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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신앙인과 비신앙인이 서로 자기 주장이 옳다고 싸우면서 맘 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게 개인 간의 논쟁 뿐 아니라 서양 철학의 발전(?)과정에서도 철학은 결국 기독교를 극복하지 못했다.
즉 비신앙인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서양철학은 이성이 신앙, 믿음 보다 더 우월하다는 것을 증명해 내지 못했다. 길고 긴 싸움의 결론은 오히려 이성의 패배가 아닌가 한다.
그렇다면 왜 이성이 패배했는가...? 애초에 서양철학이 신이란 존재로 부터 독립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우선 근대철학의 출발점인 데카르트. 데카르트가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갈릴레이 덕이다. 즉 과학 덕분에 근대철학이 열린 것이지, 근대철학이 과학의 시대를 연 것이 아니다.
갈릴레이가 피사의 사탑에서 실험으로 증명한 것이 정당성을 가지려면 인간의 인식능력이 우선 증명되어야 한다는 것이 철학자들의 주장이다. 자... 데카르트가 이걸 어떻게 증명하냐 하면.. 외부에서 만들어지는 관념에 양향받지 않고 참/거짓을 구분해 주는 본유관념이란 걸 도입한다. 근데 이 본유관념은 신이 인간에 부여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니까 근대철학은 시작부터 신에 의존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그럼 세월이 흘러 칸트는 뭐라고 말했나?
하느님의 존재는 인식 불가능하다고 말 했음. 그니까 우리 인간들이 선의 의지를 가지고 착하게 살자고 주장한다. 그런데 착하게 살려면 착하게 살려는 자유의지가 필요함. 그리고 자유의지에 의해 착하게 산 사람들은 복을 받아야 하는데... 그래서 하느님의 존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니까 신을 극복하는 듯 하지만 결국 제자리로 온 것이다. 결국 서구의 근대철학은 신본주의의 틀 안아서 맴맴 돌았던 거다.
그 다음 헤겔은 어떻게 되나? 헤겔은 가이스트 우주의 절대정신을 말한다. 절대정신? 이게 뭐냐..? 결국은 변형된 형태의 신에 불과하다. 절대정신을 언급하는 순간 그 주장은 신으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 뭐가 중요하냐면... 절대정신 앞에 인간이 낄 틈이 없다는 거다.
기독교에 대놓고 저항한 철학자도 있다. 니체라고.. 근데 니체가 말한 초인은 그냥 우리와 똑같은 사람인가? 아니다. 우리 모두 노력하면 초인이 될 수 있단 얘긴가? 아니다. 일단 니체의 초인은 동굴에서 득도를 했는데... 우리같은 보통 인간들은 농사를 짓든지 공장에서 물건을 만들든지.. 무슨 일이든 일을 해야 한다. 이게 최우선이다. 동굴 속에서 도닦을 시간 없다. 우리는 초인이 될 수 없다. 결국 초인은 신의 대체품이다.
프로이트에겐 무의식이 있다. 가이스트이던, 초인이던, 무의식이던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것들 앞에서 내가 별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거... 내가 신에게 어떤 타협이나 딜을 할 수 없는 것과 구조적으로 동일한 모양새다.
이렇게 되면 결국 좌절할 수 밖에 없다. 인간의 좌절이요 이성의 좌절인 거다. 그럼 다시 신의 품으로 갈 밖에...
결국 신을 극복하겠다고 하면서 신본주의의 틀에서 노는 것이 문제다. 절대적이고 영원불멸의 가치가 존재한다고 가정하는 한 인간이 아무리 머리를 복잡하게 굴려도 결국은 신 앞에 무릎 꿇게 되어 있다.
비신앙인들은 신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려 헛된 노력을 할 필요가 없이 지금 현재 삶에 충실하면 된다. 신에 대해 관심없다... 가 바로 신본주의에 대한 최선의 대응이다.
평생 신에게 관심없었는데... 죽을 병에 걸려서 오늘내일 하는 와중에 갑자기 신의 품에 돌아가고 싶으면 또 그렇게 하면 된다. (이런 걸 전문용어로 회개했다고 하는 건가?^^) 죽음 직전의 환자에게는 진통을 줄이기 위해 마약도 투여하지 않나?
암튼 신을 택하든 인간을 택하든 인간의 스스로의 선택이 중요하다. 만일 인간을 택하고자 한다면 절대주의적 세계관은 폐기해야 한다.
절대주의적 세계관은 세상을 지배하는 영원불멸의 원칙과 존재를 바탕으로 한다. 그것을 힌두교에서는 브라흐만이라고 한다. 그 브라흐만이 인간 개개인과 연결되어 있다는 개념이 바로 아트만이다. Religion은 나눠서 보면 Re(다시)+ Ligion(결합)이다. 즉 신과 재결합 하자는 행위가 바로 Religion이다.
힌두교에서는 아트만을 깨달으면 신과 하나되는 것이요, 이슬람의 수피즘이란 신비주의 종파는 열심히 춤추고 노래하다보면 황홀경 속에서 신과 내가 하나 된다고 주장한다.
지금 대한민국의 기독교에서는 어떤 방식을 사용하는지 모르겠으나... 종파나 시대를 떠나서 그 방식은 현실도피적일 수 밖에 없다. 절대진리는 현실에서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든 종류의 현실도피적 가치관, 신앙행위, 문화체험 등은 사회구조 고착화에 기여하는 쪽으로 작동한다.
예를 들어 부자 기득권은 스스로 신과 합일하는 아트만 스타일을 추구하면 되고... 피지배계층은 브라흐만을 추구하면서 내세나 천국을 기대하면 된다. 피지배계층들에겐 현실의 고통과 변화 가능성이 동시에 줄어든다. 브라흐만은 기득권이 던져주는 진통제와 같은 것이다.
암튼 절대주의적 세계관과 또 다른 상대주의적 세계관을 설정해 보자. 상대주의적 세계관에서는 내가 존재하는 동안 내가 우주에 영향을 끼치고, 동시에 우주의 다른 구성원으로 부터 영향을 받는다. 즉 모든 존재는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 모든 존재를 콘트롤하는 절대적 존재자는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처신해야 하나? 이 세상이 아름다울 책임은 나 자신에게.. 그리고 내가 타자와 어떻게 관계를 맺느냐...에 좌우된다고 볼 수 있다. 즉 우리 모두에게 실질적 책임이 있는 것이다. 인생의 9할을 개판치다가 마지막에 회개하는 식으로는 이 세상이 아름답게 유지되기 어려운 거다. 상대주의적 세계관에서는 지금 현재가 가장 중요하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상대주의적 세계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존재와 존재 간의, 개별 존재와 집단 간의 관계와 포지션을 재조정해서 '조화롭게' 풀어가야 한다. 이것이 인본주의의 바탕이다.
진정한 똘레랑스는 인본주의와, 상대주의적 세계관에 기초할 수 밖에 없다. 글의 첫머리로 돌아가면... 이성의 실패에 대해 언급 했는데... 그 이성이란 것도 인본주의적, 상대주의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다시 확립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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