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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산, 나는 그곳을 쳐다보네. 큰 길, 나는 그곳을 걸어가네'
시경에 나오는 이 시를 고난을 같이 겪어낸 아내와 아들에게 보낸 역자 김종익의 책을 보며 시대에 흐름에 매몰된 개인의 삶과 역사를 생각해 본다.
내게 이 책의 번역은, 정치권력에 의해 부정당한 자기 존재를 증명하는 서글픈 증표이기도 했다. 불의한 정치 권력이 장악한 국가를 상대로 개인이 ‘보편세계의 가치’를 주장하는 일은, 삶의 부조리를 끊임없이 확인하는 허망의 반복이었다. 그런 부조리에 압도당한 인간은 자기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자기 파멸, 바로 죽음의 유혹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죽음만이 가장 확실하게 자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으니까. 그렇다, 이 책의 번역은 한 미천한 영혼이 불의한 정치 권력에 맞서 싸우며 끝내 자기 파멸에 빠지지 않겠다는 절규를 내질렀던 시간의 증표인 셈이다.
김종익의 후기 중에서
http://cafe.daum.net/happyfarming
우스미아이코, 무라이 요시노리가 1980년도에 출간하였고 새로운 자료와 사람들을 만나 '추기' 형식으로 기록하고 원본을 재현하는 것을 한국어로 출간하는 기본으로 하였다고 한다.
조선의 젊은이들이 자의건 타의건 군무원이 되어 자신의 삶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남부 아시아의 여러 나라를 떠돌기도 하고, 군인도 아니고 민간인도 아닌 군무원으로 역사의 회오리에 휘둘리며 포로들을 감시 통제하는 역할을 하고, 포로들이 버마와 타일랜드를 이어가는 철도를 밀림 속에서 만들어가는 살인적인 공사를 기아 속에서 하는 일에 동원되기도 하여서 전쟁이 끝난 후에 전범으로 기소되고 희생당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중에 고려독립청년당원들이 있어 독립운동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인도네시아 혁명에 뛰어들어 독립의 영웅이 된 사람들도 있어 잘 몰랐던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일본인들도 일본에 돌아가지 않고 인도네시아에 남아 독립운동에 참가한 사람들도 많았다고 한다. 그곳에서 결혼을 하거나 그곳에 남기로 한 사람들이 그곳에서 자유의지건 떠밀려서건 인도네시아 독립운동을 하였다는 게 신기한 일이기도 하다. 일부는 그곳에 남아 새로운 삶을 살았다고 한다.
어쩌다 잠깐 보았던 그들의 이야기가 머나먼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날 우리 삶과 무엇이 다를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우리들도 기회를 찾아 다른 곳으로 가서 공부도 하고 일도 하고 희망과 절망도 느끼지 않는가.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았던 그들에게 안식이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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