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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도수는 일주일 동안 휴가를 내고 준비에 집중했다.
우선 희끗희끗한 긴 머리를 검게 염색하고 피부를 일시적으로 팽팽하게 만드는 미국제 화장용품을 구입했다. 장비를 구입할 때와 디데이에 인상착의를 젊은 사람으로 보이게 할 목적이었다. 일이 끝난 다음에는 머리를 짧게 깎을 생각이었다.
준비는 세심할수록 좋다. 이론적으로 범죄자는 준비만 완벽하게 한다면 잡히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반대로 범죄의 표적물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붙잡히는 위험을 감수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범죄자에게는 경계만 철저히 한다면 전혀 기회를 안 줄 수 있다. 범죄의 표적으로서 당하거나 범죄자가 잡히는 것은 언제나 방심과 부주의 때문이다. 그것은 수많은 범죄를 다루어 본 그가 터득한 이치였다.
변장도구 등 프로의 물품을 구할 수도 있지만 직업 킬러가 아닌 그로서는 그런 것을 구하는 과정이 더 위험한 일이었다. 남대문의 등산 용품점에 가서 등산용 칼과 간이용 색, 장갑과 들러리로 몇몇 등산용품을 샀다.
준비를 끝낸 그가 표적에 대한 밀착 감시에 들어간 지 3일이 지나자 그는 당황했다. 전혀 기회를 잡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표적이 집 밖에서 혼자 다니는 경우가 전혀 없었다.
송강식으로 부터 받은 자료에 의하면 새벽에 조깅을 하는 습관이 있다는데 그것도 하지 않았다. 위험을 느낀 표적이 조심하고 있는 상황으로 해석해야 했다. 그런 상황이라면 1-2 주일 안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이다. 자신의 노출을 감수하고 라면 못할 것도 없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시간을 두고 끈질기게 감시하다가 방심하는 기회를 노려야하는 것이었다. 어쩌면 영영 기회가 안 올지도 모른다.
그런데 4일 째 되는 날부터 표적은 다시 조깅을 시작했다. 사람이 별로 없는 새벽의 삼청공원이라면 기회를 잡기가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것이었다.
그가 조깅을 다시 시작한 지 3일째 되는 날 새벽, 천도수는 조깅 코스의 반환점 근처에 있는 떡갈나무 뒤에 몸을 숨기고 그를 기다렸다. 이윽고 달려오던 목표물이 떡갈나무에 접근해오자 그는 산적처럼 갑자기 튀어나갔다.
그는 상대방이 어떤 판단을 내리기도 전에 순간적으로 어깨를 부딪쳐 목표물을 정지시킨 다음 망설임 없이 등산용 칼을 목표의 배꼽 왼쪽 아래 지점에 짧은 동작으로 쑤셔 넣었다가 재빨리 뺐다. 정확히 그가 노린 지점이었다. 거기서 오른 쪽으로 손가락하나 지점을 찌르고 찌른 다음 칼을 한 바퀴 돌렸으면 그는 절대로 살아나지 못할 것이었다. 그러나 찔린 지점은 피를 너무 많이 흘리기 전에 병원에만 간다면 생명에 지장이 없을 것이고 불구가 될 일도 없을 것이었다. 전문가가 상처를 본다면 습격자의 경험 부족으로 살해 목적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판단할 것이었다.
목표물은 후회가 가득담긴 눈을 한번 크게 뜬 다음 정신을 잃고 앞으로 쓰러졌다. 목표물은 소리도 지르지 않았고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는 조깅복의 후드를 쓰고 마스크를 한 채로 재빨리 현장을 벗어났다. 목표를 잘 관찰할 수 있는 덤불 뒤에 자리를 잡고 마스크와 피 묻은 조깅복, 그리고 장갑을 벗어서 칼과 함께 간이용 색에 넣었다. 그리고 숨어서 목표물을 병원으로 데려가 줄 행인을 기다렸다. 행인이 나타나면 멀찍이 주차해 둔 그의 차를 타고 어디로든 가서 색 안에 든 것들을 없애버리면 끝날 것이었다.
그런데 그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10분이 지나도록 행인이 나타나지 않았다. 피를 너무 많이 흘리면 위험해진다. 그는 색을 다시 열고 조금 전에 벗었던 복장들을 다시 착용한 다음 쓰러져 있는 목표물로 다가갔다. 목표물이 흘린 피가 땅을 흥건히 적시고 있었다. 그는 빠른 동작으로 한손에 색을 든 채로 목표물을 들쳐 업고 차로 내달렸다. 차 옆에 목표물을 가만히 내려놓은 다음 차의 뒤 트렁크를 열었다. 색을 트렁크에 넣은 다음 준비해온 방수 비닐과 가짜 번호판을 꺼내었다.
그는 이런 경우가 생길 가능성에 대해서 미리 대비해 두었던 것이다. 그는 방수비닐을 넓게 펴서 뒷좌석 시트에 길게 깔고는 다른 비닐로 목표물을 감싼 다음 차로 옮겼다. 그의 차를 검사할 사람은 없겠지만 가능하면 한 방울의 피도 차에 묻히지 않는 것이 좋았다. 목표물을 차로 옮긴 다음 번호판 위에다 가짜 번호판을 부착했다. 간단하게 부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으로 수십 대의 각종 도난차가 널브러져 있는 차량 보관소에서 구한 것이었다.
이 모든 작업에 3분도 안 걸렸다. 그는 가장 가까운 코리아병원으로 차를 몰았 다. 운전하는 동안 CCTV에 찍힐 것에 대비해 응급실에 도착할 때 까지는 마스크와 모자를 쓰고 있었다. 응급실 앞에 차를 세운 그는 마스크와 모자를 벗고 응급실로 들어가서 다급한 목소리로 들것을 가져오라고 소리쳤다. 응급실에서 나온 두 사람의 사내가 들것에 목표물을 싣고 응급실 안으로 들어간 후 그의 차는 주차장을 한 바퀴 돌아 그대로 병원 밖으로 사라졌다. 주차장에 서서 담배 한 대 피울 시간은 충분했지만 그는 영화 속 주인공의 행동을 흉내 내지는 않았다. 내일은 휴가가 끝나고 출근하는 날이었으므로 남은 뒤처리를 빨리 끝내야 했다.
응급 수술을 받은 한영관은 습격을 당한지 7시간이 지난 정오경 깨어났다. 가장 먼저 연락을 받은 배용석은 한영관의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는 병원 측의 말을 듣고는 그의 USB를 열지 않았다. 대신 경찰에 연락해서 병실 경호를 하도록 요청했다. 그리고 홍진표와 함께 병원으로 달려갔다.
빨리 병원에 옮겨지는 바람에 위험한 상태에 빠지지도 않았고 상처는 그렇게 심각하지 않았다. 수술은 잘 되었고 2주 후에는 퇴원할 수 있다는 의사의 진단이 내려졌다. 그날 오후에 연락을 받은 서석준은 요원경호 명목으로 국정원 요원 두 명을 병실에 추가로 배치했다.
김인철과 서석준이 병원에 한영관을 만나러 온 것은 그 다음 날이었다.
“큰일 날 뻔 했군요. 이만해서 다행입니다........ 누가 했는지 짐작 가는 사람이 있습니까?”
김인철은 자신이 그를 그렇게 만들기나 한 것처럼 죄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짐작 가는 정도가 아니라 사전에 직접 경고까지 하더군요. 죽이겠다고......... 하하하 ”
한영관은 기개를 뽐내기라도 하듯 껄껄 웃으면서 대답했다.
“예에?.........누가요?........ 설마?”
김인철은 그 말에 진심으로 놀랐다.
“예. 총장. 그래서 저는 김형 앞으로 유서까지 써 놓았지요. 일국의 검찰총장이.........., 부끄러워서 원.”
그런 김인철을 놀리듯 한영관은 웃음을 거두지 않고 말했다.
“왜 저에게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경호를 받으셨어야죠.”
서석준은 그런 한영관에게 힐난하듯 말했다.
“창피해서 어떻게 그런 소리를 해요? 그리고 진짜 이럴 줄은 생각도 못했죠.”
웃음을 그친 한영관이 자조적인 어투로 말했다.
“하늘이 한 형을 살렸습니다.”
서석준의 말에 한영관은 고개를 저었다.
“저도 처음에는 운이 좋아서 죽음을 면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여러 정황을 종합해 보면 죽일 생각까지는 없었나 봅니다. 아니면 실행자가 사주한 자의 의사에 반하여 나를 살려주었을 수도 있고요. 나를 찌른 당사자가 병원으로 옮긴 모양입니다. 그자가 붙잡힐 위험을 무릅쓰고 재빨리 병원으로 나를 실어오지 않았더라면 출혈 때문에 위험할 수도 있었다는 군요. 전혀 흔적을 안남기고 사라진 솜씨가 국정원 요원들 뺨칠 정도입니다.”
“그렇군요.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서석준의 물음에 한영관은 담담함을 회복한 어조로 대답했다.
“달라진 게 뭐가 있습니까? 어차피 의원들 움직여서 특검 하는데 시간 걸릴 테니 내가 병원에 있는 동안 빨리 빨리 진행해서 퇴원하자 마자 일 할 수 있도록 준비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겁을 주어서 한 형이 발을 빼게 만들 생각이었다면 그쪽에서 한 형을 한참 잘못 본 모양입니다. 하하하”
쾌활함을 회복한 김인철의 말에 한영관은 맞장구로 답했다.
“총장 자신이 겁쟁이인가 봅니다. 하하”
“범인을 잡는데 우리가 나서도 되겠습니까? 아니 증거를 찾는데........”
서석준의 이 말에 한영관은 단호한 어조로 대답했다.
“수사는 할 필요 없어요. 범인을 알고 있는데 뭘 더 증거를 찾습니까? 경찰에도 수사하지 말라고 요청했습니다. 사주자인 총장은 어차피 다른 혐의로 법의 심판을 받을 것이고, 실행자는 내 생명의 은인 아닙니까?”
“하하하하”
그 말에 김인철과 서석준이 큰 소리로 웃었고, 서석준의 찬사가 이어졌다.
“한 형은 진정한 남자요. 다시 태어날 대한민국의 검찰이 기대됩니다.”
“두 분이 도와주십시오.”
한영관은 의지에 불타는 눈으로 두 사람을 건너다보며 말했다.
소식을 들은 송강식은 천도수가 더 할 나위 없이 일을 잘 처리했다고 생각했다. 한영관은 달라져있을 것이었다. 제 아무리 독한 놈이라도 목숨을 잃을 뻔 하고도 마음이 약해지지 않을 수는 없다. 그러고도 고집을 피운다면 그때 처리해도 늦지 않을 것이었다. 자신에게 실질적인 타격이 다가오기까지는 아직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그에게 다시 손을 대야한다면 살려두지 않을 생각이었다. 천도수는 무슨 일이던 해낼 것이었다. 한영관이 아무리 옳고 대통령의 신임을 받고 있다한들 혼자서 그와 그가 지휘하는 검찰 조직을 당해낼 수는 없을 것이었다. 그리고 자신을 습격한 사람이 그의 사주를 받았다고 한영관이 이야기한다면 세상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었다. 증거는 영원히 찾을 수 없을 것이므로.
공격을 당한 날로부터 5일이 지나서 한영관이 목발을 의지하여 걸어 다닐 수 있는 상태가 되었을 때 송강식이 혼자서 찾아왔다.
“몸은 좀 어떠신가?”
능청스러운 송강식의 말에 한영관은 침을 뱉어주고 싶은 충동을 참아야 했다.
“검찰총장이 어떤 자리인지 아십니까? 체통을 지키셔야지요. 그냥 죽여 버리지 뭐 하러 살려두었습니까? 실수하신 겁니다.”
“나한테 하는 말인가? 자네를 찌른 놈이 실수를 했나보군.”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거 역겹습니다. 여기 녹음장치 있으면 내가 총장님 숨겨둔 딸의 아들입니다. 그러니 직설적으로 말하셔도 됩니다.”
“그러지. 우리의 단호한 의지를 충분히 보여주었다고 생각하는데.......... 자네만 죽이면 끝나. 다시 죽이지 못할 걸로 생각하나? 은밀하게 할 필요가 없어지면 경호원도 소용없어. 물론 자네가 나를 먼저죽여도 되지. 그럴 이유와 필요가 있다면. 우리는 자네가 고집을 피운다면 죽여야 할 충분한 이유를 가지고 있어. 우린 잃을게 너무 많거든.”
“착각하고 계시는군요. 저하나 죽인다고 끝날 일은 아닙니다. 대한민국에 정의로운 검사가 나하나 뿐이라면 몰라도 말입니다. 검찰 내에 부패한 정치검사보다 정의로운 검사의 숫자가 훨씬 더 많기는 하지만 정확하게 검찰 내에서 가장 훌륭한 검사 11명만 더 죽이면 모든 것을 뜻대로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청와대와 국정원이 아무리 우리를 밀어도 검사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지요. 내가 죽으면 11명이 차례로 나서도록 모든 조치를 진작부터 해 놓았습니다.”
“..................당신 말고 또 있다고?”
“그렇소. 정확하게 11명이요. 알았으면 그만 가서 뒷마무리나 잘 하십시오. 제가 퇴원하는 즉시 잡으러 갈 테니까요.”
송강식은 분노의 빛이 한풀 꺾인 시선으로 한참이나 그를 쳐다보다가 말없이 병실을 나갔다.
밖으로 나온 송강식의 몸뚱이는 들어올 때와 다름이 없었지만 정신은 이미 허물어져 있었다.
그는 차를 부르는 대신 따뜻한 햇살이 내리고 있는 병원의 산책로로 나왔다. 거기에는 환자복 차림의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휠체어를 탄 사람, 벤치에 앉아 있는 사람, 산책을 하는 사람들, 최소한 건강에 대한 걱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일진데 모두들 여유롭고 평온해보였다. 그 중에 그 자신만큼 인생의 성공을 거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은 분명했다. 그러나 자신 만큼 시름이 많은 사람 또한 아무도 없어 보였다. 빈틈없는 스케줄에 따라 움직이던 그의 일상이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그는 아내로 짐작되는 늙은 여자를 태운 휠체어를 미는 한 노인을 따라 산책로를 걸었다.
검사가 되고 나서 처음으로 '내가 살아온 길이 틀린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권력을 써서 돈을 챙긴 사실은 분명 잘한 일은 아니었지만 국가에 대한 자신의 봉사에 비한다면 옥의 티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금까지 믿어왔다.
자신이 돈을 밝히는 사람이 아니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돈에 관심을 두었더라면 큰돈을 모을 수 있었지만 그리하지 않았다. 지금의 아내인 돈 많은 집 딸과 결혼한 것도 돈으로부터 자유로워지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막상 그 집안의 돈은 자존심 강한 그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것이었다. 오히려 어쩌면 그 때문에 부정한 돈에 손을 대야만 했는지도 모른다. 부자 마누라와 그 집안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서 그리고 그 때문에 희생된 사랑하는 여자를 돌보기위해서 돈이 필요했다. 그의 생각에는 그가 챙긴 돈은 기업가의 탈을 쓴 도둑놈의 썩어나는 돈, 그중에서도 티끌만한 일부일 뿐이었다. 부패한 정치가들이 기업가로부터 뜯어내거나 이권에 개입하여 챙기는 돈에 비하면 푼돈이었다. 그는 검사가 된 이래 일을 처리하면서 한 번도 국가와 사회와 검찰 조직을 생각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고 스스로 생각했다.
결국은 ‘내 몸 하나 깨끗하게 간수하지 못하면서 사회니 국가니 하는 생각을 한 것 자체가 주제 넘는 짓이었어.' 하는 생각으로 귀결되었지만 인정할 수가 없었다. 그는 후회의 감정을 밀어내고 가슴을 짓누르는 압박감을 받아들였다.
그는 평검사시절 자신이 모시던 총장이 청와대로 불려갈 때 가방모찌로 따라갔다가 검찰총장이 경호실장에게 뺨을 맞는 장면을 목격한 적이 있다.
그 일이 있은 후 그는 두 가지의 결심을 했다. 하나는 자신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검찰총장이 되겠다는 것, 다른 하나는 검찰조직을 단결시켜서 이 나라의 그 누구도 검사를 무시하지 못하도록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이 두 가지 목적을 위해서 그는 자신의 모든 것들을 바쳤고 세상의 변화 즉 민주화와 맞물려서 두 가지가 다 이루어진 듯 했다.
그런데 보이지도 않는 곳에 처박혀있던 자가 갑자기 나타나서 그가 살아온 길이 모두 틀렸다고 하는 것이다. 그자와 몇 합을 겨뤄보니 그는 엄청나게 강했고 천하무적으로 믿었던 자신의 힘은 보잘 것이 없었다. 용의 피로 목욕을 한 전설 속의 전사처럼 약점 한군데 없어 보이는 상대방에 맞서는 자신은 허약한 맨몸을 드러내고 있는 느낌이었다. 무엇보다도 그의 전의를 무너뜨리는 것은 다름 아닌 자신이 걸어온 길이 옳다는 신념에 대한 회의였다.
맞닥트리면 자신이 깨질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그렇다면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만 했다. 끝까지 싸우다가 부하들과 함께 몰살을 당하거나 항복하여 일단 목숨이라도 건진 다음 훗날을 도모하거나.
선택은 후자가 될 수밖에 없겠지만 그는 그 굴욕을 감내할 자신이 없었다.
생각에 잠겨서 병원 산책로를 걷고 있는 그의 어깨를 두드리는 사람이 있었다.
“총장님. 저와 잠깐 이야기를 나누시죠.”
그가 고개를 들었을 때 그의 어깨를 두드린 사내는 여유 있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는 사내의 얼굴을 알아보았다. 이기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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