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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예프스키를 추억하며. 제2편. 질풍노도의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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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예프스키는 과연 얼마나 대단한 사람일까?
사람들은 그에 대하여 부정적인 면을 말한다.
도박을 좋아한다..
간질병을 앓고 있다.
돈 때문에 글을 썼다.
낭비벽이 심하다.
교수형을 당할 뻔했다.
자기 관리가 안되고,
정상적인 사람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하는 편견.
심지어는 톨스토이와 비교하여 정신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사람으로 매도하기도 한다.
그런점이 있었을것이다.
그러나 나는 늘 이런 생각을 한다.
도스토예프스키에게 나 따위도 갖고 있는 PC가 있었더라면.
아니, 이보다 훨씬 조악한 워드프로세서라도 있었더라면.
얼마나 더 많은 위대한 인류의 유산을 남길 수 있었을까?
도스토예프스키를 알고 난 다음과 그 이전의 나는 확연히 달랐다.
한마디로 싸가지 없는 놈이 되었다.
어떤 책을 읽어도 도스토예프스키와 비교하려 했다.
그리고 대부분 다 우습게 여겼다.
톨스토이의 부활과 전쟁과 평화를 읽고 이랬다. 속으로.
"레오는 중딩 수준이고 표도르는 박사 급이네."
톨스토이에게 이랬으니 다른 분들에게야 오죽했었겠나.
특히 한국 작가들에게는 더 심하게 굴었다.
아예 안 읽었다.
군인시절에 이청준님의 살아있는 늪을 보고 나서,
자신이 정말 부끄러웠던 기억이 난다.
"오만과 편견. 아~! 이 주리를 틀 놈 . 오만한 놈."
스스로를 자책하면서 했던 말.
나중에 이런 영화도 나오더라.
"Pride & Justice"
도스토예프스키가 얼마나 대단한 문학가이었는가?
그 유명한 좁은문의 저자 앙드레 지이드는 이렇게 평한다.
"무거운 배낭을 등에 메고 산을 올라간다.
그 산은 너무나도 험하고 높아서 자칫하면 목숨도 위태로울 수 있다.
정말 힘들게 산을 오른다.
몇 번의 고비를 넘기고 드디어 정상에 올랐다.
야호! 드디어 나는 정복했다.
그리고 정상에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런데 뒤를 돌아 보는 순간 구름에 가려서 그 끝을 볼 수 없는
엄청나게 큰 산이 나타났다.
이 산이 바로 도스토예프스키다.
그리고 내가 힘들게 정복한 이 산은 톨스토이."
-앙드레 지이드.
프랑스에는 왜 이렇게 멋진 분들이 많을까?
지이드는 레 마르크 만큼이나 쿨한 남자 알베르 까뮈와 장폴 사르트르의 멘토르였다.
지이드에 대해서 이보다 더 나은 수식어가 있을까?
이 좁은문의 저자 앙드레 지이드의 도스토예프스키찬양.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
좁은문.
"사랑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이 세상에 있을까?
하나님보다도 더."
이런 생각을 하게했던 좁은문.
에밀리 브론테의 자매인 샤롯 브론테의 제인 에어와 함께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많은 상념을 갖게 했던 좁은문.
제인 에어로 밤을 세우고 아침에 얼마나 안타까워했었는지.
아니 왜 이렇게 사랑을 어렵게 하지?
나는 사랑이 이 세상에서 가장 해볼만한 일이라고 그때부터 생각했다.
아가페적인 사랑, 에로스적인 것 말고.
오랜만에 써보는 말이군.
그 때는 그랬다.
그리고 장년이 되어서야 에로스와 아가페가 불가분의 관계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스 신들이 왜 그런 사랑을 했는지 알게 된다.
한마디로 사람이 된 것이다.
늦게나마 선악과를 따먹은 것이다.
다시 중2로 돌아가서.
겉장이 떨어져나간 그 두꺼운 책은 정말 읽기 싫었다.
책이 너무 못 생기고 무거워서.
맨 뒷장에 책의 나이를 보니까 지금은 정확히 기억이 안 나는데
출판 년도에 단기로 표기되어있다.
물론 서기와 함께.
종이는 하도 오래되어 쉰내가 났다.
번역은 일본사람 누구였을 것이고.
우리는 지금도 일본인들이 만들어놓은 번역을 마치 우리가 한 것처럼 쓰고 있다.
그래서 가끔 말도 안 되는 일본어 신조어를 보게 된다.
참 웃긴다.
(번역문학이 일본에 비해 너무나도 뒤 떨어져 있다. 한 30년 쯤?
읽고 싶은 책이 없는 경우가 너무나도 많다.)
그 비루한 책을 일단 읽어 본다.
보다가 두어 번 중단했다.
사람이름이 하도 이상하고 라스꼴리니꼬프가 생각하는 내용이
너무 길고 디테일 해서 진도가 잘 안 나가는 것이다.
팔만대장경을 읽는 게 차라리 낫겠다.
이런 생각도 들고.
그 때 노트를 하면서 읽는 기지를 발휘한다.
이름부터 정리해서 외우고.
그리고 미친 듯이 읽었나 보다.
그나마 해피엔딩이라 좋았었다.
그 때는 소설의 결과가 엄청나게 중요했다.
라스꼴리니꼬프가 유형지에서 살아나오고 소냐와 함께 살기를
고대하면서 읽는 순수한 중딩의 모습을 그려보라.
어디에선가 황금박쥐가 나타나서 악당을 물리치면 아이들이 와! 하고
함성을 울리는 모습과 같은 것이다.
소리만 내지 않을 뿐.
나 정말 순수 했었다오.
수정처럼.
당시에는 그랬으니 데미안을 읽고 자살하는 사람이 나오고 그랬지.
지금 애들은 정말 이해 못할 거야.
아무튼 그때 죄와벌을 읽고 나서 모든 게 변했다.
생각하는 방법이나 패턴이 달라진다.
사물의 이해와 판단력과 기준이.
도스토예프스키를 읽고 난 이후에는 모든 책들이 너무나도 쉬웠다.
줄거리가 한눈에 들어오고.
그 이후에도 죄와벌은 고교, 대학 그리고 사회인이 되어서도 계속 읽는다.
그리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릴 때의 느낌과 다른 느낌으로 되살아난다.
그리고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죄와벌과는 또 다른 의미의 스케일.
까라마조프까지 읽고 나서야 비로소 도스토예프스키의 모든것을 알게된다.
죄와벌은 예고편이다.
그 후에 알게 된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말이 실감이 난다.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누구인가?
천재 비트켄슈타인과 같은 오스트리아인.
지그문트 프로이트 1856~1939
루드비히 비트켄슈타인 1889~1951
그리고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1821~1881
프로이트가 33세 어린 비트켄슈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정신분석의 탄생지 비엔나에서.
그리고 도스토예프스키는 프로이트보다 35세 많았다..
프로이트는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정신분석학이라는
엄청난 연구결과를 내놓은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이런 말을 한다.
“도스토예프스키가 없었다면, 나는 없었을 것이다.”
죄와벌에서 어린 나에게 그렇게도 읽기가 힘들게 했던 라스콜리니코프의
독백이 바로 정신분석의 원형이다.
다음에는 바그너에 대한 추억을 쓸 생각인데,
나는 유럽인들이 서로 얼마나 많은 벤치마킹을 하는지 부럽기만 하다.
서로 영향을 주고 받고 더욱 새롭게 발전하고.
도스토예프스키에게 영향을 받은 프로이트는 인간의 내면을 이해하고 치유하는
새로운 의술을 창안해낸다.
프로이트 이전에는 정신병자는 귀신에 씨였다고 해서 죽이거나 가두고 학대했다.
그리고 프로이트의 독특한 정신분석학은 틀림없이 비트켄슈타인에게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나는 프로이트나 비트켄슈타인에 대한 전문가가 아니다.
그러나 이들이 인류의 발전에 커다란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제 나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라스꼴리니코프처럼 스스로를 의미 있는 존재이고 어쩌면
대단할 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했었지만 결국은 나도 아무나처럼
사람들하고 서로 부딪히면서 살아야 하고 그 중에서도 가장 잘 나지도 못한
그런 생을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슬퍼한다.
담배 한 모금에 머리는 핑핑 돌고 하늘이 노래진다.
이렇게 질풍노도의 시절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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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