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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청일 웃겨보자고 시작한 것이
술래잡기였다.
꿈속에서도 언제나 외로웠던 심청인
오랜만에 제또래의 애들과
뜀박질을 하였다.
붙잡혔다
술래가 되었다.
얼마 후 심청은
눈 가리기 헝겁을 맨 채
한 동안 서 있었다.
술래잡기 하던 애들은 안됐다는 듯
심청을 위로해 주고 있었다.
글 제목으로 붙인 '어제를 동여 맨 편지'는 황동규 싯귀절이다.
어제부터 오늘 사이 십일 년이 가고 십이 년이 왔다.
1과 2사이에 막걸리를 마시고 어제와 한 해를 묶어 동여 맸다.
새벽에는 아침산(峨旦山)에 올라 아버지께 차례를 올릴 것이다.
인천 앞 바다,
팔미도를 떠나던 일제의 잠수함이 미끄러지듯 침몰하였다는
돌아 가신 아버지 눈 앞 풍경은 65년 전 일이다.
제국주의의 잠수함이 좀 더 바다로 더 나아 갔으면 '인당수 처녀 치마 자락에도 깜작 놀래'는 <동방명주> 정태춘이, 박은옥이 '시집 올 때 가져온 공단 한 필'의 운명도 속였을 것인데...심봉사와 심청이도 그렇고, 아버지와 나도, 아들놈들도 운명이 달라졌을 거란 말이다.
여하튼 새 해를 그냥 맞는 것이 밋밋해 김종삼 시 한 수를 옮겼다.
홑이불청 시침바늘 허리에 무명 실을 비끄러 동여 맨 기분이다.
그 또한 미끄러지겠지만 다시 또 동여 매어 볼 일이다.
또 다시 해가 뜨지 않으면 모를까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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