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첨단기술, 경쟁, 이기심..’ 최근 이런 책들과 씨름하다가 기분 전환 겸, 살짝 다른 시선에서 나온 기술인 <적정기술>을 간단히 소개하고자한다.
1.
적정기술은 몇 가지 다른 이름으로도 불린다. 그 이름들을 아는 것만으로도 적정기술에 대해 대략적 파악이 가능하다.
① 적정기술 : 인류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데 필요한 기술이며 환경, 윤리, 도덕, 문화, 사회, 정치, 경제적 측면을 두루두루 고려한 적정한 기술
⓶ 중간기술 : 선진공업국의 대규모적인 자본집약적 테크놀로지와, 개발도상국의 토착적인 테크놀로지 중간에 위치하는 테크놀로지의 집합
⓷ 대안기술 : 현대 산업사회의 근본에 대한 비판적 재검토의 수단으로써 주류 기술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기술의 대안
ex) 자전거의 가치에 대한 재인식, 풍력, 태양광과 태양열 등 재생 에너지에 대한 관심 등등
⓸ 인간의 얼굴을 한 기술, 따뜻한 기술 : 인간에 대한 깊은 관심과 이해를 가진 하나의 철학이자 세계관
⑤ 작은기술, 소규모기술 : 속도전에서 벗어나고 규모의 경제와 대비되는 기술
보통 가난한 이들을 돕기 위해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하는 것이 기부다.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돈이나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생필품, 식량 등등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부는 일시적이고 제한적이다. 그들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돈과 물질이지만 ‘정말’ 필요한 것은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힘이다. 그것에 착안되어 만들어진 기술이 적정기술이다.
2.
적정기술은 자본주의에서 살아남도록 약자(소외된 계층)에게 경쟁력을 키워주는 기술로써 E.F.슈마허가 제창했다. 보통 개발도상국을 상대로 하는 기술이라고 알려져 있으나 무분별한 기술개발로 오는 다양한 문제에 대안을 제시하기 때문에 장소에 상관없이 적용할 수 있다.
* 슈마허는 '중간기술'로 표현했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
적정기술은 많은 투자가 필요하지 않고, 에너지 소모가 적으며, 누구나 쉽게 배우고 적용할 수 있어 유지보수가 가능해야 한다. 또한 가급적 현지에서 생산하는 재료를 쓰고, 적은 규모의 사람이 모여 제품을 만들 수 있어야한다. 사람들의 허영을 위한, 10%의 소수들을 위한 기술이 아니라 나머지 소외된 90%를 살리는 기술, 즉 ‘인간의 얼굴을 한 기술’인 것이다. 고기를 잡아주는 것이 아닌 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는 것. 그래서 그들이 스스로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적정기술의 핵심이다.
세상이 가난과 싸우는 방법을 변화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킥스타트(Kick Start)의 디자인 원칙을 보자면 적정기술의 핵심을 보다 명확히 파악할 수 있다.
⓵ 소득발생 : 모든 도구에는 수익성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수반되어야
⓶ 투자액 회수 : 기회는 수천 명 사람들에게 주어져야 하며, 사업은 6개월 내 투자금액 회수가 가능할 만큼 수익성이 좋아야 함
⓷ 저렴한 가격 : 100달러 이내의 가격에 팔리도록 디자인 할 것
⓸ 에너지 효율성 : 인력에 의해 작동되어 이를 기계에너지로 전환시키는 데 최고의 효율을 보여야 함
⓹ 인체공학 및 안전 : 부상 없이 오랜 기간 사용할 수 있어야
⓺ 이동성 : 맨발, 자전거, 미니버스 등을 통해 운반될 수 있도록 작고 가벼워야 함
⓻ 설치와 이동성 : 추가적인 도구나 교육 없이 설치 및 사용이 용이해야 함
⓼ 강도와 내구성 : 극한의 환경 속에서도 견딜 수 있도록. 품질 보장 기간은 1년
⓽ 생산능력에 맞춘 디자인 : 해당 지역사회에서 구할 수 있는 원자재나 공정을 디자인에 반영해야
⓾ 문화적 수용도 : 기술이 지역의 관습에 맞춰야
⑪ 환경적 지속가능성 :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주어선 안 됨
3.
다음은 적정기술로 만들어진 제품들을 몇 가지 간단히 소개하겠다.
(일반적으로 개발도상국에서 사용되고 있는 예임)
1. 라이프스트로우(life Straw)
- 빈곤층의 절반 정도가 수인성 질병(깨끗하지 못한 물을 마심으로써 얻는 질병)으로 고통 받는다. 이것은 휴대가 가능한 개인용 정수기로 수인성 질병을 예방한다.
2. 항아리 냉장고(Pot in Pot Cooler)
- ‘항아리 속 항아리’라고도 불리며 두 항아리 사이 공간에 모래와 물을 채워 물이 증발할 때 내부의 열을 빼앗는다. 나이지리아 농부들은 이 냉장고로 더 신선한 제품을 팔아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되었다.
3. 큐 드럼(Q-Drum)
- 수인성 질병에 취약한 전 세계 시골지역인들은 깨끗한 상수원으로부터 수 킬로미터 밖에서 살아간다. 그들의 중요한 일과인 물 옮기기를 보다 쉽고 안전하게 운반할 수 있도록 고안되었다.
4. 머니메이커 힙 펌프(Moneymaker Hip Pump)
- 보통 소평 농장들에 팔리며 평균적으로 이 펌프를 사용한 농가는 순수익이 125달러 이상 증가, 3~4개월 이내에 시설을 3배로 확장했다.
5. 사탕수수 숯(Sugarcane Charcoal)
- 아이티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나무 숯은 산림황폐화, 호흡기 질환 등을 야기한다. 사탕수수 숯은 나무 숲의 대안작품이다.
적정기술은 단순한 ‘선의의 마음’이 아니다. 또한 적정기술은 개발도상국을 위한 일방적인 원조도 아니다. 나와 우리. 그리고 우리 다음 후손들이 살아갈 이 세계를 위한 기술이다.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에 치여 앞만 보고 달려가는 우리에게 진정으로 인간을 위한 기술은 무엇인가에 대해 잠시나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참고도서: 적정기술(36.5도의 과학 기술) / 소외된 90%를 위한 디자인 / 작은 것이 아름답다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