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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5 14:00:01 작가와 행복 흔히들 꿈을 이룬 사람은 행복하다고 한다. 작가로서의 길을 걷게 되었다면 꿈을 이룬 사람이니 행복하다고 해야 할까. 물론 자신이 추구해왔던 가치를 펼치기 위해 자신에게 고여 있었던 정신적 자산을 세상을 위해 베풀 기회를 갖게 되니 적어도 최소한의 정신적 행복은 확보한 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어려운 의미 말고 작가에게 일반인으로서 생각할 수 있는 보통의미의 행복은 어느 만큼 있을 수 있을까. 물론 베스트셀러를 낸 이후 명성을 얻어 사회적 대우를 받으며 부유한 환경에 여가시간도 많이 갖게 된 작가는 분명 (일반적 관점에서)행복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작가로서의 진정한 정체성은 작품 창작후 여가를 갖는 시절보다는, 작품창작을 위한 노력의 과정 그리고 그 작품을 창작하는 동기를 갖게 되기까지의 인격형성과정에 진정한 의미가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 문학작품은 실상이 아닌 허구이다. 세상의 주된 움직임에서 모순되거나 부족한 것을 허구로나마 보충하여 사람들에게 들려줌으로써 세상의 實在 요소만으로는 정신적 만족을 얻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가상의 만족을 주기 위함이다. 이와 같이 세상의 모순과 결핍을 보충할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은 당연히 그러한 문제를 일반사람보다 더 심각하게 겪었을 것이리라고 보는 것이 자연스러운 추정이다. 실제로 세계의 주요 작품 중에는 작가의 절실한 경험이 밑바탕이 되었던 예가 많으며 국내의 작가들도 直前세대라고 볼 수 있는 황석영, 이문열, 신경숙 씨 등은 개인적인 절실한 경험을 숨기지 않음으로써 적어도 작가로서의 형성과정이 ‘행복한 작가’는 아닐 것임을 짐작케 하고 있다. 여기서 변화가 일어난 것이 1990년대 중반부터 형성된 신세대작가군이다. 당시 경제발전이 이룩되고 일제시대, 해방후의 혼란, 전쟁, 가난, 군사혁명, 민주화 등 사회적 갈등요소가 어느 정도 마무리 되었다고 판단한 한국문학계는 이제는 새로운 작가세대 형성의 필요성을 갖게 되었다. 한편 국가경제의 안정(?)과 함께 상업자본의 효과적인 운용도 문학계의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생산성의 효율이 생명인 일반기업에서 임직원의 조직체계상 질서가 안정되어야 생산성을 낼 수 있듯이 문학一般도 어느 정도의 예측 가능한 행동양태의 구성원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즉 문학계주체는 더 이상 야생마를 포획하려 다니는 카우보이와 같은 불안정한 경영을 지양하고 마굿간의 馴馬를 길러야 할 필요성을 갖게 된 것이다. 그런데 작가의 정체성의 중심이 그 작가 특유의 생성배경에 있다면 순마를 길러낼 목장주의 목적은 이뤄지기 어렵다. 작가 생성의 관건이 그 작가 고유에 말미암지 않고, 운영주체가 정한 비교적 객관적인 기준에 따른다면 작가군은 한층 원만한 교섭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즉 이제는 어떤 특별한 경험이나 절실한 사정이 배경에 있지 않는 ‘일반인’중에서 글쓰기의 실력이 가장 우수한 자를 작가로 선발하는 시스템이 요구되었던 것이다. 고시 선발하듯이 폭넓은 대상 중에서 최우수자를 뽑는 의미가 있으니 어찌 보면 과거보다 더욱 ‘우수한’ 작가를 선발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러한 시스템의 효과성에 대한 의문은 당시에도 충분히 가질 수 있는 것이었지만, 의사와 약사와는 달리 ‘선발방식이 잘못 되었더라도 그다지 심각한 결과는 나오지 않는’ 문단에서, 섣불리 예단하여 목소리를 높일 여지는 누구에게도 없었다. 다만 이미 15년여가 지난 오늘날에 있어 그 결과를 두고 조심스럽게 비평할 수 있을 뿐이다. “행복한 중에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다.”,“작가는 어떤 심각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들 알기도 하는데 나는 전혀 고생이나 고민 같은 것 없이 살아왔다.”하며 자신의 행복을 과시하였던 그 신세대 작가들이 결코 주류사회구성원으로서의 우월감을 과시하는 못된 마음에서 그러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다만 新문학세대 형성의 의무감에서 이탈하지 않고 흐름을 거스르지 않았을 뿐이리라고 본다. 물론 인간 경험의 절실함은 상대적인 것으로서 어떤 기구한 운명이 작가로서의 요건은 아니다. 일반적 기준으로는 본래부터 행복하였던 자도 얼마든지, 쉽사리 보이지 않는 세상의 개선점을 발굴하여 작품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 그러나 창작품은 독자의 정신적인 향상을 위한 것이지 작가 자신의 정신적 행복을 위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아름다운 음악을 듣게 하기 위하여 바이올린 주자는 목을 삐뚜로 하고 양팔이 균형 없이 왜곡된 자세로, 팔과 손가락 근육의 올바른 성장과 유지를 위해서는 해가 되었으면 되었지 도움은 되지 않는 반복운동을 한다. 마찬가지로 독자에게 정신적 공감을 일으킬 문학작품의 탄생은 창작자의 행복에는 그다지 보탬 되지 않는 많은 과정을 거쳐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우리는 담담히 받아들여야 하겠다. 작가와 경험 (수년전 동인문학상 심사위원님들께 드렸던 공개서신) - 아무리 겪어보지 않았다 한들 그렇게 모르십니까 사람들은 흔히들 작가의 작품은 경험을 통해 창작되어진다고 여긴다. 근래들어 경험보다는 많은 독서량을 통해 창작의 원천을 찾는다는 젊은작가群이 조명을 받은 적도 있으나 간접경험에 의한 창작은 마치 上映되는 映畵를 촬영한 것과 같이 생생함을 잃음도 널리 수긍되고 있다. 그러나 역시 문학작품은 실록이나 수기가 아닌 靈的加功인 만큼 결코 경험이 절대적인 요소는 아니다. 단적인 예로 H.헤세는 <知와사랑>등 많은 작품에서 現實以上의 理想을 찾아 방황하는 주인공을 그려냈다. 특히 <크눌프>에서는 촉망받던 젊은이가 사랑에 빠져 인생을 방황하고 결국 사십이 넘도록 자신의 家庭과 安定을 갖지 못한 채 ‘실패한 인생’을 사는 사연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다 알 듯이 헤세 자신이 그러한 인생을 살지는 않았다. <크눌프>를 쓴 나이는 사십세 이전이었고, 그의 사회적 성공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자연인으로서의 그는 이미 적령기인 27세에 결혼하여 세명의 자녀를 둔 바도 있는 것이다. 要는 작가의 역량은 굳이 작품에 인용될만한 모든 과정을 구체적으로 겪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자신의 한 때의 체험을 강한 소화력으로 자양분化하여 생에 대한 一貫된 비전을 체계화할 수 있다는데 있을 것이다. 지난번 IMF시대로부터 어쩌면 지금까지도 이어져오는 경제난국에서, 한창 가정과 주변에 책임이 많은 중년가장이, 청춘을 바쳐왔던 회사로부터 해고당하여 어려움을 겪는 이야기는 분명 소설가들에게 많은 소재를 제공해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 모두가 회사로부터 정식으로 정리해고를 당한 사람은 아니다. 사직권고를 받은 사람도 많지는 않고 오히려 사직만류를 인사치례로 받은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회사는 어려워지고 자기가 맡은 분야의 실적은 안 오르고… 젊은 신입사원보다 생산성을 올리지 못하는데 그들보다 높은 월급으로 회사에 부담을 주고… 동료와 부하들에게 나이에 걸맞는 존경과 대접을 받아야 하는데 그들의 눈치는 싸늘해져 가기만하고 은연중에 당한 무시와 굴욕으로 기분傷하는일이 한두번이 아니지만 그걸 해소할길도 없고… 회사를 다녀보지 않은 사람으로서는 ‘좀 불만스럽다해도 처자식들을 위해서 참고 다녀보지 그러느냐’ 할수 있지만 도저히 버티지 못하는 것이 당사자들인 것이다. 작가 중에는 이러한 입장을 겪어본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을 것이다. 특히 젊었을떄부터 문단에 당당한 자리를 차지했던 작가는 남의 의중에 휘둘리는 처지를 겪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찰력있는 세계관으로, 자신이 겪지 않은 세상을 그릴 수 있는 것이 바로 작가이다. 기업의 경우, 큰 목적을 가지고 출발한 사업부가 수년이 넘도록 아무 결과를 얻지 못하고 오히려 갈수록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면 책임자들은 문책을 기다리기도 전에 벌써 낙엽지듯이 사직하고 떠나는 것이 상례이다. 동인문학상이 우리 문학을 중흥하고 미래의 길을 제시한다는 목적을 두고 확대개편되어 출발한지 수년째이지만 우리문학은 갈수록 내리막길을 걷고 미래도 불투명하다. 계속 이와 같은 체제로는 사회적 역량만 소모시킬 것은 분명하다. 물론 조선일보 관계자의 정중한 대우는 아직도 당사자들에게 분위기를 파악하기 어렵게 할 것이다. 관계가 얽혀있는 담당자들로서는 다분히 진심일수도 있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비중있는 문학상은 조선일보 회사하나를 위한 것이 아니다. 사회의 公器로서의 문제이다. 어떻게 해야 문학전반의 누적된 문제를 해결할수 있나 판단하기는 상식인으로서는 그리 어렵지 않다. 아무리 겪지 않았다한들 그렇게 모르십니까. 소설은 그저 거짓말인가 요즘 市井(시정)은 물론이고 언론에서도 어떤 황당무계한 이야기가 나오면 “소설 쓰냐?”하며 빈정대는 경우가 많다. 소설가라면 참으로 기분 나쁜 표현이고 심지어는, 기자들 상당수가 글쓰기하면서 문학을 꿈꿔왔는데 안되니까 소설가에 대한 억하심정으로 비하하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소아병적인 생각도 하게 된다. 과거와 달리 이렇게 소설이란 말이 가볍게 쓰이게 된 것은 무엇보다도 우리문단의 퇴보로 소설가의 사회적 위상이 낮아진 것이 이유일 것이다. 물론 컴퓨터 통신의 발달로 누구나 인터넷에 작품을 발표할 수 있으니 소설가란 말에 어떤 특정한 지위의 의미는 없다. 다만 소설을 쓰고자 하는 자의 마음이 진실로 무엇인가가 제대로 알려져야 하는 것이다. 소설은 거짓말을 하기 위해 쓰는 것이 아니다. 연기자가 사기에 능한 사람이 아니듯이 소설가 또한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다. 소설을 쓰게 되는 동기는 알리고자 하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있는 그대로를 전하는 것은 물론 중요하지만 당초 매우 의미 깊은 사건도 눈에 보이는 실제만을 전달하다보면 사람들 사이를 전해져 가면서 점차 그 의미가 감소해나간다. 이것은 음성 및 영상의 정보통신도 수신자에게 도달하기까지 통상 본래 정보의 손실이 있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의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본래 사건의 참의미를 유지하면서, 사실전달능력의 부정확성과 듣는 이의 부주의로 인한 사실정보의 손실 등 의미전달의 손실요소를 보완하기위하여, 인간에 의한 창작을 더한 것이 소설이다. 여기서 본래의 사건이란 반드시 한 개의 특정사건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유사한 공통점을 가진 複數의 사건들을 지칭할 수도 있다. 이러한 복수의 사건을 종합하여 공통점을 가진 배경으로 꾸며나가는 것이 (어느 實在했던 특정사건에 근거하지 않은) 순수창작소설이 되는 것이다. 진리에 대한 인간의 무지와 부정확을 보완해주는 의미에서의 소설의 의미는 어쩌면 평이한 서술문으로 단번에 說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아무튼 서둘러 단정적으로 말하자면 소설은 거짓말이 아니라, 참말을 보완해주는 것이다.
제5세대 작가들의 역할이 필요할 때
量詞(양사)로서의 四는 좋은 수이다. 四肢(사지)는 인간과 모든 주요 동물들에게 공통되고 우리의 일상은 네모진 물건 속에 파묻혀 있다.
그런데 序數(서수)의 경우에 있어 四는 썩 좋은 차례는 아닌 듯 작용하고 있다. 사회의 변천을 두고 볼 때 맨 처음 正 이 자리를 잡으면 그다음 反이 두 번째로 등장한다. 그리고 正과 反의 合으로서 세번째 상태가 안정화된다. 그런데 세번째의 다음은 무엇인가. 이미 안정된 바 있는 제3의 상황이 수명이 다해 도래하는 그 다음의 상황은 통상 규정짓기가 어렵다. 그렇기에 지나고 보면 무모하고 합리성이 결여된 설정이었음이 반성되기도 한다. 가깝고 알려진 예로 우리의 근대사에서 건국후의 제1공화국 그리고 독재정권의 문제점이 드러난 후의 제2공화국이 있었다가 다시 나타난 사회혼란의 문제점을 시정하기 위해 제3공화국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제3공화국이 충분한 집권연한을 지나고 다시 새로운 사회분위기가 요구되었을 때 이른바 유신정권 즉 (자칭은 아니지만) 제4공화국이 있었던 것이다. 한국의 1980년대까지의 문학을 제3세대문학이라고도 한다. 개화기의 신문학을 제1세대 식민지와 전쟁의 수난시대를 제2세대라고 한다면 이제 그 시기를 거쳐 어느 정도 통합과 완성을 이룬 문학세대라고 평했던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문학관을 표방했던 <제3세대한국문학>전집은 매우 높은 판매고를 얻었고 ‘제3세대문학’시대는 실로 한국문학 최고의 부흥기라고 볼 수 있다. 이후 1990년대에 새로운 정체성을 형성하려 했던 작가군을 굳이 타의적으로 命名하자면 제4세대가 되는 것이다. 산업화도 성숙기에 이르고 물질의 풍요 속에서 이제는 우리사회의 갈등 문제에 치중하기보다는 순수하게 인간본성을 탐구하는 ‘진짜순문학’을 해보자는 것이 제4세대 문학의 주된 지향이었다. 이에 따라 신세대 작가도 되도록이면 ‘세파에 찌들리지 않고’ 구김살 없이 자라난 젊은이를 선호하게 되었다. 제4세대의 작가군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앞서 말한 신세대 기준에 부합되며 주류문단의 적극적 지원을 받았던 오렌지풍 작가층이 있고 반면에 기존의 문단풍토를 그대로 답습하여 문단에 진입하였으나 바로 위 제3세대작가군의 막내층에 밀려 충분한 시대적 광휘를 보이지 못한 작가층이 있다. 전자는 현재 나이가 아직 30대가 대부분이고 많아야 40대쯤이지만 본래 그 자신의 강한 동기에 말미암은 작가형성이라기보다는 문단시스템의 시대적 배려에 따른 성격이 짙기 때문에 그러한 支援의 動機가 희박해진 지금 자발적인 文學推動力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후자는 현재 대체로 50대 중반으로서 작가로서 젊다면 젊다고 할 수는 있겠으나 이미 오랫동안 문학의 길을 걸어온 이가 갑자기 신선한 轉機를 일으키는 변신을 하리라 기대하기는 어려운 시점이기도 하다. 이런 중에 아직도 갓 60대에 불과한 바로 윗세대 유명작가들의 벽을 넘기는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 여하튼간 제4세대문학의 시대가 이미 이십년 가량 지속되어 그 결과가 실증되고 있는 현실에서 이미 문학인이라면 실감하고 있는 현상황을 굳이 별도로 서술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이제는 제5세대문학이 형성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제5세대문학은 어떠한 가치관에서 이루어져 나가야 할 것인가. 그것은 아무도 제시하지 못한다. 다만 앞의 세대에 속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문학인이 있다면 스스로의 실천으로 내보이게 될 것이고 누군가 그들간에 공통점을 파악할수 있다면 이윽고 그 정체성도 형성되어 갈 것이다
소설 <千年의女皇>과 1990년대 페미니즘 그리고 지금의 여성관 소설 <千年의女皇>의 초판발간당시(1995년) 페미니즘 붐이 있었다. 천년의 여황도 그 추세에 영향을 받아 창작되었다고 해도 부인할 수 없다. 다만 당시의 페미니즘은 일종의 진보좌파 운동으로서, 여성들이 그동안 억압받았던 역사를 극복하여 남성들 못지않은 능력으로 세상을 이끌어나가자는 그런 의미가 컸다. 즉 각각의 事案에 대하여 여성과 남성의 차이에 대한 ‘편견’을 불식하고 여성과 남성은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시몬느보봐르식의 ‘후천성 女性’배격운동에 중점을 두었던 것이다. 일례로 당시의 여성논객은 치마를 여성억압의 상징이라고 하면서 ‘과거에는 남자도 정장으로 치마를 입었지만 활동이 편한 바지로 바꿔 입게 되었다. 그러면서 지금은 여자에게 치마를 강요(?)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것은 전적으로 틀린 생각이다. 물론 과거에는 국왕 장군 등 위엄을 과시하는 높은 지위의 남자들이 ‘치마’를 입었다. (지금도 성직자 복장에 남아있다.) 이것은 마치 숫사자의 갈기, 수탉의 벼슬과 같이 자신을 더 크게 돋보여 상대에게 권위를 높이려는 의도인 것이다. 하지만 남성에 의한 정복과 경쟁적 지배가 포화상태에 이른 현대사회에서 남성들은 자신을 돋보이기는커녕 머리와 수염을 깍고 넥타이를 매며 男性을 ‘억압’해야 ‘안심하고’ 대해주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에 반해 여성은 자신을 과시할 수 있는 권리를 유지하고 있으며 그것은 또한 단지 物的요소로 남성과 맞서기에는 약하기 마련인 여성의 생존방법이기도 하다. 1990년대의 반항적 페미니즘조류 하에서 <千年의女皇>에서의 ‘진정한 女性’을 향한 주장은 한창 남녀대항논리에 물들어 들뜨고 있었던 그 시대의 평론자들에게 오히려 거북하고 심지어 적대시될 수밖에 없었다. <천년女皇>출간 후 모 대형출판사는 <이갈리아의 딸들>이라는 여성지배(母性에 의한 것이 아닌)사회를 그린 번역소설을 서둘러 출간하여 <천년女皇> 붐(?)을 잠재운 바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에 이르러 반항적 페미니즘은 그 본질적 모순이 드러나 있다. 다만 여성의 권익신장은 계속되고 있는데 그 機動力은 여성의 ‘남성 못지않은 능력’보다는 여성의 美와 母性이 강조되고 있다. 소녀시대를 비롯하여 비쥬얼 요소를 강조한 걸그룹의 융성은 바로 여성이 가진 ‘강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추세를 반영하는 것으로서 결코 음악성문제와 같은 관점으로만 볼 것이 아니다. 진정한 女性의 가치 즉 美와 母性이 주목받고 있는 지금은 <千年의女皇>의 주제를 평론자와 대중이 받아들이기에 한결 수월한 환경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미래출판문화의 설계는 우리출판계에 對한 현실인식의 바탕 위에서 근래 이북의 전망 기타 각종 새로운 출판조류에 따른 미래의 변화에 대하여 메이저 출판언론에서는 항상 미국의 예를 들어 얘기합니다. 물론 미국은 근래 우리의 정치, 산업 등에 많은 영향을 주어 왔습니다. 하지만 언어소통의 부담이 큰 출판문화에 대해서도 똑같이 적용하고 따라가기를 기대한다는 건 맞지 않습니다. 미국 및 영어문화권의 경우 아무런 기존의 홍보력이나 문화권위의 힘을 빌지 않아도 무명작가의 작품이 많이 판매되어 스타덤에 오르는 일이 많습니다. 그만큼 전파와 수용의 폭이 넓기 때문에 숨은 진주를 키울 능력이 되는 것입니다. 물론 우리의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언어의 제약으로 시장이 훨씬 작은 상황에서 신데렐라와 같은 반응을 얻으려면 그만큼 자극성이 더하거나 외부홍보력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말하자면 미국에서 1만부를 팔아야 좋은 작품으로 인정받는 것처럼 한국에서도 1만부를 팔아야 좋은 작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데 미국에서 1만부를 팔기까지는 순수한 작품성과 독자의 호응으로도 점진적으로 가능한 반면 한국에서 1만부를 팔려면 어떤 유행적 자극성과 홍보전략 없이는 어려운 것입니다. 희망과 꿈은 현실인식의 바탕위에서 있어야 합니다. 우리의 출판시장의 현실을 직시하여 작가와 편집인은 그에 맞는 전략을 講究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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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