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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쓰는 것은 흔히 과거의 경험의 축적에 의한 것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어느 시점에 집약된 내용이 정리되는 것은 기실 그 이전의 영향과 그 이후의 영향이 다 같이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작품은 간혹 의도와는 다르게 미래를 예언하는 사례가 심심찮게 있어왔다. 박근혜에 대한 개인적인 비판적 관점은 누차 이야기한 바였으나 이미 2006년에 출간된(실제로 집필기간은 그 이전까지 8년여) 소설 <마지막공주>에서 잠재적으로 박근혜에 의한 정부를 기대감을 갖고 있음을 발견했다. [소설 마지막공주 서문]
머리말 얼마 전에 이라크의 교도소 수감자들에 대한 미군의 성추행 사건이 세계적인 화제가 되었다. 특히 성추행의 주도인물이 여성들이라는 것에서 놀라움이 더한 것이었다. 이렇듯 여성도 극한상황에 놓이게 되면 평소와 다르게 변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의 극한상황이란 자신이 어떠한 행위를 해도 상대는 저항이나 응징이 불가능한 절대 우위의 입장에 서있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유사 이래 여성이 그와 같은 환경에 있었던 경우는 빈번히 있었다. 바로 왕조시대의 공주들과 상류계급 여성들은 절대적 위치를 가지고 하위계급의 남성을 뜻대로 부릴 수 있었던 것이다. 현대는 물론 왕조가 폐지된 사회이다. 신분계급사회도 물론 아니다. 그러나 비록 법적인 신분제도는 폐지되었지만 권력, 금력에 의한 신분의 차별은 아직도 존재하며 그것은 남녀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따라 신분의 평등이 공식화된 현대사회에서도 과연 왕조시대와 같은 불평등한 연애관계가 존재할 수 있는가, 그리고 왕조가 부재한 현대시대에서도 뭇 여성의 꿈인 공주가 과연 존재할 수 있는가를 다시 묻고, 만약 그러하다면 현대적 의미에서의 공주는 무엇일까를 함께 알아보기로 한다.
[ 月刊朝鮮 2001년 1월호 소설 醫師 장기려 <짧은 사랑 긴이별 영원한 合一> 의 말미에 나오는 소설의 '예언적 기능'에 대한 고백]
…… 장기려는 春園 李光洙의 소설 <사랑>의 주인공 안빈의 모델이라는 설이 있다. 그것에 대해서는 당시의, 동물에 의한 공포감정 실험 등 여러 「정황증거」도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특정인이 소설의 모델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것은 부질없는 것이다. 소설의 인물은 여러 사람의 모습을 섞어 합성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사랑>의 주인공 안빈은 중년의 의사이기 때문에 당시 사십대의 春園이 만난 이십대의 장기려와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작품은 과거세상의 반영일 뿐만 아니라 미래의 예언이기도 할 수 있다. <사랑>에서의 안빈이 아내와 사별하고 난 뒤 주위에서 재혼을 권유하면 『결혼은 한 번 했으니 더할 필요 없다.』 하며 거절했듯이 장기려 또한 『결혼은 한 번 하는 것.』 이라며 사십오년간을 북의 아내와 오직 「靈的으로 교류」하며 혼자살아온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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