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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을 그냥 넘기지 않았다. 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 수련장에 정4각형 안에 그려져 있는 도형의 넓이를 계산하는 문제가 있었다. 나는 그 문제를 풀려고 1주일 동안 씨름을 했지만 아무리 해도 풀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선생님이 풀어주기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선생님은 “이 문제는 너희에게 너무 어렵다.”면서 그냥 넘어가는 것이었다. 실망한 나는 중학생이 된 후에도 그 문제를 계속 붙잡고 늘어졌고, 주변 사람에게 묻기도 했지만 풀어주는 사람이 없었다. 소심했던 나는 수학 선생에게 물을 생각까지는 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중3이 되어 피타고라스 정리를 배우게 되었을 때 비로소 그 문제를 풀 수 있게 되었다. 중1 때였다. 시골길을 걷다가 전봇대 위에 눈사람처럼 생긴 하얀 사기 용기를 보게 되었다. 그 용기는 절연체인데 이름이 생각 나지 않았다. 이름이 초등학교 3-4학년 때 교과서에 있었고 글자가 2자인 것 까지는 생각이 났지만 아무리 해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나는 이름을 기억하려고 시간이 있을 때마다 생각했지만 알 수 없었고 사람들에게 묻고 다녔지만 아는 사람이 없었다. 철물점 주인에게 묻기도 했는데 철물점 주인은 ‘조삥’이라고 알려 주었다. 조삥은 내가 알았던 이름이 아닌 일본 말이었다. 나는 계속 이름을 기억하려고 했다. 그렇게 3년이 흐르던 어느날 불현듯이 이름이 머릿속에서 떠오르게 되었는데 그 이름은 ‘애자’였다. 그 때 나의 기쁨은 하늘을 찌르지 않을 수 없었다. 30대 후반이 되었을 때 나는 또 다시 ‘고침단명(高枕短命)’에 집착하게 되었다. 고침단명은 ‘베개를 높이 베면 명이 짧다’는 뜻으로 그와 연관되는 내용으로 ‘삼천갑자 동방삭이는 잠 잘 때 창호지 한 장을 베고 잤다.’는 말도 있다. 나는 옛적부터 전해져 온 말을 소흘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현대인은 과거인에 비해 엄청나게 많은 지식을 갖게 되었지만 지혜에 관한 한 옛날 사람들을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고 생각이었다. “베개를 높이 베면 무슨 이유로 명이 짧아질까?” 그러다가 2-3일 만에 그 이유를 알게 되었는데 그것은 내가 음과 양, 조화(造化)의 이치를 조금 터득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어른들이 베개보다 목침을 더 많이 베고 잤다는 사실에 있었다. 목침은 나무로 만든 베개로 모서리의 각이 날카로워서 잘못 베면 뒷머리가 아파서 벨 수가 없다. 그런데도 어른들이 베개보다 목침을 더 많이 벴던 것으니 나는 그 이유를 알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왜 목침이 베개보다 더 좋을까? 어른들이 잘못 알았을까? 나의 집착증이 또 다시 시작되었다. 나는 이유를 알려고 서점과 도서관에서 책을 뒤지기도 했지만 그런 것을 설명해 주는 책도 없었고 나이가 많은 사람, 목침을 베고 자는 사람도 속 시원하게 대답해주지 못했다. 그렇게 4년이 흘렀다. 그러던 어느 날 머릿속에서 섬광처럼 반짝하고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알고 보니 너무나 쉽고 간단한 것이었다. 컬럼버스가 달걀을 세운 것 같은 간단한 것을 내가 알고 이해하는데 4년 세월이 걸렸던 것이다. 내가 추구한 것은 지식이 아니라 지혜였다. 내가 세상의 지식을 모두 섭렵할 수 없다면 차라리 지혜를 추구하는 것이 훨씬 더 유익하고 빠르다고 생각을 했다. 나의 공부는 사색과 화두가 대부분이었다. 이해가 되지 않는 것, 사람들이 설명하지 못하는 것을 화두(話頭)로 삼고 사색을 계속하다 보면 머릿속에서 불현듯이 떠오르는 것이 있는데 사람들은 그것을 영감(靈感), 악상, 아이디어. 직관 등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이 게시물은 관리자에 의해 2012-05-12 13:00:09 생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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