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림답부기자의 연재글 고맙게 잘 읽고 있다. 때론 너무 어려워 읽지 못한 경우도 있었고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내용도 있었지만 읽는 재미만큼은 쏠쏠했다.
명기자의 글을 읽으며 명기자와 같은 시각을 가지고 역사를 공부하는 이들의 중심에 있는 환단고기라는 책에 대해 이것저것 찾아 읽어보니 우리 선조들의 자랑스런 역사가 기록되어 있다는 그 책 환단고기가 실은 지은이의 약력도 의심스러우며 전개된 내용도 소설에 불과하다는 꽤나 설득력있는 주장들이 많더라. 그리고 나도 그런 주장에 상당한 공감이 간다.
그래서 여기 환단고기가 위서라고 주장하는 글 중 가장 가벼운 글 하나를 통째로 업어왔다. 명기자의 글과 함께 읽으면 균형있는 생각을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난 역사를 잘 모른다. 따라서 어떤 질문이던 대답할 수 있는 실력이 안된다. 그러니 내겐 묻지마라. 난 그저 균형을 맞추고 싶을 뿐이다. 마지막으로 내가 퍼온 글의 글쓴이가 명기자를 알고 있더라. 고의가 아님을 밝혀둔다.
환단고기가 '위서'인 증거 1
(서프라이즈 / 한터 (nkasadal) / 2011-2-10 00:10)
[환단고기] '번한세가' 하편에 이런 대목이 있다
丙申 徐于餘 薨. 丁酉 阿洛立 薨 丁丑 率歸立 薨 甲子 任那立.
辛未 以天王詔 築天壇于東郊 祭三神 衆環舞擊鼓以唱 曰
精誠乙奴 天壇築爲古 三神主其祝壽爲世
皇運乙 祝壽爲未於 萬萬歲魯多
萬民乙 睹羅保美御 豊年乙 叱居越爲度多
이게 무슨 위서의 증거가 되느냐고 펄쩍 뛰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환단고기야 말로 우리민족의 잃어버린 고대사를 휘황찬란하게 밝혀주는 복음서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환단고기 번역서를 보면 기원전1231년에 임나 천왕의 명으로 천단을 쌓고 삼신께 제사를 지내면서 노래를 불렀다는 얘긴데, 그 노래가 한마디로 '아주 가~~~관이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붉은 한자가 바로 노래 가사다.
환단고기에는 점잖게 이렇게 번역되어 있다.
정성으로 천단을 쌓고 삼신을 축수하세.
황운을 축수함이여 만만세로다.
만인을 돌아봄이여 풍년을 즐거워하도다.
한글로 된 환단고기만 읽어본 사람은 이게 무슨 상관이고 가관이란 말이야? 또 이 한터가 우리 복음서를 씹고 있는거 아냐? 하고 길길이 뛰면서 마질을 할 것이지만.... 어떻하냐? 이거 완전히 개구라에 불과하다.
精誠乙奴 天壇築爲古 三神主其祝壽爲世
위의 한자를 못 읽는 사람은 글자를 '복사'해서 아래한글 연 다음 '붙이기'해서 띄워놓고 F9 눌러서 한글로 변환시켜보라.
정성을노 천단축위고 삼신주기축수위세
국민공통기본한자 1,000자까지 모르더라도 바로 해석이 되지 않는가?
정성으로 천단을 쌓고 삼신을 축수하세
나머지 구절도 마저 보면
皇運乙 祝壽爲未於 萬萬歲魯多 / 萬民乙 睹羅保美御 豊年乙 叱居越爲度多
황운을 축수위미어 만만세로다 / 만민을 도라보미어 풍년을 질거월위도다
100% 한글발음이다. 할위(爲) 자를 활용하여 조사까지 완벽하게 맞췄다. 저 환상적인 3천년전 노래를 정말 누가 지었는지 한번 睹羅保美 어떠할까?
아직도 이게 뭘 뜻하는 지 모르겠다고? 이 시는 지금으로부터 정확하게 3240년전 노래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뭐 어떠냐고 묻는 다면, 솔직히 중졸이하거나 고등학교 국어시간에 수업을 안 들은 사람이라는 얘기다.
언어는 시대에 따라서 변한다. 조선 중기의 말이 지금과 상당히 다르다. 한글로 기록된 조선시대의 문학작품 배우기가 어렵다는 건 나이든 사람들은 다 안다.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서문 한글판을 읽기도 버거웠지 않았던가?
그런데 3200여년전 노래가 F9 키 한번 눌러서 바로 번역이 된다는 게 이상하지 않은가? F9가 구글번역긴가?
더구나 환단고기의 역사 무대가 어디인데? 바이칼 호수에서 연해주 연안의 서자촌이라는 곳 아닌가? 그곳의 언어가 지금의 서울말과 이렇게 10문 7로 딱 들어 맞는 다는 게 학문적으로 이치에 맞는 이야기일까? 물론 맞는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겠지만, 그런건 학문이 아니다. 그냥 항문이 뿐이다.
천년전 신라의 노래중에 처용가가 있다. 이거 번역하려면 F9 열번 눌러도 어렵다. 한번 해보자.
東京明期月良 夜入伊遊行如可 入良沙寢矣見昆 脚烏伊四是良羅
동경명기월량 야입이유행여가 입량사침의견곤 각오이사시량라
二兮隱吾下於叱古 二兮隱誰支下焉古 本矣吾下是如馬於隱 奪叱良乙何如爲理古
이혜은오하어질고 이혜은수지하언고 본의오하시여마어은 탈질량을하여위리고
번역하기 정말 어렵다. 이거 수업시간에 배우면서 교과서 여백에 새카맣게 토달던 기억이 새롭다. 어떤 건 발음이고 어떤 건 뜻이고...
아직도 수긍이 안가는가? 우리말을 한자로 바꾸어 표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신라때는 한자의 음과 뜻을 필요에 따라 빌어쓰는 향찰을 사용했다. 지금은 한자의 음만 읽지만.... 반대로 일본은 아직도 음과 뜻으로 한자를 읽는다. 그래서 일본어 공부하다가 콱 맥히는 게 한자 발음 아니던가?
필자도 환단고기가 처음 나왔을 때 호기심에서 두 권이나 사서 봤다. 감성에 따르면 아~ 우리의 고대사가 찬란했구나. 하고 돌아버리고 싶지만, 이성은 그렇게 되지 않는다. 아닌건 아닌 거다. 그것이 학문을 하는 사람의 자세다.
위대한 역사서 환단고기에 실린 시 한편이 오류라고 해서 환단고기 전체를 위서라고 단정하는 것이 무리가 아니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 시만 틀린 거고 나머지는 맞을 수 있는거 아니냐고...
아래 사진을 보자
2000년 10월 22일 오전 6:18분경 석기를 파묻는 후지무라 신이치
일본 고고학계에서 '신의 손'이라고 불릴 정도로 고고학 발굴의 대가였던 후지무라가 지가 만든 석기를 묻는 장면(우)와 발로 다지는 장면이 보도된 신문(좌)이다.
일본 구석기 문화를 3만년전에서 4만년 전으로 끌어올린 발굴에 이어 일본 구석기를 60만 전으로 끌어올린 위대한 발굴의 업적을 쌓은 후지무라 신이치 교수... 그는 저 사진 찍힌 것만 조작이라고 항변했지만..... 결국 일본 학계에서 퇴출되고 말았다.일본의 극우파들은 후지무라의 업적을 일본 고유문화의 토대로 인정하려고 난리블루스를 췄지만... 일본은 자신들의 국사 교과서를 수정할 수 밖에 없었다. 구라는 구라니까...
환단고기가 조작된 흔적이 있으면 그건 조작된 책이고 위서일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인정하고 싶다면....(후지무라의 발굴업적도 인정해야 할까? 일본 구석기 문화를 60만년전까지 인정해야 하나?)
환단고기의 조작 증거는 많다. 일일이 찾아대기도 귀찮다. 이글을 마질로 해우소에 처박는다고 해서 환단고기가 사료로 인정받는 길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
역사를 감정으로만 배우면 극단적 민족주의자나 인종차별주의로 흐를 수 있다. 역사는 이성과 논리와 과학이 뒷받침해야 하는 학문으로 배워야 한다.
환단고기가 사료적 가치가 있다면 그 근거를 직접 올려보라. 명림답부처럼 상호모순되는 주장을 대책없이 퍼나르지는 말고...
http://blog.daum.net/ddansan/15933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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