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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대통령의 그늘 30 <사과상자>
글쓴이 :  적단                   날짜 : 2011-10-04 (화) 21:21 조회 : 7752 추천 : 17 비추천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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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과 상자 -

검찰총장으로 내정된 이후 인사청문회 준비로 바쁜 일주일을 보내고 나서 맞은 토요일, 모처럼 짬을 내어 집에서 화초를 돌보고 있는 한영관의 휴대폰 전화기가 울렸다.

전화기 액정에 뜬 번호는 낯선 것이었지만 그는 망설임 없이 전화를 받았다.

“예, 한영관입니다.”

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예상 밖의 인물이었다.

“초면에 죄송합니다. 종로경찰서 강력반장 천도숩니다. 총장님 피습사건과 관련해서 개인적으로 드릴말씀이 있습니다. 괜찮으시다면 지금 댁으로 가서 뵙겠습니다.”

“그 사건은 종결된 것으로 아는데?.........무슨 일인지 알아도 되겠소?”

“죄송하지만 직접 뵙고 말씀드렸으면 합니다.”

그는 자신의 피습사건에 대해서 거론하는 것이 귀찮았지만 경찰이 만나자는데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그렇더라도 평일 날 집무실로 찾아오겠다는 것이었다면 무조건 거절했을 터이지만 마침 한가한 때에 집에서라면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도직입적으로 집으로 오겠다는 그의 말투에서 일말의 호기심이 일었다.

“이쪽으로 찾아오실 수 있겠소? 집주소를 알려주겠소.”

“주소는 알고 있습니다. 가서 뵙겠습니다.”

그는 근처에서 전화를 했던 듯 10분도 안되어 나타났다. 한영관은 아내가 대화 내용을 듣지 않도록 그를 서재로 안내했다. 서재를 한 번 둘러본 그는 현관에 들어서면서 이미 인사를 했음에도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면서 다시 인사를 하였다.

“천도수라고 합니다. 종로경찰서 강력반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한영관은 두 번씩이나 인사할 생각이 없었으므로 용건을 물었다.

“무슨 일로 나를 찾아왔소? 그 사건에 대한 수사는 중단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곤혹스런 표정이 얼굴에 스쳐지나간 뒤 그는 입을 열었다.

“예, 그런데 범인이 자수를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제가 바로 검사님을 찌른 장본인입니다. 죄송합니다. 벌을 받겠습니다.”

“그렇다면 경찰서에서 자수하면 될 일이지 나를 찾아온 이유는 뭐요? 얼굴을 보니 나를 다시 해치러 온 것 같지는 않고.” 

“제가 이렇게 찾아뵌 이유는 부탁이 있어서입니다.”

“나를 다치게 한 범인 주제에 부탁이라니? 너무 뻔뻔한 것 아니요? 하하하.  그래 그 부탁이라는 게 무엇이요?”

“예, 저를 수사할 검사에게 그런 짓을 한 이유와 배후에 대해서 저에게 묻지 말도록 지시해주시기 바랍니다. 외람되지만 제가 제 발로 걸어왔으니 부탁을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그는 이제야 이해가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자수는 하되 사주한 자를 보호 하겠다? 나는 사주한 사람을 알고 있고 그 것을 밝힐 생각도 없소. 그런데 그냥 가만있으면 덮어질 일을 이렇게 스스로 발설하는 이유가 뭐요?”

“막상 그런 짓을 하고나니 그동안 옳게 살아온 제 인생이 너무 억울하고 자존심이 허락지 않아서 그럽니다. 죄 값을 받고나면 좀 떳떳해지겠지 해서요.”

“만일 당신이 그 일을 거절하고 총장이 딴 사람을 시켰다면 어찌 되었을지 생각해보았소? 내가 아직도 살아 있겠소?

당신이 이일을 맡은 것이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다른 사람이 실수로 나를 죽이게 될까봐 걱정하는 마음도 있어서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소. 나를 병원에 옮긴 것도 당신이었소. 나는 당신을 내 생명의 은인으로 생각하고 있소.

당신이 마음이 편치 않고 자존심이 허락지 않아서 자수를 하겠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자기 자존심 지키겠다고 가족들에게 상처를 주는 짓을 하겠다는 거요? 이곳에 찾아온 것만 보아도 당신은 훌륭한 경찰임에 틀림없소. 찔린 당사자인 내가 용서하면 죄는 없어지는 거요. 나는 당신에게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하고 있소. 그러니 그런 생각 말고 가 보시오.”

“정말 저를 용서해주시는 겁니까? 제가 벌을 받지 않고도 떳떳하게 살 수 있을까요?”

“다시 말하지만 당신은 양심 있는 경찰이요. 앞으로도 그렇게만 살면 됩니다.”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려 그가 할 수 있는 최대의 존경을 표한 다음 한영관의 집에서 물러나온 천도수의 마음은 날아갈 듯 가벼웠다. 이제 한 가지 일만 남았다.

다음 날 천도수는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아침 일찍 눈이 떠졌다. 아침에 자고 일어나서 몸이 개운하게 느껴진 것은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숙면을 취한 탓이고 숙면을 취할 수 있었던 이유는 어제 이후 마음의 짐을 벗어버린 때문이었다.

아내가 깨지 않도록 살며시 자리에서 빠져나왔는데 욕실에서 세면을 마치고 나오니 아내는 어느새 일어나서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일요일인데 아침부터 어디 가시게요?”

아내는 경과가 좋아서 수술하기 전의 모습을 거의 회복했다. 물론 항상, 잠잘 때조차 모자를 쓰고 있는 머리를 제외하고 이다.

“응 전번에 손님이 가져온 사과상자, 그 속에 뭐가 들어있는지 알아?”

“나야 모르죠. 사과는 아니지요?”

“돈이라는데, 그거 당신 줄까?”

아내는 화들짝 놀라면서 얼굴이 사색으로 변한다.

“깜짝이야. 그걸 알면서 여태 집에 두었다는 말예요? 그런데 돈이 들었다면 틀림없이 부정한 돈 아니겠어요?

큰일 나겠네. 나는 그런 돈 필요 없으니 빨리 도로 갖다 주세요. 설마 무슨 짓을 저지른 건 아니겠지요? 너무 늦지는 않았겠지요?

나는 당신 월급이면 충분해요. 제발 딴 마음 먹지마세요.”

“걱정 말아. 나도 어제 알았어. 그래서 오늘 그거 돌려주러 가려고. 오, 당신 돈 좋아하는 사람인줄 알았더니 대단하네, 공무원의 아내가 될 자격 있어.”

“나도 돈 좋아해요. 그렇지만 옳지 않은 돈으로는 절대로 행복할 수 없다는 것 정도는 알아요.”   

그는 아침 식사를 마친 뒤 불안해하는 아내를 안심시키고는 집을 나섰다.  송강식이 가져다놓은 이후로 한 번도 열어본 적이 없는 사과상자를 뒤 트렁크에 싣고 승용차를 몰아 김포에 위치한 ‘희망의 집’으로 향했다.

희망의 집은 보호자가 없는 장애인 아동들을 돌보는 복지시설인데 그는 TV에 방영된 그 곳 아이들의 삶을 알고 나서 큰 충격과 감동을 느꼈다. 그곳에 수용된 아이들은 모두 선천적인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었다. 태어날 때부터 양손이 없어서 발로 글도 쓰고 양치질도 하는 한 소년은 그 또래의 다른 아이들보다 오히려 밝고 최선을 다해서 주어진 삶을 살아나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장애아들의 꿋꿋한 삶의 모습은 그로 하여금 자수를 결심하게 만드는 계기를 제공했다.


그 곳에 도착하기 전 그는 근처 과일가게에 들러 사과를 한 박스 사서 트렁크에 이미 자리 잡고 있는 상자의 위에 실었다. 그래서 트렁크에는 두 개의 사과상자가 실렸다. 하나는 진짜사과가 들어있는 사과상자, 다른 하나는 돈이 들어있는 사과상자였다. 희망의 집에 들어선 그는 우르르 몰려나와서 그를 구경하는 아이들을 지나서 신부복 차림의 원장에게 안내되었다.

그는 턱의 면도한 수염 자욱이 짙고 눈이 깊어서 혼혈인의 인상을 가진 40대 초반쯤 되었을 원장의 얼굴을 보자 대번 안심이 되었다. 원장이 돈을 착복할까봐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얼굴, 그 중에서도 눈만 보면 알 수가 있는 것이다. 무슨 해코지를 하러 오지나않았나 해서 불안한 눈초리로 낯선 방문객을 살피고 있는 원장을 안심시켜야겠기에 천도수가 얼른 용건을 말했다.

“애들 주라고 사과 좀 사가지고 왔습니다.”



본 기사는 펌질을 금한다 (펌질은 아래 퍼나르기 소스만 허용되며 박스 클릭하면 전체선택된다)

글쓴이 :  적단                   날짜 : 2011-10-04 (화) 21:21 조회 : 7752 추천 : 17 비추천 : 0

 
 
[1/4]   고랑 2011-10-04 (화) 21:41
잘  읽고  갑니다
 
 
[2/4]   사원진 2011-10-05 (수) 02:38
* 삭제한 글이다.
 
 
[3/4]   이상형 2011-10-05 (수) 05:02
역시.. 뽕컴에 연재하는 소설중에 젤 잼이따..
(으음.. 혹 또 딴거 엄찌? ㅡ.ㅡ)
 
 
[4/4]   참여물결일다 2011-10-05 (수) 11:33
한영관도 천도수도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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