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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仇甫는 장충단으로, 청량리로, 혹은 성북동으로...... 그러나 요사이 구보는 교외를 즐기지 않는다. (박태원 聖誕祭 277 쪽, 을유문화사 刊)
1. 짜장면, 그리고 크리스마스
혹시 이게 아닐까? 최초의 크리스마스 기념 음식은 겨자 아니었을까? 무염시태(無染始胎) 예수, 그 모르는 자식을 얻게 된 요셉이 수태고지(受胎告知, Annunciation) 황당 시츄에이션에서 울며 먹었던 것이 겨자 아닐까? 동박박사가 가져 온 몰약이 겨자? 그 겨자 냄새가 요셉의 눈을 아리게 하고 정신을 혼몽하게 하여 동방박사들의 수작을 내치지 못하게 한 것 이 아닐까?
그것이 네델란드 <리콜라스 신트 할배 선물>이 되고 뉴욕 맨하탄, 니우암스텔담에서 <양키 산타 할배 프레젠트>가 되서리 유령처럼 돌아 다닌다는 이야기인데... 이날은 아이들에게 짜장면을 사주어야 하는 날... 적어도 70년대 우리 자랄 때는 춘장냄새 짜한 짜장면이 대세였다.
2. 식민지의 아들, 큰웬수 구보, 聖誕祭
수태고지가 있었을지언정 무염시태(無染始胎) 자식을 인정하기 어려운게 아닌가? 그래~ 나라 없는 식민지의 아들, 자격 없는 애비의 자식이었던 구보, 그래서 박태원은 스스로 큰웬수(원수 仇, 클 甫 )라 불러 경성의 거리, 반도의 하늘 아래를 거닐 수 있는 심리적 면죄부를 준다.
그 구보는 염상섭 삼대 주인공 덕기처럼 황금정 청요리 집에서 빼갈 독구리를 홀짝이거나 까페 여급과 삐루를 앞에 놓고서 수작하다가, 강화도 전등사 아래 동네 여관에 숙박비가 없어 볼모 잡힌 악극단 여배우의 몸을 훑는다. 정처 없다. 헤매는 것이다. 그러던 仇甫가 요즈음 교외를 즐기지 않는다고 한다. 왜 그럴까?
3. 크리스마스 때문이었다. 仇甫는, 계집 형제에게 짜장면을 멕인다.
먼저, 언니 영이의 말이다.
---흥! 너도 벨수가 없었던 모양이로구나? 그러게 내 뭐라던? 내 남직 할 것 없이 입찬 소리는 뭇하는 법이다...... 흥! 하고 도 한 번 코웃음을 치고, 문득 고개를 들자, 그 곳 머리맡 벽에가 걸려 있는 십자가가 눈에 띈다. 영이는 입을 한번 실룩거리고 중얼거렸다.
"이 거룩한 밤에 주여! 바라옵건댄 길을 잃은 양들에게도 안식을 주옵소서. 아--멘....흥?"
이렇게 기도를 드려 두면 순이의 꿈자리가 사나웁다거나 그런 일은 없을 게다......
---흥
시작은 동생 순이가 먼저였다.
순이는, 우선 제 형 영이의 직업이 불쾌하여 견딜 수 없다...... 하필 고르다 골라 까페 여급이 됐더란 말이냐? 술 냄새, 담배 연기 속에서 밤마다 바루 제 세상이나 만난 듯이 웃고, 재꺼리고, 소리를 하고......뭇 사내들과 함께 어우러져 갖은 음란한 수작....어디 그뿐이더냐? 이 사내 무릎에도 앉아 보고, 저놈과 입도 맞추어 보고......
잠시 생각해 보아도 구역이 날, 그 여급이란 직업을 택하였던 것이다. 운동회에 영이가 순이를 찾아 헤맨다. 하이칼라 언니를 두었니 어짜고 하다가 알만한 사람이 "껄이야 꺼얼--까페 꺼얼...."이라 뱉는다. 이 말에 확 가버린 순이가 먼저 시작한 것이다.
형 영이가 할말이 없을 쏘냐? 들어 보자.
그래 내가 화냥년이라 하자. 그럼, 너 왜 이 더러운 화냥년이 더러운 짓을 하여 벌어 온 돈으루. 날마다 밥은 먹는 게구, 옷은 입는 게구, 학교는 왜 가는 게냐? 응? 그리구 까페로 찾아와서 친구랑 활동사진 구경가는 돈 일원은 왜 달랐던 거냐?
싸움을 말리던 어미꺼정 사이에 들어 원수 처럼 말이 오고 가는데, 덜컥 영이가 임신 삼개월이란다. 다행히 애 아버지를 맞추어 보는데, 가난한 잡지사 사원이 아니고 전기상회 유복한 주인이라는 생각에 저으기 안심이 되었다. 하지만 그날의 밥거리와 뱃속의 아이 준비를 위하여 까페에 나갔다. 사내들이 떠나 가고 전기상회 주인은 거금 오십원을 들여 놓았다.
순이는 더 이상 학교에 나가지 않는다. 유난스럽게 화장을 하고 여배우가 되겠다고 매양 밤 늦게 들어 오게 된다. 각본 대사를 외우는데......
" 저는 결코 당신을 원망하지 않습니다. 이제 제게 돌아 오는 날도 있겠지요. 오즉 그것을 한 개의 희망으로 저는 애기와 함께 당신을 기다리겠습니다.애기를 위하여는 여급도 그만 두었습니다. 만약 저의 어머니가 그러한 일을 한다고 알면, 아기는 필연코 슬플 게니까요. 저는 외로이 있습니다. 외로이 들어 앉아 삯바느질로 그날 그날을 지냅니다......"
영이는 대꾸 않고 제 처지를 비꼬는 듯 싶으면 혼잣소리만 한다. 이렇다.
어디 좀 두구 보자.나는 벨벨 짓을 다 하다가 이 꼴이 되었지만, 어디 너는, 그래, 을마나 잘되나, 좀, 두구 보자. 흥!...... 오늘 밤두 늦는구나. 크리스마스라구, 그래, 교회당에 간다구 초저녁에 나갔지만, 자정 넘어까지 뭣하러 게들 있겠니! 흥!
이렇게 삯바느질하다 갓난애에게 젖꼭지 물리는데 동생 순이가 눈을 맞고 들어 온다. 마루로 올라 오지 않고 망설이는 모양이더니 마침내 방긋이 미닫이를 열고 그틈 안으로 안을 엿본다. 영이는 반짇고리를 치우고 아이를 안아 들고 안방으로 건너 가려는데 머리 맡 벽에 십자가가 걸려 있다.
"전에 나는 그런 때마다, 네 이부자리를 안방으로 날랐다. 이번에는 마땅히 네가 내 이부자리를 나를 차례다. 흥! "
"나는 언제는 그 이튿날 아침이면, 사내를 졸라 식구 수효대로 짜장면을 시켜왔다. 참말이지 이 동리 청요리집에서 시켜다 먹을 것은 그것 한가지 밖엔 없다. 하건만, 너는 그것을 더럽다고 한 번도 입에 대려 들려 않았다......나는 그러나 내일 아침에 어디 한 번 맛나게 먹어 볼 테다......"
곁에 드러누운 어머니와 또 아버지의 얼굴을 차례로 바라보았다. 알고 계실 거다. 그러나 놀라지도 않고 또 슬퍼하지 않는다.
---너마저 집안 식구에게 짜장면을 해다 주게 됐니? 너마저 너마저......
4. 퀴즈: 동방박사가 요셉에게 선물한 몰약이 겨자 맞지? 아님 짜장?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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