룹이었지만 문민정부가 이어지면서 영향력이 보잘 것 없어진 군 출신은 이런 모임에 거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입만 살아서 양지만을 찾아다니는 대학의 소위 보수 인사도 쓸모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보수집단 내의 영향력은 크지만 입이 가벼운 기독교계 인사도 배제되었다. 뒤에 앉은 사람은 이근일 외에 이기용, 그리고 문하방송 편성국장 김지철이었다.

이런 종류의 부정기적인 모임이 시작된 것은 전 정부 시절 정권과의 일전을 불사한 3대 일간지 조일, 중심, 극동일보가 나란히 세무조사를 받고 세 곳 모두의 사주가 탈세 혐의로 구속되면서 위기감을 느낀 조일신문 주필 김달중이 이혁수를 만나 속내를 털어놓으면서였다. 해방 후 지금까지 대한민국을 이끌어 온 보수 세력이 위험한 좌파 김대중들에게 정권을 빼앗긴 것 자체를 국가적 위기로 규정하고 있던 김달중은 3대 일간지 사태를 보수 세력 전체에 대한 좌파 정권의 선전포고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법조계에 영향력이 있어 도움이 될 만한 현역의원과 몇몇 보수인사들을 초빙하여 대책회의 비슷한 것을 하였다. 그 첫 번째 회합에서 뚜렷한 성과를 얻어내지는 못했다. 즉 참석했던 인사들의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언론 권력에게 본때를 보이겠다는 집권세력의 고집을 꺾지 못하고 3대 일간지 사주들은 오롯이 실형을 선고받고 말았다. 그러나 김달중은 사안에 따라 이러한 형식의 모임이 때로는 상당히 유용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이혁수와 박호태에게 모임을 만들어서 정례화 할 것을 제안했다. 세 사람은 의논 끝에 정례화 된 모임을 결성하지는 않기로 합의했다. 그 대신 논의할 사안이 있을 때마다 필요한 인사들을 불러 모으는 방법을 택했다. 그들은 필요한 사람들은 누구라도 불러 모을 만한 영향력이 있었으므로 중요한 사안을 놓고 여러 번 거물급들을 소집하곤 했다. 당연히 삼송그룹에서 장소 제공과 실무적인 뒤치다꺼리를 담당했다. 하찮은 비용으로 생색도 나고 자신들의 이해가 언제나 일치하는 그런 후원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삼송의 이해가 많은 사안이 논의된 두 번의 모임은 제주도의 골프리조트에서 1박을 하면서 이루어지기도 하였다. 모임의 횟수를 거듭하면서는 그들 세 사람 외에도 모임에 자주 초대되는 인사들의 요청으로 소집이 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지난 대선을 위해서는 그 누구도 회합을 요청하지 않았다. 정치가이거나 정치에 관련된 대상자들이 모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탓이기도 하였지만 일국당 후보였던 이해창이 당선될 것을 의심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던 때문이었다.

선거 후 그들은 예기치 않은 결과에 경악했다. 그러나 오래지않아 그들은 방심의 결과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보여준 이 쓰라린 또 한 번의 패배가 어쩌면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해서 오히려 약이 될지도 모른다고 자위할 수 있었다. 그들은 기반이 빈약한 집권세력이 순진하게도 싸움이 끝난 것으로 생각하여, 온갖 반칙을 동원하고도 패한 그들에게 승자로서의 아량을 베풀려고 하는 태도를 보고 그렇게 어려운 상대는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조일신문을 노골적으로 선거에 올인 시켰던 김달중은 선거 결과가 패배로 나오자마자 보복이 두려운 나머지 자신을 스스로 뉴욕 특파원으로 발령 내고 도망쳤었다. 그러나 이 정권이 보복 같은 것을 꿈도 꾸지 않는 것을 알고는 1년도 안되어 다시 돌아왔다.

집권자들은 승리의 축배를 들 겨를도 없이 3대 일간지를 필두로 한 그들의 반격에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 그들은 정부를 반신불수로 만드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끝까지 밀어붙였다. 급기야는 정국을 자신들도 통제할 수 없는 소용돌이로 만들어버렸다. 역사에 전례가 없는 대통령 탄핵을 결행해버린 것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을 집어삼킬 수도 있는 그 소용돌이에 몸을 던져 뒹굴면서 불안감을 수반한 짜릿한 쾌감에 흥분하였다.

어쩌면 오년의 임기가 끝나도록 기다릴 필요조차도 없을 것 같았다.

'이렇게 싱겁게 끝날 수도 있을까? 그만한 일로 대통령을 탄핵한다는 것이 가당한 일인가? 그러나 안 될 것도 없지 않은가, 국회에서 법 절차에 따라 표결로 처리된 일인데, 헌법재판소 9인 중에서 5인이 우리 쪽 사람인데 조금만 손을 쓰면 가결시키기는 식은 죽 먹기 아니겠는가, 국민들? 50년 동안에 두 번의 쿠데타를 앉아서 맞이한 국민이 두려우랴? 3대 일간지가 있는데.'

그들 중 소수의 사람 들 만을 제외하고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다. 그 소수의 사람들 중 한 사람인 김달중은 뭔가 잘못되고 있음을 직감하고 오늘 회합을 소집한 것이었다.

김달중은 굳은 표정을 하고 있었지만 농담으로 시작했다.

"나는 오다가 저 사람들한테 밟혀 죽을 뻔 했는데 다들 무사하신걸 보면 나만큼 미움 받는 사람은 없는 모양이군요. "

"저 착한 사람들이 왜 해코지를 합니까? 김 주필이 먼저 시비를 거신 게지"

정영근, 군중들의 무력함을 빗대어 말한다.

"돌아가는 판이 심상치 않아요. 가만 놔두고 우리 신문들이 남은 기간 잘 요리하면 저절로 고사할 정권인데, 고명하신 의원님들이 괜한 도박을 걸었습니다."

김달중의 말은 톤이 낮긴 해도 듣는 이들에게 딴생각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 마디마디를 똑똑 끊어낸다.

"군중들이라 해봤자 지지자들 시켜서 하는 관제데모 수준 일 텐데 큰 일이 나기라도 할 것처럼 말씀하시는군요. 입만 열면 헛소리한 대가로 당한 일인데 먹고살기 바쁜 국민이 호응을 하겠어요? 며칠 지나면 수그러들겠지요."

박호태의 말에 정영근, 김계춘, 이은성이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린다.

"지금 광화문에 모인 숫자만 오십만이 넘어요. 관제데모라니요? 박 의원님은 우리가 신문에 쓰는 말들을 믿으시는 모양이군요. 저들이 무서운 건 바로 동원되지 않고 자발적으로 모이는 민중의 힘 때문이지요. 지난 번 대선을 겪고도 그렇게 안이한 말씀을 하신단 말입니까? "

다시 김달중, 무시하는 표정을 얼굴에 올리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말했다.

"그렇다한들 국회에서 표결로 이루어진 일이고 우리가 뭐 독재정치를 하는 집권당도 아닌데 우리가 불리할 게 뭐가 있겠소? 군중 데모는 결국 질서유지의 책임이 있는 현 정부의 부담이 될 뿐이겠지요. 언론에서도 그 점을 부각시키면 좋겠군요."

김계춘, 박정희정권 때부터 권력을 누려온 그답게 별일 아니라는 투다.

"곧 다가오는 총선에 영향을 미칠까봐 걱정이 되는 거지요. "

무표정 뒤에 천개의 계략을 감추고 있다고 지인들 사이에서 일컬어지는 이혁수가 무표정하게 말했다.

"총선은 선거일이 다가오면 어차피 지역구도로 돌아갈 테고, 승부처는 역시 수도권인데 이번 선거는 우리의 보수와 영남의 조합에 대항하는 호남과 개혁세력의 조합이 민진당과 참민당으로 쪼개졌으니 이보다 유리한 선거가 있을까요? 웬 걱정이신지? "

인천이 지역구인 이은성이 앵커 시절의 억양을 실어 자신 있게 말했다.

"이번 일만 없었다면 그렇게 되었을 겁니다. 그러나 이제 어렵게 되었습니다. 여기계신 네 분 의원 중에서 지역구가 영남인 세분은 무난히 당선 되겠지만 이은성 의원님은 당선을 낙관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아니 부산이 지역구인 정영근 의원님도 안심할 수 없습니다. 그쪽은 대통령 고향이나 마찬가지 아닙니까? "

김달중은 이제 노골적으로 상대들을 하나씩 쏘아보며 답답하다는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그렇게 말씀하시는 근거라도 있단 말이요? 허허허 "

이은성은 자존심이 상한 듯 얼굴을 붉히며 되받았다. 그러나 곧 자신이 너무 나갔음을 깨닫고 웃음으로 얼버무렸다. 일개 국회의원이 조일신문 주필의 기분을 다칠만한 언행을 한다는 건 스스로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김달중은 가방을 열고 서류를 하나 꺼내었다.

" 이 서류는 정당지지도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입니다. 내일 아침 신문에 나올 것입니다. 갤롭에서 한 것인데 물론 발표 때는 숫자를 조정할 수도 있습니다. 놀라지 마십시오. 참민당 72.5%, 일국당 23.7%, 민진당 4.2%,입니다. 이대로 선거가 이루어진다면 참민당이 과반수를 넘어 2/3 의석을 차지하게 되고 민진당은 없어질 것입니다. "

방금 대화에 참여한 6명중 4명이 아연실색하는 표정을 지었다.

난상 토론 형식의 회의는 2시간 10분 만에 끝났다.

이기용은 사람들을 모두 보내고 혼자 남아서 노트에 회의 내용 중 중요한 것과 처리해야 할 내용만을 자신만이 알아볼 수 있는 방법으로 간단하게 기록했다. 다른 사람이 우연히 또는 의도적으로 이 내용을 읽게 되더라도 무슨 뜻인지 알 수는 없을 것이었다. 처음부터 관례적으로 회의 내용은 녹음하지 않았다. 모임 자체를 소집했을 뿐만 아니라 처음부터 주도권을 장악한 김달중이 탁월한 의사진행 능력을 보이면서 원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조율해 가는 것으로 보였으나 실상 그것은 삼송 연구소에서 이미 도출해 놓은 결론을 찾아가는 스무고개에 지나지 않았다. 이혁수는 언제나처럼 조용히 않아서 듣기만하는 듯 보이면서도 고비 때 마다 그들이 길을 잃지 않도록 힌트를 제공하는 안내자의 역할을 드러나지 않게 잘 수행했다. 오늘 회의에서는 이 상황에서 어떻게 정국의 주도권을 잡을 것인가와 곧 다가올 선거의 전략들에 대해서 주로 논의가 이루어 졌지만 회의의 모습은 흡사 참석자 중 일국당 실세인 정치인들이 당 차원의 대책회의에 앞서 고명한 지략가들에게 교육을 받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것 뿐이라면 일국당에서 알아서할 문제로 김달중이 나설 필요 까지는 없었을 것이었다. 김달중이 의도한 오늘 회합의 의미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여 행동 방향에 대한 사전 계획을 세우는데 있었다. 최악의 상황이라 함은 선거에서 참민당에게 과반수의석을 내줄 정도의 분위기를 말한다. 두 가지의 방침이 채택되었다.

그 하나는 저쪽 편을 정대영이 주도하여 선거의 저쪽 편 공신이 되고 그 기세로 차기 대선후보까지 될 수 있도록 모든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 다수당을 넘겨주더라도 차기 대선에서 정대영이 상대편의 후보로 나온다면 이쪽 편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확률이 가장 높다. 그를 상대로는 누구를 내보내도 이기는 걸로 나온다. 이 추론은 삼송연구소의 치밀한 시뮬레이션 끝에 얻어진 것이었다. 정대영이 이미 참민당을 지배하는데 그 누구의 도움도 필요 없을 정도로 근접해있는 위치에 있긴 했다. 그는 이번 총선을 준비하기 위해 치러진 전당대회에서 압도적으로 당의장에 선출되었고, 안 그래도 공천에 욕심이 전혀 없는 대통령은 탄핵으로 직무정지 상태였다. 보통은 현역 대통령이 공천권의 절반 이상을 행사하는 것이 관례였다. 정대영으로선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개혁당출신의 유국민, 외부 지원 세력인 시민참여본부의 문상근등이 그를 신뢰하지 않고 있으므로 정대영자신이나 그들로서도 방심해서는 안 될 것이었다. 이번 총선에서 그가 얼마나 많은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었다. 자신이 당선시킨 의원의 수가 많아야만 그가 추후 직면하게 될 안팎의 도전과 우여곡절을 넘어서 차기 대선후보를 손에 쥘 수 있을 것이었다.

그들 중에서 정대영이 목적을 이루는데 도움이 될 만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언론에 종사하는 사람들이었다. 김달중, 최만호, 홍숙현등은 정대영이 유국민, 문상근들을 효과적으로 견제하고 목전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어떤 도움을 줘야 하는지를 너무도 잘 알고 있을 것이었다. 신문에 비해서 개혁적인 세력이 장악하고 있는 방송 쪽은 손대기 어렵지만 이은성과 김지철이 표시나지 않게 정대영을 지원하기로 했다. 정영근이 이혁수에게 보험을 미리 들어두는 셈치고 삼송에서 정대영측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목적달성에 상당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을 때 이혁수는 이 자리에서 돈 문제는 거론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에둘러 말하면서도 각 그룹의 담당자들과 상의를 해 보겠다고 했다.

다른 하나는 탄핵처리의 책임을 지워 일국당 대표인 최직렬을 쫓아내고 박근애를 여왕처럼 떠받들어 내세워야한다는 것이었다. 그녀의 부친에 대한 향수를 불러내어 영남을 자극함으로써 최악의 상황에서 이쪽의 전멸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었다. 이 일은 참석한 네 명의 실세정치가 들에게 있어 손바닥 뒤집기처럼 쉬운 일일 것이었다.

또 하나가 있다면 사전에 김달중과 이혁수 사이에 미리 논의했던 일로서 그곳에 모인 정치인들의 주도로 일국당에 온라인 여론대책팀을 두어 운영하는 계획에 합의한 것이었다. 팀의 초기 구성과 상설운영에 필요한 자금은 삼송에서 맡기로 하였다. 이일은 이미 삼송의 전략 기획실에서 추진방침을 결정한 일로서 이기용의 머리에는 구체적인 구상까지 끝나있는 상태였다. 온 라인 상의 여론형성의 장이라 할 수 있는 인터넷 종합 포털인 ‘다음’의 ‘아골라’, 대통령 지지 세력의 총본산 이라할 수 있는 정치포탈 ‘서프라이프’ 등에 수백 명의 우군을 푸는 일이었다. 위의 두 사이트 외에도 참민당 사이트가 ' 알바'라고 불리는 그들의 첫 번째 놀이터가 될 것이었다.

그는 메모를 마치고 커튼이 열어젖혀진 창을 통해 짙어진 어둠을 배경으로 무심하게 솟아 있는 불규칙한 크기의 불빛들을 바라보면서 그 모습은 잘 모르는 강영길, 길영춘, 이민우의 이름을 떠올렸다. 그는 이혁수와 이 모임에 참석하기 전부터 표시나지 않게 정대영측에 자금을 지원하는 방법에 대해서 논의 하였는데 이혁수는 이 모임에서 이야기를 할까하다가 마음을 바꾸어서 김달중에게만 귀띔하고 끝냈다. 자금은 정대영의 측근인 세 명 중의 한명을 통해 전달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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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적단                   날짜 : 2011-07-02 (토) 02:47 조회 : 8232 추천 : 18 비추천 : 0

 
 
[1/6]   아스라이 2011-07-02 (토) 03:07
잘 읽고 있습니다.
 
 
[2/6]   이상형 2011-07-02 (토) 06:12
완벽하다..
 
 
[3/6]   박봉팔 2011-07-02 (토) 06:21
잘 읽고 있다. 깔끔하고 좋다. 화이팅!
 
 
[4/6]   참여물결일다 2011-07-02 (토) 12:47
 
 
[5/6]   참으로 2011-07-02 (토) 22:48
내공이 보이는글 잘읽고 있씁니다
 
 
[6/6]   카이사르 2011-07-03 (일) 20:33
점점 흥미진진해 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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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5 내가 그린 왜가리 맵시 자랑 (2011년6월26일) [1]  주준호 9 5380 2011
06-26
474 목판화가 이철수의 첫 개인전 [13]  설거지 25 7827 2011
06-26
473 촌장의 포스 [8]  곱슬이 19 4417 2011
06-26
472 원숭이재판 [1]  주준호 8 6662 2011
06-26
471 아내의 포스 [6]  곱슬이 20 5089 2011
06-26
470 [과학상식] 새 원자 2 개 주기율표 등록 [18]  Michigander 17 7167 2011
06-26
469 연재소설- 대통령의그늘7-1 <동지를 얻다 1>… [3]  적단 19 6978 2011
06-26
468 색채의 마술 고구려고분벽화감상 [5]  곱슬이 19 6536 2011
06-25
467 냉이의 포스 [7]  곱슬이 23 5857 2011
06-25
466 애완견의 포스 [2]  곱슬이 9 4568 2011
06-24
465 상궁의 포스 [6]  곱슬이 18 4544 2011
06-24
464 [한국현대회화감상] 한국최초서양화가 춘곡 고희… [4]  Michigander 13 7346 2011
06-23
463 내가 그린 수채화 날으는 왜가리 (2011년6월23일) [2]  주준호 18 5338 2011
06-23
462 앵무새 [8]  곱슬이 18 6273 2011
06-23
461 무제. [10]  나치케타스 24 5309 2011
06-23
460 내가 그린 수채화 흰뺨검둥오리와 병아리들 (2011… [3]  주준호 11 4930 2011
06-23
459 연재소설 - 대통령의 그늘 6 <청와대 입성> [8]  적단 22 7746 2011
06-23
458 [봉애의 갤러리-18] 브렌다 킹 [10]  박봉애 13 9661 2011
06-22
457 수학은 언어다 [12]  자전과공전 25 6401 2011
06-22
456 미국미술을 보러갈까? [3]  andzm 6 6303 2011
06-22
455 삭제 [4]  밀혼 20 6582 2011
06-22
454 불쌍한 광혜오빠(엎혀감) [3]  곱슬이 30 7012 2011
06-21
453 간송 전형필 [5]  andzm 17 5967 2011
06-20
452 연재소설 - 대통령의 그늘 5 -2 <원목 집하장2… [5]  적단 22 7949 2011
06-20
451 아는 형님의 그림과 방송 [8]  순수 33 6894 2011
06-19
450 조선여인의 아들 영락제 (헛똑똑님에게 엎혀감) [11]  곱슬이 47 10862 2011
06-19
449 내가 그린 수채화 석 점 (2011년6월18일) [3]  주준호 15 6230 2011
06-18
448 [한국현대회화감상] 육심원 [3]  Michigander 8 6670 2011
06-18
447 연재소설 - 대통령의 그늘 5 -1 <원목 집하장1… [3]  적단 19 7013 2011
06-18
446  119조2항 - 87체제 수호 [8]  옥수산장 12 7890 2011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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