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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인도 다음으로 중동이다. 살펴 본 대로 중국, 인도 모두 북부가 평지, 남부가 산악지대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런데 중동의 지도를 보면 아나톨리아고원(현재 터키), 쿠르디스탄, 이란 고원에 걸쳐 넓은 고지대가 형성되어서 메소포타미아의 평야지대를 감싸고 있다.
이런 자연환경을 고대 북방민족의 입장에서 보자. 인도의 경우는 일단 힌두쿠시 산맥만 넘어서 들어오면 전차부대가 일사천리로 휘졋고 다닐 수 있는 북인도 평야지대가 펼쳐진다.
그런데 중동의 경우는 북해와 카스피해 사이에 위치한 카프카즈 산맥을 어렵게 넘더라도 약탈거리가 풍부한 메소포타미아 평원에 도착하려면 첩첩산중의 산악지대를 통과해야 한다.
그런데 이 산악지대가 무주공산이 아니라 이미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영향을 받고 어깨에 힘도 좀 주던 종족들이 우글거리는 곳이다.
따라서 이곳의 전차부대의 진출은 인더스 문명의 파괴와 같은 일방적인 착취와 약탈이 아니라 전차부대와 정주민족간의 타협으로 진행된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단군신화가 죽이거나 정복하거나 특별히 드라마틱한 요소도 없이 어찌보면 좀 싱거운 내용으로 마무리 되는 것도 이주민과 정주민이 산악지대라는 타협을 요구하는 자연환경에 순응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리이스 신화보다 심심해서 불만스러울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본주의적 요소를 잘 간직한 것을 자랑스러워 할 일이다.
암튼... 예를 들어 미탄니같은 고대국가는 미탄니족이 스스로를 정주 산악민족인 후르족에 편입시키면서 탄생한 산물이다.
그렇게 탄생한 공동체도 전차부대로 메소포타미아를 정복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고 그들 보다 훨씬 전에 오리엔트에 편입한 선배격인 히타이트에게 흡수합병되고 만다.
그런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전차부대는 북방민족 만의 독점적인 장점이 아닌 일반화된 군사기술로서 오리엔트지역에 급속히 전파된다. 당시 전차부대간의 가장 유명한 전투는 히타이트의 무와탈리스와 이집트 람세스 2세 사이에 벌어졌던 카데시 전투였다.
두 강대국의 총력경쟁 덕에 오리엔트 통일의 어부지리는 메소포타미아의 터줏대감인 앗시리아에게 돌아간다. 또한 그 와중에 히타이트가 무너지면서 그들의 독점적 첨단기술인 철제 무기가 오리엔트 지역에 일반화 된다.
즉 오리엔트 지역에서는 전차부대나 철제무기같은 외래의 신기술이 침입자들의 정복에 용이하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존문명의 기술수준을 끌어 올리는데 공헌하게 된다.
이렇게 외부충격에 잘 버틴 오리엔트 사회도 새로운 북방민족에게 흔들리는데... 전차부대가 아니라 말 위에 직접 올라탄 채 전투를 수행하는 스키타이가 그 주인공이다.
스키타이의 침략으로 앗시리아가 휘청거리자 앗시리아에 불만을 품고 있던 배후의 여러 민족들이 들고 일어나면서 결국 앗시리아는 역사에서 사라진다.
그 다음 주인공을 놓고 벌인 경쟁의 최종 승자는 페르시아가 되는데... 포악하기로 이름 높았던 앗시리아가 메소포타미아 평야지대에서 출발한 반면 페르시아인들은 이란고원의 산악민족이란 것이 중요한 차이점이다.
군대의 이동이 불편한 산악지형은 지역마다 자기 주장들이 강할 수 밖에 없다. 그 전체를 통솔하는 지배체제의 가장 윗자리에 위치한 산악제국의 황제에게는 애초부터 타협과 관용이라는 리더쉽이 요구될 수 밖에 없다.
- 투비 컨티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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