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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올린 '북방민족의 의미'란 글을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다.
-중국은 북부: 밭논사 평야, 남부: 논농사 산악지형으로 갈린다. -북부의 밭농사 평야지대가 대통일에 유리하다. -북방기마민족이 북부를 정령할 경우 보병을 동원해서 남부를 공략할 수 있다. -북방기마민족의 부재로 인해 로마 멸망후 유럽의 분열이 장기화되었다. -북방기마민족은 착취적/힌두적 성향이 강하다.
근데 이것이 중국에만 해당하는 사항이면 별 의미가 없다. 따라서 인도,페르시아,유럽에도 각각 적용해 보고 어떻게 변용되는지 확인해 보자. 먼저 인도...
위에 짤방에 인도지도를 보면 인도라는 땅덩어리의 성격이 단박에 나온다. 우연이지만 인도 역시 북부는 대평원, 남부는 산악지형이다. 이건 중국과 동일하다.
그런데 중국의 경우, 대표적인 강인 황하와 장강이 각각 북부와 남부를 커버하는 반면 인도의 경우 인더스강과 갠지스 강은 모두 북부 평야지대에 위치해 있다.
중국의 경우 황하가 밭농사의 젖줄, 장강이 논농사의 젖줄이라면, 인도의 경우는 북서부의 인더스강이 밭농사의 젖줄, 북동부의 갠지스강이 논농사의 젖줄이라 보면 된다.
그럼 왜 서쪽은 밭농사고 동쪽은 벼농사냐... 히말라야 산맥 때문이다.
인도로 불어오는 편서풍이 높은 산맥에 가로막히면서 세계최대의 강우량을 쏟아내기 때문에 밀보다는 벼의 재배가 유리하다. 자... 그런 정도의 히말라야 산맥이라면 아무래도 인간의 통행은 어려울 수 밖에 없다.
반면에 인더스 이북의 힌두쿠시 산맥은 히말라야 보다는 인간의 이동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고 할 수 있다. 즉 인도의 경우는 외래민족이 항상 북서쪽에서 침입한다는 걸 의미한다. 역시나 밭농사 지역으로 먼저 진출하게 되는데, 약 3500년 전의 아리안족의 진출과정이 영락없이 그렇다.
아리안 족은 인더스 유역에 정착한 뒤 유목전사에서 농경민으로 변신한다. 그 과정에서 인더스중상류와 북서부 대평원에 베다 문화가 발생한다. 즉 침략자들이 정착하는 과정에서 계급차별적 문화가 탄생한 것이다.
암튼 약 2900년 전 부터 그 동네에 철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하는데.. 철은 청동기 보다 무기의 대량공급이 가능하기 때문에 철기의 보급은 전차부대로 상징되는 귀족계급의 이익에 반한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인도는 귀족계급의 우위가 사라졌다고 해서 평민 자영농의 이익이 향상된 것이 아니란 거다. 베다문화가 증명하듯 이미 착취적 카스트 제도가 확립되었기 때문에 자영농이 아니라 전사계급이 중심이 되는 평등한 무장 공동체들이 출현한다.
여기서 뭔가 유사성이 느껴지는 문화권이 있을 것이다. 바로 그리이스의 폴리스 체제다. 시민=전사들이 자기들끼리는 민주주의 하고 다수의 생산 노예들을 착취하는 구조.
암튼 그리이스는 페르시아에 이어 마지막으로 다룰 것이고, 다시 인도로 돌아가자. 위에 언급한 철기의 보급으로 인해 동부 갠지스 유역의 밀림 개척이 가능해 진다.
그러면서 위에 언급한 기후적 이유로 벼농사가 확대되는데... 지금도 그런지 모르겠으나 당시는 벼가 밀보다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훨씬 많았다고 한다. 즉 벼가 더 많은 인구를 부양할 수 있으며 더 많은 잉여생산물 축적을 가능케 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동시대에 지리멸렬한 부족사회 기반의 인더스 유역에 비해 갠지스 유역에서는 여러 왕국이 발전하기 시작하는데 이를 갠지스문화라 칭한다. 이 시기에는 거꾸로 동부 갠지스 문화가 서부 인더스 지역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암튼 인도의 경우는 전술한 바와 같이 동부 쌀농사 지역에서 중앙집권이 먼저 발전하기 시작했는데..이건 인도 동부가 중국 남부와 달리 평야지대라는 것이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중앙집권화가 먼저 발전한 갠지스 유역에서 마가다, 마우리아,굽타 같은 대국들이 차례로 출현한다.
반면 새로운 이주민의 침입은 당연히 북서쪽에서 비롯된다. 대표적인 것이 월지족이 세운 쿠샨왕조, 우즈벡 출신이 세운 무굴제국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모든 역사적 흐름이 인도북부에 해당하는 얘기이고 중부이남의 인도는 한마디로 지리멸렬한 상태로 수천년을 지속한다는 거다. 가끔 북부의 대국에 의해 지배받은 적은 있으되 스스로 체제를 정비하고 북부로 진출한 경우가 없다.
이건 기본적으로 중부이남이 산악지대이면서 북부에 비해 농업생산력이 나을 것이 없고... 거기에 더해서 아리아 인들이 인도 전역으로 퍼져나가면서 정착시킨 카스트제도와 힌두문화 자체가 정치적 통일을 방해했기 때문이다.
그 업보는 인도인들이 추구하는 개인적 해탈로 해소되지 못하고 그들에게 온전히 돌아간다.
같은 산악지형이지만 현세에 치중하는 유학을 바탕으로 건국한 조선은 중앙집권화된 국가체제를 이뤘고 왜군이 침략하자 의병이 일어났다. 백성들이 지킬 이익이 존재하지 않으면 의병은 일어나지 않는다. 새로운 주인을 맞이할 뿐...
영국에 대항한 인도의 세포이 항쟁의 경우는... 이 '세포이'라는 집단이 사실은 영국 동인도회사로 부터 월급받는 인도인 용병들이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사실 매국노집단이지만, 인도인들에겐 그런 의식도 없는 듯 하다.
반란 직전에 영국군이 불과 4만, 세포이 용병은 20만이었다고 함. 그니까 중국의 북방기마민족이 밭농사 지역 인력을 동원해서 남부를 공략했다면 영국은 세포이같은 앞잡이들을 동원해서 인도 전체를 집어삼킨 것.
그게 어떻게 가능했을까? 인도가 애시당초 카스트에 기반한 철저한 착취구조적 사회였기 때문이다. 사회를 구성하는 각 계층 간에 이익의 공유가 없고 일방적인 착취만 존재하는 사회.... 그런 사회 구성원들에게 국가관 같은 것이 있을 리가 없다.
그 앞잡이들이 들고 일어난 원인들 중 중요한 두가지를 꼽자면...
첫째, 세포이 용병의 규모가 확대되면서 처우개선과 금전적 보상문제가 발생. 둘째, 세포이 내부의 다양한 카스트 구성으로 인한 세포이 내부의 자체 갈등.
한마디로 한심스럽다고 할 수 있다. 힌두쟁이들 그렇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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